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비열한 거리] - 부디 썸머시즌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를...

쭈니-1 2009. 12. 8. 18:59

 



감독 : 유하
주연 : 조인성, 남궁민, 이보영
개봉 : 2006년 6월 15일
관람 : 2006년 6월 7일
등급 : 18세 이상

썸머시즌이라는 정글에 뛰어들다.

벌써부터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들이 예상대로 국내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으며, 우리 블럭버스터 영화들도 [괴물]과 [한반도]를 내세워 7월에 화려한 반격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여름은 분명 블럭버스터의 계절입니다. 몇몇 코미디 영화들과 저예산 공포 영화들이 이런 블럭버스터의 홍수속에서 나름대로 틈새 시장을 노리지만 누가 뭐래도 여름엔 국내외 블럭버스터를 즐기기에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시기에 [비열한 거리]는 당당하게 블럭버스터들에게 도전장을 내밉니다. 그것도 올 여름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중에서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엑스맨 : 최후의 전쟁]과 개봉일을 같은 날로 잡으며 정면 대결을 선언한 셈입니다.
[비열한 거리]의 그 어떤 점에서 이러한 용기가 나오는 것일까요? 조인성의 스타 파워? 혹은 오랜 세월 변함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조폭이라는 소재? 그것도 아니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비평과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둔 유하 감독의 연출력?
조폭이 소재이면서도 코미디가 아닌 낯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익숙한 [비열한 거리]를 며칠전에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이 이 영화를 블럭버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썸머시즌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은 것인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조인성, 그가 변하다.

[비열한 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인성이라는 배우입니다. 조인성, 그는 스타입니다. 하지만 TV 드라마에서는 스타이지만 영화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한 신인 배우에 불과합니다. 적어도 [비열한 거리] 그 이전에는...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쟁쟁한 TV 드라마들을 지운다면 남아있는 그의 영화 출연작들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없을뿐더러, [클래식]에서는 조승우에 가려 그가 출연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입니다. 그런 그를 유하 감독이 [비열한 거리]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하 감독의 그런 의외의 선택은 [비열한 거리]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관객으로하여금 감우성이라는 배우를 새롭게 발견하게 했습니다. 지금 감우성은 연기력을 인정 받은 스타 배우이지만 당시 감우성은 몇몇 드라마에 출연한 그저 얼굴이 잘생긴 배우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유하 감독은 그를 선택했고 감우성은 관객에게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킴으로써 지금의 자리에 우뚝 올라설수 있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의 권상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권상우는 [말죽거리 잔혹사] 이전에 이미 스타 배우였지만 그것은 오락 영화에 국한된 이미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권상우를 유하 감독은 진짜 배우로 만들어냈죠. 권상우는 요즘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권상우의 영화중 그의 연기력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동갑내기 과외하기]같은 몇백만을 동원한 오락 영화가 아닌 바로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사실입니다.
조인성은 바로 감우성과 권상우의 경우를 합친 듯한 캐스팅입니다. 권상우처럼 이미 스타이지만 감우성처럼 영화엔 신인에 불과한 그를 유하 감독은 진정한 배우로 탈바꿈시킨 겁니다. 개인적으로 [비열한 거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조인성의 연기 변신이며, 그런 면에서 배우 조련사로써의 유하 감독이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또 조폭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비열한 거리]는 기본적으로 조폭 영화입니다. 이미 몇년동안 변함없이 여러 영화들이 질릴정도로 우려먹은 소재이니만큼 관객입장에선 '또?'라고 푸념할만 합니다. 하지만 [비열한 거리]는 이전의 조폭 영화와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제가 조폭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조폭의 미화와 그로인한 폭력의 정당성 부여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조폭 영화는 조폭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음으로써 그들의 무식함과 엉뚱한 행동들을 보며 관객들에게 웃으라고 권유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가벼운 웃음의 이면에는 폭력이 필연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조폭 코미디의 공통점은 꼭 덜떨어진 무식한 조폭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한 감초 캐릭터들을 주인공에게 무차별로 구타당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합니다. ([두사부일체]의 정운택처럼) 그리고는 마지막엔 주인공 조폭보다 더 심한 악당을 등장스킴으로써 마치 조폭이 선(善)이라는 되는 것처럼 행세합니다.
하지만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우리의 학교에 만연해있는 폭력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졌던 유하 감독은 조폭이라는 소재를 통해 폭력으로 행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비참한 최후를 잡아냅니다. 이 영화에서의 폭력은 조폭 코미디에서처럼 웃기는 장면도 아닐뿐더러 뽐나게 멋있는 장면도 아닙니다. 단지 서로 먹고 먹히는 제목 그대로 비열한 행위에 불과한 겁니다.
병든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 그리고 첫사랑의 현주(이보영)와 단란하게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꾸었던 병두(조인성)는 폭력을 통해 그 꿈을 이루려하지만 오히려 그 폭력으로 인하여 소박한 꿈을 빼앗겨 버립니다. 그는 폭력에 의한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이며, 관객들은 그런 폭력의 비열함을 이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되는 거죠.


