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 그들의 모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쭈니-1 2009. 12. 8. 19:02

 



감독 : 고어 버빈스키
주연 : 조니 뎁,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개봉 : 2006년 7월 6일
관람 : 2006년 7월 6일
등급 : 12세 이상

2003년 썸머시즌엔 유난히도 헐리우드 대작 속편 영화가 많았습니다. [매트릭스 2 : 리로디드]를 필두로 [미녀 삼총사 2 : 맥시멈 스피드],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툼 레이더 2 : 판도라의 상자]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속편 영화를 보다보니 그해 여름이 지나가 버렸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속편 영화들 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동안 저는 그해 여름의 가장 독창적이고 신선한 재미를 지닌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놓친, 그래서 두고두고 후회하게끔 만들었던 바로 그 영화가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입니다.
쟁쟁한 속편 영화들에 비해 인지도도 적을뿐더러, 극장으로 끌어들일만한 스타 파워도 없었고(물론 조니 뎁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가 블럭버스터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시대착오적인 뻔한 해적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이 영화를 건너뛰어도 무방할 것이라 저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2003년 저지른 제 최대의 실수였습니다.
속편 영화는 분명 재미있게 봤던 전편에 대한 기억과 기대감까지 맞물려 무시할수 없는 재미를 안겨주긴 했지만 캐릭터의 새로움이 부족하고, 전편의 흥행 덕분에 만들어진 탓에 대부분 스토리도 부실했습니다. 단지 화려한 특수효과와 스펙타클한 볼거리만이 남아있었죠. 하지만 [블랙펄의 저주]는 달랐습니다. 캐릭터도 신선했고,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는 속편 블럭버스터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블랙펄의 저주]는 속편 영화가 난무했던 2003년 썸머시즌, 가장 재미있고 신선했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쟁쟁한 속편 영화들이 썸머시즌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3]를 통해 냉철한 이단 헌트를 로맨틱한 스파이로 변화시켰고, 코믹스의 양대 산맥인 DC와 마블은 각각 [수퍼맨 리턴즈]와 [엑스맨 3 : 최후의 전쟁]을 통해 새로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와중에 또 한편의 낯익은 속편 영화가 개봉했으니 그것이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입니다.
그러고보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년전 제가 [블랙펄의 저주]를 보고 열광했던 가장 큰 이유가 식상한 속편 영화의 홍수속에서 [블랙펄의 저주]만의 신선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인데, 바로 그 [블랙펄의 저주]가 3년이 지나 속편 영화의 홍수속에 포함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있었기에 이 영화를 맞이하는 제 감정은 복잡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전편은 극장에서 어리버리 놓친 후 비디오로 봤다가 두고두고 후회했기에 [망자의 함]은 개봉과 동시에 주저없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편이 안겨주었던 신선한 재미를 안겨줄 수 있을런지는 영화가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 걱정스러웠습니다.
대영제국을 당혹스럽게 했던 시대의 대해적이라는 명함과는 달리 뻔뻔함과 능청스러움으로 무장한 잭 스패로우(조니 뎁)라는 캐릭터는 더이상 신선할 수 없으며, [반지의 제왕]에서 빠져나온 올랜드 블룸과 강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줬던 키이라 나이틀리의 매력도 이미 전편을 통해 맘껏 경험한 터였으니...
하지만 역시 [망자의 함]은 달랐습니다. 이미 전편을 통해 경험한터라 캐릭터의 신선함은 덜했지만,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의 정교함은 여전했으며, 거대해진 스펙타클과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속편 영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냈습니다.


