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골든 에이지] - 역사가 전해주는 에너지를 느껴보자!

쭈니-1 2009. 12. 8. 20:33

 

 


감독 : 세자르 카푸르
주연 : 케이트 블란쳇, 클라이브 오웬, 제프리 러쉬
개봉 : 2007년 11월 22일
관람 : 2007년 11월 28일
등급 : 12세 이상

아저씨 쭈니, 젊음의 거리 홍대에 가다.

저희 회사의 송년회는 매년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은 이벤트에 당첨된 무료 공연 외엔 본 적이 없는 저로써는 고급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올 연말에 공연되고 있는 공연의 리스트를 뽑아 직원들에게 선호도 조사를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명성황후'가 보고 싶었지만 직원들의 선호도 조사 결과는 '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와 '맘마 미아'로 정확하게 양분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맘마 미아'는 이미 연말까지 거의 모든 표가 매진이었기에 결국 올해 저희 회사 송년회 공연은 '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로 결정되었답니다.
전화로 공연 예약을 마치고 직원들의 저녁 식사를 위한 식당 예약을 위해 '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공연되고 있는 홍대로 갔습니다. 워낙 물 좋기로 소문난 홍대였기에 근무 시간을 땡땡이치고 홍대로 가는 제 기분은 묘했습니다.
하지만 낮에 가서인지 홍대는 기대이하더군요. 예쁜 여성들이 넘쳐난다고 하던데 거리엔 고등학생들만 넘쳐나고, 회사 직원 전체가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 헤맸지만 공연장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미술학원뿐, 결국 홍대 근처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몇 군데 찾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고기집이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젊음의 거리인 만큼 뭔가 특별한 먹거리를 기대했었는데...
암튼 홍대에서의 짧은 시간을 서둘러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지 않은 채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상영 시간이 맞지 않아 아직까지 보지 못한 [골든 에이지]를 보기위해...


 

 


영국의 황금시대를 연 여왕

제가 [골든 에이지]에 꽂힌 이유는 간단합니다. 엘리자베스 1세라는 역사적인 인물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전 역사극을 좋아합니다. 역사극을 보고 있노라면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삶과 아픔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역시 그러합니다. 그녀는 구교도와 신교도의 대립이 한창이던 16세기 말에 여왕의 자리에 올라 당시 최강국이었던 스페인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영국의 황금시대를 활짝 연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아픔은 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간통과 반역죄로 참수되었고, 그녀 역시 이복 언니인 메리 1세에 의해 반역죄로 참수될 뻔 했지만 겨우 위기를 모면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여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구교도의 암살 위협에 시달려야 했으며, 스페인과도 힘겨운 전쟁을 펼쳐야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여왕으로써 훌륭한 업적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음으로써 여인으로써는 불행한 삶을 살았습니다.
1998년 만들어져 아카데미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었던 [엘리자베스]가 모든 역경을 딛고 여왕의 자리에 오르는 엘리자베스(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을 담았다면 [골든 에이지]는 여왕의 자리에 오른 엘리자베스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여성의 삶을 포기함으로써 위대한 여왕의 자리에 오르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치밀한 정치드라마 같았던 [엘리자베스]와는 달리 [골든 에이지]는 규모도 커지고 엘리자베스가 사랑과 좌절, 두려움과 용기를 겪으며 위대한 여왕으로 성장하는 한편의 대서사시가 되었습니다.


 

 


사랑만은 가질 수 없었던 그녀.

