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이너프] - 살인을 정당화시키는 이 영화가 무서웠다.

쭈니-1 2009. 12. 8. 15:31

 



감독 : 마이클 앱티드
주연 : 제니퍼 로페즈, 빌리 캠벨, 줄리엣 루이스
개봉 : 2002년 11월 15일

[밀애]에 대한 글을 쓴 후 이 영화에 담긴 여성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글로 마무리를 해야 했던 저는 그녀와 통화를 했었습니다.
"[밀애]에 대한 글을 너무 못 쓴것 같아. 그치?"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이 질문을 함으로써 제가 그녀에게 원한 대답은 '아냐. 잘썼어.'라는 위로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그러게... 왜 그렇게 못썼어?"
그녀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저는 너무나 당황해서 변명하기에 급급했었습니다.
"응... 그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대강 쓰느라고..."
그후부턴 그녀에게 그따위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솔직한 대답이 두려워서... 그런데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를 새벽에 쓰고 늦잠을 잤던 어느날 아침,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 너무 못썼더라. 왜 그랬어?"
헉~ 순간 늦잠을 자던 저는 잠이 확~ 깨버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요즘들어 그녀가 나의 '영화 이야기'의 평론가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영화 이야기'를 쓸땐 다른 때와는 다르게 조금은 신경을 써서 쓰고 있습니다. 제 글에 대한 솔직한 비평을 해주는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인데... 왜 전 그녀에게 솔직한 비평보다는 가식적인 칭찬이 듣고 싶은 걸까요? (아~ 간사한 쭈니... ^^;)


 

 


[이너프]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넬], [블링크]와 같은 인상깊었던 영화를 만든 마이클 앱티드 감독의 작품으로 비록 이전 영화인 [007 언리미티드]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대규모 블럭버스터가 아닌 소규모 스릴러 영화에서 그 능력을 더 발휘하는 앱티드 감독이었던 만큼 최소한 실망스러운 스릴러 영화는 아닐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주연이 [엔젤 아이즈], [더 셀]에서 인상깊었던 제니퍼 로페즈이니...
그러나 영화를 보는내내 제 입에선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때렸다는 이유로 남편을 때려 죽이는 아내와 그 살인을 정당화시키는 이 영화의 소행을 보며 제가 느낀 것은 '미국이란 나라는 정말 무서운 나라구나.'입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살인을 정당화시키는 헐리우드라는 곳도 무섭게만 느껴지더군요.
이 영화는 별볼일없는 웨이트리스 슬림(제니퍼 로페즈)이 미치(빌리 캠벨)라는 능력있고 돈많은 남자와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모든 스릴러 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슬림의 그러한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녀가 남편의 핸드폰에 저장된 33번의 비밀을 알게됨으로써 그녀는 남편의 감추어진 폭력성을 깨닫게 된겁니다.
이 영화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핸드폰에 저장된 33번의 비밀... 하지만 이 비밀이라는 것이 겨우 남편의 외도입니다. 물론 슬림의 입장에선 남편의 외도가 큰 사건이었음에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들과 천연덕스럽게 불륜의 관계를 저지르고, 오히려 슬림에게 '난 남자니까 니가 이해해'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미치가 정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라는 가정 문제를 가지고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며 남편을 살해하는 슬림의 행각은 분명 비정상적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슬림의 살인 행각을 애써 변명하려하는 이 영화 역시 분명 비정상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주인공인 슬림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인 미치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분명 심리적으로 비틀어진 인물입니다. '돈을 버는 것은 남자이니 모든 것은 남자맘대로이다.'라는 잘못된 부부관을 가지고 있으며, 소유욕이 강해서 갖고 싶은 것은 폭력을 휘둘러서라도 가지고야 마는 약간은 위험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가 죽임을 당할만큼 잘못한 것일까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인간의 생명은 분명 소중한 것입니다. 미치가 조금은 비틀어진 심리의 소유자이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슬림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해서 그가 죽어 마땅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슬림은 미치를 죽입니다. 그리고는 그녀는 '아이를 위해서'라고 자신의 살인에 대한 첫번째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영화의 초반, 미치가 슬림에게 처음으로 폭력을 휘둘렀을때 슬림의 동료였던 지니(줄리엣 루이스)는 슬림에게 미치를 경찰에 신고하라고 충고합니다. 하지만 슬림은 '내 아이의 아빠를 범죄자로 만들 수 없다'며 거절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에게있어서 아빠의 부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고 있던 슬림은 결국엔 아이의 아빠인 미치를 죽이기에 이릅니다. 도대체 아기의 아빠를 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지만 죽일 수는 있다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요?
슬림은 분명 미치를 경찰에 신고하고 합법적인 이혼 수속을 받아야 했습니다. 물론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슬림으로써는 경찰에 절친한 친구도 있고, 돈도 많은 미치에게 분명 불리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조차 하지않고 도망을 먼저 시도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설정입니다.
자! 여기서 다시 미치의 계획 살인에 대한 슬림의 정당성인 '아이를 위해'라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죠! 이 영화 어디에도 미치가 자신의 아이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설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분명 비정상적인 남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착실한 아빠였던 겁니다. 미치는 분명 아이를 사랑했고 그 아이를 되찾기위해서라도 슬림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어합니다. 물론 그 방법이 협박과 폭력이라는 안좋은 방법이었지만 그는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아이를 사랑한다는 슬림은 아이를 데리고 위태위태한 도주 행각을 벌이고 나중엔 모든 위협을 없앤다며 아이의 아빠를 죽여 버립니다. 결국 그녀의 살인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행각이었던 겁니다.


