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마이 파더] - 사랑할줄 아는 그는 위대하다.

쭈니-1 2009. 12. 8. 20:23

 

 



감독 : 황동혁
주연 : 다니엘 헤니, 김영철
개봉 : 2007년 9월 6일
관람 : 2007년 9월 8일
등급 : 15세 이상

극장 앞에서 20분간 고민에 빠지다.

구피는 회사일이 바쁘다며 일주일간 야근한 것도 모자라 토요일에도 정상출근을 합니다. 토요일엔 12시까지 늘어지게 자는 것을 즐기지만 구피 없이는 혼자 텅 빈 집에서 자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는 구피를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 지난주처럼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전날 영화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또 세웠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볼 수 있는 영화는 단 두 편뿐이었기에 영화 시간표를 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며 결국 일단 [마이 파더]를 보고 나머지는 영화 끝나고 다시 생각하지는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아침 일찍 CGV목동에 가서 [마이 파더]를 예매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전날 미처 끝내지 못한 고민에 다시 빠졌습니다. [데스 프루프]와 [척 앤 래리], 그리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까지... 저마다 각각의 다른 이유를 들어 '날 봐줘'라며 절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마이 파더]를 보고나서도 결정은 쉽사리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인 [데스 프루프]는 요즘 기분이 별로 좋지않아 잔인한 영화가 별로 땡기지 않았기에 고민이 되었고, [척 앤 래리]를 보며 맘껏 웃고 싶었지만 제겐 비호감인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가 눈에 거슬렸으며, 직장인의 애환을 웃음과 음악으로 그린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보고 싶었지만 나중에 비디오로 봐도 될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오랫동안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한 적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결국 20여 분간은 극장 매표소 앞에서 서성이다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 최종 결정을 내리고 표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시작 1분전, 장모님의 호출로 인하여 극장 안으로 향하던 제 발길을 돌려 웅이에게 갔습니다. 20분 동안 고민한 보람도 없이 말입니다. ^^;


 

 


그를 동정하고 싶지는 않다.
  
실화에 대한 영화를 보고나서 그것에 대한 영화 이야기를 쓴다는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다른 영화의 경우는 어차피 캐릭터들이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쓰는데 부담이 없지만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의 경우는 캐릭터들이 실존 인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가 참 껄끄럽습니다. [마이 파더]가 바로 그러합니다.
이 영화는 22년 만에 사형수 아버지를 만난 입양아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보다도 극적이며 감동적입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상영되기 전 피해자 가족의 상영불가에 대한 잡음이 있었듯 영화 자체를 그저 단순한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이 파더]는 22년 만에 아버지를 찾은 해외 입양아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이 토막 살인을 당한 피해자의 잊고 싶은 과거가 담보로 잡혀있기 때문입니다. 악몽과도 같은 그 날의 사건을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피해자의 가족들에겐 [마이 파더] 그 자체가 악몽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전 영화 속 황남철(김영철)을 동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비록 사회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냉대로 인하여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 끔찍한 살인사건을 벌였다고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의 책임이며 그에 대한 죄의 대가 역시 당연히 그가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사형을 당한다고해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슬픔이 덜어지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그런 무시무시한 범죄에게서 우리를,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기에 황남철의 사형에 대해서 동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마이 파더]는 제겐 참 미묘한 영화였습니다. 영화 자체가 많이 슬프고 눈물샘을 충분히 자극하지만 그 슬픔의 한 축에 자리 잡은 황남철에 대해선 동정의 여지가 없었기에 슬프지도 그렇다고 안 슬프지도 않는 이상한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파커는 대단하다.

