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색즉시공] - 화장실 코미디의 진수...

쭈니-1 2009. 12. 8. 15:38

 



감독 : 윤제균
주연 : 임창정, 하지원, 정민, 진재영
개봉 : 2002년 12월 13일

전 가끔(?) 나쁜 술버릇 때문에 나의 그녀를 화나게 하곤 합니다. 이상하게 술만 마시면 갈때까지 가야만하는 제 술버릇은 술자리의 중간에 빠져나오는 법이없이 항상 맨 마지막까지 남아 새벽이 되어서야 인사불성이 되어 집에 들어가곤 합니다. 그럴때면 착한 그녀는 늦게까지 잠못이루다가 제가 집에 들어갔다는 전화를 해야지만 안심을 하고 잠을 잡니다.
지난 수요일에도 그랬습니다. 간단한 술자리가 있었는데 늦게 술자리에 참석한 귀여운 여동생이 술자리가 끝난후에도 고민이 있다며 한잔만 더하자고 제게 부탁을하는 바람에 늦게까지 남아 그 여동생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새벽녁까지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며 기분좋게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에 발생하였습니다.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난 나의 그녀는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 메세지를 보내도 답장하나없이 그렇게 절 애타게 했습니다. 그날 늦게서야 겨우 통화가 된 그녀... 그녀는 지금까지 제게 화나 있었던 것을 한꺼번에 쏟아냈습니다. 전 아무 말없이 그냥 그렇게 그녀의 화를 받아 들였습니다. 솔직히 연락이 안되는 것보다 그렇게 화를 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휠씬 좋았기에, 전 뒤늦게나마 제 전화를 받아주고 이렇게 화를 내는 그녀가 고맙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때문에 하루종일 신경을 써서인지 그녀는 아파서 회사에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전 부랴부랴 그녀의 집앞에 가서 그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색즉시공]이라는 영화를 보여주며 그렇게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너무나도 착한 그녀는 하루만에 화를 풀고 제게 다시 따스한 미소를 보내주었습니다.
전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이렇게 착한 그녀가 나의 애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리고 다시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다시는 이렇게 착한 그녀를 화나게 하지 않으리라고... ^^


 

 


