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퍼햅스 러브] - 점점 익숙해지더라!

쭈니-1 2009. 12. 8. 18:41

 




감독 : 진가신
주연 : 금성무, 주신, 장학우, 지진희
개봉 : 2006년 1월 5일
관람 : 2005년 12월 27일
등급 : 12세 이상

아주 오래된 추억 한가지!!!
[영웅본색]과 [천녀유혼]으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된 홍콩의 영화 스타 장국영.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한때 그도 우리나라의 CF를 찍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투유'라는 초코렛 광고였는데, 그 광고는 주윤발의 '밀키스'광고와 더불어 당시엔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광고중의 하나였습니다. 암튼 저는 그런 장국영에 매혹되어 거액을(당시 돈으로 2천원에서 3천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투자하여 장국영의 레코드판을 하나 샀습니다. '투유'초코렛에 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기대하며... 하지만 막상 들어본 장국영의 노래는 전혀 감미롭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감미로운과는 거리가 먼 중국어에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들어본(영화에선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중국어 노래는 제게 음악이라기 보다는 소음에 가까웠습니다. 그 이후 장국영의 레코드판을 저는 두번 다시 틀지 않았답니다.
암튼 그 오래된 추억 이후로 중국이라는 나라는 영화로는 언제나 제 호기심을 건드렸지만 음악에서만큼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영화에 비해서 음악에 별다른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한때 영화 OST를 광적으로 수집하면서도 중국 영화 OST는 언제나 대상 제외였습니다. 그런 제게 조금은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퍼햅스 러브]라는 영화의 개봉 소식이었죠.
[퍼햅스 러브]는 요즘들어 점점 화려해지고, 웅장해지며, 범아시아적인 캐스팅을 통해 아시아의 중심 문화 상품으로 우뚝서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 중국 영화중 하나이므로 당연히 제 관심을 일찌감치 끌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퍼햅스 러브]의 장르는 뮤지컬입니다. 뮤지컬이라는 것은 결국 음악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는 것인데 그 오랜 옛날부터 듣기를 포기했던 중국 노래들을 실컷 듣게 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제겐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었죠.


 



[퍼햅스 러브]의 시사회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인파속에서 집에 가고 싶은 충동을 참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 결국 [퍼햅스 러브]를 봤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은 제 우려대로 상당히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일단 영화의 막을 올리는 인물은 우리 관객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지진희입니다. 그가 사람들에게 잊혀진 추억들을 되찾아주는 천사로 분하여 중국어로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때 예전에 장국영의 음반에서 들었음직한 그 딱딱한 발음들이 자꾸만 제 귀에 거슬리기만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잘 정돈된 헐리우드의 뮤지컬 영화와는 달리 왠지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이 영화의 안무는 브로드웨이가 인정한 최고의 안무가 파라 칸의 명성(물론 저는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안무를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과는 달리 처음부터 실망스러웠습니다.
[첨밀밀]이라는 걸작 멜로 영화를 만들었던 진가신 감독은 [퍼햅스 러브]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하여 영화속 영화라는 특이한 상황을 통해 지엔(금성무)과 손나(주신) 그리고 니웨(장학우)의 삼각관계를 현재와 촬영중인 영화속 상황을 잘 매치시켰지만 잔잔하면서도 그 애잔함이 가슴 깊이 느껴졌던 [첨밀밀]과는 달리 뮤지컬이라는 형식속에서 조금은 과장된듯한 이 영화의 사랑 이야기는 왠지 화려하기만 할뿐 가슴에 와닿는 그 무엇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이렇듯 [퍼햅스 러브]의 시작은 영화를 보기전에 느꼈던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나며 절 불편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불편함이 중반이 흐르고 후반으로 이어지며 제겐 점차 익숙해지더군요.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퍼햅스 러브]가 제게 점점 익숙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진가신 감독에게 있었습니다. 비록 이 영화가 [첨밀밀]과 비교해서 가슴을 울리는 멜로 영화의 진실된 힘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진가신 감독은 멜로 영화에서의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절 점점 영화에 익숙해지게끔 유도했습니다.
현재의 성공을 위해 과거의 사랑을 잊어버린 손나와 그러한 과거 손나와의 사랑을 간직한채 이젠 손나에 대한 사랑이 증오로 변해버린 지엔, 그리고 현재 손나의 연인이지만 언젠가는 손나가 자신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영화 감독 니웨의 삼각관계는 얼핏 너무 뻔한 관계인듯이 보이지만 진가신 감독은 사랑의 천사인 몬티(지진희)라는 판타지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이 뻔한 사랑 이야기를 조금은 특별하게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삼각관계 영화가 대개 그러하듯이 삼각관계의 한축을 악역으로 이끌며 자연스럽게 다른 한축과의 사랑을 유도하는 것과는 달리 진가신 감독은 손나, 지엔, 니웨 모두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인해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캐릭터로 그려냄으로써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진부함에서 이 영화속 삼각관계를 구원해 냅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영화속 사랑 이야기가 익숙해지자 이번엔 자연스럽게 영화속 음악들도 점차 익숙해 지더군요. 처음엔 너무 딱딱한 중국어 발음들이 뮤지컬과는 너무나도 안어울리는 듯이 느껴졌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흐르면 흐를수록 그 음악들도 점차 듣기 익숙해지며 영화속 뮤지컬 장면에 대한 불편함도 점차 해소가 되었답니다.


