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수퍼맨 리턴즈] - 사랑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다.(스포일러 있습니다.)

쭈니-1 2009. 12. 8. 19:01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주연 : 브랜든 루스,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보스워스
개봉 : 2006년 6월 28일
관람 : 2006년 6월 29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드디어 [수퍼맨 리턴즈]가 개봉했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엑스맨 3]의 연출을 포기하고 [수퍼맨 리턴즈]의 연출을 맡은 이유로 전 지금까지 [수퍼맨 리턴즈]를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내심 기대도 많이 했습니다.
스크린속 코믹스 영웅의 원조인데다가 유명세로만 따진다면 여타 다른 코믹스 영웅들중에서도 으뜸인 '수퍼맨'이 20년만에 돌아온다는데 어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감독이 [엑스맨]으로 절 열광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었던 브라이언 싱어이니...
이렇듯 [수퍼맨 리턴즈]는 개봉전부터 제겐 애증의 존재였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엑스맨 3]를 끝마치고 [수퍼맨 리턴즈]의 연출을 맡았다면 [수퍼맨 리턴즈]에 대한 이런 묘한 감정없이 순수하게 또한편의 코믹스 영웅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이미 원망해도 소용없는 일이겠죠?
암튼 '얼마나 잘만들었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수퍼맨 리턴즈]를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영화속에 가득 묻어나있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수퍼맨'에 대한 애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왔습니다. [수퍼맨 리턴즈]를 보고있자니 금지옥엽(金枝玉葉)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더군요. 마치 건드리면 깨질라 조심조심 '수퍼맨'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브라이언 싱어의 그 섬세한 연출력을 보고나니 조금은 그를 용서하고 싶어졌답니다. 수퍼맨에 대한 사랑이 저렇게 깊을줄이야...


 

 


브라이언 싱어가 '수퍼맨'을 맞이함에 있어서 세운 원칙은 78년 리차드 도너의 [수퍼맨]으로의 귀환인듯이 보입니다. 너무 어렸을적 [수퍼맨]을 봤기에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퍼맨 4 : 최강의 적]이후 20년만에 귀환했다는 '수퍼맨'이 전혀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워낙 '수퍼맨'이라는 존재가 유명했고, 여러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복제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성껏 '수퍼맨'의 귀환을 준비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세심한 노력의 결과일 것입니다.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을 제치고 클라크 켄트를 연기한 브랜든 루스라는 낯설은 배우는 마치 오래전부터 '수퍼맨'을 연기했던 것처럼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던 '수퍼맨'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부합되었으며, 영화 속 장소들 역시 왠지 아주 오랫동안 봐왔던 익숙한 장소인양 포근했습니다. (어느 영화 주간지를 읽으니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의도적으로 78년작 [수퍼맨]의 영화속 세트들을 거의 똑같이 [수퍼맨 리턴즈]에 재현했다는 군요.)
이렇게 완벽하게 세월의 벽을 넘어 '수퍼맨'과 무대를 [수퍼맨 리턴즈]에 되살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수퍼맨'을 지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아주 특별한 의식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식은 바로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본 [수퍼맨 리턴즈]는 액션 영화임과 동시에 한편의 스케일이 큰 러브 스토리였습니다.
'수퍼맨'... 그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구인이 아닙니다. 머나먼 클립톤 행성에서 보내어진 이방인입니다. 수많은 코믹스 영웅들이 존재하지만 그러한 영웅들이 지구인이 아닌 경우는 제가 알기론 '수퍼맨'이 유일합니다. 이렇게 애초부터 이방인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수퍼맨'은 자신의 가족과 고향을 찾기위해 클립톤 행성으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처참하게 잔해만 남은 고향별과 이 세상에 혼자라는 자괴심입니다. [수퍼맨 리턴즈]는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그는 클라크 켄트라는 소심한 신문 기자로 변장하여 나약한 지구인의 틈에서 엄청난 힘을 감추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언제나 정의를 위해 몸을 던져 사람들을 구해냅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들과 같은 지구인이 아닌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방인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런 '수퍼맨'의 외로움은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로이스 레인(케이트 보스워스)마저 다른 남자와 약혼한 사건에서 극대화됩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수퍼맨'과 로이스의 관계를 영화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렇기에 '수퍼맨'과 악당 렉스 루터(케빈 스페이시)의 스펙타클한 대결을 기대했던 액션 영화팬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영화의 모든 포커스가 '수퍼맨'과 렉스 루터의 대결이 아닌 '수퍼맨'과 로이스 레인의 사랑에 맞춰져 있으니...


