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종려나무 숲] - 세심한 캐스팅이 아쉽다.

쭈니-1 2009. 12. 8. 18:29

 




감독 : 유상욱
주연 : 김민종, 김유미, 조은숙, 이아현
개봉 : 2005년 9월 15일
관람 : 2005년 9월 12일
등급 : 15세 이상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김민종이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만족감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김민종이 주연을 맡은 TV 드라마는 언제나 재미있게 시청하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영화에 출연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영화 선택을 잘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연기력이나 외모가 영화와는 맞지 않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제게 있어서 그의 영화중 재미있게 본 영화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귀천도]뿐이니 거의 10년이 넘게 그는 영화 배우로써 제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추석 시즌에 개봉하는 [종려나무 숲]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TV 드라마인 [진주 목걸이]에서 찰떡 연기 호흡을 보여준 김유미와의 공연작이고, 김민종이 어설픈 터프가이를 흉내낸 액션 영화가 아닌 가을에 맞는 멜로 영화라는 점에서 '어쩌면'이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안게 되었습니다.
암튼 [종려나무 숲]을 보기위해 피곤하다고 투덜거리는 구피를 달래며 극장으로 향하는 길. '우려'와 '기대'가 묘하게 교차되더군요. 물론 그 중에서 '우려'가 '기대'보다 강했기에 극장으로 향하는 길은 약간의 가시밭길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재미없을 경우 억지로 끌고간 구피에게 무시무시한 보복을 당할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일단 [종려나무 숲]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영화를 봤기에 이 영화가 단순한 김민종과 김유미의 도회적인 분위기의 러브 스토리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거제도로 장소를 옮기더니만 현장 근로자복을 입고 거친 사투리를 쓰는 화연(김유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솔직히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화연의 할머니로 분한 조은숙이 등장하면서부터 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도회적 분위기의 멜로 영화라고 생각한데에는 김민종과 김유미, 조은숙같은 주연 배우들의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TV 드라마를 통해 도시남녀의 이미지를 굳힌 그들이었기에 영화 또한 그런 도시남녀의 이야기일것이라 생각한거죠. 하지만 유상욱 감독은 이들의 그런 이미지를 깨뜨리며 영화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러한 유상욱 감독의 시도는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저는 김유미라는 배우를 좋아합니다. 특히 [폰]에서 보여줬던 그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죠. 자신의 캐릭터를 감춤으로써 마지막 반전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드는 능력... [폰]에서 보여줬던 김유미의 연기는 바로 그러했습니다. [인형사]에서 김유미는 [폰]에서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폰]에서 김유미는 캐릭터를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감춰야 했다면, [인형사]에서는 오히려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밖으로 표출함으로써 미궁의 존재와 맞서는 호러퀸으로써의 역할을 해낸 것입니다. 하지만 [폰]과 [인형사]에서도 김유미의 캐릭터에도 공통점은 있으니 그것은 세련된 현대 도시인의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1인 2역을 맡은 [종려나무 숲]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전 이미지와 너무다른 180도의 급작스러운 변신을 시도합니다. 거친 사투리의 현장 근로자 화연과 화연의 어머니인 정순. 까무잡잡한 촌스러운 분장으로 김유미의 모습을 감춘 정순이라는 캐릭터는 오히려 잘 어울렸지만 로맨스의 주인공이었기에 김유미의 멋진 모습을 감출 수 없었던 화연이라는 캐릭터는 시종일관 김유미와 불협화음을 일으켰습니다. 그 하얀 얼굴과 가냘픈 손으로 거친 현장 근로자라고 우겨대다니...


 



하지만 김유미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이 영화의 최대 실수는 바로 조은숙의 캐스팅입니다.
조은숙은 약간의 푼수적인 이미지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제게 조은숙은 미워할 수 없는 푼수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종려나무 숲]을 보기전 조은숙이 연기한 캐릭터는 분명 김민종과 김유미의 사랑을 방해하는 그런 역할일것이라 나름대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첫 등장은 그러한 제 생각과는 전혀 반대인 할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배우들이 자신의 이미지대로만 연기를 해야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은숙의 등장과 함께 관객들이 저마나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트린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은숙의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관객의 입장으로는 그 새로운 시도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입니다. 슬픈 멜로 영화에서 관객들이 킥킥거렸다면 그 순간 이 영화는 성공적인 멜로가 될 수 없습니다.
[종려나무 숲]의 이런 식의 캐스팅 실수는 김유미, 조은숙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조연인 최선장 역을 맡은 이경영의 등장은 극장을 순식간에 웃음 바다로 만듭니다. 물론 불미스러운 사건이후 이경영을 오랜만에 보는 저로써는 꽤 반갑기도 했지만 그의 예상치못한 모습에(왠 꽁지머리...) 그동안 웃음을 참았던 저조차도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고 말았습니다.


 



[피아노 맨],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을 연출했던 유상욱 감독... 비록 그의 전작들이 그리 성공적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저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그의 도전 정신을 높게 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들 영화의 잇단 흥행 실패로 거의 7년을 기다려야했던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다시 이렇게 관객앞에 섰습니다.
일단 스토리만 놓고 본다면 [종려나무 숲]은 그의 이야기꾼으로써의 기질을 십분발휘합니다. 현재의 인서(김민종)와 성주(이아현)의 장면에서 시작하여 인서가 성주에게 과거의 이야기인 화연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또 그 이야기속에는 화연의 할머니인 봉애(조은숙)가 인서에게 종려나무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해줍니다. 이렇듯 3중 이야기 구조로 되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영화가 복잡해질 수 있지만 유상욱 감독은 이들 3가지 이야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마지막까지 이야기속에 빠지게끔 만듭니다.
특히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인데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장면이기도 했지만 왠지 봉애와 정순, 인서와 화연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데에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마무리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 나름대로 냉정히 한다면 결코 성공적인 멜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그것은 앞에서도 설명한 영화의 캐스팅 때문입니다. 멜로 영화만큼 관객들이 공감할만한 캐스팅이 중요한 장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유상욱 감독은 바로 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침으로써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좀 더 세심한 캐스팅이 이뤄졌다면 정말 괜찮은 멜로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자꾸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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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일본인 친구는 이영화에 대해 제게 물어 보더라구요...굉장히 좋았다구..그 영화 아냐구..제가 얼마나 당황했던지..ㅠㅠ..이런영화가 있는지도 몰랐거든요..저는요..  2006/03/27   
쭈니 오히려 일본 감수성에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본인들은 의외로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더군요.
게다가 이 영화의 출연 배우에 대한 선입견도 없고... ^^
 200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