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 - 태평양만큼이나 넓은 문화적 차이.

쭈니-1 2009. 12. 8. 15:30

 



감독 : 제이 로치
주연 : 마이크 마이어스, 비욘세 놀즈, 마이클 케인
개봉 : 2002년 11월 15일

1999년 여름... 친구들과 단체로 영화를 보기로 하고 신촌에서 만났었습니다. 오랜만의 영화관람이었기에 무슨 영화를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미국 박스 오피스를 강타했다는 헐리우드의 코믹 SF 영화 [오스틴 파워]를 선택했었습니다. 그 당시엔 [오스틴 파워]가 어떤 영화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었습니다. 단지 헐리우드의 SF 영화이니만큼 스케일도 클것이며,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올렸으니 재미는 보장되어 있을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겁니다.
하지만 막상 [오스틴 파워]를 보았을때는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SF 코믹 영화와는 전혀 다른, 성적인 농담만이 가득한 썰렁한 영화였던 겁니다. 도대체 이런 영화가 어떻게 제작될 수 있었는지... 미국 관객들은 왜 그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친구들에게 얼마나 욕을 얻어 먹었는지... 내 돈내고 친구들에게 영화보여줬다가 이렇게 미안한 생각이 든 영화는 아마도 [오스틴 파워]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특히 제 옆에 앉아 같이 영화를 봤던 여후배한텐 영화를 보는내내 민망한 마음에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3년전 그토록 절 당혹스럽게 했던 [오스틴 파워]의 새로운 시리즈가 다시 우리 관객을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엔 개봉되지 않은 1편을 포함한다면 벌써 이번에 개봉된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가 3편인 셈입니다. 이번 영화 역시 미국에서는 전편을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올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3년전 그 당혹함을 철저하게 맛본 저로써는 쉽게 이 영화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오프닝씬에 톰 크루즈, 기네스 팰트로우를 비롯한 여러 스타들이 나온다는 그 엄청난 소식을 들은 후에는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 성적 농담만 가득한 영화에서 톰 크루즈와 기네스 팰트로우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한 궁금증은 절 괴롭혔고, 3년전의 그 당혹함을 간직한채 이번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하고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를 보았습니다.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 이 영화의 오프닝씬은 가히 지금까지의 헐리우드 영화중 가장 충격적이라 할만 합니다. 그 말쑥한 톰 크루즈가 성적 농담이 주특기인 오스틴 파워로 분했고, 지적 매력이 넘쳐나던 기네스 팰트로우는 성적 매력이 최대 덕목인 오스틴 파워걸로 분했습니다. 그 외에도 케빈 스페이시, 대니 드 비토의 모습도 볼 수 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기네스 팰트로우가 덤블링하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역이겠지만...) 그 뿐만이 아닙니다. 팝스타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머리가 폭발되는 그 충격적인 장면도 볼 수 있고, 이 영화의 마지막엔 존 트라볼타가 깜짝 출연하여 관객들을 놀라게하기까지 합니다.
정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헐리우드의 스타들이 단지 이 영화의 오프닝씬을 위해 뭉쳐서 그토록 철저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오프닝씬이 가능했던 것은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 대한 헐리우드에서의 위치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겁니다.
'도대체 [오스틴 파워]의 그 무엇이 이토록 미국의 일반 관객들을 환호시키고, 헐리우드의 스타들이 기꺼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는 것일까?' 이번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를 보면서 제가 가진 의문점은 바로 이러한 것이며, 전 이 해답을 얻기위해 이 당혹스러운 영화를 두번이나 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 결국 해답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두번째로 이 영화를 보았을땐 감기는 눈을 참지못하고 졸기까지 했으니까요. 결국 [오스틴 파워] 시리즈는 아무리 헐리우드 영화를 수없이 보아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차이는 태평양의 그 넓이만큼이나 멀다는 것을 느끼게해준 영화였습니다.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 이 영화를 두번이나 보면서 제가 재미를 느낀 장면은 톰 크루즈를 비롯한 헐리우드의 톱스타들이 자진해서 출연했다는 오프닝씬뿐이었습니다. 그 외의 장면들은 제겐 썰렁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은 타임머신으로 1970년대로 이동하여 골드멤버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하여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닥터 이블에 맞서 싸우는 최강의 스파이 오스틴 파워의 활약상입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줄거리만 놓고 본다면 이 영화는 007 제임스 본드로 대표되는 스파이 영화와 헐리우드의 환상적인 특수효과가 만들어내는 본격적인 SF 스파이 영화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스토리는 전혀 현실성이 없으며, 캐릭터들은 한구석이 모지란듯한 얼간이들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욕할수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를 보다보면 그러한 것들이 모두 의도된 것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3년전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때는 이 영화의 그러한 점들이 절 당혹스럽게 만들었었습니다. 진지하게 지구를 위기에서 지켜야할 영웅은 섹스만 밝히는 색광이고, 지구를 위기에 빠뜨릴 무시무시한 악당은 단지 우습게만 보일 뿐이며, 스토리는 전혀 현실성도 없이 말도 안되는 개그만으로 일관되었으니... 이 영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봤던 그 당시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3년전 개봉되었던 [오스틴 파워]가 그러하듯이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 역시 그러한 면에선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이 영화의 스타일에 대해서 알고보니 [오스틴 파워]를 보았을때의 당혹감은 어느정도 탈피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그러한 썰렁함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찾아지더군요.