 



10여년전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를 보며 혼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남자는 괴로워]가 우리 영화에 뮤지컬이라는 미개척 분야를 새롭게 일으켜세울 영화라고 확신했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괴로워]는 흥행에 실패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영화엔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아직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습니다.
[퍼햅스 러브]는 분명 새로운 도전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다른 중국 블럭버스터들이 특수효과와 화려함이 가득한 무협 영화를 통해 세계 영화 제패의 꿈을 실현하려할때 놀랍게도 진가신 감독은 그 누구도 시도한적이 없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그 꿈을 이뤄내려 합니다. 그 결과 [퍼햅스 러브]는 제 62회 베니스 영화제 폐막작이라는 영예를 안게되었고, 제 78회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에 홍콩 영화 대표로 출품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움의 힘입니다.
새로움은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잇습니다. [퍼햅스 러브]도 그러합니다. 그 누구도 시도한적이 없는 블럭버스터 수준의 뮤지컬 영화는 비록 중국에선 흥행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국내 팬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제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이 영화의 국내 흥행의 열쇠는 제가 느꼈던 영화 초반의 뮤지컬 형식에 대한 불편함이 얼마나 빠른 시간안에 익숙함으로 변환시킬 수 있을런지가 관건이 될것입니다.
만약 [퍼햅스 러브]가 뮤지컬이 아닌 그냥 보통 멜로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분명 불편함이라는 영화의 위험부담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 역시 중국에서도 그저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겠죠. 10년전 우린 [남자는 괴로워]를 통해 우리도 뮤지컬 영화를 만들수 있다는 희망을 남겼지만 관객의 무관심속에 조용히 파묻혔습니다. [퍼햅스 러브]는 과연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이 영화를 통해 우리 뮤지컬 영화에도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그 도전 정신을 인정받을 가치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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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후훗.. 쭈니님 오랜만에 와서 자취 남깁니다.
음.. 쭈니님과는 반대로 저는 중국노래에 깊이 빠져들었던 적이 있답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치만 나이가 들고 점점 멀어졌다가 오랜만에 퍼헵스 러브를 보면서 추억을 되새기며.. 한때 날렸던 장학우씨의 노래를 감상했어요. 역시..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

초반 10분 정도를 놓쳐서(ㅠ_ㅠ) 지진희씨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보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괜찮은 영화였답니다~*
 2006/01/06   
쭈니 그렇군요.
중국 노래에 깊이 빠졌다니...
저와는 정반대되는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 군요. ^^
그래도 저 역시 이 영화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약간 늙어버린 장학우를 오랜만에 보는 것도 반가웠고, 중국 영화에서의 지진희도 좋았고... ^^
 200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