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스위트 알라바마] - 리즈 위더스푼에게 배신감을 느끼다.

쭈니-1 2009. 12. 8. 15:29

 



감독 : 앤디 테넌트
주연 : 리즈 위더스푼, 조쉬 루카스, 패트릭 뎀시
개봉 : 2002년 11월 15일

11월 16일 토요일... 그날은 나의 그녀와 하루종일 영화를 보기로 한 날입니다. 처음엔 3편의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했었지만 그것이 조금은 무리라고 생각한 저는 2편의 영화를 예매했었습니다.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하는 [스위트 알라마바]와 오후 5시에 시작하는 [하얀방]. 모든 것은 완벽해 보였습니다. 12시쯤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 한후 영화 2편을 보고 저녁 식사를 하고, 그녀의 집에 바래다주면서 데이트를 즐기고... 전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메세지를 보냈죠.
'영화 2편 예매했어'
메세지를 받자마자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영화 몇시에 시작하는거 예매했어?"
"2시 30분하고 5시..."
"나 안돼. 7시까지 신림동가야돼."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토요일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녀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하얀방]의 예매를 취소하라고 그러더군요.
"이씨~ 그런게 어딨어. 나랑 하루종일 같이 놀기로 했잖아."
저는 애절한 목소리로 떼를 써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녀의 미안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이렇게해서 완벽하게 준비된 나의 토요일은 깨져버렸고, 결국은 [스위트 알라바마]만 보고 그녀를 신림동으로 보내줘야 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스위트 알라바마]는 내 기대와는 전혀 동떨어진 최악의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스위트 알라바마]... 제가 이 영화를 주목한 것은 리즈 위더스푼이라는 배우의 존재 때문입니다. 작년에 보았던 [금발이 너무해]에서 결코 특별나게 이쁘지는 않지만 귀엽고 매력적이었던, 그래서 더욱 인상깊었던 그녀의 모습을 [스위트 알라바마]라는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다시 보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스위트 알라바마]는 그러한 제 기대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리즈 위더스푼의 매력을 한껏 부각시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금발이 너무해]를 보았을때의 그 깔끔하고 통쾌했던 느낌이 없습니다. 분명 리즈 위더스푼의 매력은 [금발이 너무해]와 비교해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는데,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재미는 오히려 다운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스위트 알라바마]는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던 멜라니 카마이클(리즈 위더스푼)이 매력적인 뉴욕 시장 아들인 앤드류(패트릭 뎀시)에게서 너무나도 멋진 프로포즈를 받으면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행복의 정점에 오른 듯한 멜라니에게도 한가지 문제거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그녀가 유부녀라는 것입니다. 앤드류와 꿈같은 결혼을 하기위해서는 7년동안 별거중인 남편 제이크(조쉬 루카스)에게 이혼장에 서명을 받아야만 합니다.
일단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써는 완벽한 시작을 보입니다. 멋지고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있고, 그녀에게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하는 모든 것을 갖춘 남자와 여주인공과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만들어갈 조금은 마초적인 남자가 있습니다. 이제 이 영화는 이 두남자 사이에서 멜라니의 달콤한 사랑을 그려나가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관계속에서 존재합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즐겨 본 관객이라면 이 두명의 남자중에서 멜라니가 마지막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뻔히 보일 겁니다. 앤드류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엔 그는 너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결국 앤드류는 너무 완벽하기에 멜라니와 앤드류의 사랑이야기는 영화적인 재미를 갖출 수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 영화에서 멜라니와 사랑을 이룰 주인공은 제이크입니다. 멜라니와 제이크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로맨틱 코미디가 일반적으로 갖추고 있는 영화적인 재미인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입니다. 제이크의 상대는 모든 것을 갖춘 뉴욕 시장의 아들이고, 제이크는 미국 남부 지방의 촌뜨기에 불과하니... 영화는 이렇게 처음부터 제이크가 감당하지 못할 라이벌을 설정해 놓고 제이크와 멜라니의 사랑이야기를 완성하기위해 억지를 펴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억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연 멜라니가 제이크를 사랑하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먼저 멜라니와 제이크의 관계부터 살펴보죠.
영화의 오프닝씬... 어린 멜라니와 제이크가 번개치는 날 운명적인 첫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는 곧바로 제이크에게 이혼 서류의 서명을 받기위해 7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멜라니와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으려는 제이크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비춰줍니다. 관객들은 이들의 대화속에서 멜라니와 제이크의 관계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멜라니는 실수로 제이크의 아기를 갖게되었고, 그래서 어쩔수없이 그와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아기가 유산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이크의 곁을 떠나고, 뉴욕에서 7년만에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의 자리에 오릅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았을때 제가 보기엔 제이크는 멜라니를 사랑했을지 몰라도 멜라니에게있어서 제이크는 어릴적 첫사랑이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 보입니다. 다시말해 멜라니와 제이크의 과거를 아무리 살펴봐도 멜라니가 제이크를 진정으로 사랑했었다는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멜라니에게 있어서 제이크는 지우고 싶은 과거에 불과한 듯 보여집니다. 그녀는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신의 재능을 썩히고 싶지 않아 거대 도시 뉴욕으로 진출했고 7년만에 그토록 숙원했던 성공을 이룹니다. 그런 그녀에게 고집불통 시골 촌놈인 제이크보다는 그녀를 위해주고 그녀의 사회적인 성공에 뒷받침되어 줄 수 있는 앤드류가 오히려 어울려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관객들이 쉽게 감동할 수 있는 단어를 내세워 관객들을 제이크편에 서게 만들고, 고향이라는 관객들이 쉽게 동화될 수 있는 단어를 내세워 멜라니의 뉴욕에서의 성공을 거짓된 삶으로 매도해 버리며, 남부와 북부라는 미국내 지역감정(?)을 건드림으로써 완벽해보이는 앤드류를 바보로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 영화가 몸부림을 쳐도 제 눈엔 아기가 유산된후 뒤도 돌아보지않고 뉴욕으로 가서 성공한 멜라니가 제이크를 사랑했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네요.