 

 


[망자의 함]의 최대 재미는 역시 누가뭐래도 잭 스패로우입니다. [블랙펄의 저주]를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오며 용감하고 멋진 해적 선장을 기대했던 제게 잭 스패로우는 입만 살아 나불대는 능글맞은 해적 선장으로 절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물론 [망자의 함]에선 그런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의 신선함으로 절 깜짝 놀라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속편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잭 스패로우는 [망자의 함]을 이끌어가는 최고의 재미입니다.
윌 터너(올랜도 블룸)가 용맹스러운 영웅이라는 너무 단조로운 캐릭터로 변조되었고,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은 윌과 잭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동안 잭 스패로우만이 전편의 재미를 고스란히 관객에게 상기시켜주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뻔뻔스러움을 맘껏 발휘합니다.
물론 그러한 잭 스패로우의 매력은 조니 뎁이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제가 [블랙펄의 저주]를 극장에서 안본 가장 큰 이유가 조니 뎁이 블럭버스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언제까지는 팀 버튼의 페르소나로 남아있길 원했던 제 선입견이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만들어낸 겁니다.
하지만 역시 이 매력적인 배우는 뭔가 틀렸습니다. 팀 버튼의 영화는 영화대로 완벽하게 어울리면서도 이런 썸머시즌 블럭버스터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맘껏 발산할 수 있으니... 특히 원시 식인부족에서 잭이 탈출하는 장면은 조니 뎁이 얼마나 다재다능하면서도 풍부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지 완벽하게 증명해보입니다. 그 어떤 코미디 영화에서도 그렇게 유쾌하게 웃었던 적이 없었을 정도입니다.


 

 


