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엑스 vs 세버] - 평면적이며 무성의한 개성없는 액션영화.

쭈니-1 2009. 12. 8. 15:36

 



감독 : 윅 카오사야난다
주연 : 안토니오 반데라스, 루시 리우
개봉 : 2002년 12월 13일

꽤 오랜 시간동안 일요일날 오전에 하는 영화정보 TV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 프로그램들이 개봉영화에 대한 너무 과도한 노출로 영화보기의 맛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을 종종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엔 할아버지의 생신이었기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고, 외출도 삼가해야 했기때문에 따분한 마음에 무심결에 SBS에서하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보고 말았습니다. 한 50여분동안 그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3편의 최신 영화를 송두리째 본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정말 다시한번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편집 기술은 대단합니다. 90분짜리 영화를 단 10여분안에 그렇게 효과적으로 함축시키는 것을 보면...
그중에서 [엑스 vs 세버]에 대한 이 프로그램의 정보 노출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 했었습니다. 영화의 반전이라고 할만한 모든 것을 시청자들에게 노출시켜버리고 마지막 악당과의 대결을 담은 클라이막스만을 남겨둔채 '과연 우리의 주인공들은 악당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라는 하나마나한 질문만 남기고 끝내는 것을 보며 전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더군요.
이 프로그램을 보고나니 [엑스 vs 세버]라는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 버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헐리우드 남자 배우인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미녀 삼총사]에서 매혹적인 액션 연기를 펼쳤던 루시 리우의 주연작이며 화끈한 액션이 돋보인다는 평을 익히 들어왔기에 은근히 기대했던 영화였는데... 그래서 결국 극장에서 돈주고 보는 것을 포기하고 컴퓨터에 앉아 공짜로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다 본 순간 오히려 이 영화를 돈주고 보고 싶은 마음을 없애준 영화 정보 프로그램이 고맙더군요. 물론 이런 액션 영화의 경우 화면이 큰 극장에서 봤더라면 컴퓨터의 작은 화면에서 느끼지 못한 스펙타클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엑스 vs 세버]는 정말 심할 정도로 허접했습니다.


 

 

