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외출] - 이것도 사랑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쭈니-1 2009. 12. 8. 18:28

 




감독 : 허진호
주연 : 배용준, 손예진
개봉 : 2005년 9월 8일
관람 : 2005년 9월 5일
등급 : 18세 이상

2001년 가을...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울부짖던 한 남자에게 '사랑도 변해'라며 담담한 표정으로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았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제겐 아직도 가장 가슴아픈 멜로 영화로 기억되는 [봄날은 간다]가 바로 그 영화죠.
[봄날은 간다]를 보기 전까지 저는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순진한 청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 믿었기에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이 변한다는 것은 제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변했습니다. 이 영화를 본 후 얼마 지나지않아 저는 변해버린 사랑에 가슴앓이를 하며 난생 처음으로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변해버린 사랑은 제게 한가지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이 변하지 않게 내 사랑에게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가끔 잊기 쉬운 교훈이죠.
가끔 내 몸이 힘들고 귀찮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을 외면하고 싶을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사랑은 변한다'라고... 그리고 그 변해버린 사랑이 날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체험했던 저로써는 어렵게 찾은 내 사랑이 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알게된겁니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을 안겨주었던 영화 [봄날은 간다]의 감독 허진호가 4년만에 [외출]이라는 영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 영화에서 허진호 감독은 '불륜도 사랑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분명 저는 '불륜은 범죄일뿐 사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아직은 순진한 유부남입니다. 하지만 사랑이 변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려준 그였기에 이번에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마음을 먹었죠.


 



서로의 배우자가 있는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 우리가 흔히 불륜이라 부르는 이것은 과연 사랑일까요? 수많은 드라마에서 다뤄왔던 소재이며,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불륜을 좋지않은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수많은 하객들앞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사랑하겠다는 맹세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불륜은 배신행위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변한다'라는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을 영화로 표현했던 허진호 감독은 '결혼 후에 사랑이 변한다면?'이라는 [봄날은 간다]보다 좀 더 진일보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봄날은 간다]의 변해버린 사랑에 그냥 아파했던 제게도 불륜이라는 사회의 벽은 결코 인정할 수 없었기에 허진호 감독의 질문이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당황스럽기는 인수(배용준)와 서영(손예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아내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인수는 아내가 낯선 남자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합니다. 그는 굳이 아내의 외도를 외면하려하지만 그가 외면하려한다고해서 아내의 외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말합니다. '복수하고 싶다'라고...
서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믿고 맡겼던 남편의 외도는 전업주부인 서영에겐 억울한 배신과도 같을 겁니다. '저 여자가 나보다 예쁜가?'하는 생각에 의식을 잃은채 누워있는 남편 정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지만 도대체 왜 남편이 외도를 했는지 도저히 그 해답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제발 정신이라도 돌아와 변명이라도 듣고 싶다'라고...
처음 인수와 서영은 아내와 남편의 불륜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수 있니?'라며 의식을 잃은 그들을 원망해보지만 사랑에 배신당한 아픔은 치유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아픔을 지닌 인수와 서영이 서로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며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동안 그들은 '불륜도 사랑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허진호 감독은 상당히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인수와 서영의 사랑을 진행시킵니다. 남들의 눈에 띌까봐 걱정하면서 나누는 이들의 사랑, 그것도 분명 불륜입니다. 자신들의 배우자가 저질렀던 그 더러운 불륜. 하지만 인수와 서영은 지금 그 불륜을 너무나도 아프게 나누고 있는 겁니다.
'불륜은 사랑일까?' 이 질문을 허진호 감독은 인수와 서영의 사랑으로 대답합니다. '인수와 서영은 과연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걸까?' 서로 만나기위해 정성스럽게 빗질을 하고, 바닷가에서 다른 연인들이 그렇듯 모래사장을 거닐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한강 고수부지를 어린 아이처럼 뛰어다니고, 호텔방에서 서로의 몸을 안타깝게 탐닉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저는 잠시 혼란을 겪어야했습니다. '저들은 지금 사랑하고 있잖아'라고...
의식을 되찾은 인수의 아내가 자신에게 아무 말도 묻지않은 남편에게 오히려 자신이 묻습니다. '왜 내게 묻지 않아?' 하지만 인수는 대답합니다. '처음엔 궁금했는데 이젠 궁금하지 않아' 인수는 서영과의 사랑을 통해 아내의 불륜을 이해하게 된겁니다. 그렇기에 그는 아내에게 그 남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오열하는 아내를 위해 자리를 조용히 비껴줍니다.
사랑은 변합니다. 4년전엔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젠 믿습니다. 사랑은 분명 변합니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사랑은 변할 수 있을까요? 허진호 감독은 말합니다. 결혼 후에도 사랑은 변한다고... 우리가 불륜이라 부르고, 법적인 잣대로 '간통죄'라고 치부하는 그것. 그것도 바로 사랑이라고...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 사실을 영화를 통해 본 순간 저는 결심합니다. 내 사랑이 결혼 후에도 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것을...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의 안전한 방어막은 아니기에 저는 오늘도 내 사랑이 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사랑은 변하지만 내 사랑만큼은 절대 변하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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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재밌나여?^^::
전 뭐 작품성이나 감동보다는
재미가 있어야한다는 주의여서여~ㅎㅎ
별로 보고싶은 맘은 없지만
이번 추석엔 별로 볼만한게 없는거 같아서
쭈니님이 재밌다면 함 볼까나~~하네여~ㅎㅎ
대신 재미없음 책임지세욤~~ㅋㅋ
 2005/09/07   
쭈니 앗! 그런 심한 압박을...
흠~ 객관적인 측면으로봐선 솔직히 재미없습니다.
이야기의 골곡이 없고 그저 잔잔하기만 하니까요.
시사회장 분위기도 썰렁한 편이고... 구피도 재미없었다고 투덜거렸고..
하지만 제 주관적인 측면으로봐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봄날은 간다]를 재미있게 봤기에 [봄날은 간다]와 연결되는 주제가 꽤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답니다.
나그네님의 취향은 잘 모르지만 재미위주라면 솔직히 피하시는게 좋을듯... ^^
 2005/09/07   
수애
전. 재미있었어요.
제 친구는 잤지만......... 하하;
 2005/12/28   
쭈니 저도 재미있어어요. 구피는 무척 화냈지만... ^^;  200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