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스틸] - 스피드를 즐겨라.

쭈니-1 2009. 12. 8. 15:33

 



감독 : 제라드 삐레
주연 : 스티븐 도프, 나타샤 헨스트리지
개봉 : 2002년 11월 22일

어느날 아무 이유없이 그냥 모든 것이 짜증이 날때가 간혹있습니다. 정말 별다른 이유없이 나의 삶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손하나 까딱하는 것이 귀찮아지기도 하고, 괜히 눈물이 나기도 하고, 제게 말을 걸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유없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기도 한답니다.
지난 금요일이 그랬습니다. 새벽엔 이상하게 자꾸 잠이 깨서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선잠을 이루었다가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야 눈을 뜬 그날... 저는 괜한 우울증에 걸려 괜히 집안 식구들한테 짜증을 내고 내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며 그렇게 최악의 하루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랑스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나의 이런 증상을 어느정도 가라앉혀 주었지만 이유없이 시작된 그날의 히스테리는 쉽게 사라지지않았죠. 샤워를 하고,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큰소리로 노래도 불러보고, 결국엔 시원시원한 액션 영화를 한편 본 다음에야 그날의 히스테리는 사라졌습니다.
결국엔 이러한 히스테리도 너무 오랫동안 백수로 할일없이 집에서 뒹굴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더군요. 이제 슬슬 백수 생활을 정리할때가 오긴 왔나봅니다. 집에서 뒹굴며 노는 것이 귀찮아지고, 돈이 없어서 짜증이 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러한 내 자신이 싫어지는 것을 보면...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날 보며 속으로만 애태우고 있을 나의 그녀 속도 이젠 그만 태우고 다시 그 정글과도 같은 사회로의 발을 다시 내딛기위해 노력하렵니다. 아~ 이렇게 나의 화려했던 백수 생활도 막을 내리는 군요!!! 하지만 백수 생활을 하는 동안 사랑스러운 그녀를 만났으니 나의 백수 생활이 전혀 성과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죠? ^^;
나의 화려했던 백수 생활을 스스로 마감하겠다는 그 엄청난 결심을 불러일으킨 금요일의 히스테리를 잠재웠던 영화는 바로 [스틸]이라는 액션 영화였습니다.


 

 


1998년 [택시]라는 영화를 통해 프랑스의 액션 영화도 헐리우드의 액션 영화처럼 화끈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던 제라드 삐레 감독이 이번엔 헐리우드의 배우들과 함께 4년만에 [스틸]이라는 액션 영화로 다시 관객 앞에 섰습니다.
[스틸]... 일단 이 영화를 보고나면 맨처음 머리속을 맴도는 단어는 바로 '스피드'입니다. [택시]에서도 탁월한 스피드 감각을 보여주며 프랑스 영화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국내 관객들마저도 매료시켰던 제라드 삐레 감독은 [스틸]에서도 [택시]에서의 그 스피드 감각을 살려 영화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스피드 감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어낸 [택시]가 자동차의 스피드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스틸]의 스피드는 좀더 다양화되어 있으며, [택시]에 비해 상당히 세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 영화의 다양한 스피드는 영화의 오프닝씬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납니다.
4인조 은행강도인 슬림일당이 인라인 스케이트 묘기를 부리며 경찰들을 따돌리고 유유히 은행털이에 성공하는 장면을 담은 이 영화의 오프닝씬은 관객들을 충분히 이 영화의 스피드속에 빠져들게 만들만큼 매혹적입니다.
이외에도 실내 암벽타기, 스카이 다이빙 등 젊은 관객층들이 환호할만한 장면들을 중간중간에 배치해 놓고 그 장면들을 스피드하게 연결한 이 영화는 [택시]에 비해 스피드의 강도는 많이 떨어진 면이 있지만 스피드에 대한 감각과 다양화를 최대화시켜 영화의 재미를 살려냈습니다.


