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고스트 쉽] - 유령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의 탐욕이었다.

쭈니-1 2009. 12. 8. 15:33

 



감독 : 스티브 벡
주연 : 줄리아나 마굴리스, 가브리엘 번
개봉 : 2002년 11월 22일

전 공포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물론 공포 영화가 개봉되면 빠뜨리지 않고 보긴 하지만, 그건 그 영화에 대한 호기심때문일뿐 공포 영화라는 장르의 매력때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 겨울엔 공포 영화가 많이도 개봉되더군요. 여름도 아닌데... 이미 우리 영화인 [하얀방]에서 한국적인 원혼의 복수를 맘껏 감상했던 저는 헐리우드산 공포 영화인 [고스트 쉽]만은 왠만하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공포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오프닝씬', '사지절단의 극치'등등 이 영화에 대한 소문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 [광복절특사]를 보고 극장을 나서던 길에 갑자기 그녀가 제게 물었습니다.
"[고스트 쉽]은 언제 개봉해?"
"응? 그 영화... 이미 개봉했을껄!!!"
"진짜야? 근데 왜 얘기안했어?"
"아니! 뭐..."
"우리 [고스트 쉽]보러가자. 응?"
그녀가 그렇게 공포 영화 팬인줄은 몰랐습니다. 겁많은 표정으로 '난 귀신나오는 영화 무서워서 못봐.'라고 내숭을 떨던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호기심 가득찬 눈망울을 굴리며 '공포 영화 보러가자. 응?'이라고 조르고 있으니...
"왜! 보기 싫어?"
나의 마음을 읽은듯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질문.
"아니! 보기 싫긴... 그래 보러 가자."
마지못해 약속을 정하는 나의 약한 모습...
결국 목요일 저녁, 저는 겉으로는 대범한척하며 그녀와 [고스트 쉽]을 보러갔습니다. 하지만 대범한 나의 모습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무너졌습니다. '아프다'며 절 구박하는 그녀의 손을 필사적으로 꽉 움켜잡고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그렇게 [고스트 쉽]을 봤습니다. ^^;


 

 


'공포 영화 사상 가장 충격적인 오프닝씬'이라는 광고 카피와 네티즌의 평을 이미 들었던 저는 영화가 시작되고 섹시한 여가수의 감미로운 노래가 흐르며 사람들이 평화롭게 춤을 추는 장면에서도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마치 디즈니 영화에나 어울릴듯한 핑크색 귀여운 모양새로 'GHOST SHIP'이라는 제목이 화면에 새겨져도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는 강한 불안감에 조마조마해가며 화면에 눈을 떼지 않았던 그 순간, 왠지 불안한 효과음과 함께 시간이 멈춘듯이 일순간 멈춰버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끔찍한 사지절단과 홀로 남은 꼬마 여자아이의 비명소리. 그렇게 이 영화는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공포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제가 본 공포 영화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오프닝씬임은 확실하다는 겁니다.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이 오프닝씬인듯 이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을 사지절단의 공포속으로 몰아넣고 시작합니다.
이 끔찍한 오프닝씬은 관객들의 공포심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공포 영화로써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러나 이렇게 끔찍한 초반의 공포는 그만큼의 함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화의 관객들의 공포를 중반이후에도 유지하여 마지막 클라이막스엔 초반보다 더 끔찍한 공포를 관객에게 안겨줘야한다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만약 [고스트 쉽]이 이 숙제를 완성하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처음 오프닝씬외엔 볼거리가 없는 그저그런 3류 공포 영화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감독인 스티브 벡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듯 지체하지 않고 빠른 템포로 관객들을 공포의 공간인 유령선으로 안내함으로써 오프닝씬의 공포를 중반이후까지 유지시키려 합니다.
이렇듯 흥행의 귀재로 불리우는 제작자인 조엘 실버와 감독인 로버트 저멕키스가 할로윈 데이 개봉을 목적으로 공포 영화 제작을 위해 세웠다는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중 3번째 작품인 [고스트 쉽]은 전작들([헌티드 힐], [13 고스트])의 공포를 10여분의 오프닝씬만으로도 가뿐히 넘어 버립니다. 물론 여기엔 두 거물 제작자의 힘도 컸지만 이미 [13 고스트]에서 공포 영화의 연출가로 실력을 인정받은 스티브 벡 감독의 연출력도 상당한 몫을 해냅니다. 그는 [13 고스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객들이 무서워할 시점과 대상이 무엇인지 뚜렷이 알고 있는 듯보입니다.
이렇게 공포 영화 제작을 위해 설립되었다는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의 전문성과 공포 영화에서의 연출력을 인정받은 스티브 벡의 결합은 [고스트 쉽]에서 어김없이 그 실력을 발휘합니다.


