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박물관이 살아있다 2] -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3편은 만들지 마라.

쭈니-1 2009. 12. 8. 23:28

 

 


감독 : 숀 레비
주연 : 벤 스틸러, 에이미 아담스, 로빈 윌리엄스
개봉 : 2009년 6월 4일
관람 : 2009년 6월 8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

사실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기대작이긴 했지만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어마어마한 특수효과의 위용을 자랑하는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 편이 너무 재미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속 편을 기다린 것도 아닙니다. 그냥 부담 없는 내용과 부담 없는 특수효과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오락영화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입니다.
그런 [박물관이 살아있다 2]를 직장인들의 불치병인 월요병으로 인하여 피로감이 극치에 달한 월요일 저녁에 굳이 보러간 이유는 간단합니다. 6월 8일까지 쓸 수 있는 메가박스 평일 무료 영화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이 공짜 영화표를 어떻게 쓸까 고심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유효기간 마지막 날인 6월 8일에 '공짜 영화표를 이대로 버릴 수는 없어!'를 외치며 극장으로 향한 것입니다.
목동 메가박스엔 아홉 개의 상영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6월 8일엔 단 네 편의 영화만 상영하고 있었습니다. [마더],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천사와 악마], 그리고 [박물관이 살아있다 2]. 제가 안 본 영화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2] 뿐이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다시한번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멀티플렉스의 흥행영화에 대한 편중 현상이 심하네요. 아홉 개의 상영관이라면 최소한 여덟 편의 영화(예매율 1위 영화는 두 개 상영관에서 상영한다고 해도...)는 상영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지... 내가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이 영화를 선택해 주고 있다라는 의구심을 강하게 품으며 '이 영화는 나중에 웅이와 함께 비디오로 봐야지.'라고 제쳐 두었던 [박물관이 살아있다 2]를 울며 겨자 먹기로 보고 말았습니다.  


 

공짜영화를 볼 기회는 오늘뿐이니 어서 날 따라와.


전 편의 장점은 속 편의 걸림돌이 된다.

2006년 겨울에 개봉한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미국에서만 2억5천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5억7천4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히트를 기록 이유는 박물관의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시물들의 각기 다른 개성을 살려 만들어낸 예측 불가능한 웃음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무능력한 아빠 래리(벤 스틸러)가 아들에게 신뢰를 되찾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할리우드 가족영화의 미덕인 가족 제일주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그러한 전 편의 장점을 고스란히 물러 받았지만 그에 따른 한계에 봉착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전시물이 살아있다는 전 편의 아이디어는 이제 이 영화에선 더 이상 기발하지 못합니다. 관객들은 이미 전 편을 통해 전시물이 살아난 것에 대한 재미를 만끽했었기에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기발한 영화는 될 수 없습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그렇데 부족한 기발함을 매꾸기 위해서 전 편보다 대폭 늘어난 새로운 캐릭터들을 대거 영화에 투입시키지만 그러한 시도는 오히려 전 편의 가장 큰 재미였던 전시물들의 각기 독특한 개성들을 잘 살리지 못하는 역효과를 가져옵니다. 적절하게 조절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 전 편과는 달리 이 영화에선 전 편의 인기 있는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난립하면서 그들의 개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역효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전 편의 감동 코드였던 가족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래리는 이미 아들의 신뢰를 되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가족주의가 아닌 새로운 감동은 만들어야 하는데 억지로 감동 코드를 삽입하려고하니 이 영화는 후반부에서 무리수를 둡니다. 분명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박물관 경비원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마무리는 솔직히 급조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전 편보다 재미없다고 기죽지 말고 우린 우리의 길을 가는 거야.


전 편과 차별화된 이 영화만의 재미?

글의 시작부터 불평불만부터 늘어놓았네요. 확실한 것은 '전 편을 능가하는 속 편은 없다.'라는 오랜 속설에 [박물관이 살아있다 2]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분명 예상외의 재미를 안겨준 전 편보다 이번 영화는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자체가 엉망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오락영화로써의 기능은 충실했으니까요. 전 편이 지니고 있던 영화적 재미들을 애초부터 가질 수가 없었던 [박물관이 살아있다 2]가 선택한 것은 전 편과 차별화된 이 영화만의 재미입니다.
우선 속 편 영화들이 의례 그러하듯 규모를 늘렸습니다. 전 편의 무대가 뉴욕 자연사 박물관이라면 이 영화에선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전 편의 무대였던 뉴욕 자연사 박물관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 덕분에 갖가지 새로운 캐릭터들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런 만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미덕인 보여주는 재미에 훨씬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규모가 커지고 캐릭터가 대폭 늘어나며 전시물 사이에서도 선과 악의 구별이 생겨났습니다. 극악무도한 이집트의 파라오 카문라와 폭군 이반, 나폴레옹, 알 카포네로 구성된 악의 무리들은 래리 일행을 괴롭히며 전 편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초의 여성 비행사 아멜리아 에버하트(에이미 아담스)는 래리와의 러브 라인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악한 전시물에 대항하여 전시물 친구들을 구하려는 래리의 고군분투와 사랑은 분명 전 편과는 차별화된 이 영화만의 재미입니다. 물론 그러한 재미가 살아난 전시물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어리버리한 래리의 소동극을 기초로 한 전 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전 편과 차별화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보겠다는 이 영화의 노력은 가상해 보입니다.


