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피아니스트] - 그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다.

쭈니-1 2009. 12. 8. 15:40

 



감독 : 미카엘 하네케
주연 : 이자벨 위페르, 브느와 마지멜, 애니 지라르드
개봉 : 2002년 12월 20일

국내 감독 중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제겐 크나큰 고역입니다. 그의 영화가 재미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단지 그의 영화를 보면 왠지 불편해지고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대한 느낌은 [나쁜 남자]라는 영화에서 극에 달했습니다. 매혹적인 포스터와 조재현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기대하며 [나쁜 남자]를 봤던 저는, 여성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뚜렷한 악의가 읽혀지면서 영화를 보는내내 불편해진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신작인 [해안선]은 아예 보지도 못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국내 감독 중에서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감독이라면, 해외 감독중에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감독입니다. 제가 그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퍼니 게임]이라는 영화입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휴양지에서 일가족을 일질로 잡고 폭력을 일삼는 청년들의 모습을 잡아낸 이 영화는 선한 편에서지 않고 철저하게 악한 편에서서 선한 게오르그 가족에게 이유없는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리고는 태연자약하게 관객들에게도 이 어처구니없는 폭력 게임에 가담하라고 종용합니다. 이 영화에서 제 불편해진 마음이 최고조로 오른 장면은 게오르그 가족의 반격을 TV리모콘으로 간단하게 뒤로 되돌려버리고는 다시 게오르그 가족을 위기에 빠뜨리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선한 편에서서 영화를 즐기는 것을 일반화된 관객들을 철저하게 빠져나갈 수 없는 궁지에 몰아 넣음으로써 마치 게오르그 가족처럼 이유없는 폭력을 당하는 기분을 느끼게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신작인 [피아니스트]가 새롭게 개봉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2001년 깐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와 함께 남녀 주연상을 휩쓸어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그 명성을 떨친 작품입니다. 저는 예술 영화라면 질색을 하지만 깐느 영화제의 그랑프리 작품이라면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한동안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괜히 돈주고 시간내서 영화를 보고 기분이 나빠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깐느 영화제에서 유일무이한 주요 3개 부문 수상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남긴 [피아니스트]를 외면한다는 것은 제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피아니스트]를 보고나서 제 첫 느낌은 '따분하다'와 '이해가 안된다'였습니다. [퍼니 게임]과 같은 노골적인 불편함은 이 영화엔 없지만 에리카(이자벨 위페르)의 그 변태 형각은 따분하기만 하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뭐가 충격적인 영화라는 것인지...
이 영화는 처음부터 에리카의 이중 생활을 잡아냅니다. 우아한 피아니스트이며 존경받는 음대의 교수인 그녀는, 그러나 포르노샵에서 남자가 자위행위를 하고 버리고 간 휴지의 냄새를 맡으며 성적 욕구를 채우고, 집에선 노모(애니 지라르드)와 사소한 일로 어이없이 싸움을 벌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사랑은 눈부신 금발을 자랑하는 공대생 클레머(브느와 마지멜). 클레머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에리카에게 구애하고, 에리카는 어린 그의 사랑을 애써 외면하지만 결국 그의 사랑을 스스로 받아들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40대의 우아한 피아니스트 에리카의 변태적인 사랑과 20대의 매력적인 대학생인 클레머의 순수한 사랑이 충돌하면서 이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겁니다.
이 영화는 40대의 독신주의자인 에리카가 어쩌다가 그런 변태성욕자가 되었는지 관객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던 이유만 제시한다면 저는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에리카를 동정하면서 사랑하는 방법을 미처 배우지 못한 에리카가 클레머와의 사랑을 통해 새롭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기를 바랄 수 있을텐데...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하지 않습니다. 에리카의 과거를 밝히지도 않을 뿐더러 저의 순진한 바램을 비웃기까지 합니다.
화장실에서 이상한 방법으로 클레머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에리카. 그들의 사랑은 영화가 흐르면 흐를수록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클레머의 사랑이 에리카를 변모시킬 것이라 믿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순진한 제 생각을 비웃듯이 오히려 에리카의 변태적인 사랑이 순수한 클레머의 사랑을 변모시킵니다. 클레머에게 자신이 마음속으로만 상상했던 온갖 변태적인 행각을 요구하는 에리카. 나이많은 선생님을 사랑하는 사춘기 소년의 순수함을 간직한 클레머는 결국 에리카가 원하는대로 변태적인 섹스를 합니다. 영화의 후반부인 이 장면에서 역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에서 일반적인 편안함을 바란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불편함은 [퍼니 게임]에 비하면 꽤 양호한 편입니다. 최소한 이 영화는 [퍼니 게임]에서처럼 관객을 이유없는 살인에 가담시키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이 이 영화의 따분함을 불러일으킵니다. [퍼니 게임]에서는 원하지도 않는 충격적인 살인 게임에 가담된채 시종일관 불편한 마음으로 영화에 몰입을 했었지만 이 영화에서의 불편함은 겨우(?) 한 중년 여성의 변태 행각뿐이어서 그녀의 그러한 사랑이 이해가 되지 않자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며 서서히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섹스씬도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고, 스토리 전개도 예상외로 잔잔한 편이었던 이 영화의 따분함은 아마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라는 점때문에 제가 단단히 정신 무장한 탓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에리카가 미리 준비한 칼로 자신의 가슴에 찌르고 콘서트장을 나오는 장면으로 영화가 막을 내리자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더군요.
영화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을 맺자 이 영화에 대한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의 어떠한 점이 깐느 영화제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을까?' 분명 아마추어인 제가 봐도 우아한 피아니스트와 변태적인 40대 독신 여인을 연기한 이자멜 위페르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퍼니 게임]처럼 충격적이지도 않았고, 제가 보기엔 에리카의 사랑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단지 변태적인 40대 여자와 순수한 20대 남자의 사랑을 조금은 지루하게 그려낸 것으로밖에 제겐 생각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왜???
휴~ 역시 소위 예술 영화라는 것이 제겐 너무나도 어렵고, 지루하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을 이 영화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깐느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은 저와는 너무나도 다른, 영화를 보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나봅니다.


