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피터 잭슨
주연 : 엘리야 우드, 이안 맥컬린, 비고 모르텐슨
개봉 : 2002년 12월 19일
2001년 12월 31일... 2001년의 마지막을 영화와 함께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친구와 함께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를 봤었습니다. 물론 무성한 소문을 익히 들었었던 저는 이 영화에 대해서 무지 기대를 하긴 했어지만 막상 제 눈앞에 펼쳐진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전 이 영화의 어마어마한 스펙타클과 짜임새있는 스토리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며,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습니다. 그 당시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에 대한 나의 불만은 2편을 보려면 무려 1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토록 길게만 느껴졌던 1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이 개봉을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보았으므로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에 대한 기대는 1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과 함께 부풀어질대로 부풀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치 1년이라는 기다림의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저는 이 영화의 개봉일인 19일날 서울 시내의 모든 극장들을 뒤져 어렵게 예매를 했으며, 상영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을까봐 택시를 타고 극장까지 거의 날아가다시피 갔었습니다. 긴 상영시간동안 먹으려고 준비한 과자와 음료수는 영화에 빠져 손도 못댔고, 영화의 한장면이라도 놓칠까봐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이 끝날때쯤 전 또다시 불만을 터트려야 했습니다. 이 시리즈의 완결편인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을 보려면 또다시 1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하니... 하지만 그 기다림의 세월은 어쩌면 행복한 축에 낄지도 모릅니다. 시리즈의 완결편인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을 보고나면 이제 이러한 스펙타클한 대작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져야 한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은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가 끝나는 그 시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반지 원정대]가 시리즈의 첫 시작인 만큼 영화의 초반, 절대반지에 대한 대략의 설명과 절대 반지를 프로도(엘리야 우드)가 얻게되는 사연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에 비해서 [두개의 탑]은 곧바로 프로도와 뿔뿔히 흩어진 반지 원정대의 모험을 그려나갑니다.
이러한 이 영화의 진행 방식은 [반지 원정대]를 보지 못한 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몇몇 관객들을 꽤 당혹스럽게 합니다. 저도 [두개의 탑]에서 [반지 원정대]의 대략의 줄거리를 하이라이트로 보여줄것으로 기대했다가 곧바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것을 보고 조금은 당혹스러웠습니다. [반지 원정대]를 인상깊에 봤던 저도 1년전의 기억을 되살리며 [반지 원정대]와 [두개의 탑]을 연결시키기위해 노력해야 했으며, 그렇기에 영화의 초반에는 영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1년 후 [왕의 귀환]이 개봉되면 그땐 [반지 원정대]와 [두개의 탑]을 다시한번 본 후 [왕의 귀환]을 봐야 할것 같습니다.
