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디스터비아] - 당신은 어떤 이웃입니까?

쭈니-1 2009. 12. 8. 20:22

 

 



감독 : D.J.카루소
주연 : 샤이아 라보프, 사라 로머, 아론 유, 데이비드 모스
개봉 : 2007년 8월 30일
관람 : 2007년 9월 1일
등급 : 12세 이상

반갑다. 스릴러야!

토요일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내 생애 최악의 남자]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10시 30분. 제게 허락된 자유의 시간은 오전 시간뿐이었기에 10시 30분이라는 시간은 정말 어정쩡했습니다. 영화 한편을 더 본다면 분명 12시가 훌쩍 넘어가 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가자니 남은 시간이 아깝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극장 앞을 서성이다가 11시 5분에 시작하는 [디스터비아]를 덜컥 예매하고 말았습니다. 분명 영화를 보고나면 오후 1시 정도 되겠지만 오랜만에 맞이하는 스릴러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디스터비아]는 이번 주 [미스터 브룩스]와 함께 보고 싶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미리 본 주위의 반응이 그리 썩 좋지만은 않더군요. 반전도 없고, 스릴도 별로 없는 미지근한 스릴러라는 주위의 평을 들으며 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어정쩡하게 남은 시간을 핑계 삼아 결국 보고야 말았습니다.
영화를 본 소감을 미리 말한다면 [디스터비아]는 제 주위의 평대로 스릴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반전은 없으며, 긴장감을 팽팽하게 조여 주는 스릴러 특유의 재미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젊음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초반엔 풋풋한 하이틴 영화처럼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서서히 스릴러의 외형을 갖추어가는 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 영화의 장르를 말한다면 하이틴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군요. 암튼 그러한 새로움만으로도 [디스터비아]는 제겐 꽤 괜찮은 스릴러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엿보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동네에서 유명한 말썽꾼이 되어버린 케일(샤이아 라보프)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스페인어 선생을 주먹으로 치는 바람에 3개월 동안 가택연금이라는 벌을 받게 됩니다. 혈기왕성한 그가 아무 할 일 없이 방안에 갇혀 지내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웃 엿보기뿐입니다.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애슐리(사라 로머)의 미끈한 각선미부터 이웃집 남자의 불륜의 현장, 그리고 연쇄 살인마로 의심되는 수상한 터너(데이비드 모스)의 행적까지...
[디스터비아]는 엿보기라는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가장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작합니다. 집안에 갇혀 지내는 케일로부터 시작된 엿보기는 그의 대책 없는 친구 로니(아론 유)가 합류되고, 부모에게 불만 많은 애슐리마저 그 대열에 합류하며 점점 그 규모를 늘려나갑니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냥 재미로 시작한 엿보기가 어느새 이웃에 사는 연쇄 살인마와의 무시무시한 전쟁이 됩니다. 10대의 장난에서 시작된 엿보기가 목숨을 건 걷잡을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엿보기라는 소재는 스릴러의 대가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이창]에서 사용한 후 스릴러 영화에선 자주 사용하고 있는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한마디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젊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고전적인 소재인 엿보기를 새롭게 그려냅니다. 다른 스릴러의 엿보기와는 달리 케일과 그의 친구들은 세상과 어른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항을 엿보기로 분출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연쇄 살인으로 표현되는 어른들의 냉혹한 세계에 대한 맞짱 뜨기로 이어집니다. 무관심하고 무기력한 어른들에 비해 미약하지만 힘을 합쳐 터너와 맞서는 케일과 친구들. 그것이 바로 젊음의 힘이겠죠.


 

 


당신의 이웃은 괜찮습니까?

'모든 살인자는 누군가의 이웃이다.' 이 영화의 광고카피입니다. 단순해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한 사실입니다. 매일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이웃이 무시무시한 살인자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 누구와도 친해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우린 혼자 살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내 이웃이 살인자라고 할지라도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디스터비아]는 그러한 이중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평화롭게 낚시를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를 잃은 케일은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듯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하지만 그는 혼자 집안에 갇히며 오히려 이웃과의 관계에 눈을 뜹니다. 물론 그것이 비정상적인 엿보기이지만...
만약 예전처럼 케일이 이웃의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갖지 않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다면 그는 안전했을 것이고 더불어 터너의 행적 역시 들통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케일에게 이제 그만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과 관계를 갖고 살라고 윽박지르는 어른들은 오히려 이웃집의 범죄 행각에는 무관심하고 무능력합니다. 정말 아이러니하죠.
세상과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10대와 소통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세계의 전복. 비정상적인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이웃의 실체를 알아가는 케일의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나의 이웃들에게 어떤 이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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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음냐;;보긴했지만 딱히 재미있게는 못본영화 ;ㅅ;...러시아워3개봉일자만 기달리는중입니다~ㅇㅅㅇ/  2007/09/04   
쭈니 [러시아워 3]는 이번주에도 개봉을 하지 않더군요.
길가던행자님은 이번주 볼 영화 없을듯...
빨리 [러시아워 3]가 개봉되어야 길가던행자님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나눌텐데 말입니다. ^^
 2007/09/05   
바이올렛
샤이아 라보프... 오래전부터 찍어놨었는데 넘 유명해져서 아쉬워요ㅡ,.ㅡ;; 나 혼자 좋아하고 싶은데..ㅋㅋ
앞으로 좋은 작품 잘 선택하길...