 

 

  
미치에 대한 슬림의 계획 살인의 두번째 정당성은 미치가 슬림을 먼저 죽이려 했다는 겁니다. 슬림은 미치를 살려두면 지구끝까지라도 자신을 쫓아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것이라 생각한 겁니다. 그렇기에 그에게서 먼저 죽음을 당하기전에 그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하지만 이 영화를 가만히 살펴보면 미치는 슬림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실수 있을 겁니다. 그가 경찰 친구와 나누는 대화만 보더라도 그의 사랑을 눈치챌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가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는 단지 슬림을 소유하는 것만이 자신의 사랑을 총족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물론 그의 사랑은 분명 잘못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슬림을 사랑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슬림은 미치에게서 살인의 위협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가 슬림을 쫓기위해 위험해보이는 불량배들을 동원하고, 친구인 경찰까지도 동원했지만 그것으로 그녀의 목숨이 위협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는 단지 슬림을 궁지로 몰아넣어 그녀를 자기의 앞으로 데려오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슬림은 그러한 미치에 대한 합법적인 이혼 수속이나 정신과 치료를 통하여 미치의 비틀어진 사랑을 바로 잡는 등의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도망부터 갑니다. 결국 그녀는 전혀 미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겁니다. 어쩌면 미치와의 결혼 자체도 그의 돈과 능력을 보고 선택하였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여성과 결혼 생활을 해야만 했던 미치의 상황은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그의 비이상적인 심리 상태를 부각시킴으로써 슬림의 상황만을 관객에게 주입시키고 미치를 죽어마땅한 악한으로 매도합니다.
미치가 슬림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두번째 상황만 봐도 이 영화의 미치에 대한 매도를 알수 있습니다. 세상에 어느 아빠가 자신의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야밤 도주하는 것을 달가워 하겠습니까? 물론 야밤 도주를 하는 그녀에 대한 그의 폭력은 분명 잘못된 행위이겠지만 미치와의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은채 자신의 생각만을 내세워 아기까지 안고 집을 나가려는 슬림에 대한 미치의 분노를 우리는 어느정도 이해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미치에 대한 이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미치가 슬림에게 폭력을 가한것 만으로 미치가 슬림의 목숨에 위협을 가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치에 대한 슬림의 계획 살인을 정당화하는 가장 큰 장치는 바로 슬림이 마지막 순간엔 미치를 죽이는데에 망설였다는 겁니다. 결국엔 슬림은 미치를 죽일 생각이 없었지만 미치가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이 영화가 펼치는 슬림의 정당성중에서도 가장 어이가 없는 장치입니다. 일년에 수십편씩 쏟아지는 헐리우드산 스릴러 영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방법으로 주인공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영화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될겁니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악인에게 대항하는 주인공에게 살인자의 오명을 덮어씌울 수 없는 스릴러 영화들은 마지막 순간 주인공을 살인의 순간에서 한순간 참게 만든 후 그냥 가만히 누워있으면 목숨을 건질 악인이 스스로 덤비다가 죽는 설정을 통해 주인공의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대변합니다.
