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 정말 파란만장하다.

쭈니-1 2009. 12. 8. 15:35

 



감독 : 이무영
주연 : 조은지, 최광일, 공효진
개봉 : 2002년 12월 5일

지난 일요일(8일)은 할아버지의 생신이셨습니다. 그래서 전날인 토요일부터 친척분들이 저희 집에 놀러오셨죠. 전 이렇게 친척분들이 저희 집에 오시는 걸 싫어합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모두들 한결같이 이런 질문을 하기때문입니다. '요즘은 뭘 하고 있냐?', '결혼은 안할꺼냐?' 등등...
아직 백수신세인 저로써는 '요즘은 뭘 하고 있냐?'라는 질문이 나오면 매우 난감해 집니다. '놀고 있어요.'라고 대답을 하면 이어지는 끝없는 잔소리들... 그리고 '결혼은 안할꺼냐?'라는 질문에 '사귀는 여자있어요.'라고 대답을 하면 '오늘 왜 안데려 왔냐?'는 등 질문이 더 길어지기에 그 질문도 상당히 싫어합니다.
하지만 친척분들이 오시니 집을 지키고 있으라는 어머니의 엄명이 있으셨기에 화창한 토요일을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을때쯤... 나의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잠에 덜 깬듯한 그녀는 대뜸 '나, [철없는 아내...] 그 영화 보고 싶어'라고 그러더군요. 때마침 어머니도 잠시 집을 비우셨고해서 전 과감히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까짓거 어머니도 미래의 색시감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크게 나무라시지는 않으실 것이고, 영화만 보고 일찍 집으로 돌아오면 별 문제가 없을 듯 보였기 때문이죠.
이렇게 전 화창한 토요일을 친척분들의 난감한 질문 공세에 꼼짝없이 당할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이하 [철.파.태])라는 아주 긴 제목의 영화를 보게 된거죠.
그래서인지 [철.파.태]는 제게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녀는 영화가 너무 엉뚱해서 당혹스러워 했지만 저는 이러한 이 영화의 엉뚱함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리 당혹스럽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집에서 친척분들의 난감한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것보단 이 영화를 보는 것이 훨씬 행복했기에 [철.파.태]는 제게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


 

 


제가 [철.파.태]를 보기위해 극장에 들어선 것은 영화가 시작한 후였습니다. 컴컴한 극장에서 더듬더듬 빈 자리를 찾아 자리에 앉은 순간, 제 눈에 비친 스크린속의 모습은 어이없게도 황당한 우주 공간이었습니다. 전 처음엔 극장을 잘못 들어온줄 알았습니다. 분명 [철.파.태]는 SF영화는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철.파.태]의 오프닝씬이 맞더군요.
시간적 배경이 2030년이라고 소개된 이 황당한 오프닝씬은 이렇게 처음부터 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황당한 오프닝씬으로 이무영 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의도를 처음부터 분명히 밝힙니다. 그는 동성애와 비정상적인 캐릭터로 가득한 이 영화를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것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기에 그는 처음부터 관객들을 2030년 미래의 달세계로 안내하고 조금은 진일보된 마음가짐으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편안하게 즐기라고 권유합니다. 마치 우리가 미니스커트에 얽힌 과거의 황당사건을 재현한 코미디 프로를 보며 '옛날엔 저랬지'라고 회상하는 것처럼, 이무영 감독은 지금은 [철.파.태]의 동성애가 황당하게 느껴지겠지만 2030년이라는 미래엔 동성애라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느껴지고 그런 동성애로 인하여 벌어지는 과거의 사건들이 그냥 우스갯소리로 치부될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한 이무영 감독의 의도는 2030년에 벌어지는 동성끼리의 결혼식 장면을 담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오프닝씬에 의한 감독의 의도는 최소한 제겐 먹혀들어갔습니다.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고는 하지만 동성애 장면을 꽤 찐하게 담았다는 소문을 들었던 저는 과연 이 영화가 얼마나 성적 담론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지 은근히 기대를 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오프닝씬을 본 후엔 영화 보기전의 이런 심각한 기대감은 말끔히 지워버리고, 이 영화가 펼쳐내는 그 황당한 사건들을 마치 2030년의 달세계에서 2002년의 지구의 옛 풍경을 지켜보는 것처럼 그냥 편안하게 보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영화가 이끄는대로 내 정신을 맡긴채, 그냥 그렇게...


 

 