 

 


제가 이 영화에서 나름대로 찾은 재미는 마이크 마이어스의 1인 4역 연기입니다. 전편인 [오스틴 파워]를 볼때도 영화의 썰렁함에 당혹스러워 했지만, 그의 다역 연기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영화 역시 그러합니다. 이미 오스틴 파워와 닥터 이블, 팻 바스타드의 연기가 전편과 마찬가지로 마이크 마이어스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골드멤버 역시 마이크 마이어스였다는 것은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가서야 알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마이크 마이어스의 연기 폭은 넓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이렇게 폭넓은 코믹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마이크 마이어스의 연기력만큼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 외에도 이 영화를 패러디 영화로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의 썰렁함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겁니다. 전체적인 틀은 007 영화의 걸작으로 알려진 [007 골드핑거]를 바탕으로하고 있으며, [양들의 침묵], [인디애나 존스 3 최후의 성전], [미션 임파서블]등을 패러디 하였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를 단순한 패러디 영화로 본다면 꽤 재치있는 패러디 영화인 셈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오스틴의 아버지 나이젤 파워를 등장시켜 오스틴과 나이젤간의 부자간의 갈등이라는 [오스틴 파워]시리즈로써는 드문일인 꽤 심각한 설정도 등장합니다. 언제나 성적 농담을 던지며 거칠것이 없어보이는 오스틴 파워가 아버지 앞에선 그의 부재를 원망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은 [오스틴 파워]의 스타일을 숙독하고 그 썰렁함을 각오했던 제겐 새로운 재미였습니다. 게다가 나이젤 파워는 꽤 흥미진진한 마지막 반전까지 이끌어내며 [오스틴 파워]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훌륭하게 내렸으니... 나이젤 파워라는 캐릭터는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역대 캐릭터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칭할만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느낄수 있는 재미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라는 영어의 속어들에 얽힌 성적인 농담들은 영어권이 아닌 우리나라에선 난해한 유머에 불과하며, 미국과 영국의 문화에서 오는 유머들도 저에겐 너무나도 먼 문화적 차이로만 느낄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가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니 [오스틴 파워]의 신작 시리즈를 놓고 봐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일은 이제 더이상 없을 것 같군요. ^^;


 

 

 



구피의꿈

문화의 차이...맞아 태평양 만큼이나 넓고도 큰거야...그것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사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거지...
아무튼 오스틴파워는 한국 정서엔 정말 꽝이야...
헐리우드 영화...올해는 '아이엠 샘' 하나로 만족...
 2002/11/21   

쭈니

하긴 넌 잘 알고 있겠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을 했었으니...
[아이 엠 샘]의 경우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누구나 이해할수있는 부모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니 문화적인 차이를 덜 느낄수 있었겠지.
근데 왜 [아이 엠 샘]에 대한 글을 안쓰는 거야? 빨리 써~~~ ^^
 2002/11/21    

구피의꿈

그날의 감동이 영 살아 나지를 않아...
흠...98% 사랑이 모자라서...^^
 2002/11/21   

쭈니

치~ 핑계는...
그럼 한번 더 봐~
모자른 98% 사랑은 내가 채워줄께. ^^
 2002/11/21    

미니로

헉~!! 닭살커플^^  2002/11/21   

쭈니

앗! 죄송... ^^;
하지만 우린 닭살 커플이 좋은걸... ^^
 2002/11/21    

구구콘

[.. 베길 수가 없었습니다..]
[..오프닝씬을 위해 뭉쳐 그토록 ..].!
 2002/11/23   

쭈니

흠~ 점점 오타가 줄어들고 있당~ ^^  2002/11/23    

ipoint2002

음..전 이거 정말 재밌게 봤는데..^^; 제일 맘에 들었던게 우선 색감이..^^ 전부 원색이라는게 너무 흥미로웠구요.. 그래서 1편부터 꾸준히 봐왔거든요..
그리고 전 마이크 마이어스가 1인 다역이라는걸 어떻게 알았냐면요..
마이크 마이어스를 자세히 보시면 오른쪽 볼 입주위에 약간 돌출되어 있는 점이 있답니다..^^ 저도 그걸 보고 알았어요.. 닥터이블은 얼굴에 흉터자국으로 감췄지만.. 암튼 보시면 아실꺼에요..^^
 2002/11/25   

쭈니

아하~ 그렇군요.
오른쪽 볼 입주위에 약간 돌출된 점이라...
전 왜지금까지 그런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영화를 대강대강 보는 습성이 있나봐요. ^^;
 2002/11/26    

winmir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되는지...  2003/02/21   

쭈니

그것이 문화의 차이겠죠. ^^;  2003/03/19    

글쎄요.. 아이엠 쌤은 저에겐 굉장히 졸작같이 느껴졌습니다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 숀팬과 패닝의 연기력에 의한 감성의 울림만이 있었던 영화더군요..
그에 비하면 오스틴 파워는 굉장한 영화였습니다..
웃기기로 작정한 영화였기 때문이지요..
( 전 오스틴파워1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 )
코테이션 마크(따옴표)를 손가락으로 그리며 "레이져"를 외치며
반복이란 요소로써.. 실소를 자아내게 하던..
모조라는 매력을 가진 못생긴 주인공을 최고의 인기남으로 밀고가는..
마이어스가 주인공.. 닥터 이블.. 그리고 괴물 돼지로..
일인 삼역 또한 아주 웃기던 요소였지요 ^^;;;;
물론, 곳곳에 숨어 있던 패러디 또한 가관이었구요
( 내가 니 아부지다.. 이런.. ^^;;; )

사람에 따른 차가 있겠지만..
저에겐 최고의 영화로 꼽기에 오스틴파워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물론, 골드맴버는 소재의 고갈이라는 문제점에 봉착해버렸습니다만 ^^;;
 2006/05/08   

쭈니

1편이 쭌님에겐 최고의 영화였다니...
1편을 아직 못본 저로써는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네요. ^^
 200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