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유령신부] - 팀 버튼을 향한 짝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쭈니-1 2009. 12. 8. 18:36

 




감독 : 팀 버튼, 마이크 존스
더빙 :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에밀리 왓슨
개봉 : 2005년 11월 3일
관람 : 2005년 11월 12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내가 마지막으로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봤던 것이 언제였던가?' 지금 저는 혼자 앉아 곰곰히 이 질문에 대해서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답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네요. 왜냐하면 결혼 이후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해봤던 일이니까요. 꼭 구피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좋은 영화친구들이 언제나 저와 함께 해주었으니 제가 혼자 영화를 본 것이 언제였는지는 생각해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전 혼자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된 시사회도 아닌, 개봉한지 벌써 2주차에 접어들은 [유령신부]를 보기위해 혼자 극장으로 향한 것이죠.
어떤 분들은 분명 '난 매일 혼자 영화보러 가는데 그게 뭐 대수냐'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옛날 [죽은 시인의 사회]를 혼자 보러갔다가 영화 중간에 저와 중복된 표를 가진 커플들에게 자리에서 쫓겨나며 다시는 혼자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저로써는 혼자 극장에 간다는 것은(물론 그 이후에도 몇번 혼자 영화를 보러가긴 했지만) 대단한 결심입니다. 그만큼 저는 [유령신부]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유령신부]를 보기위해 토요일 한가로운 낮잠도 포기하고 부랴부랴 극장으로 향한 저는 극장안에 간간히 보이는 어린아이들을 보고 꽤 당황해야 했답니다.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지만 팀 버튼의 영화에 어린아이들이 앉아 있는 모습은 지금까지 팀 버튼의 그로테스크한 영화적 재미에 흠뻑 빠져있던 저로써는 낯설은 풍경이었답니다. [찰리와 초코릿 공장]를 생각한다면 조금 이해가 되는 풍경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과연... 아니나다를까 제 옆자리의 여자아이는 '아빠 무서워'라며 울먹이더군요. 그런 아이들의 반응이 자꾸 제 영화 감상을 방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령신부]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유령신부]는 분명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빅 피쉬]에서부터 변화를 가져온 팀 버튼의 최근 성향과 그러면서도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같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유쾌한 재미를 잃지않는 팀 버튼 특유의 재치가 잘 버무러져 있더군요.
먼저 제가 느낀 이 영화에서의 착하게 변한 팀 버튼의 스타일은 뮤지컬 형식의 음악과 라스트의 진부함을 손꼽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의 뮤지컬 형식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입니다.(설마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 ^^) 솔직히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형식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목시킨 것이 디즈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뮤지컬 형식의 음악은 엄청난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고 한때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필수 요소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분명 팀 버튼과 음악은 빠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특히 그 음악이 팀 버튼과 오랜 영화적 동반자인 대니 앨프만의 음악이라면 더욱 팀 버튼답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유난히 [유령신부]의 음악은 디즈니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화려한 쇼와 같은 그 절묘하고 흥겨운 음악들은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를 들썩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 흥겨운 음률덕분에 [유령신부]가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들이 해골을 귀여워하며 유쾌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대니 앨프만의 음악은 신비스러운 느낌의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령신부]를 보고나니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더군요.
게다가 영화의 라스트가 결국 '진실된 사랑'이라는 통속적인 주제는 솔직히 영화 전반적은 유쾌한 재미에 비해 약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자신의 대표적인 멜로 영화인 [가위손]에서조차 통속적인 해피엔딩보다는 여운이 남는 비극을 선택했던 팀 버튼이 [유령신부]에서는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해피엔딩을 선택함으로써 제겐 너무 작위적인 아쉬움이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결코 [유령신부]에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많은 부분에서 너무 착해진 팀 버튼의 변화된 모습이 발견되긴 했지만 [찰리와 초코릿 공장]처럼 그렇게 직접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팀 버튼은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변화된 모습을 영화속에 반영함으로써 그의 팬들의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선택을한 셈입니다.