  
[엑스 vs 세버]는 미국방부소속 첩보기관인 DIA 국장의 어린 아들인 마이클이 정체불명의 여전사 세버(루시 리우)에게 납치되면서 시작됩니다. 이 납치사건을 단순 납치가 아닌 베를린에서 개발중인 가공할만한 살상무기의 미국내 반입과 관련이 있음을 확신한 FBI는 아내의 죽음으로 FBI를 떠난 엑스(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아내의 생존에 대한 정보를 미끼로 마이클의 납치 사건에 투입시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의 제목처럼 엑스와 세버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일단 이 영화는 DIA 국장의 어린 아들인 마이클의 납치사건에 얽힌 비밀과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엑스의 과거에 얽힌 비밀을 관객에게 제시하며 영화의 흥미를 이끌어냅니다. 관객들은 엑스와 감정이입이 되어 이 모든 비밀들을 밝혀야 합니다.
세버의 정체는 무엇인가? 세버는 왜 마이클을 납치했을까? 그리고 과연 죽은 줄 알았던 엑스의 아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엑스의 아내와 세버는 어떤 관계일까?
솔직히 영화의 초반 이 모든 비밀들과 마주쳤을땐 90분이라는 시간이 비밀들을 밝히기에는 너무 짧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으로 흐르면서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마이클의 납치사건에 얽힌 비밀들과 그 비밀에 의한 반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꼭꼭 숨겨두어야 할 세버의 정체는 영화의 초반 너무나도 쉽게 드러나고, 마이클에 얽힌 음모와 죽은 줄만 알았던 엑스 부인의 생존에 대한 비밀 등 이 영화를 후반까지 이끌어나가야 할 반전들은 너무나도 맥없이 관객들에게 공개되어 버립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설쳐대던 이 영화는 마치 친구와의 비밀을 어서 빨리 말해버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어린아이처럼 초반부터 영화의 반전들을 주저리주저리 관객들에게 모두 풀어헤쳐 버립니다.
게다가 그러한 반전의 억지스러움에 대한 황당함은 반전이 너무 일찍 공개되었을때의 황당함보다 더욱 큽니다. 도대체 이 영화는 각본의 치밀함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은 듯 보입니다. 아무리 스토리가 무의미한 액션 영화가 헐리우드에서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도 무성의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일찍 오픈해버린 반전이 아닙니다. 액션 영화에서 반전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화의 중반에 관객에게 모든 비밀을 풀어헤친 것은 오히려 액션에 더 치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보다도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나도 평면적인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조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내의 죽음으로 7년동안 거의 폐인처럼 살아왔던 엑스... 그는 어느날 예전의 상사에게서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아내가 살아있다는 충격적인 비밀을 듣게 됩니다. 만약 내가 엑스의 입장이었다면 그 사실을 7년동안 자신에게 감춘 동료들에 대한 분노로 몸을 가누지도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엑스는 아주 담담합니다.
세버의 도움으로 7년만에 아내와 재회하는 장면에서도 애절한 사랑이 느껴지기는 커녕 저들이 정말로 7년만에 만난 부부사이인지 의심이 될정도로 담담하기만 합니다.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아내를 가로챈 남자와 마주쳤을때의 그 무덤덤함... 도대체 엑스에게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습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FBI도 관두고 폐인처럼 살았다는 엑스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속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엑스를 연기한 안토니오 반데라스 역시 덥스룩한 수염외에는 엑스라는 캐릭터의 아픔을 전혀 표현해내지 못하더군요.
세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임무수행중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가족을 죽였던 세버는 냉혹한 살인마라기보다는 아이를 잃은 분노한 엄마의 모습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세버의 모습에서 분노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무표정한 얼굴... 아무리 좋게 보려고 애써도 그녀가 정녕 아이를 잃고 복수하는 엄마라고는 생각되지 않더군요.
루시 리우는 분명 홍콩 배우 특유의 현란한 액션을 가지고 있지만 감정 연기를 하기엔 아직은 많이 미숙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과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자 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을 즐기라고 관객들을 꼬십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액션은 쉴새없이 관객들을 몰아쳐서 억지스러운 스토리와 너무 일찍 공개되어 버린 반전들 그리고 평면적인 캐릭터에 대한 실망감을 그리 오랫동안 느끼지 못하게끔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자랑하는 이러한 액션씬들도 영화의 중반에 이르르면 서서히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태국 출신인 윅 카오사야난다 감독의 헐리우드 데뷰작입니다. 분명 헐리우드의 제작자들은 이 동양 감독에게 헐리우드의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은 오우삼 감독의 그 화려한 액션을 요구했을 것이며, 윅 카오사야난다 감독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어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윅 카오사야난다 감독은 결코 오우삼 감독이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오우삼 감독의 특기인 슬로우비디오와 그림같은 액션씬을 관객에게 펼쳐보이지만 이러한 액션씬들은 처음엔 멋져 보이지만 중반에 이르르면 어설픈 오우삼 감독 따라하기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며 설마 비둘기가 등장하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었습니다.)  
동양의 화려한 격투기에 대한 이 영화의 맹목적인 동경은 세버가 등장할때마다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세버와 로스의 난데없는 격투씬은 이 영화의 액션씬이 얼마나 상황에 따른 개연성이 없이 단지 홍콩식 액션 따라하기에 급급한지 확연히 드러나는 한 예일겁니다.
태국에서 저예산 영화인 [파(Fah)]라는 영화로 연출력을 인정받고 헐리우드로 스카웃된 윅 카오사야난다 감독은 무조건적인 홍콩 액션 따라하기를 통해 자신의 연출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듯 보입니다.
암튼 이렇게 이 영화가 자랑하는 액션씬들이 어설픈 따라하기의 산물이라는 것을 느끼게되자 이 영화는 도무지 좋게 봐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제겐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구피의꿈

맞아맞아..짝짝짝....
영화대영화에서 보여줘도 너무 보여줬어. 나도 누워서 딩굴거리며 보다까 반전까지 알려주는 바람에 깜짝 놀라 앉아서 봤다니깐...
그래도 한때는 날렸던 스페인의 귀공자 '안토니오 반데이란스'를 다시한번 봐봐야지....
ㅋㅋㅋ 옛날 생각난다. 우리 직원 딸이 아빠가 스페인으로 발령났다니까 춤을 추며 좋아했었거든...이유는? 스페인 남자들은 다 안토니오 반데이란스 처럼 생긴줄 알고...^^
 2002/12/11 

 

쭈니

스페인의 귀공자???
풋~ 이 영화보면 이젠 그런 생각이 없어질껄...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많이 늙었더라.
물론 이 영화에서 엑스의 캐릭터가 그래서 더욱 늙어보였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TV에서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절대 보지 않을꺼야. 절대로...
 2002/12/11    
구구콘
오우...없는거 같은데?
신경많이 쓰나보네..^--^
 2002/12/17   
쭈니 우와~ 오타없어??
요즘 내 국어 실력이 많이 향상되고 있군. ^^;
 200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