만약 [이너프]에서 슬림이 직접 미치를 죽였다면 오히려 약간은 신선한 스릴러 영화가 될뻔 했습니다. 악인에게 악행으로 복수를 하는 강한 여자의 모습을 통해... 모든 스릴러 영화가 선인과 악인으로 나뉠 필요는 없으니 슬림을 애써 선인으로 만들으려 하지말고, 차라리 그녀 역시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는 악인으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릴러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슬림의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마지막엔 미치를 죽이기위한 한달여간의 준비를 끝낸 슬림에게 여느 스릴러 영화가 행하여 왔던 그 치사한 방법으로 그녀의 정당성을 애써 대변하려 합니다.
결국 이러한 이 영화의 노력은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말도 안되는 설정임과 동시에 다른 흔해빠진 평범한 스릴러 영화로 이 영화를 전락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슬림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좀더 미치를 동정할수조차 없는 악인이나 엄청난 범죄자로 표현해야 했습니다. 겨우 폭력 성향이 다분한 비틀어진 성격의 소유자에다가 불륜을 아무 죄책감없이 저지르는 파렴치한을 가지고 충격 스릴을 운운하다니 이 영화, 너무 부풀려졌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이 영화를 보고 제 여자 친구와 조금의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도대체 미치가 왜 죽을 만큼 못된 놈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던 저는 단지 이혼으로 처리하면 될 일을 살인으로까지 일을 확대한 슬림에게서 분노를 느꼈고, 그녀는 슬림의 살인이 정당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더군요. 폭력을 죽음으로 되갚아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의 메세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 저로써는 이 영화가 불쾌하기만 했지만, 지금까지 사회적인 약자였던 여성이 남성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다는 스토리에 매료된 여성 관객들에겐 묘한 카타르시즘을 느끼게 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구구콘
[..그러나 영화를 보느내내 ..]
[.. 미치가 정상이라는 것은도 아닙니다..]
[..심리적으로 비툴어진 인물입니다..]
[..미치가 조금은 비툴어진 심리의 소유자이며..]
[..시도조차 않하고 도망을 ..]
[..미치의 계획 살인에 대한 슬림의 ..]..."살인계획"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나?..아니면 말고..ㅡㅡa..
[..미치의 비툴어진 사랑을 바로 잡는 등의..]
[..이해를 원척적으로 봉쇄하고 미치가 ..]
[..슬림을 애써 선인으로 만들으려 애쓰지 않고 ..]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존처럼 보기 힘든 ..]
[..전락시키는 결정적인 역활을 합니다..]..
이건 저번에도 말했는디.."역활 x, 역할 o"
[..성향이 다분한 비툴어진 성격의 ..]..이상~
 2002/11/23   

쭈니
우와~ 이번엔 오타가 무지 많네.
아마도 이거 쓸때 시간에 쫓기면서 써서 그런가 보다. ^^
그리고 오타를 보니 한번 틀린 표현은 잘 고쳐지지가 않네.
예를 들어서 '비툴어진'이라는 표현...
에궁~ 우리말은 언제봐도 어렵단 말야. ^^
암튼 이 많은 글을 전부 오타 수정해주느라 고생많았다.
 2002/11/23    

구피의꿈
'줄리엣 루이스'였구나....
글쓰기에 좀 소원해 졌기에 충격요법을 좀 썼던건데 흠...
^^아~ 너무 센티멜탈한 쭈니~
그래도 난 너의 왕왕왕팬인거 알지?
 2002/11/25   

쭈니
충격요법??? 그거 아주 효과적이던걸... ^^;
그래도 난 너무 좋아.
내 글을 니가 열심히 읽어줘서... ^^V
 2002/11/25    

아랑
둘사이의 새로운 발전?
서로 말을 논다^^;
 2002/11/26   

쭈니
언제 놨는데요...
연인사이면 당연히 말을 놔야줘. ^^
 200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