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 사랑은 위대하다.

쭈니-1 2009. 12. 8. 18:31

 




감독 : 민규동
주연 : 주현, 엄정화, 황정민, 임창정, 김수로, 윤진서, 천호진
개봉 : 2005년 10월 7일
관람 : 2005년 9월 30일
등급 : 15세 이상

사랑은 위대합니다. 뜬금없이 뭔소리냐고요? 요즘 가을을 맞이한 멜로 영화들에 둘러쌓여 있어서인지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의 위대함이 너무 뻔한 상업적 코드가 아닌 진실된 외침으로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답니다.
[신데렐라 맨]의 가족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 [외출]에서의 지독스럽게도 잔잔한 불륜의 사랑, [종려나무 숲]의 구시대적이지만 그렇기에 정감이 가는 우리 어머니들의 지고지순한 사랑, [형사]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조선시대 여형사와 이름없는 검객의 판타지스러운 사랑, 그리고 최근 보았던 [사랑니]에서의 여선생과 남학생의 사회적 금기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사랑까지...
물론 이 모든 사랑에 동감하며, '그래 역시 사랑은 위대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달동안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가 가득 넘쳐나는 영화들을 봤더니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계속 내 머릿속을 빙빙 돌고 있네요.
그 중 역시 최고의 하일라이트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마치 정성껏 준비한 '사랑 종합 선물 세트'처럼 한달동안 보아왔던 그 수많은 사랑 영화들이 했던 이야기들을 단 한편의 영화에 차곡차곡 쌓아놓았습니다. 정말 사랑에 대한 대단한 내공이 담겨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일곱개의 사랑을 관객 앞에 펼쳐놓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보다도 더 많은 사랑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제가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죠. 암튼 이 영화에서 제가 발견한 일곱개의 사랑 이야기는 놀랍게도 제각각 그 모양새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톡톡튀는 이혼녀와 순진남의 사랑, 가난한 연인의 찡한 사랑, 엽기스러운 수녀의 발랄한 짝사랑, 중년의 알콩달콩한 사랑, 남성간의 조금은 불편스러운 사랑, 철없는 아버지와 불치의 병에 걸린 어린 딸의 감동스러운 사랑,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순진한 사랑까지...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에피소드 속에는 또다른 사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민규동 감독은 마치 평생 해야할 사랑 이야기를 이 한편의 영화에 모두 담아보겠다는 듯이 욕심을 부립니다.
하지만 그 욕심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충분히 책임질만한 주연 배우들을 십여명 대동하고 일곱개의 사랑 이야기라는 얼핏 듣기에 복잡다난할것만 같은 스토리 라인을 민규동 감독은 아주 차분하게 스크린 속에 투영시킵니다. 이 영화속의 사랑 이야기와 등장 인물들을 아주 공평하게 영화속에서 배분되어있으며 각각의 이야기가 톱니바퀴 돌아가듯이 서로 맞물림으로써 스토리 라인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갑니다.  
물론 그러한 방법이 이 영화가 처음 시도하는 독특한 방식은 아닙니다. 우린 이미 [러브 액츄얼리]라는 명품 멜로 영화를 경험했으니까요. 하지만 [러브 액츄얼리]가 있다고해서 민규동 감독의 이 뛰어난 연출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누가뭐래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제가 최근에 보았던 그 어떤 멜로 영화보다 뛰어난 영화임에 분명하니까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웃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영화속 에피소드중에서 가장 웃음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순진한 나두철 형사(황정민)와 톡톡튀는 페미스트 여의사 허유정(엄정화)의 사랑이 처음에 가장 돋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코미디 연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임창정, 김수로, 주현의 출연은 이 영화를 부담없는 로맨틱 코미디로 치장합니다.
민규동 감독은 스타들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영화의 초반 재미를 이끌어냅니다. [마지막 늑대], [너는 내 운명]에서의 순진남을 연기했던 황정민에게 나두철 형사라는 캐릭터의 옷을 입힌 것은 민규동 감독이 얼마나 각각의 배우들에게 어떤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알수 있습니다. 그러한 배우와 캐릭터의 적재적소의 배치는 황정민 뿐만이 아닙니다. 톡톡튀는 싱글녀 엄정화, 뺀질남 김수로, 고집불통 구두쇠 주현, 엉뚱녀 윤진서, 그리고 왠지 백수 이미지가 어울리는 임청정까지... 이 영화속의 배우들은 자기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것처럼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전파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관객 스스로 그런 자연스러운 이미지에 맞춰 편안해하고 있을때 후반부에 민규동 감독은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급작스러운 변화를 주며 찡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톡톡튀는 이혼녀에서 아이를 유괴당한 어머니의 절박한 심정을 연기한 엄정화의 변신에서부터 뺀질남에서 진정한 아버지로 변신하는 김수로의 연기까지... 그 무뚝뚝해보이는 곽회장(주현)이 오여사(오미희)에게 닭살스러운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이 제겐 급작스러운 변화의 절정입니다.
결국 민규동 감독은 스타급 배우들의 정해진 이미지에 맞춰 영화의 초반을 진행시키다가 후반부에 그들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연기 변신을 보여주며 사랑이 그들을 어떻게 변하게 했는지 간접적으로 표현해냅니다. 그러한 변화가 그들에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었던 겁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극장을 나서는 길... 어떤 여성 관객분이 상당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왜 우리 영화는 초반엔 웃겼다가 후반엔 울리려고하는지 모르겠어'라며 투덜거리시더군요. 영화를 볼땐 저도 몰랐던 사실인데 생각해보니 이 영화 역시 제가 가장 싫어하는 '슬픈 코미디'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영화였던 겁니다. 하지만 전 그 여성분과는 달리 이 영화의 슬픈 후반부가 그리 짜증스럽지가 않았답니다. 그 이유는 그 후반부가 슬프기보다는 오히려 아름답다는 사실을 영화를 보며 느꼈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에겐 있었나요?' 네 물론 제게도 있었습니다. 아니 아직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극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지만 제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한, 아니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한 내 일주일은 언제나 아름다울테니까요. 그렇기에 역시 사랑은 위대합니다.

