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폴 그린그라스
주연 : 맷 데이먼, 줄리아 스타일스, 조안 알렌
개봉 : 2007년 9월 12일
관람 : 2007년 9월 18일
등급 : 12세 이상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며칠 전부터 [본 얼티메이텀]에 대한 좋은 입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저희 회사 동료조차 다운로드로 이 영화를 본 후 제게 추천을 할 정도이니 [본 얼티메이텀]은 개봉 전부터 꽤 좋은 점수를 받으며 국내 개봉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개봉 전부터 준비를 차곡차곡한 것은 [본 얼티메이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비디오 대여점에서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를 빌려 영화를 보기 전 미리 복습을 해두었으며, 다운로드에 대한 유혹과 영화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외면하면서 극장에서 [본 얼티메이텀]을 볼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거실 도배를 적극(?) 도와줌으로 사이가 안 좋았던 구피와의 사이도 회복하여 결혼 전 같이 보았던 [본 아이덴티티]와 결혼 후 같이 보았던 [본 슈프리머시]와 함께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인 [본 얼티메이텀]을 오랜만에 구피와 함께 보게 된 것도 제겐 좋은 징조였습니다.
암튼 영화를 보기위한 완벽한 준비와 영화를 보기 전 좋은 징조를 함께 선사했던 [본 얼티메이텀]을 드디어 봤습니다. 영화 내내 치밀하게 구성된 시나리오와 화끈한 액션 덕분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이 영화는 과연 최고의 액션 영화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가 최후 통첩을 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가 제게 묻습니다. '얼티메이텀(ultimatum)이 무슨 뜻이야?' 영어에 약한 저는 당연히 '글쎄!'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다음날 구피가 제게 알려주더군요. '얼티메이텀은 최후통첩이래.' 그러고 보니 '본의 최후통첩'이라는 뜻의 [본 얼티메이텀]은 과연 영화의 제목에 부합하는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본 아이덴티티]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채 마리와 사랑에 빠졌던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본 슈프리머시]에서 암살자에 의해 사랑하는 마리를 잃고 복수에 나섭니다. 결국 암살자와 배후조정자를 없애지만 그의 복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본 얼티메이텀]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제이슨 본은 모든 것을 파헤치려합니다. 마리와의 사랑으로 인하여 잠시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와 자신을 끝까지 뒤쫓고 없애려고 하는 조직의 거대한 음모까지도...
사정이 이러하니 [본 얼티메이텀]은 전작들에 비해서 훨씬 거대해졌습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채 알 수 없는 적들에게 쫓겼던 [본 아이덴티티]와 사랑하는 마리를 잃은 채 개인적인 복수에 매달렸던 [본 슈프리머시]와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이 영화의 스케일은 CIA의 고위 간부가 아닌 아예 CIA와 정면으로 맞붙습니다.
따라서 제이슨 본을 뒤쫓는 적의 놀라운 정보력은 전편을 능가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고 이에 맞서는 제이슨 본 역시 시리즈 사상 역대 최강의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기에 엄청난 힘과 권력을 지닌 CIA와 역대 최강의 첩보원 제이슨 본의 대결은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합니다.
제이슨 본은 여자 복(福)이 많다.
정신없이 쏟아져 내리는 액션과 상상을 초월하는 정보력의 한판 대결을 거의 2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동안 정신없이 감상 하고나니 제가 마치 현장의 한가운데에서 적의 추격을 힘겹게 뿌린 친 후의 숨가쁨이 느껴졌습니다.
폴 그린그라스 감독은 [본 슈프리머시]에서도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현장에 있는 듯한 관객의 느낌을 극대화 시키더니 [본 얼티메이텀]은 아예 그에 한술 더 떠서 내 자신이 쫓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습니다. 아마도 치밀한 시나리오와 폴 그린그라스 감독의 그러한 능력이 [본 얼티메이텀]이 네티즌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런 특출난 능력만을 지닌 영화만은 아니었습니다. [본 얼티메이텀]은 역대 첩보원들이 그러하듯 제이슨 본에게 아름다운 여인들을 안겨주며 관객들에게 익숙한 재미도 선사한 영화입니다.
제이슨 본은 비록 바람둥이 첩보원 제임스 본드와 비교할 정도로 여자 복이 타고 나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여성 캐릭터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CIA에 대한 제이슨 본의 분노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 마리와 [본 아이덴티티]에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않다가 [본 슈프리머시]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며 결국 [본 얼티메이텀]에서 제이슨 본의 든든한 동료로 부상된 니키 파슨스(줄리 스타일스), 그리고 CIA의 유일한 제이슨 본의 우군인 파멜라 랜디(조안 알렌)까지. 그러한 여성 캐릭터들의 사랑과 도움이 있었기에 제이슨 본의 최후통첩이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넌 네가 한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니?
'미국을 위해서'라는 미명아래 CIA가 행했던 그 추악한 음모의 최전선에 바로 자기 자신이 있었음을 기억해낸 제이슨 본. [본 아이덴티티]에서 그의 마지막 임무가, [본 슈프리머시]에선 그의 첫 번째 임무가 밝혀지더니, [본 얼티메이텀]에선 모든 비밀이 풀립니다.
자신이 그토록 알아내려 노력했던 잃어버린 기억을 회복한 후 스스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던 제이슨 본은 결국 복수의 마무리를 법의 심판에 맡깁니다.
뭔가 화끈한 복수를 기대했던 제겐 너무 착한 마무리이긴 하지만 자기 자신도 결코 이 음모에서 떳떳하지 않음을 깨달은 제이슨 본에게는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 역시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수한 잘못들로 인하여 남들에게 원망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저는 제이슨 본처럼 그러한 과거를 기억해내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묻어 버리려하죠.
과도한 음주로 필름이 끊긴 그 다음날, 저는 일부러 술자리를 같이했던 친구들에게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마리가 죽지 않았다면 제이슨 본 역시도 구태여 자신의 과거를 들춰낼 이유가 없었을 텐데... 영화를 보고나니 난 잃어버린 내 기억들을 절대로 들춰내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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