 

 

 




구피의꿈
난 유럽 영화는 배경이 어두침침하다는 생각이 앞서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 물론 '아멜리아'같은 영화는 빼구....
하긴 깐느니 베니스 영화제니 하는 예술영화 자체를 이해 못하니...
아무튼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너의 기분이 어땠을지는 알 수 있을것 같다.
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양인과 유럽인(특히 프랑스인)이 서로 많이 달라서 그럴거라는 생각이 든다.
 2002/12/27   

쭈니
우와~ 영화를 보지 않고도 나의 마음을 이해하다니...
우리 구피는 역시 대단혀~ ^^;
 2002/12/27    

winmir
저도 이거 잠깐 봤는데..무쟈게 거시기 하더라고요...
여자교수가 좀 특이하다고 해야 되나...
 2002/12/27   

쭈니
거시기???
푸하하하~ 왠지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표현같군요. ^^
 2002/12/27    

세훈
이영화 엄청나게 큰상 받은 그영화.........
외국에서 이미 호평한 영화
다른사람들은 몰게지만 대단한 영화라고 하네요.......
 2002/12/29   

쭈니
맞습니다.
깐느영화제에서 전무후무한 3개부문을 독식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제에서 상을 탄 영화라고해서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겐 이 영화는 상당히 따분하고 이해안되는 영화였을 뿐입니다.
 2002/12/29    

세훈
맞아요.사람마다 개성이 있어서 다르죠 물론 외국영화는 이해가 안되죠...
피아니스트 제목은 음악그런 내용이겠지만 좀 이상한 내용이 나오면서 마지막에 배신배신이야 남자들은.......
 2002/12/30   

쭈니
ㅋㅋㅋ
세훈님은 [피아니스트]를 저와는 다른 느낌으로 보신 듯 하네요.
 2002/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