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싸움] - 이 영화와 싸우고 싶다.

쭈니-1 2009. 12. 8. 20:35

 

 


감독 : 한지승
주연 : 설경구, 김태희
개봉 : 2007년 12월 12일
관람 : 2007년 12월 17일
등급 : 15세 이상

[색즉시공 시즌 2] VS [싸움]

[나는 전설이다]를 보고나서 다시 극장 매표소 앞에 섰습니다. 사실 처음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싸움]을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색즉시공 시즌 2]가 자길 한번만 봐달라며 제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나는 전설이다]를 상당히 긴장하며 봤던 터라 솜털같이 가벼운 코미디 [색즉시공 시즌 2]의 유혹은 절 흔들리게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주말 흥행순위에서 [색즉시공 시즌 2]가 [나는 전설이다]에 맞서 선전했던 것에 비해 [싸움]은 개그콘서트까지 출연하며 영화홍보에 사활을 걸었던 김태희의 노력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흥행실패의 길을 걷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제가 [색즉시공 시즌 2]가 아닌 [싸움]을 결정한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색즉시공 시즌 2]는 그 다음날에도 마음만 먹으면 편한 시간대에 볼 수 있었지만, [싸움]은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에게 대부분의 스크린을 빼앗기며 고작 아침이나, 늦은 저녁시간대에만 상영을 하는 바람에 그 다음날엔 보기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과 같은 무한 경쟁시대에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뒤떨어진 영화의 슬픈 운명이죠. 고작 일주일도 상영하지 못하고 흥행 성적이 안 좋다는 이유로 찬밥신세가 되어야하다니...
[싸움]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결국 영화를 봤습니다. 하지만 측은지심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더니 영화의 중반부부터는 슬슬 화가 나더군요.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영화를 이따위로 만든 거야?' 만약 [싸움]이 유형의 어떤 존재라면 한번 싸워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김태희의 연기변신은 아직 한참 모자라더라.

[싸움]은 처음 오프닝부터 절 불안하게 했습니다. 상민(설경구)과 진아(김태희)가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상민이 진아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인데, 시작부터 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격한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 김태희의 연기도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상민이 진아에게 프로포즈를 하자, 거리의 사람들은 폰카를 찍고, 박수를 치며, 그들의 포옹은 거리의 스크린에 비춰집니다. 이 장면을 보며 들은 첫 생각은 '유치하다'입니다. 무슨 90년대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유치한 오프닝 장면은 [싸움]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김태희의 연기입니다. 제가 무슨 평론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기를 해본 적도 없기에 김태희가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자격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어쩔수 없이 느꼈던 것은 그녀의 연기가 무척 어색하다는 것입니다.
[싸움]의 중요 흥행 포인트는 김태희의 연기변신입니다. [싸움]이 영화 홍보에서 공주 같은 이미지의 김태희가 철저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부각시킨 이유도 김태희의 연기변신 성공여부가 영화의 흥행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태희는 아직 연기변신을 논할 처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먼저 어색한 표정연기와 격한 감정을 표출할 때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는 발음부터 교정을 시켜야할 것 같습니다. 울어도, 화내도, 도저히 실감이라는 것이 나질 않으니... [중천]에서도 그랬지만 TV드라마에선 잘 못 느꼈던 그녀의 부족한 연기력이 왜 그렇게 영화에선 크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배제된 사랑싸움이 존재가능한가?
  
이제 슬슬 영화에 대해서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어이가 없었던 것은 서로 사랑하며 그렇게 죽도록 싸운다던 상민과 진아 커플에게서 증오만 있을 뿐 사랑을 쏙 빼버린 어이없는 설정부터 지적해야겠군요.
비슷한 예로 한지승 감독이 연출했던 TV드라마 [연애시대]를 들 수 있습니다. [연애시대] 역시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라는 광고카피에서 알 수 있듯 사랑이 끝난 다음에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연애시대]는 사랑해서 결혼했고, 미워해서 이혼했던 그들이 다시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싸움]은 아닙니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미워해서 이혼했던 그들은 영화 내내 싸웁니다. 상민과 진아는 서로 증오하고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를 뿐입니다.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합니다.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 애초부터 사랑을 전제합니다. [연애시대]는 사랑을 처음부터 생략하는 듯이 보이지만 다시 시작된 사랑으로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사랑 이야기를 완성해 냈습니다.
하지만 [싸움]은 사랑과 이혼을 생략하고 나서도 사랑을 그리기 보다는 증오를 그립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이 어쩌다가 사랑에 빠지고 어쩌다가 이혼을 했는지 영화에서 표현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상민과 진아가 서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할 것 아닐까요? 사랑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그들은 사랑해서 싸운다'라고 아무리 설명해봤자 이해가 안 되며, 그들의 사랑이 이해가 안 된다면 마지막 그들의 화해 역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사소해도 너무 사소하다.

