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 원작보다 빈약한 상상력.

쭈니-1 2009. 12. 8. 15:39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주연 : 다니엘 레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케네스 브래너
개봉 : 2002년 12월 13일

작년 겨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개봉되었을때 전 그냥 시큰둥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다분히 어린아이 취향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보다는, 스케일이 크고 좀더 어른 취향인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가 휠씬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두영화가 개봉되었을때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불법 동영상을 구해서 컴퓨터로 보고,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는 영화 예매 사이트를 전부 뒤져서 어렵게 구한 영화표로 극장에서 봤습니다. 그래서인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별로 재미없게 보았었고,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는 그 긴 러닝타임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보았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흐르고 이번 겨울에도 역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였습니다.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이번에도 역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그냥 불법 동영상을 구해서 컴퓨터로 보고,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은 시설이 좋은 극장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그녀는 '해리포터'의 열렬팬이더군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극장에서 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때문에 결국 저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개봉하기 거의 한달전에 영화 예매를 끝내야 했으며, 영화를 보기전에 원작 소설을 읽어야한다고 칭얼대는 그녀를 위해서 정말 몇년만에 교보문고에 가서 조앤 롤링의 원작 소설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사서 그녀에게 선물해줘야 했습니다.
작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경우 영화를 본후 원작 소설을 읽었던 저는 영화를 보기전에 원작 소설을 읽어야 더욱 재미있다는 그녀의 권유에 따라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개봉하기 일주일전쯤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은 '굉장히 재미있다'였습니다. 1편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상당히 재미없게 읽었던 저로써는 2편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의 재미는 정말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 대해서 상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보다는 재미있었지만,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제게 생각보다 그리 재미없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던 원작소설탓입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시리즈의 1편인 까닭에 너무 많은 분량을 캐릭터 설명에 치중해서 영화로 먼저 '해리포터'를 접한 제겐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리즈의 2편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이미 익숙해진 캐릭터와 새로 보강된 캐릭터가 벌이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좀더 세밀하게 그려나감으로써 '해리포터'의 팬이 아닌 제게도 상당한 재미를 안겨 주었습니다. 특히 소설의 초반 별의미없이 그려진 부분들과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상세한 묘사들이 마지막 반전에서 중요한 열쇠가 될때엔 마치 뛰어난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까지 들었었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재미있었던 원작 소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본 것은 제겐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일단 원작에 최대한으로 충실한 영화입니다. 그럴수밖에없는 것이 원작자인 조앤 롤링의 입김이 처음부터 너무 많이 들어갔기에 원작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에겐 처음부터 차단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시간적인 활용이 자유로운 원작 소설에 비해 시간적인 활용이 자유롭지 못한 영화에선 너무 많은 부분을 생략해야하는 어려움에 처한 겁니다. 물론 이 영화가 생략해야하는 부분들은 원작소설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했기때문에 원작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인 세밀한 묘사부분을 상당부분 생략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반전의 중요한 역활을 하는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의 동생이자 해리(다니엘 레드클리프)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지미 위즐리라는 캐릭터는 원작소설에 비해 그 역활이 미비했으며, 해리와 헤르미온느(엠마 왓슨)가 비밀의 방에 있는 괴물의 정체를 밝혀내는 세밀한 부분도 많이 생략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이 다른 연소자관람가 영화들에 비해서 긴 2시간 40여분이 달한다는 사실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최대한으로 원작에서 표현된 세밀한 묘사를 표현하기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소설을 미리 보고 영화를 본 제겐 영화가 너무 대충대충 넘어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만큼 원작에 충실한 영화가 어디있냐고 반문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분명 이 영화는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원작을 가지고 있는 영화중에서 가장 원작에 가깝게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정말 원작소설을 그대로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속에 끼워넣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의 세밀한 부분을 표현하는데엔 실패했을지도 모르지만 원작소설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스토리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원작소설의 팬으로써는 즐거운 일일겁니다. 원작소설의 팬들은 원작소설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그렸던 소설속의 이미지들이 고스란히 영화속에 되살아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의 진짜 문제점은 바로 이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저도 원작소설을 읽으며 소설속의 이미지들을 맘속에 그렸었고, 영화를 볼땐 제가 마음속에 그린 이미지들보다 휠씬 멋지고 환상적인 영화의 장면들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소설속에 뜻하지 않는 말썽으로 끊임없이 해리를 위험속에 빠뜨리는 귀여운 골치덩어리 집요정 도비는 영화에선 왠지 징그럽게 표현되었으며, 신기한 것들로 가득찬 론 위즐리의 집 역시 소설을 읽으며 제가 상상했던 것에 비해서 영화에선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전편에 비해 한껏 위험해진 해리포터의 모험도 책을 읽으며 제 맘속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그 스케일이 휠씬 작았습니다. 특히 금지된 숲에 사는 거대한 거미 아라고그와 거미떼의 습격과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바실리스크와 해리의 일대 결전은 원작소설을 보며 '영화에선 이 장면이 얼마나 스펙타클할까?'라고 생각했던 제게 실망만 안겨 주었으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이미 선보인 적이 있는 퀴디치 경기 역시 원작소설에서 표현된 그 아슬아슬한 재미가 영화에선 많이 반감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원작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제 상상력에 비해 영화의 상상력이 많이 빈약하다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의 스케일에 익숙한 제겐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전혀 볼거리가 없는 엉망인 영화는 아닙니다.
특히 원작소설에서 가장 흥미진진 캐릭터였던 허풍쟁이인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라는 캐릭터는 케네스 브래너의 멋진 연기덕분에 영화속에서 완벽하게 재현되었습니다. 얄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록허트 교수는 전편에 비해 조금은 어두워진 이 영화를 밝고, 활기차고, 유쾌하게 이끌어줍니다. 그가 나올때마다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며, 매력적인 연기였습니다.
그리고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비해 상당히 성숙해버린 다니엘 레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의 연기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빠질 수 없는 재미입니다.
전편에 비해서 상당히 멋있어진 해리 포터역의 다니엘 레드클리프는 이 영화를 통해 액션 히어로로써의 자질마저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론 위즐리역을 맡은 루퍼트 그린 역시 전편과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즐겁게 했으며, 이 세명의 주인공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헤르미온느역의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보여줬던 고집세고 비타협적이던 전형적인 모범생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완연한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여인으로 훌쩍 성숙했습니다. 특히 록허트 교수를 남몰래 사모하는 그 수줍은 모습... 그러한 헤르미온느의 새로운 모습이 소설에서처럼 세밀하게 묘사되지 않아서 약간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충분히 헤르미온느는 제가 반해 버릴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선 그녀가 바실리스크에 의해 너무 일찍 굳어버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활약을 못했지만 [해리포터와 아즈키반의 죄수]에선 헤르미온느의 활약이 대단하다니 기대가 되는 군요.
암튼 [해리포터 시리즈]는 대단한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생각보다 재미없게 보았으면서도 벌써부터 1년후에 개봉될 [해리포터와 아즈키반의 죄수]를 기대하는 것을 보면... 그것은 분명 이 영화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는 증거이며,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겁니다. [해리포터와 아즈키반의 죄수]는 감독이 알폰소 쿠아론으로 바뀐다는데... 그가 과연 원작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봐야 겠군요.