그런 조니 뎁의 든든한 지원속에서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냈습니다. 실연의 아픔 때문에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 상자에 숨기고 영원한 삶을 사는 데비 존스의 존재가 새롭게 등장하고, 블랙펄의 선장이 된다는 조건으로 데비 존스와 계약을 해버린 잭 스패로우의 안타까운(?) 사연이 밝혀지며 [망자의 함]은 각자 다른 이유로 데비 존스의 심장을 원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꾸며집니다.
잭은 데비 존스에게 벗어나기 위해, 윌은 데비 존스의 노예가 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권력과 돈에 눈이먼 이들까지 가세한 이 아귀다툼은 솔직히 [블랙펄의 저주]와 비교해서는 이야기의 재미가 떨어지는 맛이 있긴 하지만 다른 평이한 블럭버스터와 비교해선 꽤 잘 짜여진 스토리 라인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데비 존스의 부하이자 거대한 바닷속 괴물인 크라켄의 등장으로 스케일을 한껏 키워놓은 이 영화는 호러 영화를 방불케하는 음습한 분위기(특히 집시여왕 티아가 나오는 장면)와 성룡의 액션 영화를 연상케하는 소품을 이용한 아기자기한 액션(특히 물레방아 액션씬)등 새로운 볼거리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자의 함]에 점수를 매기라면 절대로 [블랙펄의 저주]보다는 더 줄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속편 영화의 어려움이 [캐리비안의 해적]이라해도 예외는 아니라는 증거겠죠.
하지만 실망은 아직 이릅니다. [망자의 함]은 도저히 2시간 20분이라는 러닝 타임으로는 이 넘치는 이야기를 전부 할 수 없다는 듯이 3편을 예고하며 중간에 끝나버리고,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극장을 찾은 저같은 관객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놓고 불현듯 끝나버리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한동안 멍해있어야 했으니 말입니다. 결국 [망자의 함]은 바톤을 내년에 개봉하는 3편으로 넘겼습니다. [망자의 함]은 분명 [블랙펄의 저주]보다는 재미없었지만 [블랙펄의 저주]와는 달리 [망자의 함]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니 최종 판결은 내년이 되어봐야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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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
반지의제왕마저도 3편까지갔을때 약간 힘겹다는 느낌을 받을정도였는데 과연 캐러비안의해적이 3편대작을 감당할수있을지.ㅋㅋ 기대반걱정반  2006/07/13   
코고로 잘읽었어요..ㅎㅎ^-^ 저도역시 '망자의함'이 전편보다는 못했지만 조니뎁의 연기덕에 재밌게 봤답니다 ㅎㅎ 저는 3편이 나온다는 걸 전혀 예상치못해서 영화 끝날무렵 허탈하게 나왔어요 ㅠ
윗님처럼 기대반 걱정반이에요 ㅎㅅㅎ
 2006/07/13   
쭈니 사실 저도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하지만 잭 스패로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3편은 충분히 기다릴만한 매력이 있습니다. ^^
 2006/07/13   
ssook
간절히 2편에서 끝맺기를 바랐건만...결국 3편으로 넘어가더군요..
한 친구녀석 曰 [디지니가 뽕을 뽑으려고 하는구나...]
그말에 심히 공감이 가더구만요..
그 여름 뻔뻔스럽고 능글맞은 조니뎁을 만나고는 왕흥분상태로 그 여름을 보냈는데........다시 보게된게 반갑긴 하지만.. 그냥 2편정도에서 마무리 지어졌다면 더 나았을것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2.3편이 동시에 만들어졌다고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판단은 3편을 끝까지 보고 난 후에 해야되겠죠..
 2006/07/14   
쭈니 전 시리즈로 만드는것까진 좋지만 이렇게 [반지의 제왕]식으로 중간에 끊어버리는 것은 좀... 원작이 잇는 영화도 아니면서..
그래도 내년에 기다릴 영화가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거겠죠.
잭 스페로우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2006/07/14   
쩡이
4개월만에 본 영화... 꽤 재밌었드랬어. 잭스패로우는 정말 참 묘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지? 그걸 완벽히 소와해내는 죠니뎁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어... 난 이 영화가 시리즈란걸 몰라서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아쉽더라궁...  2006/07/15   
쭈니 우리 집에 뜸했던 이유가 영화를 오랫동안 못봤기 때문이구나?
암튼 4개월만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니 축하!!! ^^
사실 나도 영화가 끝나고 많이 아쉬웠어.
기왕 이야기를 시작한거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고 3편은 또다른 모험으로 했으면 더욱 좋았을것 같았는데...
물론 그냥 내 욕심일 뿐이지만... ^^
 2006/07/15   
농농
이거 내일 보러갑니다*_ _* 시험이 끝나니까 좋네요. 이제 곧 방학이고 하니까 해서 영화만 실컷 보렵니다. 만족시켜줄 영화가 많기만을 바래야죠.  2006/07/15   
쭈니 시험이 끝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저도 학창시절 시험이 끝나면 하루종일 비디오 빌려놓고 봤던 기억이 나네요.
부디 이 영화가 만족스럽기를...
 2006/07/15   
엘잠
오랜만이네요^^ 한동안 바빳는데 쭈니님 생각이나서 네이버영화 홀리데이 리뷰란까지가서 찾아냈습니다 에고에고