 

 


이제 영화는 오프닝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관객들을 유령선으로 안내하고 본격적인 영화의 시작을 알립니다.
스산한 바다, 흉칙한 유령선 그리고 불안한 기운... 이 영화는 분명 공포 영화가 가져야할 모든 미덕을 충분히 가진채 관객들을 불안속에 몰아넣습니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귀신의 존재감만으로도 관객들은 영화 초반의 그 사지절단의 공포를 느낍니다. 언제 어디에서 우리들의 주인공들이 사지절단을 당할지도 모르니...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고스트 쉽]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관객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대상은 귀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분명 영화의 중반까지 공포 분위기 조성은 언제 어디에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를 귀신에게 그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귀신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영화의 중반부에 이르면 오히려 귀신과 주인공이 함께 있을때가 더욱 안전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귀신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러한 점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영화초반부터 여주인공의 눈앞에 공공연히 나타나는 꼬마 여자아이 귀신은 여주인공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선장 귀신은 마지막 사건의 실마리를 주인공에게 제공해주고,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귀신중 유일하게 악역인 섹시한 여자 귀신은 등장인물을 유혹하여 죽음에 빠뜨리기는 하지만 너무 공포로 인하여 오그라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고 섹시하게 만들어 잠시라도 관객들을 편안하게 한숨쉬도록 여유를 마련해 줍니다.
이렇듯 귀신의 존재로 공포 분위기만 잔뜩 잡은 이 영화는 오히려 귀신의 등장과 함께 공포심에 오들오들 떨고 있을 관객들을 잠시만이라도 편안하게 쉬게 만들며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여 줍니다. 그리고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탐욕이라는 공포의 소재를 새롭게 제시합니다.
이러한 이 영화의 진행방식은 이미 스티브 벡 감독의 전작인 [13 고스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무시무시한 12 귀신를 등장시킴으로써 영화의 중반까지 잔뜩 관객들을 공포에 몰아넣지만 결국 마지막 공포의 몫은 비틀어진 사람의 탐욕이었던 겁니다. 결국 [고스트 쉽]도 귀신의 존재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마지막엔 사람의 탐욕으로 전체적인 공포를 완성한 셈입니다.


 

 


금괴에 눈이 먼 사람들의 집단 살인 행각... 물론 이러한 인간의 탐욕은 분명 영화 초반의 사지절단과 비교한다면 관객에게 전달되는 시각적인 공포는 휠씬 덜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관객의 공포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저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때문입니다. 물론 이 영화엔 그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뒤에 유령선에 영혼을 채워야 한다는 악마적인 존재가 숨어 있었지만 어쩌면 그 악마의 존재는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는 비틀어진 욕심의 산물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오프닝에서의 충격적인 사지절단 장면과 귀신의 존재만으로 관객의 공포심을 극대화시켰던 이 영화는 인간의 욕심이 부른 잔혹한 살인이라는 끔찍한 메세지를 관객에게 전해줍니다. [가위]나 [폰]에서도 그랬고, [하얀방]에서도 그랬고 결국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사람들의 비틀어진 욕망과 욕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왠지 마음이 무거워지는군요.
물론 영화의 스토리를 세세하게 짜맞춰보면 어딘지모르게 어색한 부분도 있고, 영화의 마지막은 미심쩍은 부분도 있지만, 공포 영화에서 완벽한 스토리 펠링을 원한다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며,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 것은 헐리우드 공포 영화의 오랜 관습이니 그 정도는 이해해줘야 할듯 합니다. ^^


 

 

 

  


구피의꿈
파란색 배경에 음산한 효과 그리고 긴 생머리의 한국여자 귀신만 아니면되...외국 귀신들은 별루 안무서워...할로윈 놀이같아...


 2002/11/29   

쭈니
풋~
난 외국 귀신도 무섭더라. ^^;
 2002/11/29    

아랑
이거 읽으니까 보고싶네요... 저도 쭈니님만큼 공포영화 무서워 하는데...ㅋㅋㅋ  2002/12/02   

쭈니
아랑님도 저처럼 겁이 많으시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서워하면서도 꼭 보게 되더라고요. ^^
 2002/12/02    

구구콘
[..귀신의 존재가 분격적으로 드러나는 ..]
오타없는 우리나라 좋은나라...^--^
신경많이 쓰나부네..흐흐
 2002/12/03   

쭈니
그래 무지 신경쓰고 있다. 요즘... ^^  200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