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내가 원한 것은 오티머스 프라임의 활약이다.

쭈니-1 2009. 12. 8. 23:38

 

 


감독 : 마이클 베이
주연 :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
개봉 : 2009년 6월 24일
관람 : 2009년 6월 28일
등급 : 12세 이상

구피의 2달만의 극장 나들이.

지난 4월 이후 구피의 극장 나들이는 중단되었습니다. 저와 결혼하기 전인 처녀 시절엔 저 못지않게 영화 보기를 좋아했고, 결혼하고 나서도 임신한 몸으로 저와 함께 극장을 꾸준히 다녔던 구피였지만, 2년 전부터 직장 다니고, 웅이 엄마 노릇하고, 철없는 남편 뒷바라지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더니 부쩍 제게 이제 극장은 혼자 가라며 투정을 부리곤 했습니다.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5월의 마지막 날 제가 만취해서 집에 들어온 사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암튼 지난 2개월 동안 저는 혼자 꾸준히 극장에 다녔습니다.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도 사실 혼자 보려고 했습니다. 여자인 구피는 저와는 다르게 로봇이 활개 치는 영화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구피와 함께 극장에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원래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을 보기로 했던 토요일 아침에 구피는 웅이가 아프다며 은근히 제가 영화 예매한 것을 포기하길 원하더군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이 눈물 나게 보고 싶었지만 저 또한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픈 아들을 놔두고 영화를 보겠다며 극장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가지를 포기하면 다른 한 가지가 생기나 봅니다. 별 기대 없이 토요일에 영화 포기했으니 일요일엔 같이 보자며 슬쩍 이야기했더니 의외로 구피는 순순히 승낙을 하더군요. 한때는 일주일에 세, 네 번씩 함께 극장을 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나며 참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
물론 구피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예매했어? 난 잘 생긴 정경호 나오는 [거북이 달린다]가 보고 싶단 말이야.'를 연신 외쳐댔고, 저는 '시끄러. 나보다 잘 생긴 것들은 모두 죽어야해.'를 외치며 구피에게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을 강요하긴 했지만 암튼 오랜만에 구피와 함께 극장 나들이를 한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뭐야? 내가 정경호보다 못생겼단 말이야? 그래도 난 월드스타인데...


여전히 현란하다.

2년 전 [트랜스포머]가 개봉하기 전만해도 로봇물이 실사영화로 구현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트랜스포머]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반신반의했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는 해냈습니다. 제 눈앞에서 거대한 로봇이 너무나도 멋지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저도 모르게 '우와'라며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놀라운 발전에 경외심까지 들었습니다.
그러한 [트랜스포머]의 경이로움을 경험했기에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개봉 전까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기대되었지만 막상 영화를 볼 때엔 전 편을 봤을 때 느꼈던 놀라움은 없었습니다. 이미 [트랜스포머]에 이어서 몇 주 전에는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으로 로봇물을 경험했기에 로봇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움은 이미 적응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전 편과 마찬가지로 현란합니다. 수  많은 로봇들이 때리고 부수고 맹활약을 합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현란한 로봇 액션을 보며 전 여름철 블록버스터의 진미를 맘껏 느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에서도 그랬지만 현란함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현란한 액션이 한창 벌어지는 장면에서 제 느린 눈은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놓치기 일쑤였고, 아군과 적군을 놓친 상황에서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액션을 단순하게 감상하는 것에 그쳐야했습니다. 역시 이 영화의 현란함을 쫓아가기엔 전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일까요?


 

아무리 아군과 적군이 구별이 안 되도 범블비를 몰라보진 않겠지?


어째서 오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의 활약이 줄어든 것이지?