 

최초의 여성 비행사 아멜리아 에버하트의 활약도 기대해줘.


3 편은 안 만들어지길 바라며...

방대한 스토리 라인을 한 편의 영화로 표현하기 힘들어 애초부터 시리즈로 기획된 영화가 아니라면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같은 영화는 속 편이 나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물론 [박물관이 살아있다 2]도 킬링타임용 오락영화의 기능에는 충실한 영화임에 분명하지만 2편에 와서는 그 한계점이 분명 보입니다. 만약 영화사가 욕심을 부려 3편을 기획한다면 그나마 2편이 가지고 있던 재미마저 송두리째 잃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불만입니다. 분명 래리는 애초부터 엉뚱한 상상력으로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발명하는 발명가였고, 2편에선 그러한 래리의 발명이 성공하여 그가 사업가로 성공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경비원이 되기 위해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죠.
간혹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선택을 하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억지 감동을 이끌어 내려는 영화들이 보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감동을 느끼기 보다는 의문점을 가집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가지를 획득한 그는 평생 행복할까? 사랑을 위해, 가족을 위해 돈과 성공을 포기한 주인공은 평생 그 사랑으로 인하여 행복할까? [박물관이 살아있다 2]의 래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일과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로인하여 박물관의 친구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죄책감을 느낀 래리는 일과 성공을 모두 포기하고 박물관 경비원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는 과연 평생 행복할까요?
제가 너무 현실적이라는 사실은 압니다. 이런 영화를 보며 마지막의 억지스러운 감동 코드에 딴지를 거는 것은 어쩌면 웃기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친 일상 속에서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는 제게 영화 속 주인공들의 너무 쉬운 일상의 포기는 가끔 짜증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아! 제가 너무 까탈스럽나요? 암튼 결론은 3편은 안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3편을 만들고 싶은 욕망은 제발 모래시계 속에 가둬버려.

수고했네. 앞으로 우리 경비원과 전시물의 신분으로는 만나지 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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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빵
완전 공감되는 리뷰에요!!
캐릭터의 수가 너무 많았던것과, 요상한스토리, 너무 어처구니없는 앤딩..!!
영화보기 전에 스미스 소니언의 초대박 물량이 나오겠구나라며 기대했는데..
그게 이 영화가 실패작이 된 이유중 하나가 되버렸네요..
거기다 스토리가 너무 급조됬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모형총잡이가 박스안에서 어떻게 주인공에게 전화를 걸었는지..(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데...ㅋㅋ)
아들이 어떻게 스미스소니언 지하창고 지도를 보는지.. (알고봤더니 첩보원이었던??)
그 큰 스미스소니언을 어떻게 하룻밤만에 이리저리 갔다오는지...(스미스소니언은 너무 큰 박물관이라서 하룻밤만에 저렇게 못돌아다녀요....)
그 소란에 돌아다니는 경비하나 없는지.. (그 큰곳에 주인공에게 당한 경비원만 있는건 아닐탠데...;;)
그 시대 비행기로 어떻게 워싱턴d.c.에서 뉴욕까지 단시간에 가는지....-_-;;(지금 여행제트기로도 1시간인 거리를..)
뭐.. 어린이들 보라고 한거라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만...
맨 마지막에 회사를 버리고 경비원이된건.. 이건 뭐.... 어휴...
영화 중간중간에 재미는 있었지만.... 말도 안되는 씬들을 껴 넣은건 정말아니었어요.
저도 이거보면서 3편은 제발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2009/06/10   
쭈니 소라빵님이 공감해주니 감사하네요.
사실 이런 저런 사소한 딴지거리는 전부 참고 넘어가겠습니다만...
마지막 주인공의 결정은 정말...
그런거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저 같은 직딩은 어쩌라고... ^^;
 2009/06/11   
현이
저도 어제 이 영화를 봣습니다.
쭈니님의 의견에 대공감,, 속편은 속편이죠. 어린시절의 말도안되는 애니매이션을 그저 재미만 느끼기 위해서 보는정도? 볼거리만 늘렸을 뿐...따른것은 전혀 없는듯,,
부디 저도 3편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다고 생각되네요.
아무튼, 오늘도 쭈니님의 리뷰, 잘읽고갑니다^^
 2009/06/14   
쭈니 감사합니다.
속편영화의 한계는 어쩔수 없죠.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았지만...
분명한건 3편이 만들어지면 2편보다는 재미없을듯... ^^;
 2009/06/15   
김실장
연소자관람가 라는걸 한번더 실감시켜준 영화네요.  2009/07/14   
쭈니 ㅋㅋㅋ
초딩 아들이 있으면 같이 보면 딱 좋을 영화죠. ^^
 2009/07/14   
김실장
아직 미혼이라...ㅋㅋㅋ
어릴적 부모님이랑 나홀로집에 1탄 보러간 기억이 나네요...
당시 인터넷이란 것두 없구 매표구도 밖에 있어 길게 줄을 서면서 표를 사던 기억이 나네요...^^ 언능 장가가서 애들이랑 영화보고 싶네요...ㅎㅎ
 2009/07/20   
쭈니 아이가 있으면 함께 영화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오늘도 아들과 [도라에몽]보고 왔는데... 어찌나 좋아하던지...
전 어머니와 함께 본 영화가 [접시꽃 당신]이었다지요... ^^;
 200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