좋습니다. 이해는 안 되지만 억지로 그들은 서로 사랑해서 싸운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죠. 상민이 교통사고가 난줄 알고 중요한 홈쇼핑 방송을 포기한 채 달려 나가는 진아의 모습 하나로 '그래, 그들은 굉장히 사랑하는 구나'라고 억지로 생각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런다하더라도 이 영화에 대한 제 불만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사랑이 생략된 이 영화에서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싸움의 원인입니다. 영화는 상민이 과도한 편집증적인 성격이며, 진아가 무척이나 까칠한 성격이라고 처음부터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저렇게 목숨 걸고 싸우는 이유로는...
고작 시계추 때문에? 고작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않아서? 그건 단지 핑계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제가 보기엔 서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못한 핑계라고 하기엔 그로인한 싸움의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저 역시 결혼을 했고 아내와 성격이 맞지 않아 자주 말다툼을 하는 편입니다. 말다툼을 한 후 한참을 지나서 생각하면 그 말다툼의 이유가 참 사소하다는 것을 느낀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시계추와 미안하다는 한마디 때문에 저렇게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말이 안 됩니다.
물론 [싸움]이 현실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하드보일드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현실적인 척은 해줘야하는 것이 아닌가요? 안 그럴려면 차라리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같은 확실한 액션 영화로 만들던가.
상민이 '시계추 내놔'를 외칠 때, 진아가 '사과해'를 부르짖을 때마다 영화를 보는 저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저들은 사랑한 적도 없으며, 사랑할 자격도 없다 라고... 저렇게 사소한 것으로 싸우는 것은 사랑싸움이 아니라고... 차라리 [색즉시공 시즌 2]가 더 현실성이 있을 것 같다고...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중천]을 본 후 김태희의 연기에 분노했지만 여전히 저는 김태희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예쁘니까요. 왠만하면 드라마를 꾸준히 보지 않으면서도 [연애시대]는 꾸준히 봤습니다. 왜냐하면 한지승 감독의 감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연출이 좋았거든요.
이 모든 기대감이 한데 어우러져 저는 [싸움]을 꽤 기대했습니다. 잘만하면 [싸움]이 [나는 전설이다]를 국내 흥행에서 이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그런데 도대체 어쩌다가 제가 이렇게 [싸움]을 미워하게 된 걸까요?
일단 진아라는 캐릭터에 김태희를 선택한 것은 너무 무리였습니다. 진아는 연기변신의 차원을 넘어서 격한 감정이 영화 내내 표출되어야하는 캐릭터였던 만큼 좀 더 연기 표현력이 넓은 배우를 선택했어야 했습니다.
[연애시대]와 비슷한 소재를 채택했으면서 영화라는 장점을 살려 드라마에서 할 수 없었던 좀 더 규모 있는 이야기를 위해 과장된 액션을 선택한 한지승 감독의 선택도 결과적으로는 무리였습니다. 과장된 액션을 위해 이 영화가 포기한 것은 최소한의 현실성과 사건의 개연성입니다.
아마도 한지승 감독은 어여쁜 김태희가 망가져주고, 드라마에서 표현할 수 없는 조금 큰 스케일의 액션 장면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나봅니다. 하지만 최소한 저는 사랑 영화엔 사랑이 있어야하고, 서로 죽도록 싸운다면 싸우는 이유가 이해가 되어야 하며, 그러다가 화해를 하려면 화해 과정이 마음에 와 닿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희가 망가진 모습을 보기위해, 차량전복씬이나, 건물 화재씬을 보기위해 극장에 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한지승 감독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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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 영화관과.. 특히 서울의 그 알파벳이 들어가는 ㅋㅋ 영화관과 거리가 먼곳에 살다보니 어느 영화가 어떻게 개봉되어지는지 얼마나 관객이 적으면 어떻게 밀려나는지 잘 모르죠.. 그래서 디비디나 가끔은 다운을 받아 보기도 하는데.. 종종 쭈니님의 글을 읽으면서 영화자체의 반응을 잘 느낄수 있게 돼네요.. 그런데 싸움.. 전 정말 보지 못하고 광고만 봤는데... 어쩜 광고만 본 제 느낌을 저와 똑같이 글로 남겨 주셨어요.. 살짝 본 광고에서도.. 김태희의 어설픈 발음과 연기 변신이라는게 도대체 무얼 변신했다는건지와.. 아무리 봐도 도대체 싸움만 있고 스토리가 없는 영화같은데.. 과연 흥행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중천도 그렇고.. 김태희는 아직 먼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왜 싸움에 김태희와 설경구를 주연으로 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구요.. 영화도 안보고 이런말 하는게 우습긴 하겠지만.. 보신 쭈니님도 안본 제 생각과 같으니 오죽할까 싶네요.. ^^:;  2007/12/18   
쭈니 예쁜 여자에 약한 저로써는 김태희가 좀더 연기자로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갈길이 멀군요.
제가 [장미의 전쟁]도 재미있게 봤고해서 사실 [싸움]은 은근히 기대했었어요. 그런데 기대가 컸나봅니다. 왠만하면 영화보고나서 화가 안나는데 이 영화는 좀 화가 났다는...
 2007/12/20   
엘잠
DVD로 봤습니다. 진짜 '싸우고 싶다'라는 말 이보다 더 좋을순 없을것 같네요...

전 김태희는 싫어하는지라 설경구를 많이 기대하고 봤는데 작품 자체가 문제라서인지 참 예전의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울것 같네요.

내용은 없고 정말 싸움으로 시작해서 싸움으로 끝나는 영화. 메시지도 없고 말이죠;
 2008/02/10   
쭈니 메세지 없는건 이해합니다.
우리나라 영화중 메세지 있는 영화는 몇안되고, 이런 영화에 메세지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가 없는 것은 정말...
 2008/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