 

 


이러한 이 영화의 스피드 뒤에는 스티븐 도프와 나타샤 헨스트리지라는 스타급 배우라고는 할수없지만 눈에 익은 헐리우드 배우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택시]에서의 주요 배우진들이 우리 관객에겐 낯설은 프랑스 배우였다는 점과 비교한다면 [스틸]은 우리 관객들의 눈에 익은 배우들을 전면 배치시킴으로써 관객의 재미를 극대화 시킨 셈입니다.
[파워 오브 원], [블레이드] 그리고 최근 영화인 [피어닷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스티븐 도프는 충분히 여성 관객들을 매료시킬만한 남성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스피시스], [맥시멈 리스크], [나인야드], [화성의 유령들] 등의 영화들을 통해 국내 관객들과 친숙해진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그 섹시함을 십분발휘하여 남성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렇듯 여성 관객들을 타깃으로한 멋진 남자 배우와 남성 관객들을 타깃으로한 섹시한 여자 배우를 영화의 투톱으로 내세운 제라드 삐레 감독의 작전은 물론 수많은 헐리우드의 액션 영화의 틀에서 빌려온 것이긴 하지만 충분히 관객들에게 영화적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렇게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배역진과 [택시]보다 업그레이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양화와 감각화로 새로 무장한 스피드로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창조한 제라드 삐레 감독의 완숙함은 이제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흥행 메이커로써의 능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영화의 시각적인 재미와 친숙함은 [택시]를 넘어섰지만 스토리의 짜임새는 오히려 일보 후퇴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시각적인 재미를 위해서 스토리의 견고함을 그냥 무시한 듯이...
이 영화의 매력적(?)인 4인조 은행강도단은 부패한 경찰 서장과 혐오스러운 킬러의 덫에 걸려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곤 팀의 일원인 알렉스가 이 상황에서 희생을 당함으로써 관객의 이목은 '과연 슬림이 어떻게 복수를 할것인가?'와 '이 위기를 어떻게 완벽하게 벗어날까?'로 모아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을 치밀하게 구성해야될 이 영화의 스토리는 치밀함과는 거리가 먼 평범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슬림의 복수와 위기 모면 방법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방법이었으며, 수많은 헐리우드의 비슷한 범죄 영화를 연상하게 함으로써 조금은 실망을 안겨 줍니다.
이렇듯 스스로 치밀함을 포기하고 장르 영화의 친숙함을 선택한 이 영화는, 스토리는 상관하지말고 탁월한 스피드만을 즐기라며 관객들을 유혹합니다. 물론 그러한 유혹은 꽤 먹혀들어갑니다. 간혹 아무 생각없이 감독과의 두뇌싸움같은 복잡한 짓거리는 집어치우고 감독이 제시하는대로 어느정도 친숙한 그래서 편안한 스토리와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날려버릴 화끈한 스피드를 느끼고 싶다면 [스틸]은 분명 만족을 전해줄만한 영화인듯 보입니다.


 


 


구피의꿈
오호~ 생각보다 재미있는 영화라는 얘기지?
가끔은 스토리 없이 눈에 보여지는 장면만으로도 즐겁운 영화를 보는 것도 괜챦을 것 같아...
 2002/12/02   

쭈니
응~ 게다가 니가 좋아하는 인라인 스케이트 멋지게 타는 장면도 나와.
그 장면보면서 니가 보면 무지 좋아하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
 2002/12/02    

아랑
이거 신나게 봤어요. 인라인 스케이트 타듯~  2002/12/03   

쭈니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지 못해서 그 기분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암튼 오프닝씬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장면은 멋지더군요. 나도 배워보고 싶을 정도로... ^^  2002/12/03    

구구콘
저번보다 영화평이 좀 짧아졌지?..아닌가?...아님말고..ㅡㅡa..
그리고 이번엔 오타가 안보이네?
드뎌 좋은나라가 됐다아~~!
 2002/12/03   

쭈니
[스틸]은 쓸 말이 없어서 무지 짧게 썼어. ^^;
 200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