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신데렐라 맨] - 세상의 탓인줄도 모르고 자신 탓만하는 아버지들에게...

쭈니-1 2009. 12. 8. 18:27

 




감독 : 론 하워드
주연 : 러셀 크로우, 르네 젤위거
개봉 : 2005년 9월 15일
관람 : 2005년 8월 31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들이 셋이나 딸린... 한때는 승승장구하며 세계 챔피언까지 넘보았던 프로 복싱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복싱을 관두고,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러나 미국의 최대 암흑기였던 경제 대공황을 맞아 그런 막노동 일거리도 없어지자 배고픔에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가족들을 무능력하게 지켜봐야했던... 그는 결심합니다.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기로... 그리고 그는 재기에 성공합니다. 단지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기 위해서...
[신데렐라 맨]은 어쩌면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영웅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인들에겐 기억조차하기 싫었을 모두들 너무나도 어려웠던 경제 대공항 시기에 미국의 소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기적적으로 복싱 챔피언에 오른 짐 브래독의 삶은 그 자체가 영웅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데렐라 맨]에서 제가 보고 느낀 짐 브래독의 모습은 영웅이 아닌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약간의 돈을 벌기위해 나선 복싱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강펀치에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던 그는 아마도 이 경기가 끝나면 가족들에게 돈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이 행복했을 겁니다. 아이들을 친척의 집으로 더부살이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물을 탄 우유가 아닌 진짜 신선한 우유를 아이들에게 사줄수 있다는 생각, 전기가 끊겨 추위에 떨며 잠을 자는 아이들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러한 미소가 영화를 보던 제게도 따뜻하게 전해졌습니다.        


 



[신데렐라 맨]... 개인적으로 솔직히 상당히 후진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데렐라'라면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당했던 그 재투성이 소녀가 아니던가요. 그런데 그러한 '신데렐라'에 남자를 뜻하는 '맨'을 붙여놓았으니 어울리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겁니다. 어떤 영화 사이트에서 영화를 보지못한듯 보이는 분의 한마디에 '신데렐라를 남자로 고용하다니 인기있으려면 별 상상을 다하는 감독들..'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봤는데, 솔직히 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 잘 몰랐다면 '후지게 [신데렐라 맨]이 뭐냐?'라며 비웃었을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 그렇게 비웃어도 될만큼 가벼운 영화는 아닙니다. 짐 브래독이라는 한 남자가 온갖 역경을 딛고 복싱 세계 챔피언에 오른다는 내용은 분명 그리 특색있어 보이지 않지만 [뷰티풀 마인드]로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를 물리치고 그 해 아카데미의 최종 승자가 되었던 론 하워드 감독은 자신의 솜씨를 십분발휘하여 70여년이 지난 그 케케묵은 실화를 지금에와서도 그 생생한 감동이 느껴지도록 만들어냈습니다. 이젠 경제 대공항도 지났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강국이지만 [신데렐라 맨]에서 표현되어있는 가난하던 그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짐 브래독의 그 간절한 마음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과연 론 하워드 감독이다'라는 감탄사가 영화를 보는내내 품어져나오는 대목이죠.
인간적으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배우적인 역량면에서 러셀 크로우의 연기력은 [뷰티풀 마인드]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삶이 힘겨운 무능력한 아버지의 모습에서부터 아무리 어려워도 결코 쉽게 포기하지않는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단지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르네 젤위거의 코맹맹이 소리가 조금 거슬렸지만 이 영화의 감동에 흡집을 낼 정도는 아니었으니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렇듯 론 하워드와 러셀 크로우의 완벽에 가까운 연출력과 연기력에 의해 만들어진 [신데렐라 맨]은 복싱 영화 특유의 다이나믹한 재미마저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지극히 헐리우드 영화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짐 브래독의 복싱 경기 장면은 나도하여금 마치 경기의 현장 그 한가운데에 있는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줍니다. 얼마전 보았던 우리 영화 [주먹이 운다]와 올해 아카데미를 석권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이르기까지 복싱이라는 스포츠는 배고픈 자들를 표현하기에 안성마춤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만큼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주먹하나 달랑들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주먹과 살이 부딪히는 그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안타까움을 안겨줍니다.
[신데렐라 맨]의 복싱 장면이 그러합니다. 복싱을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에 겨운 짐 브래독의 모습은 그가 승리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슴이 메어질 정도로 아픕니다. '복싱을 관둬지 않아도 될만큼만 부상을 당하게 해달라'는 짐 브래독의 기도가 마음에 와닿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짐 브래독은 오늘도 웃습니다. 왜냐하면 복싱만이 자신의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임을 알기에 그는 복싱을 하는 그 순간 자체가 즐거웠던 겁니다.
영화속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남자들은 세상의 탓인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만 탓하며 산다'라는... 여자들이 직업을 가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1930년대. 가족의 생계는 남자들에게 전가되고, 그 남자들은 자신의 무능력으로 가정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에 혼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여자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를 보고나서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고, 그와 동시에 어린 내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1930년대도 아니고 경제 대공항도 아니지만 내 스스로 내 자신을 탓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어려운 환경속에서 자기 자신만 탓하시는 아버지들에게 이 영화를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IP Address : 221.139.96.80 
영화광ㅋㅋ
저도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면서 친척칩에서 눈칫밥을 좀 먹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때 아버지께 했던 철없고 어리석은 말들이 지금 뼈저리게 후회됩니다ㅠㅠ
브래독 못지않게 우리 가족을 사랑하시는 아버지께 꼭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네요
 2005/09/10   
쭈니 영화광님께 그런 아픈 과거가...
아버님과 함께 보시면 좋을 영화일듯 합니다. ^^
 2005/09/10   
미니로
친척집에 보낸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구걸을 하러 가는 장면을 보고, 눈물이 많이 나더군요.
어머니도 위대하지만 아버지도 정말 위대합니다.
브래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2005/10/05   
쭈니 네 저도 그 장면에서 찡했답니다. 만약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5/10/06   
유키카베
이거 쭈니님 글 보고 얼른 받아놨었지요.... 식구들과 같이 보려고요. 식구들이 제목이 뭐냐고 하니까 신데렐라맨 이라고 했더니 별로 다들 보고 싶어하지 않아서 참 그랬었답니다. 저도 자신이 없었구요.....그런데 영화가 중반으로 갈수록 모두들 러셀 크로우에 감동받고 짐 브래독에 동화되었답니다. 다 본뒤에는 다음부터 그런 영화만 받아라 하고 하시는게 아니겠어요^^ 완전 명작이고 감동이라고 다들 기분이 좋았답니다. ^^  2005/10/16   
쭈니 저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되셨다니 감사하네요. 가족분들이 함께 좋은 시간이 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  2005/10/16   
코고로 영화 개봉당시에 가족들과 함께 보러갔는데 정말 잘골랐다고 생각되요 ^-^ 절로 마음이 훈훈해지고 가족끼리의 정도 다질수도 있었구요...ㅎㅎ 브래독이 가족을위해 싸우는 권투씬은 가슴찡하기도 하고.. 정말 실감나게 촬영해서 액션영화를 보는듯이 흥미진진해하기도 했답니다 ㅎㅎ  2006/07/24   
쭈니 구피와 이 영화를 봤는데 처음엔 시큰둥하더니만 영화를 보고나서 우리 구피 감동에 젖어 있더군요,. ^^  2006/07/26   
감독의 전략.. 불안불안불안.. 재미있었습니다 ^^  2007/12/08   
쭈니 불안불안불안이 감독의 전략이라... 재미있네요. ^^;  2008/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