암튼 이 영화는 이렇듯 과감하게 부연설명없이 곧바로 영화의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감성은 [반지 원정대]를 못 본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으며, [반지 원정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그러나 [반지 원정대]를 정확히 기억하고 [두개의 탑]을 본 관객들에겐 이러한 이 영화의 시작은 서론을 건너뛰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버린 흥미진진한 영화가 되는 겁니다. 저도 한동안 [반지 원정대]의 내용과 캐릭터들을 기억하기위해 영화의 초반을 집중하지 못하고 흘러버렸지만, 막상 [반지 원정대]와 [두개의 탑]을 연결시키고나자 이 영화는 3시간에 달하는 영화의 전체가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는 재미와 스펙타클을 선사하는 엄청난 영화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두개의 탑]의 과감한 시작은 [반지의 제왕]에 대한 피터 잭슨 감독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편이 성공해야지만 후편을 찍는 다른 시리즈 영화에 비해 [반지의 제왕]은 영화 사상 유래없이 3편의 시리즈를 동시에 찍었으며, 이러한 피터 잭슨 감독의 자신감은 [두개의 탑]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피터 잭슨 감독은 [두개의 탑]에서 전편을 안본 관객들을 위한 친절한 설명보다는 [반지의 제왕]을 진정 즐길줄 아는 관객들을 위한 과감한 시작을 선택한 겁니다. 이러한 피터 잭슨 감독의 자신감... 그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두개의 탑]은 과감한 시작에 이어서 반지 원정대의 업그레이드된 모험담에 촛점을 맞춥니다. 전편인 [반지 원정대]가 프로도가 절대 반지를 갖게 된 배경을 영화의 전반에 설명하고, 프로도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반지 원정대의 모험담에 중반 이후 영화의 촛점을 맞췄다면, [두개의 탑]은 세팀으로 뿔뿔히 흩어진 반지 원정대에 3시간내내 영화의 촛점을 맞춥니다. 이렇게 세갈래로 나눠져 있는 이 영화의 촛점은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하는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반지 원정대]보다 다양해진 스펙타클과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반지 원정대]에서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절대 반지 운반자인 프로도였습니다. 조그맣고 나약한 이 작은 호빗은 다양한 전사들로 구성된 반지 원정대에 둘러싸여 감당하기 힘든 모험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프로도 곁엔 강인한 전사들이 지키고 있었기에 프로도와 감정이입을 한 관객들로썬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는 효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두개의 탑]에서는 더이상 프로도를 도와줄 전사는 없습니다. 그의 곁에는 충직하지만 전사와는 거리가 먼 그의 오랜 친구 샘과 언제 프로도를 위험에 빠뜨릴지 모르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골룸이 있을 뿐입니다. 이제 프로도는 모든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이러한 [두개의 탑]의 설정은 여러 전사들에 의해서 프로도의 안전을 보장받았던 [반지 원정대]에 비해 영화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킵니다.
위험에 빠진 프로도가 [두개의 탑]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면, 악의 화신 사루만의 군대인 우르크하이 군대에 사로잡혀 반지 원정대를 뿔뿔히 흩어지게 했던 말썽꾼 메리와 피핀의 모험은 회색의 마법사로 재탄생된 간달프(이안 맥컬린)와 함께 영화의 마지막 대반격을 이끄는 새로운 원동력 역활을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매력적이며 더욱 강력한 반지 원정대의 전사 요정 레골라스와 난쟁이 김리 그리고 인간인 아라곤(비고 모르텐슨)의 모험은 [반지 원정대]보다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멋진 액션씬들을 연출해 냅니다. 레골라스의 신기에 가까운 활쏘기는 마치 한폭의 멋진 그림같았고, [반지 원정대]에서 그 역활이 다른 원정대 멤버보다 미비했던 김리는 스펙타클에 압도된 관객들에게 특유의 재치로 간간히 웃음을 선사합니다. 특히 아라곤은 [두개의 탑]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배역의 중요함이 커졌습니다. 그는 영웅적인 활약을 펼치며 자칫 촛점이 너무 분산될 수도 있었던 이 영화의 중심 역활을 해냈으며, 요정 아르웬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과 로한 왕국의 공주인 에오윈과 삼각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가장 부족했던 로맨스를 효과적으로 이끌어기도 합니다.
이렇게 프로도와 샘, 메리와 피핀, 레골라스와 김리 그리고 아라곤으로 분할된 반지 원정대의 모험은 전편보다 휠씬 막강해졌으며, 매력적이고,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습니다.
이렇게 반지 원정대의 모험담을 업그레이드시킨 이 영화는 그에 걸맞게끔 기존 캐릭터들의 업그레이드와 동시에 새로운 캐릭터들을 투입함으로써 속편 영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활용합니다.