확실히 오락영화라는점에 있어서는 그닥 불만을 가져야할 점도 없을것 같습니다만.... 몇몇 액션 장면을 제외하고는 식상하고 악당소개에있어서는 전편보다 매력없는 캐릭터들에 지겨움조차 가지게 하더군요.
조니뎁의 능글능글함이야 웃음을 자아내게하지만 이게 3편까지 이어지면 더많은 관객들이 식상해하진 않을지
 2006/07/22   
엘잠
매트릭스 같은경우는 2,3편의 완성도가 각각의작품으로 볼때는 1과 애니매트릭스에 상대도 안되는 졸작일지 모르지만 후속작으로써는 어디하나 흠잡을데 없이 잘끝냈다고 할수 있겠지요.
각각의 부제목에서 의미하는 바를 1편의스토리라인에 맞춰서 방대한 스케일안에 그려냈고 그과정에서도 나름대로 절제된(? 이건 저만의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액션장면을 넣어줌으로서 효과를 무진장 본거라고 생각하는데
글쎄요 캐리비안의 해적같은경우는 모 오락영화이기도 하고 1편없이 2편있어도 되는 영화이고 그러다보니까 전편과 비교를 안할수 없게되고 또 마무리를 짓는부분에도 평가가 더 깊어질수 밖에 없는것 같네요.
 2006/07/22   
쭈니 방금 네이버 장르매니아에 엘잠님의 덧글이 달린 것을 보고 왔는데 똑같은 덧글이 저희 집에도 달려있군요. ^^
사실 [매트릭스]에 대해선 불만이 많습니다. 분명 1편은 그리 어려운 영화가 아니었는데 2,3편에 가면서 점점 어려워진듯한...
전 아직은 메세지가 어려운 영화보다는 단순한 블럭버스터가 더 좋습니다. ^^;
그런면에서 [캐리비안의 해적]은 단순한 블럭버스터로써 순항중인듯... 물론 제 글에서도 밝혔지만 어떻게 잘 마무리짓느냐는 3편을 봐야 최종적으로 알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매트릭스 시리즈]는 DVD 로 사서 반복 시청해야 결말의 의미를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둔한 편이라서... ^^;
 2006/07/22   
엘잠
네이버 는 좀 제스타일이 아니어서 말이죠^^;; 썼다가 다시 로그인해서 지우기도 그렇고....
이영화에대한 개인적인 얘기라서 입장이다르시면 짜증나실지도 모르겠지만
매트릭스는 워쇼스키형제라는 감독의 극한의 능력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닥 메시지~ (랄)것도... 두세번만 보면 그말이 뭔말인지 이해가 될정도로 어려운것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에반게리온이나 공각처럼 든거없이 잘난척하는 작품들보다 훨씬 깔끔해보인달까요
1편은 어렵다기보다는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잘 구축해낸 그야말로 완벽한 액션영화이자 상업영화였었죠 2,3편을 보셨다는 가정하에 애니매트릭스를 보신다면 감탄사가 연발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2,3편가면 등장하는 모니카벨루치와 그남편 같은 인물에대해선 워낙 난해해서 저도 아직 확실히 이런인물이다 라는 확신과 내포하고 있는 사상같은것도 가물가물합니다만....(일단 서양철학같은거에 대한 지식도 좀 문외한이고) 전체적인 셋트로 봐서는 2편은 최고의 첨가제에 3편은 깨끗한 마무리 정도가 되려나요. 그런면에서 이번에 나온 브이 포 벤데타는 너무 실망스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다지도 밍밍한 영화가 포스터에 매트릭스를 운운했다는게 말이죠 ~_~
 2006/07/22   
쭈니 [매트릭스]왕팬이시군요.
[애니 매트릭스]도 봤는데 아무래도 제 이해력으로는 몇번 더봐야할듯...
하지만 워낙에 게으르다보니 본 영화 또 보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네요.
그래도 1편을 봤을때의 충격은 정말... 오락영화보고 그렇게 충격받기는 처음이었다는... ^^
 2006/07/22   
모두스
저한테는 그져 총칼질 뿐이였다는... 3편으로 가는길이 너무 멀군요..  2006/07/26   
쭈니 그래도 잭 스패로우라는 멋진 캐릭터가 있으니 3편도 기대해보는 것이... ^^  2006/07/26   
kim
진짜 잭 스패로우는 어떤 캐릭턴지 도통 모르겟어요.
착한것같으면서도 진짜 악랄한것같고..
악랄함뒤에 착학면도 있는것같으면서도 악랄한것같고..ㅋ
뭐.. 사람이 다 딱딱 착하다 나쁘다로 나뉘는 건아니겠지만
잭 은 정말로~~ 어리둥절. ㅋ
 2006/08/09   
쭈니 악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정의롭지 못하고 비겁한게 그렇게 비춰졌을지도...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일지도...
사실 위험앞에서 나서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영화가 현실이라면 거의 대부분 겉은 용감한척하다가 막상 위험이 닥치면 스패로우 처럼 도망갈것 같습니다. ^^
 200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