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인 굿 컴퍼니]-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로맨틱코미디가 아니라는 것이다.

쭈니-1 2009. 12. 8. 18:26

 




감독 : 폴 웨이츠
주연 : 데니스 퀘이드, 토퍼 그레이스, 스칼렛 요한슨
개봉 : 2005년 8월 26일
관람 : 2005년 8월 19일
등급 : 15세 이상

'나에겐 애인... 아빠에겐 보스... 이 남자, 연애하고 싶다. 아빠만 아니라면...'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 백명을 붙잡고 [인 굿 컴퍼니]의 광고 카피를 보여주며 '이 영화가 어떤 장르의 영화같아요?'라고 질문을 해보세요. 그렇다면 십중팔구 '로맨틱 코미디 아닐까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제목을 사이에두고 이등분으로 나눠진 영화의 포스터를 보여주면 그러한 대답은 더욱 확고해질것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수줍은듯 웃고 있는 남자와 활짝 웃고 있는 여자, 그 어느 누가봐도 이 영화는 토퍼 그레이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입니다.
[인 굿 컴퍼니]의 시사회장으로 향하던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스칼렛 요한슨의 로맨틱 코미디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으며, 마음속으로 '드디어 스칼렛 요한슨이 블럭버스터의 여전사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자리까지 넘보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판타스틱 소녀백서], [사랑도 통역되나요?]등 마이너틱한 영화에서의 스칼렛 요한슨을 기억하는 제게 [인 굿 컴퍼니]는 [아일랜드]에 이어 스칼렛 요한슨이 주류 장르에 안착하려는 시도처럼 보였으며, 영화를 보기전에 이미 이 영화에 대한 제 리뷰의 제목으로 '스칼렛 요한슨... 주류 장르로 의 편입을 원하는가?'라는 제목까지 생각해두었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에 대한 제 감상 포인트는 스칼렛 요한슨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얼마나 새콤달콤한 매력을 뿜어낼 수 있는가였던 겁니다.
하지만 [인 굿 컴퍼니]는 제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단언컨대 이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가 전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점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새콤달콤하고, 예쁘고,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하지만 왠만하면 극장에서 보는 장르의 영화는 아닙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보는 것이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하기에 주로 비디오로 빌려 보는 편입니다.
[인 굿 컴퍼니]를 보러 갈때도 그랬습니다. 그냥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되면 볼까도 생각했지만 요즘 직장 문제로 기분도 꿀꿀하고, 스칼렛 요한슨의 변신도 궁금하고해서 그냥 기분 전환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은 겁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선 기대했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었던 겁니다. 대개의 경우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막딱뜨리면 저는 화를 내며 실망해버립니다. '에이! 이건 내가 기대했던 것이 아냐'라며... 하지만 [인 굿 컴퍼니]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였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못한 깜짝 선물을 받았을때의 그 환희... 바로 그것이 [인 굿 컴퍼니]를 보고난 후의 제 기분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하면 분명 많은 분들에게서 이 영화의 홍보 책임자는 욕을 먹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영화의 홍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과장이 인정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홍보한다는 것은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입니다. [죠스]운운하며 홍보에 열을 오리고 있는 [오픈 워터]가 대표적인 경우죠. 영화의 홍보라는 것이 영화의 재미를 빼앗으면 안되는데 이런 거짓 홍보는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빼앗습니다. [오픈 워터]를 보며 '도대체 죠스는 언제 나오는거야?'라는 불평처럼, [인 굿 컴퍼니]를 보며 '도대체 스칼렛 요한슨의 사랑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거야'라고 불평을 할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홍보 책임자는 분명 각성해야 합니다. 그런 식의 3류 홍보로는 이젠 우리 관객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고마워해야 할것 같군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안겨주었기에... ^^


 



자! 그렇다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거짓 장막을 벗겨버린 [인 굿 컴퍼니]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제가 본 [인 굿 컴퍼니]는 한 남자의 성장 드라마입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의욕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신세대 워커홀릭 카터(토퍼 그레이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회장의 눈에 들어 잘나가는 스포츠 잡지의 광고 이사로 승승장구하지만 어렸을때부터 부모의 정을 못느끼고 자란 탓에 외로움도 많이 타는 아직은 덜 성숙한 성인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사회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성공적인 생활을 해나가던 중년의 스포츠 잡지 광고 이사 댄(데니스 퀘이드)은 어느날 자신의 아들뻘되는 새파란 젊은 풋내기 카터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그를 보스로 모셔야할 위기에 봉착합니다. 마음같아선 당당하게 사표를 집어던지고 싶지만 딸인 알렉스(스칼렛 요한슨)는 등록금이 비싼 사립 대학에 들어간다고하고, 아내는 예정에도 없는 막둥이을 가집니다. 알렉스의 등록금때문에 집을 저당잡힌 그는 결국 사표를 던지지 못합니다. 이제 이 영화는 카퍼와 댄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와닿더군요. 아무런 경력도 없는 의욕만 앞서는 어린 직장 상사를 섬겨야하는 중년 남자의 비애가 매력적으로 늙어버린 데니스 퀘이드의 연기앞에서 너무나도 리얼하게 표현됩니다. 특히 그가 알렉스와 카터의 관계를 알게 되었을때의 알렉스에 대한 실망감때문에 일그러진 그 표정은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댄이라는 캐릭터가 이토록 멋잇고, 마음에 와닿았기에 댄을 통해 진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카터도 쉽게 수긍이 되더군요.
댄이라는 멋진 캐릭터와 그로인해 성장하는 카터의 이야기... 이것이 바로 제가 본 [인 굿 컴퍼니]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인 굿 컴퍼니]도 어쩌면 재미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멋진 두 남자의 인생 이야기로써의 [인 굿 컴퍼니]는 재미를 넘어 감동적이기까지 했답니다.