일단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상케하는 친숙한 캐릭터들이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디즈니식의 예쁘장한 미남미녀 스타일의 캐릭터가 아닌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싫어할 수도 없는 그 독특한 캐릭터들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증폭시켰습니다.
특히 지하의 시체들의 세계는 마치 팀 버튼의 걸작 [유령수업]을 보는 것만 같은 흥겨움을 안겨줬습니다. 지상의 욕심으로 가득찬 인간 세상과는 달리 원색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지하의 그 흥겨운 세상은 여전히 팀 버튼 특유의 사지절단을 보여주긴 하지만 유쾌한 그로테스크라는 상반된 단어의 조합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팀 버튼만의 장기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무덤에서 기어나오는 유령신부의 첫등장(제 옆의 여자이아가 이 장면에서 무섭다며 울먹이더군요.)에서 풍기는 애니메이션에는 어울리지않는 그 요상한 음습함과 지상 세계에 대한 그 통렬한 비꼬임은 팀 버튼 감독이 착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팀 버튼다운 면모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사실 그러한 팀 버튼다운 면모를 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령신부]는 제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었답니다. [빅 피쉬]를 본 후 '설마 설마'했다가 [찰리와 초코릿 공장]를 본 후 완벽하게 실망했던 저로써는 [유령신부]는 그나마 만족스러운 영화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유령신부] 덕분에 팀 버튼에 대한 제 짝사랑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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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이
영화를 재밌게 잘 보고 있는데 끝이 나버리는거야.. 사실 끝나야 하는 장면은 맞는데.. 영화가 너무 짧았던거 같어. 많이 보고싶었던 영화였는데, 생각보다는 재밌었고, 특히 캐릭터들의 모습이 인상깊었어. 나는 크리스마스 악몽을 못 봤는데, 이거 보고 나니까 함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던데..
약간 지루할만했는데, 음악과 캐릭터들의 묘사가 잘 어울려서 더 좋았던것 같기도 해.
 2005/11/14   
쭈니 이 영화, 확실히 짧긴 짧더라. 집에서 출발하여 극장에 도착하고, 영화를 본후 걸어서 집에 다시 도착하고 나니 딱 2시간 흘렀더라. ^^;  2005/11/14   
영원..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함께 비교하면서 본 터라.. 아마 저에게는 조금 덜했나 봅니다. 아니면.. 단순히 동심을 잃어서일지도..[흑]  2005/11/14   
쭈니 아니 그럴리가요... 아마 제가 워낙 팀 버튼을 좋아해서 이 정도로도 만족했다고 생각하세요. 분명한건 [찰리와 초코릿 공장]처럼 너무 심하게 팀 버튼답지 않지는 않았잖아요. ^^  2005/11/15   
구피의꿈
앞으로도 많이 혼자 영화 보세용...메롱..  2005/11/16   
쭈니 괜찮다고 말할땐 언제고... 삐치기는... ^^  2005/11/16   
dori
유령신부는 재미있는 영화를 안좋은 캠 버젼으로 봤더니 재미가
반감되서 별로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에 남지 못하네용..
이잉... 담에 DVD로 나오면 다시 한번 봐야 겠네염.. --;;;
 2005/12/04   
쭈니 제 경험으로도 캠버전으로봐서 재미있었던 영화는 없었던것 같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  2005/12/04   
주헌아빠
팀버튼....짝사랑 안 할 수 없는 감독입죠..
와이프가 이게 뭐야..하는 '화성침공'도 전 낄낄 거리며 박수치며 봤는데..암튼..그 사람 매력에 한 번 빠지면..헤어나지 못하나봅니다...유령신부는 아직 못봤는데..꼭 봐야겠습니다.
둘째가 이제 돌이라..통 영화볼 시간이 없네요...
암튼 저도 쭈니님 처럼 팀버튼을 짝사랑하고 있답니다..코헨브라더도 짝사랑하고 있죠..ㅋㅋ
 2006/01/03   
쭈니 저도 [화성침공]박수치며 봤었답니다. ^^; 하지만 아직 코헨브라더스는.... ^^;  200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