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그녀는 요술쟁이] - 그녀는 너무 특별했다.

쭈니-1 2009. 12. 8. 18:25

 




감독 : 노라 애프런
주연 : 니콜 키드만, 월 패럴
개봉 : 2005년 8월 25일
관람 : 2005년 8월 18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각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의 감독인 노라 애프런 감독이 5년간의 침묵을 깨고 컴백한 [그녀는 요술쟁이]는 다분히 노라 애프런 감독다운 로맨틱 코미디인듯 보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해야할 것은 이 영화의 주연 배우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배우가 바로 니콜 키드만이네요. 만약 멕 라이언이 주연을 맡았다면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이 영화를 아주 조금의 의심도 없었겠지만 니콜 키드만이 주연을 맡은 이상 약간의 의심이 필요하겠죠.
니콜 키드만...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아무리 살펴봐도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결코 찾을 수 없습니다. 결국 찾아낸 영화는 [스텝포드 와이프]인데 이 영화 역시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엔 상당히 무리가 있죠. 그런 그녀가 갑자기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다니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니콜 키드만 다음으로 눈에 띄는 배우는 월 패럴입니다. 미국에선 꽤 영향력있는 코미디 스타라지만 우리나라에선 [엘프]의 귀여운 남자정도로 기억되는 그는 멋진 선남선녀들이 사랑을 이루는 로맨틱 코미디하고는 어울릴것같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상대가 니콜 키드만이라니...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왠지 엄청난 불협화음이 느껴지는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결국 [그녀는 요술쟁이]는 로맨틱 코미디 전문 감독 노라 애프런과 로맨틱 코미디하고는 어울리지않는 두 배우 니콜 키드만, 월 패럴이 만난, 영화를 보기전엔 도대체 어떤 영화가 탄생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그런 이상한 영화입니다.


 