[색즉시공]은 일단 용감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한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화장실 코미디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모험 정신도 가상하고, 국내 연말 흥행뿐 아니라 세계의 영화 흥행을 주도할 것이 분명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과 정면 대결을 시도한 용기도 가상합니다.
물론 [색즉시공]이 이러한 두가지 모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분명 흥행에 대한 윤제균 감독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겁니다.
작년에 국내 영화계에 불어닥쳤던 조폭 코미디 열풍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두사부일체]라는 조폭 코미디 영화를 흥행에 성공시켰던 윤제균 감독은 올해 우리 영화계의 화두가 '섹스'임을 일찌감치 감지했던 겁니다. [밀애]를 비롯하여, [죽어도 좋아], [마법의 성] 등 드라마와 코미디를 어우르는 이 '섹스'라는 단어는 조폭 코미디처럼 한 장르에만 얽매이지 않고 여러 장르의 영화에서 차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안고 올해 우리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였습니다.
그중에서 [몽정기]라는 영화의 흥행성공은 분명 [색즉시공]의 흥행에대한 자신감에 탄력을 불어넣어 줄만했습니다. 비록 본격적인 화장실 코미디는 아니지만 사춘기 시절의 추억을 감싸안으며 10대의 성이라는 과감한 소재를 꺼내들었던 [몽정기]의 성공은 본격적인 화장실 코미디와 노골적인 섹스 코미디를 표방한 [색즉시공]이 충분히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부담없이 웃음을 안겨줄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이러한 확신은 시사회의 그 열광적인 반응에서 여과없이 드러났습니다. 이제 우리 관객들도 '섹스'라는 단어를 숨기려고만 하지 않고, 밖으로 드러내며 맘껏 웃을 수 있는 성숙한 성의식을 갖춘 겁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과의 흥행 대결 역시 윤제균 감독의 작년 [두사부일체]에서의 경험을 십분발휘한 전략임에 분명합니다. 유난히 헐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드러내는 연말 시장에 맞춰 틈새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윤제균 감독의 뛰어난 흥행 전략은 올해엔 우리 국민들의 반미감정까지 겹쳐져 올해도 어김없이 효과를 발휘할 것임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흥행 결과는 아직 두고봐야 하겠지만 [색즉시공]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영화외적인 이러한 용기만으로도 우리에게 소중한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색즉시공]은 화장실 코미디입니다. 이미 헐리우드에선 일반화된 이 화장실 코미디라는 장르는 관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는 장르입니다. 그런 면에서 [색즉시공]은 우리 영화 최초의 화장실 코미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영화의 무대인 어느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대접에 담긴 온갖 오물이 들어있는 소주를 마시는 더러운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구토물을 얼굴에 묻힌채 잠이 들어있는 장은식(임창정)이라는 캐릭터와 마주치게 됩니다. 이렇게 장은식이라는 캐릭터는 여느 영화의 주인공처럼 멋있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다른 조연 캐릭터보다 지저분하고 엽기적입니다.
이러한 주인공 캐릭터의 엽기적인 행각은 헐리우드의 성공적인 화장실 코미디인 [아메리칸 파이]의 지미(제이슨 빅스)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테드(벤 스틸러)의 엽기 행각과 그 맥을 같이 합니다. [색즉시공]은 헐리우드의 화장실 코미디을 통해 화장실 코미디의 주인공이 엽기적이면 엽기적일수록 그 영화는 더욱 재미있음을 깨달은 겁니다.
[색즉시공]에서 주인공인 장은식의 엽기적인 행각은 관객이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생쥐를 삼키기도 하고, 쥐약이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막무가내로 먹어치우기도 합니다. 지하철에선 치한으로 몰려 거시기(?)를 차이고, 돼지 발정약을 먹고 자위 행위를 하다가 들키기도 합니다. [아메리컨 파이]의 지미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테드와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장은식의 엽기 행각은 동급 최강입니다.
[색즉시공]은 이왕 화장실 코미디를 하려면 제대로 확실히 하겠다고 맘을 먹었는지 온갖 역겨운 배설물들을 이용하여 관객들을 웃깁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정액 무스보다 업그레이드된 정액 후라이를 비롯하여, 구토를 하다말고 키스를 하기도 하고, 인형과 섹스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엽기적이고 더러운 장면들은 효과적으로 관객들을 웃깁니다. 바로 화장실 코미디의 장점을 십분발휘한 셈입니다.


 

 


장은식과 그의 친구들의 엽기적인 행각으로 화장실 코미디의 진수를 펼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이은효(하지원)를 비롯한 에어로빅 써클의 회원들이 섹스 코미디를 펼칩니다. 물론 화장실 코미디와 섹스 코미디는 어느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아직은 화장실 코미디에 익숙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눈요기거리를 마련함으로써 안전장치를 따로 준비한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한결같이 벗습니다. 아직 노출 연기를 한적이 없는 하지원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리를 벌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함상욱(정민)과의 정사씬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원의 이러한 노출씬은 분명 그 강도에서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인지도가 꽤 있는 여배우로써는 상당한 이미지 변신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동원된 여성 조연 배우들은 과감한 노출 연기를 통해 끊임없이 관객의 눈요기거리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출씬들은 [색즉시공]의 스토리 전개와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함상욱과 김지원(진재영)의 정사씬처럼 그 의도가 의심되는 장면도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그러한 노출씬들이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는 겁니다. 어차피 이 영화는 지저분한 화장실 코미디와 노골적인 섹스 코미디로 관객들을 웃기려 다짐을 한 이상 은식과 은효의 사랑이라는 영화의 주요 스토리는 한쪽으로 몰아넣고 관객 웃기기에 몰두합니다.
[두사부일체]에서 실컷 관객들을 웃기다가 갑자기 사교육 문제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꺼내들어 절 어리둥절하게 했던 윤제국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역시 은식과 은효의 진정한 사랑이라는 코끝찡한 장면을 마지막에 준비하지만 그 강도를 [두사부일체]의 마지막 장면과 비교하여 한없이 약하게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부담없는 웃음을 마지막까지 선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윤제균 감독의 그러한 선택이 옳아보입니다. 우리 옛말에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노골적으로 웃기다가 갑자기 울리려한다면 분명 그에대한 반감도 생길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웃음은 오히려 [두사부일체]보다 한결 부담없고, 편안해진 느낌입니다.