 

 

 

  


구피의꿈
흠~역시 잘썼단 말야...^^
해리포터의 팬이 된 걸 축하해....이것을 계기로 해리포터보다 더 멋진 소설을 한 번 써보는건 어때?
너의 그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동원하면 대단한게 나올것 같은데 말야...^^
 2002/12/18   

쭈니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군.
정말 어렸을때엔 멋진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상상력이 전부 고갈되었어. T-T
 2002/12/18    

구구콘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록허트 교수를 남모래 사모하는 ..]

그럼..반지의 제왕은 개봉이 오늘인감..낼인감?
예매해야겠네..너도 볼거지?
 2002/12/18   

쭈니
[반지의 제왕]은 19일날 개봉이야.
그 영화 예매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암튼 내일 드디어 [반지의 제왕] 보러 간다... ^o^
 2002/12/18    

alang
예매 하셨군요. 저는 23일날꺼로 예매햇어요. 정말 반지의제왕 예매하기 힘들더군요. ㅋㅋ
저는 해리포터를 컴터로 봐서 별로 실감나지 않앗어요.
 2002/12/18   

쭈니
19일것 예매하느라 고생했습니다.
해리포터... 컴으로 보면 실감나지 않겠더군요. ^^
 2002/12/19    

미니로
컴으로 봐도 화면에 얼굴 가까이 대고 보면 화면도 커보이고 좋던데요^^ 쿨럭.~  2002/12/19   

쭈니
ㅋㅋㅋ
저도 다음부턴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보겠습니다. ^^;
 2002/12/20    

alang
눈나ㅃㅏ져~~~ 안대~!~!  2002/12/20   

쭈니
푸하하하~
왜들 이렇게 웃기는 거예용~ ^^
 2002/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