여자, 전사, 여왕... [골든 에이지]의 포스터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엘리자베스의 아이덴티티를 설명한 이 세 가지 단어 중에서 [골든 에이지]는 여자에 좀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미 전편인 [엘리자베스]에서 엘리자베스는 여왕이라는 직위 때문에 사랑하는 로버트 더들리(조셉 파인즈)와의 사랑을 포기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략결혼을 끝까지 거부함으로써 여왕의 아닌 여자로써의 삶을 포기하지는 못했습니다.
[골든 에이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인의 위협과 후손이 없다는 한계 탓에 엘리자베스는 정략결혼을 강요당하지만 그녀는 결코 여자로써의 삶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여왕이라면 당연히 영국을 위한 결혼을 해야 했지만 여자이기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여자로써의 삶을 애써 부여잡은 그녀이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사랑을 놓치지 않고 붙잡을 힘은 이번에도 없었습니다. 전편의 로버트 더들리에 이어 [골든 에이지]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해적 월터 라일리(클라이브 오웬)에 사랑을 느끼지만 여왕이라는 신분 탓에 하녀에게 애써 찾은 새로운 사랑을 빼앗깁니다.
하녀와 월터의 배신을 알게된 엘리자베스는 여자이기에 질투하고, 화내고, 울부짖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여왕이라는 절대 권력을 소유했지만 그로인하여 여자로써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인 사랑을 박탈당한 엘리자베스. [골든 에이지]는 그런 여자로써의 엘리자베스의 아픔을 잘 그려냅니다.


 

 


엘리자베스 1세 VS 정조

[골든 에이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스페인과의 전투를 그린 후반부입니다. 하녀에게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긴 엘리자베스는 질투에 못 이겨 하녀와 월터 라일리를 가둡니다. 하지만 스페인이 엄청난 규모의 전함을 이끌고 영국을 공격하고 엘리자베스는 월터를 용서하고 월터와 함께 스페인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끕니다.
처녀 여왕으로 일평생을 살았던 엘리자베스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담은 이 영화의 후반부는 그렇기에 가슴 아픕니다. 스페인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여자이기를 포기한 그녀의 모습에선 행복한 미소보다는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그녀는 과연 행복했을까요?
영화를 보고나서 요즘 제가 흠뻑 빠져있는 TV드라마 [이산]이 떠올랐습니다. 영국의 황금시대를 연 엘리자베스 1세와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정조의 일생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했습니다.
구교도와 신교도의 대립이라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 어머니를 잃고 신교도의 신분으로 우여곡절 끝에 여왕의 자리에 오른 엘리자베스와 노론과 소론의 대립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정권을 잡은 노론의 반대를 물리치고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 정조.
사촌인 스코틀랜드의 구교도 여왕인 메리 스튜어트의 암살 위협에 시달렸던 엘리자베스와 노론인 할머니와 고모, 외삼촌의 암살 위협에 시달렸던 정조.
스페인의 위협 속에서 영국을 강국의 반열에 올린 엘리자베스와 노론의 반대 속에서 조선의 개혁을 성공시킨 정조.
어쩌면 엘리자베스 1세도 정조도 어려움이 있었기에 후세에 훌륭한 왕이라는 칭송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왕이라는 자리, 그리 탐낼만한 자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절대 권력을 얻는 대신 사소하지만 소중한 작은 것들을 잃은 엘리자베스와 정조의 삶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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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쿨럭...왠지 그다지 끌리지는 않네요;;;요번달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건 나는 전설이다 정도랄까나요......음......어제 파이트클럽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만든지 제법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ㅅ=b....?!?!?! 반전은 중반쯤에서야 예상이되긴했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만으로도 만족했다는~.....그래도아직 스피드3의 충격은........ㄱ-훗........  2007/12/01   
쭈니 자신이 끌리지 않는 영화는 보지 말아야하는 법이죠.
영화보기는 즐거워야지... 무슨 지겨운 의무감이 들어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전 간혹 의무감으로 영화를 보기도 하기도 하지만 그럴땐 어김없이 실망스럽더군요.
[파이트 클럽]은 참...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저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어서 빨리 [스피드 3]의 충격에서 벗어나시길... ^^;
 2007/12/02   
바이올렛
케이트 블랑쉐..의 얼굴은 표현하기 힘든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요. 중성적이면서도 정말 여성스럽고, 신비스러우면서도 이상해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노란 눈썹의 그녀.. 모습이 넘 강렬해서 좀 거부감이 들긴 하는데.. 엘리자 베스 1세..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진짜 저렇게 생겼네요.^^;;
 2008/01/06   
쭈니 저도 찾아봣는데 이미지가 비슷했습니다.
케이트 블랑쉐... 대단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몇안되는 여배우라고 생각합니다. ^^
 2008/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