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포세이돈] - 거두절미의 진수를 보여주다.

쭈니-1 2009. 12. 8. 18:59

 



감독 : 볼프강 피터슨
주연 : 조시 루카스, 커트 러셀, 에미 로섬
개봉 : 2006년 5월 31일
관람 : 2006년 5월 31일
등급 : 12세 이상

[미션 임파서블 3]에서부터 시작하여 [다빈치 코드]를 거쳐 드디어 [포세이돈]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언제나 이맘때쯤이면 제 목표는 오직 하나... 썸머시즌용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챙겨 보는 것입니다. 썸머시즌의 문턱인 5월의 블럭버스터들은 [포세이돈]을 봤기에 100% 목표를 달성한 셈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썸머시즌의 시작인 6월에 접어들면 조금씩 계획에 차질이 생겨나기 시작하겠지만... ^^
사실 [포세이돈]은 [미션 임파서블 3]와 [다빈치 코드]와 비교한다면 흥행과 화제성에 뒤떨어지는 영화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3]는 톰 크루즈라는 독보적인 스타를 내세운 인기 시리즈물이며, [다빈치 코드]는 화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하여 개봉전부터 전세계가 주목을 했었죠. 하지만 [포세이돈]은 이렇다할 스타급 배우도 없고, 앞선 두 영화에 비해 화제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의 개봉 성적은 거의 참패 수준이라니... 벌써부터 2006년 썸머시즌 최악의 영화 1순위라는 군요.
사정이 이러다보니 오래전부터 [포세이돈]을 점찍어놓고 개봉하기를 기다린 저 역시도 막상 보려니 조금 고민되더군요. 하지만 이렇게 스케일이 큰 영화를 비디오로 보면 그 재미를 10%도 즐기지 못한다는 평소의 소신으로 '이 영화 재미없다던데...'라며 반신반의하던 구피를 겨우 설득하여 개봉 첫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포세이돈]은 1972년 재난 영화의 걸작인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사실 어렸을때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재미있게 본 기억은 나지만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없는 제게 [포세이돈]이 얼마나 원작을 현대에 맞춰 잘 리메이크했는지, 혹은 원작에 얼마나 못미쳤는지에 대해선 이야기할 꺼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포세이돈]은 처음과 끝이 없는 그저 중간만 있는 이상한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원작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포세이돈]은 처음부터 초호화 여객선 '포세이돈'을 카메라에 잡아냅니다. 마치 '타이타닉'따위는 '포세이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이 영화의 시작부터 아주 정성스럽게 '포세이돈'의 위용을 자랑하죠.
그러고 곧바로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고 '포세이돈'은 뒤집힙니다. 놀랍게도 영화가 시작하고 '포세이돈'이 뒤집히기까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거의 10여분밖에 걸리지 않은 듯 합니다. 한마디로 영화의 시작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죠.
그리고 이런 재난 영화에 등장할법한 주인공들이 이 난관을 헤쳐나가고자 배에서의 탈출을 시도합니다. 전직 소방관, 전역한 해병대, 반항적인 10대 등등... 그 뒤의 이야기는 뻔합니다. 온갖 역경이 이들 일행에게 몰아닥치고 몇몇 죽을만한 캐릭터들은 죽고 살만한 캐릭터들은 결국 탈출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영화는 엔딩 자막이 올라갑니다. 끝이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포세이돈]엔 중간만이 존재할 따름입니다. 도대체 볼프강 피터슨 감독은 무엇이 그리고 바빴는지 서둘러 영화를 시작하고 서둘러 영화를 끝냅니다. 34년전의 영화를 이제와서 리메이크한 이유가 고작 34년동안 발전한 헐리우드의 특수효과 기술을 뽐내고 싶어서는 아닌지 의심스럽더군요.


 

 