 

 


뭐 좋습니다. 멜라니가 제이크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의 진정한 사랑에 감복하여 앤드류를 버리고 제이크에게로 돌아갔다고 할수도 있으니까요. 이 영화는 멜라니가 제이크의 사랑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제겐 억지처럼 보여집니다.
7년간 성공을 위해 낯선 도시 뉴욕에서 앞만 보고 달렸을 멜라니에게 있어서 7년만에 찾은 고향은 너무나도 푸근하고 따뜻했을 겁니다. 오래전 친구들과 정다운 추억이 있는 곳... 처음엔 어서 이혼 서류에 제이크의 서명을 받고 뉴욕으로 돌아가려던 멜라니가 점차 고향의 따뜻함에 동화되어 가는 상황은 분명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고향의 푸근함을 깨닫는 것과 제이크의 사랑을 점차 깨닫고 감복하는 상황은 분명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두가지를 같이 처리함으로써 아주 쉬운 방법으로 관객의 동의를 얻어내려 합니다.
도대체 제이크는 멜라니에게 사랑을 표현하기는 했었나요? 앤드류가 멜라니를 얻기위해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거는 것에 비해 제이크는 고작 멜라니에게 딴지거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멜라니는 오히려 앤드류의 사랑보다는 제이크의 사랑에 감복합니다.
이 영화는 멜라니가 제이크와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첫사랑'과 '고향'이라는 관객들이 쉽게 동화될수있는 것들을 내세우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허상일 뿐입니다. 그러한 감상적인 단어들로 인하여 사랑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멜라니가 어리석게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요?
결국 멜라니는 제이크라는 그 허상일뿐인 첫사랑을 얻기위해 7년동안 이루어놓은 뉴욕에서의 성공을 거짓된 삶으로 매도하며 물거품으로 만들고, 자신을 진실로 사랑한 앤드류에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만 남겨주었으며, 아들의 어처구니없는 상처를 보고 분노를 느끼는 앤드류의 어머니에겐 주먹을 날림으로써 모든 것을 마무리 합니다.
[금발이 너무해]에서 사랑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성공을 이루어 냈던 그 당당했던 리즈 위더스푼은 [스위트 알라바마]에선 사랑같지도 않은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성공을 버리는 그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연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했던 그녀가 알라바마라는 이 작은 마을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써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요? 멜라니가 그 모든 것을 포기하는 동안 제이크가 포기한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간혹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며 웃는 여성 캐릭터에게 느꼈던 그 씁쓸함을 리즈 위더스푼에게마저도 느끼게 될줄은 진정 몰랐습니다.


 


 

미니로

저도 금발이 너무해를 너무나 재밌게 감상했기에(정말 그 영화도 아무기대없이 봤는데...) 신문에 난 포스터를 보고 단번에 그때 그여자(이름은 몰랐지만)인 줄 알았죠. 기회되면 꼭보려했는데 이렇게 배신감까지 느끼셨다니 다시 생각해봐야겠네요.^^
근데 금발이 너무해때보다 살이 좀 빠진거 아닌가요?^^
 2002/11/17   

쭈니

[금발이 너무해]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 영화는 피하시는 것이...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금발이 너무해]때보다 살이 좀 빠졌다??? 글쎄요. 그건 모르겠는데요... 제가 보기엔 그대로 인듯... ^^
 2002/11/18    

구구콘

[..뉴욕에서 절치부심 끝에 ..]..근데 "절치부심"은 좀..안어울린다..안구래?
[..오래전 친구들과 정다운 추억을 있는 곳..]
[..모든 것을 받쳤던 앤드류에겐 ..]..이상~
 2002/11/23   

쭈니

흠~ 이번건 오타가 나름대로 적네. ^^  2002/11/23    

노트북이 훨씬 낫다는.. ^^;;;  2006/05/08   

쭈니

흠~ 노트북도 봐야할텐데... ^^  200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