 



그러나 정말 제가 놀란 것은 이 영화의 라스트씬입니다. 아무리 이 영화가 카터와 댄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결코 상품성이 짙은 카터와 알렉스의 사랑 이야기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전혀 뜻밖에의 결말로 끝을 내는 이 영화를 보며 결코 쉽지 않았을 로맨틱 코미디로의 유혹을 그토록 단호하게 거부한 폴 웨이츠 감독이 위대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영화의 홍보사마저도 몇푼의 돈을 더 벌어보이겠다고 관객을 속이면서까지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로 꾸며내는 마당에 오히려 폴 웨이츠 감독은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카터와 알렉스의 사랑을 결코 인정해주지 않았던 겁니다. 그 놀라운 용기를 우리나라의 영화 홍보사가 배워야할듯...
영화를 보고나오는 길... 사람들 사이에서 기대했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는 사실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옵니다. 하지만 만약 [인 굿 컴퍼니]가 로맨틱 코미디라면 영화를 보는 그 순간 행복했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듯이 며칠후면 쉽게 잊혀졌을 겁니다. 하지만 [인 굿 컴퍼니]는 영화를 본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도 아직 여운이 남아 있답니다. 자연의 풍광속에서 여유롭게 런닝을 즐기는 카터를 보며 그가 겉보기에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어쩌면 잃은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소중한 것을 되찾은 것만 같이 느껴져습니다. 마지막 카터의 그 미소... 아직도 잊혀지지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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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수
스칼렛 요한슨의 주연을 홍보하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로 둔갑?한포스터가 만들어진 것같네요..
배급사를 혹시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스펀지라는 회사랍니다.
좋은영화를 많이 소개해주는 회사니깐 너무 기분나빠하지 말아주세용 ㅎㅎ 글구 이 영화가 스펀지로써 처음으로 많은 극장에서 걸려지는 영화랍니다. 개인적으로 성공했으면 좋겠구용 ㅋㅋ 참고로 전 스펀지직원 아닙니당 ㅎㅎㅎ 오해하지 마시길......
 2005/08/26   
쩡이
우선은 울 동생이 이 영화를 보고와서는 정말 어중간한 영화라고 했는데, 오빠 내용 읽어보니까 정말 재밌게 잘 본것 같네. 사람마다 보는 각도가 다 다른법이니까... 기회되면 함 봐야겠다...  2005/08/26   
쭈니 이런... 어느새 두개의 덧글이... ^^;
작은 배급사의 입장에서 어쩔수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덕분에 이 좋은 영화가 많이 욕먹는것 같아 안타깝네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잘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로맨틱 코미디로 오해하지만 않는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잇는 영화일텐데...
그 점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
 2005/09/05   
수애
사실 저도 이영화보고 적지않게 당황했죠.
가볍게 웃고. 눈물한방울 흘리고. 그렇게 웃고 나와야지 하고 들어간 극장. 오. 그런데 정말 반전이더군요. 중간엔 스칼렛 요한슨의 사랑이야기를 기다리다가 지루하다라는 느낌까지 받다가 마침내 깨달았죠. 아. 이 영화 로맨스얘기 아니구나. 그러고 나니 영화가 다르게 보이더라구요 ㅋ
 2005/12/21   
쭈니 수애님의 오해는 대부분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이 겪는 오해로써 전적으로 홍보사의 잘못이죠. 그나저나 6개월만에 발견된 덧글이군요. ^^  2006/06/02   
방문객
쭈니님 저랑 비슷한 면이 많으신듯 ..글 읽다보면 깜짝깜짝놀람 ㅎㅎㅎ  2007/02/03   
쭈니 감사합니다.
이런 덧글을 읽으면 저도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너무 좋아서... ^^;
 2007/05/10   
바이올렛
포스터에 '토퍼 그레이스'는 언급이 없군요.ㅡ,.ㅡ;;

전 애초에 '로맨틱 코미디'를 예상치 않았으나
그래도 재미 있었습니다.
예상치 않았다기 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배우들을 보고 선택했었는데 괜찮았어요.
토퍼 그레이스의 그 무심한듯한 눈길과
스칼렛 요한슨의 투박한 아름다움이 의외로 잘 어울리더군요.
 2007/07/08   
쭈니 사실 토퍼 그레이스는 스타급 배우는 아니니...
무명배우의 비애죠. ^^
 2007/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