솔직히 말해서 전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현란함도 분명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란함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트랜스포머]에선 더욱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전편을 넘어서는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다시한번 제게 확인해준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것일까요?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인 샘(샤이아 라보프)의 비중이 너무 심하게 늘어났습니다. 물론 그가 주인공이기에 그의 비중이 큰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전 샤이아 라보프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간 것이 아니라 오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를 비롯한 로봇들의 활약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것입니다. 그런데 오티머스 프라임은 영화의 초중반에 갑자기 죽어버리고, 범블비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합니다.
[트랜스포머]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었던 오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전 편 당시엔 무명 스타에서 2년 만에 월드 스타로 성장한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의 비중은 대폭 늘어났습니다. 큐브라는 거대한 에너지원을 둘러싼 착한 로봇(오토봇)과 나쁜 로봇(디셉티콘)의 대결은 어느 사이 착한 인간과 나쁜 로봇의 대결로 옮겨진 것입니다. 로봇물을 기대한 저로써는 볼거리가 그만큼 줄어든 셈입니다.
다행스럽게 오토봇의 활약이 줄어든 만큼 디셉티콘의 위협은 대폭 늘어나서 큰 실망을 하지는 않았지만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을 보며 3편부터는 차라리 샘과 미카엘라(메간 폭스)가 나오지 않고 온전하게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이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너무 과한 욕심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초중반에 죽어버린다고 슬퍼마. 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제발 스토리 라인 좀 손봐라.

너무 현란한 것이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합니다. 오토봇의 활약 대신 샘과 비중이 늘어난 것이 불만이지만 부제대로 디셉티콘의 역습이 대폭 늘어나 좋았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는 스토리 라인입니다.
누군가 말하더군요. 이런 특수효과를 내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화려한 볼거리만 보면 되지, 스토리 찾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된다고...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영화에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그 영화를 바라보는 눈은 천차만별이니까요. 하지만 전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이 현란한 볼거리와 더불어 재미있는 스토리도 지닌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트랜스포머]는 나름 스토리가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며 유치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서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환생을 밥 먹듯이 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너무 짜증났습니다.
죽었다가 깨어나는 것을 무슨 대단한 감동코드인양 착각하는 영화의 후반부를 보며 이 모든 것이 샘이라는 나약한 인간을 무리하게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억지스러운 심통을 부리고 싶더군요. 디셉티콘에 비하면 너무 나약한 인간이 지구와 인류와 오티머스 프라임 마저 살려야하니 이렇게 후반부가 억지스러워진 것이라고...
그렇게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을 실망했으면서도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3편은 언제 개봉하지?'라는 궁금증에 불현듯 생겼습니다. 이것이 '뭐 이렇게 스토리가 부실한 영화가 있어?'라며 투덜거리다가도 막상 후속편이 개봉하면 어김없이 극장을 찾게 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힘이겠죠? 제발 다음엔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진검 승부가 진지하게 펼쳐지길...  


 

3편에선 너 따위 애송이가 아닌 오토봇과 진검 승부를 펼쳐보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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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n
쭈니님의 글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트렌스포머 개봉 첫주 주말에 보고 왔습니다.
보고나서 느낌은 정말 재밌다 그거였습니다. 쭈니님 말씀대로 샘의 비중은 늘었다 하지만 긴긴 러닝타임동안 영화를 보면서 기억에 남은건 옵티머스 프라임뿐이었습니다. 정말 멋지고 맘에 드는 캐릭이더군요. 대신 샘과 미카엘라는 주인공이면서도 "거치장스럽군" 이런 느낌이 들더군요. 억지스러운 러브라인 조금 그랬습니다. ㅎㅎ

너무 기다리고 기대했던 영화라 비난하기엔 가슴이 아프지만 샘과 미카엘라는 영화에 조금 실망스러운 존재들이었습니다. 옵티머스 범블비 그리고 미카엘라에 잡혔던 그 귀여운 로봇(?)은 정말 정말 좋았었는데 말이죠.