 

 


이 뜬금없는 '수퍼맨'의 실연은 '수퍼맨'의 외로움을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성과를 거둡니다. 고향별은 파괴되었고, 자신의 동족들은 이미 사라졌으며, 다시 돌아온 지구에서조차 사랑하는 여인마저 그의 곁을 떠나갔으니 그에게 남은 것은 특별한 능력으로 지구인을 지켜야한다는 의무감과 그 의무감 뒤에 느끼게될 혼자라는 외로움이죠.
영화의 후반 렉스 루터의 음모가 너무 시시하게 끝이 나버렸을때 이 모든 것은 자명해집니다. 2시간 30분이라는 일반 액션 영화보다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렉스 루터의 음모하나 세세하게 잡아내지 않은 것은 그러한 음모가 단지 들러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렉스의 음모가 실패로 끝나는 바로 그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수퍼맨'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아주 용의주도하게 '수퍼맨'을 지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거창한 의식을 거행하기 시작합니다. 렉스의 음모를 막고 힘을 잃어 병원에 실려간 '수퍼맨'을 응원하는 일반인들의 행렬은 그러한 의식의 시작이며, 로이스의 아들이 '수퍼맨'의 2세라는 고백은 의식의 최절정입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2세의 탄생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퍼맨'을 지구인으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이제 '수퍼맨'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방인으로 지구인를 지켜는 것이 아니라 아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지구를 지키는 진정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이제 의식은 끝이 났습니다. 이방인 '수퍼맨'은 지구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렉스 루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록 [수퍼맨 리턴즈]에선 들러리 역할밖에 해내지 못했지만 다음에 제작될 [수퍼맨 시리즈]에선 진정한 악당으로 '수퍼맨'과 진검 승부를 벌이겠죠. '수퍼맨' 역시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버지의 마음으로 렉스의 음모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를 할것입니다.
입양아였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방인 '수퍼맨'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군요. 결국 그가 그토록 [수퍼맨 리턴즈]의 감독을 원했던 것은 이방인 '수퍼맨'을 지구의 식구인 '수퍼맨'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열망때문이었을겁니다. 그러한 열망은 '수퍼맨'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낳았고, 그 사랑의 결실이 바로 [수퍼맨 리턴즈]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귀환한 '수퍼맨'은 로이스와의 사랑의 결실로 진정 강인한 영웅으로 재탄생된 겁니다. 결국 [수퍼맨 리턴즈]의 화두는 '사랑'이었던 셈입니다.
화끈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면 아직 실망은 금물. 사랑으로 재무장한 '수퍼맨'의 영웅담은 이제부터가 시작일테니까요.
이제 '수퍼맨'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려하고 있는 셈입니다. [엑스맨]으로 화끈한 액션을 선보였던 브라이언 싱어의 실력은 [수퍼맨 리턴즈]에선 '사랑'이라는 화두에 가려져 아직 발휘되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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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단순히 강한 인물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이 훨씬 매력적인 슈퍼맨이어서 다행입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단순히 부수고 날리고 얼리고.. 그런 장면만 보여주어서 내심 걱정이 많았거든요 ^-^;  2006/07/06   
k군
영원히 변하지 않는 2:8가르마....어쩔테냐(ㄱ-)  2006/07/06   
코고로
앗..이번에도 너무 잘쓰셨네요^-^ 감탄, 감탄...ㅎㅎㅎ
슈퍼맨리턴즈 자체는 아주 재밌지도, 아주재미없지도 않은 평범한 수준이었는데 ..왠지모르게 코믹함을 더한 렉스 루터가 마음에 드네요 ㅋㅋ
 2006/07/06   
모두스
I LOVE 케빈 스페이시 ~! 근데.. 브라이언 싱어는 진정한 천재일까요?  2006/07/06   
쭈니 갑자기 4분이나 덧글을 남겨주시다니... 행복합니다. ^^
영원님... 아무래도 TV에서 보여주는 것은 흥행 위주이니 그럴수밖에, 전 싱어 감독이 연출을 맡아서 이렇게 드라마가 강조될것이란걸 어느정도 예상은 했답니다.
K군님... 2대8 가르마는 수퍼맨의 상징인 걸요. 수퍼맨이 올백으로 머리를 넘겨버리면 왠지 안어울릴듯...