 

 


이렇게 효과적으로 화장실 코미디와 섹스 코미디를 잘 버무려 관객들을 웃겼던 이 영화는, 하지만 제겐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첫번째 아쉬움은 하지원의 연기 변신입니다. 물론 그녀는 이 영화에서 지금까지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나 성공적으로 코미디 영화에 안착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원했던 그녀의 모습은 이 영화의 포스터처럼 섹시하게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속에서 하지원은 그런 밝은 모습을 별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생기발랄한 다른 여성 캐릭터에 비해서 하지원이 맡은 이은효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어두워 보이며, 그런 이은효를 연기하는 하지원의 모습에서 공포 영화속의 그 섬뜩함이 간혹 비춰졌습니다. 이은효라는 캐릭터가 좀더 밝았다면...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드네요.
이 영화에 대한 두번째 아쉬움은 아무리 화장실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주인공인 장은식의 모습이 너무 엉뚱했다는 겁니다. 물론 그러한 장은식의 엉뚱함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재미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흘러가며 장은식과 이은효의 사랑이야기를 펼칠때쯤이면 그러한 장은식의 엉뚱함은 이은효와의 로맨틱한 사랑의 장애물이 되고 맙니다. 차라리 장은식과 이은효의 사랑으로 영화를 끝맺음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장은식은 이은효의 사랑을 차지하기엔 영화의 초반부터 너무 많이 망가져 버렸던 겁니다. 영화가 끝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은효가 장은식의 사랑을 받아들인 것이 그에 대한 미안한 감정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닌데... 영화 후반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했던 이 영화와는 너무나도 다른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물론 이러한 이 영화에 대한 두가지의 아쉬움은 제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분명 제게도 기억에 남을만한 진정한 화장실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구피의꿈
함상욱 처럼 깡통같은 사랑을 가진 사람과 장은식 처럼 그녀의 온갖 잘못도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서로 비교하라는 것이겠지...
물론 별 스토리 진행도 없이 장은식과 이은효가 새로운 사랑을 이루기엔 좀 많이 부족하고 힘든부분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하지만....시시콜콜 연결하기엔 영화시간이 너무 짧았쟎아...^^
 2002/12/16   
쭈니 넌 장은식과 이은효의 사랑을 지지하는 편이군.
난 영화시간이 너무 짧은만큼 그들의 사랑 이야기자체를 시작하지말고 그냥 그렇게 마무리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
 2002/12/16    
alang
저도 이거 봤는데요. 제가 이은효라도 절망스럽고 수치스러운 부분까지도 다 깜싸주는 헌신적인 사랑의 은효를 받아들일수 있을것 같은데요.
정말 웃기더군요. 또 생각난다.. 케케케..
 2002/12/16   
쭈니 흠~ 역시 여자들은 그렇군요.
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새롭게 생기지 않을 것 같은데... ^^
 2002/12/16    
쩡이
재밌었어. 이 영화... 본격적인 화장실 유머가 멋지게 시작된거 같아서 좋았고, 임창정의 연기는 엽기 그 자체.. 임창정이라서 잘 소화해냈던건 아닐까.. 나두 아쉬운 점은 하지원의 연기가 너무 소극적이였던게 아닐까하는 아쉬움....^^
그리구 난 여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은효가 장은식의 사랑을 다시 받아들인거 이해가 가는데.. 헌신적인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흔들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모든걸 감싸줄수 있는 사랑... 그래야 행복하지 않을까??
 2002/12/17   
쭈니 흠~ 역시 여자들은 전부 그런가 보다.
헌신적인 사랑이라~~~
그럼 나도 헌신적인 남자가 되어야 되겠군. ^^;
 2002/12/17    
구구콘
[..반미감정까지 겹들여져 올해도 ..]
[..담긴 온갖 오물이 뒤썪인 소주를 ..]
[..회원들이 섹스 코미디를 펼쳐집니다..]
[..영화속의 그 섬뜩한 간혹 비춰졌습니다..]
나도 석이랑 봤는데...꽤 재밌던데..^--^
억지로 맞춘듯한 그런 느낌도 없고...지저분함이 깔려있어도 구질구질하진 않던거같더라..
암튼 시간은 잘 가더만..^ㅁ^..
 2002/12/17   
쭈니 이 영화 봤군.
나도 재밌게 봤어...
이 영화 덕분에 구피의 화도 풀리고... ^^;
 200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