  
시작과 끝이 없다는 것은 아무리 영화가 엄청난 특수효과로 뒤범벅이 되었어도 영화의 속알맹이가 비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무리 재미난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클라이막스를 이르게한 시작이 있어야하고, 그 클라이막스 이후의 끝이 있어야합니다. 그것을 볼프강 피터슨 감독이 몰랐을리는 없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중 역대 흥행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타이타닉]만 보더라도 그것은 증명됩니다. [타이타닉]의 클라이막스는 이 거대한 여객선이 빙하와 부딪혀 바닷속에 가라앉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 클라이막스가 관객에게 선보이기 이전에 영화는 많은 이야기들을 관객에게 합니다.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3시간이 넘는 시간의 대부분을 잭과 로즈의 사랑 이야기에 할애했기에 마지막 '타이타닉'의 침몰과 그로인한 안타까운 희생이 더욱 가슴아프고 감동스러울 수 있었던 겁니다.
아니 멀리 갈것도 없습니다. 볼프강 피터슨 감독의 [퍼펙트 스톰]만 하더라도 클라이막스를 뒤받침하는 시작과 끝이 완벽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안드리아 게일호'에 탑승하게된 빌리 타인(조지 클루니)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개인 일상을 꼼꼼하게 잡아냄으로써 그들이 거대한 폭풍과 힘겹게 싸우는 그 안타까운 모습이 진솔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겁니다.
제가 [포세이돈]을 기대한 이유가 바로 [퍼펙트 스톰]때문입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캐릭터들의 일상을 묘사하고 그로인한 클라이막스의 묘미를 살려낼줄 아는 감독이라면 어쩌면 제2의 [타이타닉]을 탄생시킬 수도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하지만 볼프강 피터슨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작과 끝은 없고 속빈 클라이막스만을 반복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 영화에 제가 결정적으로 실망한 것은 어이없는 거두절미외에도 단선적이고 너무 뻔한 캐릭터들입니다. 재난 영화에 나올법한 이 뻔한 캐릭터들은 영화의 재미와 긴장감을 반감시키고 말았습니다. 특히 전직 소방관인 로버트(커트 러셀)와 전역한 해병대 출신 도박사 존(조시 루카스)은 뻔하다못해 이젠 지겹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뻔한 캐릭터들은 급기야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기에 이르는데 [아마겟돈]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딸과 장래 사윗감을 위해 희생하던 장면을 [포세이돈]은 뻔뻔스럽게 똑같이 재현해낸 겁니다. 캐릭터 자체가 뻔하다보니 그런 캐릭터가 만들어낸 상황 역시 이렇게 다른 영화에서 나왔던 뻔한 장면밖에 만들어내지 못한 셈입니다.
영화가 끝나고나니 시원하기는 하더군요. 1시간 30분동안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장면을 봤으니 말입니다. 가끔 죽어 널부러져 있는 저 시체들이 갑자기 살아나 좀비 영화로 탈바꿈하면 재미있겠다는 잡생각도 나고, 에미 로섬이 이제보니 인상이 울상이더라는 새로운 발견도 하고...
1시간 30분동안 지속되는 클라이막스속에서 저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야 했습니다. 요즘 어느 개그 프로에서 나오는 유행어처럼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를 외치고 싶더군요. 아무리 썸머시즌용 헐리우드 블럭버스터가 특수효과 자랑하기 퍼레이드라고는 하지만 정말 이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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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흥행 영화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시기'가 아주 적절하다고 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 기사에서는.. '적절한 시기의 하강과 상승'이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라고 말했죠. 이 영화는 그걸 놓친 듯 하네요..

이과생이라면... 자극의 세기가 높은 상태로 지속되면 반응의 크기는 일정하지만 빈도는 감소한다로.. 설명하겠지만요..
[슬슬. .고삼의 특징이 드러나는군요..]
 2006/06/06   
쭈니 마지막 문단에서 갑자기 어려운 단어들이 나와 이게 뭔말인가 했다는... 어렵군요. 고3은... ^^  2006/06/06   
ssook
얼리적 재미나게 본 단 두개의 재난영화중 하나였어요,.-하나는 [타워링]인가 하는 영화였는데..-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서 봤는데..... 후회 막급이드라구요...여튼 원작의 결말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에 없어서 비교가 많이 힘들지만, 막연히 예전것이 훨 나았어란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2006/06/08   
쭈니 저도 [타워링]무지 좋아했었답니다. ^^
저 역시 이 영화와 원작의 비교는 힘들지만 암튼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단순무식하잖아요. ^^
 2006/06/08   
지니 제가 태어나기 10년도 전에 나온 원작이 참 재밌었다고 하더라구요.. ;;
그래서 제 주위에 있는 어른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별 생각없이 친구와 심야영화로 봤는데....... ;;
처음부터 끝까지 물 속 이야기(?)라 그런지 보고 나서 시원하긴 하더라구요.. ;;
보는 내내 화려한 특수효과에 눈을 떼지 못하긴 했는데.. 어찌나 보면서 답답하던지.. ;;
실연에 자살(그렇게 보였습니다;;)하려던 흰머리 할아버지는 거대한 파도(?)를 발견하더니 끝까지 살아나고.. ;;
(그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또다른 사랑의 발견은 또 뭐란 말입니까.. ;;)
전직 시장 아저씨는 뭔가 과거에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끝까지 밝혀지지 않고;;
급박한 상황에 머뭇 머뭇, 흐트러지는 사람들..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는... ;;;
어찌나 답답하던지...................... ;;;
쩝쩝.. ;;
 2006/06/26   
쭈니 답답...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일지도...
블럭버스터가 답답하다니... 정말... 할말없는 영화였다는... ^^
 2006/06/26   
코고로
원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정말 사랑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ㅎㅎ
원작에 비해 나아진건 특수효과 뿐이더라구요 ..;;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가는데도, 전혀 슬프지가 않고 와닿지도 않습니다...;; 아니~ 원작의 감동~~ 다 어디로 날려버렸냐구요ㅠ

아무튼 올해 엑스맨3와 포세이돈을 보고 감독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ㅠㅠ
 2006/06/27   
쭈니 원작을 기억하시는 군요.
전 사실 기억이 안난다는...
단지 재미있었다는 막연한 감정외에... ^^
 2006/06/27   
농농
캐릭터에서 대대대대대공감입니다. 섬세한 캐릭터를 바란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더군요. 답답하기만한 캐릭터 드라마도 어이없고... 그래도 만족한 점이라면 충분히 시원했고 3류 만화영화 같은 것은 아니였다는 거죠.
만약 기대감에 충족 가까이도 가지 못해서 조조할인에다 핸드폰 할인으로 보지 않았다면 돈이 아까워서 한동안 영화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ㅜㅜ
 2006/07/15   
쭈니 이 영화에서 캐릭터라는 것이 있었나 의문입니다.
그냥 시원하게 물구경 실컷하라고 만든 영화인듯...
하긴 무더운 여름이니까 이런 영화도 가능한 것이겠죠. ^^
 200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