영화에 대해 투정을 조금 부려보아도 저는 트렌스포머 2가 그래도 좋더군요. 회사 동료들한테 한껏 추천해주고 왔습니다. 요새 볼 영화가 어디 트렌스포머 빼고 있나요? ㅋㅋ

전 나름 이번편도 만족했지만 다음편은 정말 스토리도 빵빵한 걸작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009/07/04   
이빨요정
영화 보는내내 부담스러웠습니다.
너무나 산만한 전개 너무 많은 등장인간들과 로봇들, 막상 등장시켰지만 제대로 쓰지는 않고 버려버리더군요.
합체로봇이 나왔는데도 제대로 써먹지않은게 안타까웠습니다.
뭔가 정말 엄청난게 나올꺼같은 심상치않은 분위기였는데 그냥 넘어가버리더군요.
액션장면 자체도 마치 일반 밀리터리 전쟁물을 보는듯한 느낌?
1편 초반에 로봇한명한테 군부대 한개 전멸을 당했었는데 2편에서는 너무도 막강하더군요.
아무리 무기가 업그레이드 되었다지만 너무나 일방적이어서 시시했습니다.

속편이라면 뭔가 스케일이 커지고 볼거리도 늘어나야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 시대는 갔다고 생각됩니다.

관객들은 뭔가 또 다른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2009/07/04   
우드
현란한 액션...하지만 그게 너무 과하죠...액션만 보기엔 내 눈이 높으니까 스토리 라인도 좀 손 봐줬으면 좋았을텐데... 게다가 트랜스포머는 까고 말하자면 킬링타임용 즐기는 영화인데... 트랜스포머에 너무 많은것을 담으려 한게 아닐까요...마이클베이님
 2009/07/05   
쭈니 Lean님, 샘과 미카엘라의 비중이 커서 실망한 관객은 저 뿐만이 아니군요. 영화가 변신 로봇들의 등장보다는 미카엘라가 출렁이는 가슴을 뽐내며 열심히 달리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으려는 생각은 좀...
이빨요정님, 멋진 로봇들을 제대로 써먹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외 확 되네요. 저 역시 뭔가 또 다른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우드님, 스토리 라인은 꼭 손봤으면... 볼고리만 신경쓰지 말고 스토리에도 조금만 더 신경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2009/07/05   
김실장
개봉하자마자 현장예매 4시간을 기다려 봤습니다...^^
자리도 완전 구린 3번째줄 우측 끝 ㅋ
거기에 옵션으로 12세 관람이라 뒷줄에 가족들 꼬마애가 떠들고 발로자꾸 차주는 센스.
최고 난관은 목이 아퍼 죽는줄 알았네요...그나마도 겨우
저는 보는 내내 우와~~!!
하지만 역시나 옵티머스 프라임의 죽음후 부활.
범블비의 활약...? 마지막 전투씬 중에 건물뒤에서 몰래 숨어있다 샘을 도와주는
장면 ㅋㅋㅋ
위에분들이 말씀 하셨듯이 오토봇 비중보다 샘과 미카엘라의 비중이 너무나도
많은점...스토리의 짜임새...기타 등등이 단점이네요.
하지만 그래픽은 상상을 초월하네요...
거기다가 범블비의 워셔액 센스까지 ㅋㅋㅋ
개인적은 생각으로 비중을 둔다면 장점: 70 단점: 30 정도로 주고싶네요.
 2009/07/14   
쭈니 ㅋㅋㅋ
고생하셨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전쟁씬이 많이 나와서 아이들이 보기에 적합할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암튼 저도 아이들의 홍수속에서 영화를 보긴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1편에 비해서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역시 그래픽은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
 2009/07/14   
김실장
3편까지로 알고 있는데 2년뒤에 3편이 기다려지네요...^^
저는 애들이랑 영화 보러가면 교육 똑바로 시켜야 겠네요 ㅋㅋㅋ
 2009/07/20   
쭈니 3편까지요???
설마...이 영화의 흥행을 보니 앞으로도 쭈욱 만들어도 될듯합니다.
전 극장에 아들과 함께 가면 교육 철저히 시킵니다.
중간에 화장실가지 말아라(그래서 영화 볼땐 콜라도 안사줍니다.) 영화 보는 도중에 말하지 말아라... 등등 물론 아이들이 많은 애니메이션을 볼때 놔둡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보는 영화관에서는 오히려 떠드는 것이 정상이거든요. 웅이만 조용히 시킨다고 될 일도 아니고... ^^
 200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