속편의 영화의 특징은 전편보다 업그레이된 캐릭터와 스케일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속편이 전편을 뛰어넘지 못하는 징크스에 시달리는 것은 소재의 신선함에서 전편보다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개의 탑]은 다릅니다. 일단 이 영화는 다른 속편 영화처럼 따로따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닙니다. [반지 원정대]와 [두개의 탑] 그리고 내년에 개봉될 [왕의 귀환]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한편의 영화이므로 다른 속편 영화들이 시달려야하는 징크스에 걸릴 염려가 없는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속편의 장점을 고스란히 발휘합니다. 캐릭터들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고,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영화는 새로운 활력소를 얻어냅니다. 스케일은 한층 커졌고, 그에따른 영화적인 재미도 한층 커졌습니다. [두개의 탑]은 이렇게 1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온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층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들과 스케일, 재미로 말끔하게 채워줍니다.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는 [반지 원정대]에서 죽음으로써 그 역활을 다했던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입니다. [반지 원정대]에서 위대한 마법사였으나 악의 화신인 사우론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사악한 마법사 사루만에게 시종일관 무력한 모습을 보였던 간달프는 백색의 마법사로 부활하여 더욱 막강한 힘으로 [두개의 탑]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그 외에도 [반지 원정대]에서 잠시 그 모습을 보였던 골룸과 간달프와 마찬가지로 [두개의 탑]의 대미를 완벽하게 장식하는 숲의 파수꾼 엔트라는 캐릭터는 100% CG 캐릭터라는 사실에서 그 놀라움이 더욱 큽니다. 특히 골룸은 CG 캐릭터라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표정 하나하나가 정교합니다. 저는 사악함과 순진함, 이 두가지 얼굴을 완벽하게 재현한 골룸이 CG 캐릭터라는 사실을 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그 외에도 로한 제국의 왕인 테오덴 왕과 그의 질녀이며 아르웬과 아라곤과 삼각 관계를 형성하는 에오윈, [반지 원정대]에서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보르미르의 동생인 파라미르와 강력한 로한 제국의 전사 에오메르, 사악하고 음침한 첩자인 웜텀 등 매력적이고 개성적인 새로운 캐릭터들이 기존의 캐릭터들과 함께 영화의 재미를 한껏 살려냅니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두개의 탑]의 진짜 재미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장대한 스펙타클입니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대규모 전투씬을 영화 중간중간에 배치함으로써 스펙타클의 진수를 선보입니다. 메리와 피핀을 인질로 잡고 악의 본거지로 도망가던 우르크하이 군대와 에르메르가 이끄는 로한 제국의 기마 부대의 전투씬에서부터 악마늑대무리와 레골라스, 김리, 아라곤의 혈전, 파라미르가 이끄는 곤도르 순찰대가 거대한 코끼리(?)를 타고 이동중이던 야만족을 전멸시키는 장면 등 이 영화는 끊임없이 스펙타클한 전투씬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스펙타클한 장면은 영화 사상 가장 스펙타클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헬름협곡에서의 대전투씬입니다. 로한 제국을 멸망시키기위해 몰려든 사루만의 그 엄청난 악의 군대와 그에 맞서 싸우는 소수의 로한 제국 병사들과 반지 원정대의 대결전. 솔직히 이 장면만으로도 [두개의 탑]을 보기위해 치루어던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헬름 협곡의 전투씬에 등장하는 그 어마어마한 군대가 대부분 CG를 이용해 만든 엑스트라일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화면의 외곽에 표현된 전투씬을 유심히 봤습니다. 아무래도 CG로 만들어진 엑스트라인 만큼 그 움직임이 약간은 둔하거나 일정할 것이라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도저히 CG로 만들어진 장면이라는 것이 믿겨지지않을 만큼 그 개개인의 CG 엑스트라들은 각자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으며, CG가 아닌 사람이 연기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그 움직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전투씬은 간달프와 에오메르의 기마군대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끝을내서 아쉬웠지만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중에서 최고의 전투씬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아직도 헬름 협곡에서의 대결전 장면만 생각해도 가슴이 뛰네요. ^^
이제 다시 1년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프로도는 골룸의 감춰진 위협속에서 마지막 모험을 하게 될 것이며, 뿔뿔히 흩어졌던 반지 원정대는 프로도를 지키기 위해 다시 뭉칠 것입니다. 사우론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에 맞서 싸우는 반지 원정대의 힘 또한 업그레이드 될것 입니다.
[왕의 귀환]에서는 어떤 스펙타클과 새로운 캐릭터들이 선보일지... 이 어마어마한 모험담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이 모든 사실을 보기위해선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하지만 1년후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올 그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