코고로님... 감사, 감사, 저 역시도 렉스 루터라는 캐릭터가 맘에 듭답니다. 그래서 렉스 루터가 본격적으로 호라약할 다음 영화가 기대가 더욱 되고요.
모두스님... 천재입니다. 그러지않고서요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 1, 2]편에 이어 [수퍼맨 리턴즈]까지 완벽하게 만들리가 있겠습니까? ^^
 2006/07/07   
바스티스
싱어 감독의 수퍼맨 사랑은, 잭슨 감독의 킹콩 사랑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은데요. :)  2006/07/08   
쭈니 그러게요. 싱어 감독은 [수퍼맨 시리즈]를 계속 이끌고나간다면 애정이 듬뿍 담긴 정말 멋진 [수퍼맨]이 탄생할듯...
하지마 잭슨 감독의 [킹콩]은 시리즈가 불가능해서 1편에서 모든 것은 전부 보준 것이 차이죠. ^^
 2006/07/08   
지니 왜 [슈퍼맨]이 아니라 [수퍼맨]이냐 하는.. ;;
자막을 보면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수퍼맨]의 압박.. ;;
제가 지금껏 잘못 알았던 걸까요?? ^^;;;
(저한테는 그래도 슈퍼맨이랍니다!! >.<)
전 악당(?)들이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구요.. ;;;
"키티" 언니(?) 너무 깜찍하시고.. ㅋㅋ
그.. 리틀 슈퍼맨과 배에서 같이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 분.. ;;
비록 피아노에 깔려 운명을 달리 하셨지만 너무 천진난만해 보이더라구요.. ^^;;;;;
아..... 전 왜 영화를 보면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올까요?? ;;;;;;
 2006/07/08   
쭈니 그러게요. 사실 [슈퍼맨]이 맞는 것 같은데...
듣자하니 수입배급업체에서 [수퍼맨]으로 하자고 결정했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저도 상당히 궁금했답니다.
그리고 피아노깔려죽은 그 악당... 만약 피아노에 안깔렸다면 로이스에게 뭔짓을 하려했을까요?
전 그게 더 궁금... ^^
 2006/07/09   
슈크림
그럭저럭 볼만은 했지만 기대 이하의 영화였습니다
볼거리도 내용도 어느것하나 만족스러운것이 없군요
그 제작비에 이정도의 화면이라면 좀...
그리고 파워가 약해진건지 처음 비행기 추락신에서는 얘 슈퍼맨 맞아? 하는 생각조차 들더군요
슈퍼맨과 루이스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핀트가 안맞고 사이클롭스는 여기서도 안습이네요
흥행도 예상대로 저조할거 같구요..
아쉽습니다...
기다렸던 슈퍼맨인데
허접한 특수효과의 3, 4 편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건 안타깝네요
 2006/07/09   
쭈니 3,4편은 그리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서 제겐 단순 비교는 못하겠네요.
하지만 슈크림님의 [엑스맨 3]의 덧글도 읽어봤는데 아무래도 슈크림님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히어로 영화와는 맞지 않는 듯... 그는 액션보다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심혈을 기울이거든요.
자신과 맞지 않는 감독의 영화는 피하는게 상책이죠.
제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절대 보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
 2006/07/09   
PKYO
이방인을 지구인으로 받아 들인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쭈니님의 글을 보면서 또한번 영화를 리뷰해봅니다. 영어로 봐서 잘 이해를 못했거든요. 저는 렉스의 음모가 들러리라는 생각은 못해봤어요, 그래서 좀 불필요한 부분도 없지 않았나 하는 막된 생각마져;;( 러닝타임이 좀 긴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아무래도 슈퍼맨은 굉장히 스펙타클하고 quick quick 일줄 알았거든요. 근데 서두부터 끝까지 좀 여유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것 같더라구요 ^^; 한국에서 '수퍼맨'이라고 하는 군요. 난 슈퍼맨일줄 알았는데 ^^; 감상평에 또 한번 감사를..  2006/07/18   
쭈니 일단 감사하고요, 지구인으로 바아들이는 의식이라는 부분은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이 영화, 조금 느리긴 합니다. 액션 영화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마 싱어 감독도 그걸 원했던것 같기도 하고... 덕분에 미국 흥행에선 그리 썩 좋은 성적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한국 개봉에선 왠일인지 '수퍼맨'으로 표기를... 저도 '슈퍼맨'인줄 알고 있었거든요. 수입사에서 뭔가 의도된 표기같은데 솔직히 이해안됩니다. 수퍼맨... 뭔가 안어울린다는... ^^
 2006/07/18   
호주서
발음이 그래서 그래요..
Superman의 올바른 발음은 수퍼맨이 맞습니다.
슈퍼맨은 틀린거죠. 수퍼마켓이 맞는 발음처럼요.
우리나라도 이제 올바른 발음대로 영화타이틀을
옮기기 시작하는거죠..
 2007/02/02   
쭈니 그렇군요. ^^  2007/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