영화에 대한 시선을 황남철에게 둔다면 [마이 파더]는 참 미묘합니다. 슬프지만 슬프면 안 되는 그런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선을 다른 한 축인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에게 둔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낯 설은 외국 땅에서 주위의 편견 속에서 자라야 했습니다. 페인트로 머리를 노랗게 염색을 하기도 했지만 그의 다름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예쁜 여자 친구를 사귀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넌 우리와 너무 달라'라고 그를 거부했습니다. 만약 제가 이러한 상황이었다면 세상을 원망하고 날 버린 부모를 원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습니다. 편한 삶을 버리고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왔으며, 아버지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를 감싸 안았습니다. 마지막엔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요? 그의 마음속엔 분노가 자리 잡고 있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는데 그 분노의 자리엔 오히려 사랑만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용서를 받을 수 없는 아버지를 향한 그의 사랑은 비록 저 역시도 황남철을 용서할 수는 없었지만 제임스 파커의 사랑이 위대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특히 영화가 끝나고 실제 애런 베이츠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필름은 영화보다 더욱 감동스러워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앉아 아슬아슬하게 눈 끝에 매달린 눈물을 기여코 흘리게끔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에 [Mr. 로빈 꼬시기]로 영화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다니엘 헤니의 연기력도 한 몫을 합니다. 그는 자신의 매력이 단지 잘생긴 얼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관객의 눈물샘을 맘껏 자극시킵니다. [Mr. 로빈 꼬시기]가 다니엘 헤니의 발견이라면 [마이 파더]는 다니엘 헤니가 영화배우로 인정받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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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근래엔 개강땜시 영화를 볼짬이 안나네요 OTL...금단증상이 일어날듯 =ㅅ=.......  2007/09/11   
쭈니 금단현상... 이해합니다. ^^
저도 그거 자주 걸립니다. ^^;
 2007/09/11   
sky2582
저는 [마이 파더]랑 [즐거운 인생]이랑 뭐볼까 고민해서 즐거운 인생을 봤는데... 너무 재밌더군요...
전작 [라디오 스타]처럼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음악이 너무 좋고... 그리고 저희 집 근처 cgv에선 즐거운 인생이 한 타임 잡혀있길래 봤답니다....^^ 추석이 기다려 지네여
 2007/09/12   
쭈니 지난주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봤다면 [즐거운 인생]과 비교하며 영화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생각밖에 안드네요.
결국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물건너 갔지만 [즐거운 인생]은 꼭 볼 생각이랍니다. ^^
 2007/09/12   
바이올렛
두 배우가 좀 닮긴 했네요.  2007/09/13   
쭈니 그런 생각은 안해봤는데...
그러고보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마 같이 연기하느라 붙어있어서 그런가??? ^^;
 2007/09/13   
EKNY
저도 다큐볼때 슬펐습니다...
결국엔.. 그리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2007/09/14   
쭈니 한마디로 마지막 다큐만 재미있으셨다는 말씀이시군요.
사실 영화는 조금 뻔하긴 했습니다만...
이것이 실화라는 사실이 놀라웠던 영화였습니다.
 2007/09/14   
샤샤
매일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남기네요 ㅎㅎ
쭈니님 의견 보면서 저도 8일 오전에 목동cgv에서 봤는데
영화 같이본 사이?? ㅋㅋ 저도 큰기대는 안하고 봤는데요..
전 남자지만 영화 보면서 잘울거든요 ㅎ_ㅎ;;
전 참 훈훈해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ㅋ
 2007/09/15   
쭈니 샤샤님은 몇회를 보셨는지...
전 1회로 봤답니다.
암튼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같은 영화를 본 기막힌 인연이 잇는 사이군요. 샤샤님과 저는... ^^
 2007/09/16   
짜야♥
쭈니네 집을 알게 된지 일년이 훌쩍 넘어서야 이렇게 첫 발자취를 남기게 되네요..
좀 부끄럽습니다만, 마이파더가 dvd로 나왔단 소식에 인터넷으루 다운받아 보게 되었는데, 영화 보는 내내 펑펑 울었던 기억밖에 안나는군요..
다니엘헤니.. 얼굴만 잘생긴게 아니라 연기마저도 일품이였고, 극중 아버지였던 김영철씨 (원래 연기파 배우인건 알았지만^^;;) 때문에 정말 많이 울었던것같아요.. 영화가 끝나구, 실제 기사, 사진보고도 눈물이 그치질 않네요..
별볼일 없는 글이지만, 영화끝에 감동이 마르지 않아 한글 적고 갑니다..
첫 글을 남겼으니 이제 글쓰는 울렁증을 극복해야 할터인데.. ^^;; ㅋ
 2007/11/25   
쭈니 일단, 첫 발자취... 축하드립니다. ^^;
확실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였습니다.
살인마를 미화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긴 했지만 애런 베이츠의 위대한 사랑까지 평가절하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쓰는 울렁증에서 벗어나 덧글 마니 마니 남겨주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2007/11/25   
글쎄요.. 저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던 영화..
어디에서 울어야 하는 거지요..?? ^^;;;

크게 느낀바로는 다니엘 해니 연기력이 상당히 괜찮았다는 것
그게 저한테는 소득이었습니다 ^^;;
 2007/12/08   
쭈니 이번 영화제에서 다니엘 헤니가 신인상을 휩쓸고 있더군요. 전 하나쯤은 정지훈이 탈줄 알았는데... ^^  2007/12/08   
바이올렛
제가 보기에도 다니엘 헤니..의 연기가 의외로 좋았습니다. 작품자체도 '신파'만으로 일관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눈물만 뽑아내는 영화일까봐 보기 싫었었거든요. 그러나... 이야기 구성이 좋았어요. 범 세계적(?)으로 통할만한 이야기 구성인데, 좀 투박해 보여서 아쉽기도 하더라구요. 기름기 좀 빼서 쫌...만 더 잘만들었다면... 하는 바람이 아주 컸어요. 그래도 뭐, 아쉬운 만큼 좋았답니다.  2008/01/06   
쭈니 지난 연말 국내 영화제에서 다니엘 헤니가 신인남우상을 휩쓸었죠. 아무래도 배역에 한계가 있긴하지만 그의 연기를 앞으로도 쭈욱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  2008/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