  
이렇게 2030년이라는 가까운 미래의 세계에 생각을 맡기고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영화입니다. 그러한 관객들의 당혹스러움은 이 영화에서 감정이입을 해야할 캐릭터를 찾지 못함으로써 본격화됩니다.
철없는 아내인 배은희(조은지)에게 감정이입을 하자니 그녀는 너무 철이 없고, 너무나도 짜증나는 사고뭉치입니다. 그렇다고 파란만장한 남편인 오두찬(최광일)에게 감정이입을 하자니 그의 처지가 너무 기가 찹니다. 도대체 배은희의 어떤 면이 좋다고 그렇게 자신의 몸을 망가뜨려가면서 매달리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태권소녀인 황금숙(공효진)에게도 감정이입은 전혀 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인 배은희를 위해 물불안가리는 이 열혈여아 황금숙은 동성애라는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서를 가지고 있기에 관객들은 쉽게 그녀와 감정이입을 하지 못합니다.
이렇듯 이 영화엔 감정이입을 할 마음에 와닿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감정이입을 통해 영화를 즐기는 저로써는 이러한 이 영화의 태도는 상당히 당혹스러웠습니다. 만약 2030년을 그린 이 영화의 오프닝씬이 없었다면 저는 동성애가 허용되지 않는 현재의 보수적인 사회속에서 동성애로 얼룩진 이 영화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지 못한채 엉뚱한 이 영화에 분노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관객들이 쉽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던 이무영 감독은 이렇게 오프닝씬을 통해 이 영화의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을 시도하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즐기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휴머니스트]에서 비정상적인 캐릭터들로 인하여 관객들과의 감정이입에 실패함으로써 대다수 관객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던 이무영 감독은 그 두번째 영화인 [철.파.태]에서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비정상적인 캐릭터들을 그리면서도 관객들의 비난을 살짝 피하는 방법을 터득해낸 겁니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해서 실망스러워하는 관객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이러한 이무영 감독의 방법이 아직은 완벽하진 않나봅니다. ^^)


 

 

  
일단 이 영화를 즐길 방법을 터득해낸다면 [철.파.태]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황당무계함으로 무장한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지금까지 코미디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러한 황당무계한 캐릭터들로 인하여 발생되는 엽기적인 영화의 스토리는 그리 심각하지않은 범위내에서 관객들의 성에 대한 편견을 비웃습니다.
이렇듯 결코 범상치않은 코미디로 무장한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엽기적인 캐릭터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철없는 아내와 그로인하여 파란만장한 인생을 경험하는 남편, 그리고 그들 사이에 뛰어든 태권소녀라는 이 영화의 캐릭터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주목한 캐릭터는 철없는 아내 배은희입니다. 도무지 아무 대책이 서지 않는 이 철없는 여자는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오두찬을 파란만장한 남편으로 만들어 버리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황금숙을 비정상적인 삶속으로 자꾸 유혹합니다. 이러한 배은희라는 캐릭터는 이 황당한 영화를 짊어지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관객들이 배은희라는 너무나도 대책없는 캐릭터의 매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이 영화의 엽기적인 삼각관계는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지만, 그 반대로 배은희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의문을 가지고 그녀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면 이 영화의 엽기적인 삼각관계는 너무나도 억지스러운 설정이되어 버리는 겁니다. 만약 관객들이 배은희의 매력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녀를 위해서 교도소를 두번에나 갔었던 황금숙의 희생과 남들이 모두 X같은 년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한몸을 희생하는 오두찬의 사랑이 너무나도 억지처럼 보여질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조은지의 캐스팅은 절반의 성공인 셈입니다. 그녀는 철없는 아내의 역으로는 안성맞춤이었지만 황금숙과 오두찬을 사랑에 눈멀게하는 절대적인 매력의 소유자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은희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애써 인정한다면 이 영화의 새로운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모든 것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속의 비정상적인 캐릭터들에 대한 감정이입을 풀고, 조금은 진보적인 마음가짐과 편안한 자세로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배은희라는 캐릭터의 절대적인 매력만 인정하면 되는 겁니다. 이무영 감독이 관객에게 원한 것은 바로 이 두가지뿐이며 조금은 어렵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이 두가지 조건만 충족시켜 준다면 이 영화는 파란만장한 삼각관계라는 색다른 재미를 향해 빠른 속도로 관객들을 안내해 나갈 것입니다.
오두찬과 황금숙은 배은희에 대한 사랑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오두찬의 돈과 황금숙의 희생이라는 두가지 모두를 차지하고 싶은 철없는 아내 배은희는 급기야 엽기적인 삼각관계속으로 오두찬과 황금숙을 끌어 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엽기적인 삼각관계를 마무리하는 화장실씬... 이 부분에서 이무영 감독의 이야기꾼적인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이렇게 [철.파.태]는 꽤 신선한 재미를 가지고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코미디 영화와 같이 편안하게 웃고 즐길만한 영화는 분명 아닙니다. 코미디라는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를 즐기기위해서는 관객들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코미디 영화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분명 편안하게 웃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편안하게 웃고 즐기려면 먼저 감독이 내세운 조건들을 들어줘야만 하는 겁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웃음보다는 불쾌함과 억지스러움만 안겨줍니다.
그런 면에서 이무영 감독은 상당히 새로운 코미디 영화를 완성한 셈입니다. 관객에게 자신의 영화를 즐기려면 나의 법칙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그 당당함... 과연 연이은 흥행 실패속에서도 이무영 감독의 그 당당함이 계속 유지될지 무척이나 궁금하군요. 이무영 감독은 코미디라는 평탄해 보이는 장르속에서 그 스스로 파란만장한 감독의 운명을 선택하고 있는 겁니다.


 


 

구구콘

[..그녀를 위해서 교도소를 두번에나 가게되는 ..]
..날로 발전하는군..ㅡㅡa..
근데 짝지는 언제 보여줄거얌??..기대하고 있쥐..훔훔훔..
 2002/12/17   

쭈니

짝지가 뭐얌???
내 여자친구를 이야기하는 거야???
그거야 니가 서울에만 온다면 보여주징~~~ ^^
 200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