이 영화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 이지만
10대 스럽운 점(?)을 잘 살려서 괜찮았던 작품이에요.
샤이아 라보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쭈니님 말씀대로 반전도 완전 판박이에다 썩 내새울만한 점은 없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이웃을 몰래 관찰한다는 소재를 이용한 점은 훌륭한 듯 싶네요.
그 소재를 좀 더 제대로 살려 정말 멋진 스릴러가 나올 수 있을것도 같지만 가볍고 경쾌한 스릴러...가 샤이아 라보프 덕에 살았으니 그 정도로 만족~
그래도 썩 재미는 없다는거 ~~
 2007/09/05   
쭈니 오우~ 바이올렛님은 샤이아 라보프를 오래전부터 찍어놓으셨군요. 대단한 안목이십니다. ^^
사실 이 영화 스릴러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호감이 가는 제겐 좀 이상한 영화였습니다. ^^;
 2007/09/05   
소라빵
디스터비아는 미국개봉당시때 보고...
한국개봉때 또 보고...
미국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봤던..
하아...
하지만 디스터비아의 뜻이 그정도로 강할줄은 몰랐네요..
전 단지 스토리가 괜찮은 스릴러라는것에서 전 만족했었는데말이죠..
 2007/09/09   
쭈니 소라빵님과 인연이 닿는 영화였군요.
3번이나 본다는 것은 드문 일인데... ^^
 2007/09/09   
EKNY
그냥..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였죠 ^^;  2007/09/14   
쭈니 네 맞습니다.
가슴 졸이며 보지 않아도 되는 그냥 재미있는 스릴러라는 편이 맞을 것 같네요. ^^
 2007/09/14   
산와머니
로니(아론 유)를 보면서 왠지 흐뭇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미국에 가서도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
참고로 이영화는 미국에서 3주째 박스오피스에 올랐다죠.
 2007/09/17   
쭈니 네, 그렇습니다.
3주째 박스오피스 1위...
물론 당시가 조금 비수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대단한 기록이죠.
아론 유는... 정말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 특유의 못말리는 10대 연기... 좋았습니다. ^^
 2007/09/18   
여호와
디스터비아 그리 재밌게 본 영화는 아니지만 생각없이 즐기기엔 좋은 영화였습니다.
약간 이상한것은 처음의 아버지의 죽음이 마치 이 영화자체의 큰 복선인 듯이 나왔으나 후반부에는 아버지의 죽음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사건 전개 이렇게 될거면 아버지의 죽음을 애초에 깔아놓고 시작했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제목도 참 잘 지은거 같은데 단어뜻을 몰라서 사전을 보니 사전에도 없었는데 라디오에 나오는 말을 듣고 알았습니다.ㅋ
disturbia 는 disturb + ia 가 합성된 단어라는 군요
방해하다와 공간이라는 단어가 만나서... 평온하지만 언제든지 방해받을 수 있는 곳
 2007/09/23   
쭈니 저도 사실 아버지의 죽음이 뭔가 사건과 연관이 잇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 연관이 없어서 약간 허무하긴 했었습니다. ^^
그리고 제목에 그런 뜻이 숨어 있었군요.
전 영어 제목을 보면 뭔 뜻일까 궁금해지더라도 집에 오면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본 얼티메이텀]의 경우도 구피가 대신 찾아서 알려줬죠. ^^;
 2007/09/23   
규허니
절대태클아닙니다만..여호와라는 아뒤쓰시는분..죄송스럽지만 아뒤바꿔주시죠.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사람으로서 굉장히 맘이 안좋습니다만..  2007/09/27   
쭈니 아~ 무심히 넘겼는데 정말 그렇군요.
아마도 여호와님께서는 무심코 그런 닉네임을 쓰신 것은 아닐지... ^^
 2007/09/27   
규허니님의 댓글보고.. 닉넴.. 안되는건가? 하고 생각하던차에.. 닉넴뒤에 님자를 붙이니.. 참 그럴수도 있겠다 싶고.. 어쩌면 하나님을 너무 사랑해서 닉넴을 그렇게 붙이신게 아닐까요?^^  2008/06/09   
쭈니 갑자기 뜻하지 않은 종교분쟁... ^^  2008/07/21   
쩌비
오...친구가 추천해줘서 봤는데..확실히 반전은 없어요..ㅋㅋㅋ의외로 아론 유가 범인이었다!!!뭐 이런 반전이 있길 원했는데..ㅋㅋㅋㅋ하지만 순간순간 깜짝깜짝 놀래키는건 정말 대단하던데요-_-공포물인줄 알았어요..ㅋㅋㅋ쓸데없는 걸로도 놀래키데요..ㅋㅋ  2008/09/14   
쭈니 쓸데없는걸로 놀래키다... ^^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