 

 


그의 다음 영화도 여전히 기대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감우성, 엄정화라는 솔직히 제가 좋아하지 않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기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개봉후 들려오는 의외의 호평들에 결국 영화를 보게 되었고 결과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과연 그 누가 사랑과 결혼의 관계에 대해서 관객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대담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던가요?
[말죽거리 잔혹사]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보다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혹은 아주 작은 규칙이라도 어겼을 경우, 몽둥이로 죽도록 맞는 것이 당연하며 그것이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며 학교를 다녔던 제게 [말죽거리 잔혹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르치고 있다고 소리 높여 항의했습니다.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라고 외치던 현수(권상우)의 마지막 외침은 영화를 보던 제 가슴에 너무나도 아프게 울려퍼졌었습니다.
[비열한 거리]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이어지는 듯한 영화입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학교에서 폭력에 대한 내성이 생긴 그들이 사회에 나와 학교에서 배운 폭력으로 행복을 추구하다 최후를 맞이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린 이 영화는 썸머시즌엔 왠만하면 복잡한 영화와 거리를 두는 제게도 2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서 조금은 긴 러닝타임동안 병두를 지켜보는 제 마음에는 안타까움이 밀려들었습니다. 친구도, 부하도 믿을 수 없는 이 비열한 거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은 폭력이 얼마나 비열한 행위인지 다시한번 관객에게 일깨워줍니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은 폭력 3부작의 마지막 영화를 조만간 만든다는 군요. 제 기억으로는 3부작의 마지막은 나이든 퇴물 조폭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조폭 영화라면 절대로 극장에서 보지 않을 정도로 싫었지만 유하 감독의 영화라면 두말않고 극장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이젠 그의 다음 영화가 미치도록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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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원
저도 어제 '비열한 거리' 봤는데 조폭을 포장 하지 않은 뭔가 그대로 드러내는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정말 재밌었습니다!!!  2006/06/22   
^-^/
볼까말까하는 영화들은 여기를 들러 결정을 하곤 한답니다.ㅋ
오늘은 '비열한 거리'를 두고 고민했는데..
조폭영화를 별로 좋아라하지 않는지라;;
그래도 살짝 기대하고 예매하고 갑니다 ^-^
 2006/06/22   
쭈니 요즘처럼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이런 우리 영화 한편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굉장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
그나저나 ^-^/님은 저때문에 이 영화 예매하셨다는데 만약 재미없으시면 어쩌죠! 이럴때가 가장 당혹. 부디 재미있으실거라 믿어 의심치않으며... ^^
 2006/06/22   
엄호선
평이 너무 다 맘에 들어서 ㅋ 영화추천 하나 해도 될까요?

호로비츠를 위하여 한번 봐 보세요 정말 잼있어요
오랜만에 너무 좋은영화를 본듯..
 2006/06/25   
쭈니 [호로비츠를 위하여]... 꽤 재미있다는 평을 자주 듣네요.
아무래도 비디오로 출시되면 당장 달려가 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엄호선님. ^^
 2006/06/25   
지니 이 영화 러닝타임이 2시간하고도 20분이나 더 되는군요.. ;; 영화보면서 전혀 느끼지 못했더랍니다.. ;; 방금 쭈니님 글보고 알았어요.. ^^;; 조폭영화라.... 결군엔 우리네 이야기같더라구요.. ;; 적당히 무거운 영화였고, 또 재밌게 봤습니다.. 저희 어머니께 여쭤 봤더랍니다.. "엄마.. 엄마 생각엔 누가 제일 비열한 거 같애?" 저희 엄마는 황회장이 제일 나쁘다시네요.. ^^; 듣고 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병두도, 민호도, 종수도.. 누군가 '당신이 나빴다'라고 했을 때 적어도 다른 이름을 꺼내며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테니까...  2006/06/26   
쭈니 어머니와 함께 보셨나봅니다.
부럽네요.
어머니와 영화도 함께보고 영화에 대한 대화도 할 수 있다는 것이... ^^
 2006/06/26   
엘잠
보고싶었는데 DVD를 빌려서 어제야 봤습니다.

모 방송에서 이영화에대해 네타를 당해서 상당히 기분이 찝찝했지만;;;;;;

개인적으로 조인성은 권상우에 많이 비교되었었는데, (사실 권상우가 뭐 조폭으로 나온건 없지만) 이런역할에 있어선 권상우보다 훨씬 연기파였다고 할까요;;;

각설하고 전체적인 느낌은 내용은 뭐 나쁠건 없었는데, 너무 뻔한 전개에 가장중요한 '이름값'을 못했다고나 할까요
 2006/10/25   
쭈니 조인성과 권상우...
사실 비슷한 느낌의 배우죠.
유하 감독은 그런 느낌의 배우를 좋아하나봐요. ^^
너무 뻔한 전개엔 동감하지만 그래도 전 영화에 대한 느낌은 다른 영화와 틀렸었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그랬는데...
 2006/11/02   
라울
제가 조인성을 좋아해서 일까요??
전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하하
뻔한 내용에 그저 그런 영화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인성씨 너무 매력있는 배우같아요
영화내내 조인성씨만 뚫어져라 봤다는..
그렇다고 제가 취향이 이상한건 아닙니다!!
 2007/07/03   
쭈니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전에는 조인성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 영화 이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2007/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