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사랑해, 말순씨] - 잘 만들었다! 그런데 심심하다!!

쭈니-1 2009. 12. 8. 18:34

 




감독 : 박흥식
주연 : 이재응, 문소리, 윤진서
개봉 : 2005년 11월 3일
관람 : 2005년 11월 1일
등급 : 12세 이상

10월 한달내내 극장에서 영화보기에 대한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한달동안 극장에서 겨우 2편의 영화밖에 못보다니... 아마 최근 몇년사이 가장 저조한 성적일 겁니다. 그런 지긋지긋한 10월을 보내고 당차게 11월을 맞이한 저는 11월의 첫날부터 [사랑해, 말순씨]라는 영화를 통해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11월의 당찬 시작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답니다. [소년, 천국에 가다]의 시사회를 가기위해 버스를 잡아탄 구피가 버스의 급정거로 넘어져 한동안 병원에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답니다. 아픈 그녀에게 영화보러 가자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극장에서 영화보기에 대한 쭈니의 슬럼프는 11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랍니다. ^^;
암튼 10월의 오랜 슬럼프와 11월의 새로운 슬럼프의 중간에 운좋게 보게된 [사랑해, 말순씨]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운 영화입니다. [사랑해, 말순씨]에 대한 당황스러움은 영화 자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제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그 당황스러움의 정체는 바로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쓸 말이 전혀 없다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영화를 보고 시사회장을 나오는 길... '재밌었어?'라고 묻는 구피에게 전 아무런 말도 해줄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았습니다. 재미있다고하기엔 너무 밋밋했고, 재미없다고하기엔 꽤 잘만든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거참 헷갈리더군요. 지금까지 전 영화를 보고나면 할 이야기가 많아서 쓸데없이 리뷰 글이 길어졌는데 [사랑해, 말순씨]는 전혀 쓸 말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감정을 뭐라 설명해야할지...


 



일단 이 영화가 제게 재미있었던 부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1979년을 배경으로한 이 영화는 정겹습니다.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린 그 시절의 향수... 그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입니다.
1979년에 저는 6살짜리 꼬맹이였습니다. 그렇기에 1979년엔 이미 중학생이었던 영화속 광호(이재응)와는 조금은 다른 상황이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는 않하고 재미없는 뉴스만 계속 반복되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날에서부터 '발길을 돌리려고~'로 시작되는 유행가사, 그리고 답장을 쓰지 않으면 3년간 불행이 찾아온다는 공포의 행운의 편지까지... [사랑해, 말순씨]를 보고있으면 그때 그 시절이 아련하게 생각이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등 주로 잔잔한 분위기의 멜로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박흥식 감독은 이번 [사랑해, 말순씨]에서도 결코 떠들썩하지않게 그 시절을 기억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해냅니다.
어쩌면 광호의 성장 이야기는 그냥 겉모습일뿐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보기에 박흥식 감독이 [사랑해, 말순씨]를 통해 진정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암울했던 우리의 근대사가 아니었을런지, 아버지는 대한민국 경제 일꾼으로 머나먼 타국에서 땀을 흘리고 있고, 어머니마저 어려운 형편속에서 시름시름 앓아갑니다. 학교는 힘없는 아이들을 향해 폭력을 휘둘르고, 인권은 사정없이 유린되던 그 시절, 박흥식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말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 시절은 아름다웠지만 나는 결코 그 시절을 사랑할 수가 없었노라'라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재미없습니다. 아니 재미없다기 보다는 심심합니다. 어쩌면 그것 역시 박흥식 감독의 스타일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인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물론 [인어공주] 역시 제겐 특별히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조금 심심한 영화였었거든요. [사랑해, 말순씨]는 그러한 박흥식 감독의 전작 분위기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제게 심심했던 이유는 70년대 말에 대한 추억외에 영화에서 별다른 재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흥식 감독은 70년대 말에 대한 추억과 광호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 그리고 암울했던 우리 정치 사회속의 평범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그려냈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모든 것이 떠들썩하지 않고 오히려 아주 조용히 속삭이는 듯이 보입니다.
스토리는 너무 뻔하게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만 가고, 광호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들 예정된 비극속으로 치닫지만 그러한 비극에 대해서 요즘 유행하는 과장된 눈물 코드따위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 영화는 다른 멜로 영화들보다 정직할지도 모릅니다. 관객들에게 '울어라'라고 강요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는 심심합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그저 조용히 한 소년의 일기장을 훔쳐본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영화를 본지 거의 일주일이 흐른 지금, 다시한번 이 영화를 곱씹어 보지만 역시 '정직하게 잘만들었다, 그런데 심심하다'외에 이 영화에 대한 별다른 표현을 찾기가 힘드네요. 단지 확실한 것은 아줌마 연기마저도 완벽하게 해내는 문소리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이 더욱 깊어졌으며, 이재응이라는 꽤 걸출한 아역 연기자를 발견했고, 윤진서가 이젠 주연 배우로 발돋음해도 한편의 영화를 책임질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랑해, 말순씨]에 대해서는 뭐 이 정도로 만족해도 괜찮을 듯... ^^


 

 


 

IP Address : 218.38.104.75 
영화광ㅋㅋ
아 그렇군요; 심심한 영화라..... 그냥 기다리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나 보러 가야지;;;;  2005/11/06   
쭈니 저도 보고싶은데... [미스터 소크라테스]... 하지만 힘들듯... 보고나서 재미있었는지 말씀이라도 해주세요. ^^;  2005/11/07   
해피셀리
맞아요, 심심했어요
넘~ 잔잔한...ㅋㅋ
 2005/12/15   
쭈니 물론 이런 잔잔한 영화도 좋긴하지만... 전 이런 류의 영화는 극장보다는 집에서 부담없이 보는게 더욱 좋더라고요. ^^  200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