일단 저는 이 영화를 노라 애프런 감독의 스타일에 니콜 키드만과 월 패럴이 자연스럽게 동화될 것인지, 아니면 니콜 키드만과 월 패럴로 인하여 노라 애프런 감독 특유의 로맨틱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변화될것인지를 주목하며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유브 갓 메일]+[스텝포드 와이프]+[엘프]를 뒤섞은 이도저도 아닌 상당히 혼란스러운 영화한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맞습니다. [Bewitched]라는 60년대 히트한 TV 시트콤을 원작으로했다고는 하지만 [Bewitched]는 그저 이름만 빌려줬을뿐 사실은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평범한 인간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착한 마녀 이자벨 비글로우(니콜 키드만)가 [Bewitched]라는 제목의 스트콤에 우연히 캐스팅되며 잭 와이어트(월 패럴)라는 약간은 어벙한 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어찌보면 [Bewitched]는 그저 이 영화의 배경에 불과합니다.
주인공을 귀여운 마녀와 한물간 배우라는 설정만 특이할뿐 결국 전체적인 스토리는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알꽁달꽁 러브 스토리입니다. 서로 아웅다웅 싸움을 벌이다가 사랑에 빠지고, 이별의 위기를 겪지만 결국 사랑에 골인한다는... 노라 애프런 감독은 상당히 노련한 방법으로 [Bewitched]라는 고전 스트콤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뻔한 로맨틱 코미디를 특별하게 꾸며놓았습니다.
노라 애프런 감독의 솜씨아래 니콜 키드만은 그 도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코맹맹이 소리에 코를 실룩실룩거리며 사랑에 목말라하는 귀여운 마녀로 변신해 있었으며, 월 패럴은 전혀 로맨틱 콪미디적이지 않은 외모에도 불구하고 '저 남자 귀엽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에 걸맞는 매력을 뿜어냅니다. 여기까지 분명 [그녀는 요술쟁이]는 꽤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니콜 키드만입니다. 그녀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못합니다. 헐리우드 여배우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는 이 배우는 결국 이 영화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잠재우지 못한 것입니다.
[그녀는 요술쟁이]를 보며 문득 떠오른 영화가 바로 [스텝포드 와이프]입니다. 완벽한 현모양처들이 모여사는 스텝포드 마을에 한 부부가 영문도 모르는채 들어와 겪는 모험담을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로 교묘하게 뒤섞어만든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완벽한 여성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비꼬는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스텝포드 와이프]가 가벼운 영화의 분위기와 무거운 영화속 주제를 자유자재로 넘너들수 있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니콜 키드만의 독특한 매력 덕분입니다. 가벼움속에서도 왠지 이대로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을 안겨주는 니콜 키드만의 매력... 그러한 매력은 [그녀는 요술쟁이]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는 [스텝포드 와이프]와는 달리 한번쯤 생각해봐야할듯한 주제 따위는 없다는 겁니다.
그녀가 연기한 이자벨은 마녀라는 것을 제외하곤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적인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있는 저는 자꾸만 그 이상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가벼움속에서도 무거움을 유지할 수 있는 그녀이기에 이자벨이 그냥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캐릭터로 굳어지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못했던 겁니다. 다행히 월 패럴이 [엘프]에서처럼 외모와 상반되는 귀여운 개인기로 니콜 키드만의 독특함을 어느정도 가려줬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녀의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완벽하게 막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예정대로 로맨틱 코미디다운 해피엔딩으로 이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오는 제 마음속에는 뭔가 부족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에 뭘 더 바라는 걸까?' 제 스스로도 이런 부족함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역시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네요.
이 영화를 보기전 '노라 애프런 감독의 스타일에 니콜 키드만과 월 패럴이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는지, 아니면 니콜 키드만과 월 패럴로 인하여 노라 애프런 감독 특유의 로맨틱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 해답이 약간 아리송하네요.
분명 영화의 외형은 두말할 필요없이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그런 면에서 노라 애프런 감독의 스타일에 니콜 키드만과 월 패럴이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제 마음속에는 자꾸 니콜 키드만의 다른 독특한 매력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니콜 키드만으로인해 노라 애프런 감독 특유의 로맨틱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변화되기를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뜻하겠죠.
결국 [그녀는 요술쟁이]는 노라 애프런 감독과 니콜 키드만의 상반된 영화적 스타일이 충돌을 일으키며 제게 로맨틱 코미디로의 재미도, 니콜 키드만의 매력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아직 제겐 니콜 키드만은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기에는 너무 특별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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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니콜키드먼이 참 귀엽더구만...로맨틱코메디 장르를 좁 가볍게 봐서 그런지 사실 니콜키드먼이 좀 아까운듯한 영화긴 했어.  2005/08/23   
쭈니
오랜만의 구피의 덧글이군. 오늘 한가하긴 많이 한가한가봐... ^^  2005/08/23   
쩡이
음... 요술쟁이랑 니콜키드먼은 어울릴것 같은데... 로맨틱이랑 니콜키드먼은 안 어울리는 것 같네.. 윈지 리스위더스푼이 잘 어울릴듯... 그래도 난 로맨틱코메디는 다 좋던데... 행복해지니까..ㅋㅋ  2005/08/26   
쭈니 그로고보니 니콜 키드만은 [프랙티컬 매직]에서 이미 마녀로 등장한 적이 있었지. 솔직히 그 영화는 기대를 너무 했는지 재미없었는데... [그녀는 요술쟁이]도 볼만해. 특히 로맨틱 코미디의 팬이라면... ^^  2005/08/26   
미메
영화보다 욕해보긴 처음이었음... 너무 재미없어서 - -; 단체로 갔었는데 거의 모든 애들이 다.............  2007/07/29   
쭈니 좀 가볍긴 했죠.
코믹 시트콤을 영화화한것이다보니...
우리나라의 [거침없이 하이킥]을 영화화한다면...
아마 이 영화처럼 상당히 가벼워지지않을까 싶습니다. ^^
 2007/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