P.S. 아무리 사랑이 위대하다고 할지라도 아직은 동성간의 사랑은 우리 관객들에겐 부자연스러운가 봅니다. 다른 에피소드와는 달리 천호진과 김태현의 이야기에선 여기저기에서 관객들의 어수선한 거부반응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인지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영화의 예고편에서도 천호진과 김태현은 찾아보기 어렵고, 하트로 가득한 이 영화의 포스터에서조차 김태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습니다. 천호진을 찾는것은 숨은 그림 찾기와 같고요. 영화 사이트와 영화 홈페이지에서도 천호진과 김태현의 스틸 사진한장 찾을 수 없으니... 아무리 그래도 그들의 사랑 역시 위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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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이 영화 보셨다는 소식을 듣고, 목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좋아하는 배우가 어울리는 역할로 나온다니 더욱 기대됩니다. 쭈니님의 영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왠지 영화가 더 재미있거든요. (^ㅅ^)  2005/10/07   
쭈니 그런 과찬을... 감사합니다. 상당히 재미있게본 영화였답니다. 특히 요며칠 본 영화가 재미없었다고 투덜거렸던 구피도 이 영화에만은 만족해서 더더욱 절 기쁘게만든 영화였죠. ^^  2005/10/07   
구피의꿈
음...좋은영화였지...하지만 사랑니 같은 영화를 보기 위해 내 소중한 시간과 웅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바꿀순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작품성이 어쩌구저쩌구를 따져봐도 시간낭비야.  2005/10/12   
쭈니 영화를 보기전에 그 영화가 재미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안담.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알지... ^^  2005/10/12   
심술퉁이
소설가세요? 문장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마음에 와닿네요. '_ '  2005/10/16   
쭈니 과찬이십니다. 고등학교때는 소설가를 꿈꾸긴 했지만 국어 선생님의 '넌 소질없어' 이 한마디에 좌절하며 포기했었죠. ^^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영화 시나리오쓴다고 깝죽거리고 있었을지도... ^^;  2005/10/16   
dori
우리나라 교육계가 이게 문젭니다. 소질보다도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예술가들도 많은데, 꼭 소질 운운하며 사람의
기를 죽여놓는다는 겁니다. 혹 압니까? 쭈니 님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좋은 인재를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아닐수도 있지만.. ^^;;)
세계적인 인물 뒤에는 항상 위대한 어머니와 스승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우야든동 쭈니님도 아이의 꿈을 함부로 짓밟지 않는 좋은 아버지가 되세요~ *^^*
 2005/10/21   
쭈니 아~ 넵! 물론이죠. (불끈!!!) ^^  2005/10/21   
주헌아빠
뭐..러브액츄얼리와 비교한다면..
우리나라 정서에 이 정도 영화면..훌륭하죠..
저도 참 영화보는 동안 행복하고 미소지을수 있던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단지..음악으로 감동이 배가 되었던 러브액츄얼리에 비해.
문리버 하나론 좀..부족한 느낌..ㅋㅋ
 2006/01/03   
쭈니 음악이 부족하긴 했죠. 하지만 [새드무비]와 비교한다면 전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새드무비]는 영!!!  2006/01/03   
꼬마천사
그다지 정리되어 보이지 않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영화였는데
이내 영화속으로 내가 빠져 들고 있는 묘한 매력이 있네요
한 영화속에서 여러 테마가 있어 여러편의 영화를
본듯도 하지만, 쭈니님 말씀처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있는
장면들이 또다른 재미가 있었네요
개인적으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극중에 극장에서 문리버가
흘러나오면서 오미희의 일상을 찍은 짧은 영상에서
나도 나이들면 저렇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잠깐했습니다.
검색해보니 우리 엄마랑 같은 나이시더라구요 오미희씨가...
부럽습니다. 그 여유로운 아름다움이....

 2006/03/22   
쭈니 [러브 액츄얼리]와 맞먹을 수 있는 걸작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임창정의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답니다.
과연 저게 나라면... 이라는 생각도 들고... ^^
 2006/03/22   
주노
원래 체질적으로 멜로물을 좋아하진 않는터라 로맨틱 코미디도 즐겨보는 장르는 아닌 저에게도 이 작품은 정말 뜻깊게 다가오네요.
(영화가 끝나자 마자 바로 쭈니님 홈피에 와서 평을 읽어봅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듯한 기분이에요.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
가족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행복합니다.
 2007/05/15   
쭈니 뒤늦게 보셨나봐요.
저와 구피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러브 액츄얼리]와 필적할만한... ^^
 2007/05/31   
"제 아내를 위해 단 1초만이라도 기도해주세요"
아.. 보석같았던 영화..
 2009/01/02   
쭈니 뭐 정말 보석같은 영화입니다. ^^  200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