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세븐 데이즈] - 너희가 부모의 마음을 알어?

쭈니-1 2009. 12. 8. 20:32

 

 


감독 : 원신연
주연 : 김윤진, 김미숙, 박희순,
개봉 : 2007년 11월 14일
관람 : 2007년 11월 26일
등급 : 18세 이상

내가 납치 극을 싫어하는 이유

저희 어머니께서 구피에게 겨울 코트를 사주셨습니다. 매년 빨간 롱코트를 교복 입듯이 입고 다니는 구피가 불쌍하셨는지, 아니면 아내의 겨울 코트하나 못 사주는 아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뜻밖에 겨울 코트가 생긴 구피는 지금 입이 귀밑에 달려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구피를 보며 이 기회를 그냥 넘길 제가 아닙니다. 구피에게 '우리 엄마가 옷사줬으니 넌 나에게 영화 보여줘'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우기기 시작한 저는 못이기는 척 '그래'라는 구피의 승낙을 얻어냈습니다.
애초에는 [골든 에이지]를 볼 생각이었지만 [골든 에이지]는 영화 시간대가 전혀 맞지 않더군요. 전 밤늦게 보는 한이 있더라도 [골든 에이지]를 보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라며 불쌍한 표정을 짓는 구피를 보며 차마 그런 만행만은 저지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세븐 데이즈]도 재미있대'라는 구피의 설득에 넘어가 [골든 에이지] 대신 [세븐 데이즈]를 봤습니다.
[세븐 데이즈]는 개봉 2주차에 입소문을 타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요즘 극장가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스릴러를 좋아하는 제게도 딱 좋은 영화인 듯 보이지만 전 정말로 [세븐 데이즈]가 보기 싫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그 놈 목소리]를 아직까지 못 본 이유와 같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의 소재가 유아 납치이기 때문이죠. 결혼하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결혼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은 이런 유괴 극을 보면 재미를 느끼는 대신 두려움과 아픔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세븐 데이즈]를 보면서도 많이 아팠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강약 조절에 성공하다.

영화는 빠른 전개를 보입니다. 승소확률 99%의 유능한 변호사 지연(김윤진)의 어린 딸이 유괴됩니다. 범인은 거의 사형이 확실시되는 강간살인범 정철진의 무죄 판결을 받아내라고 협박합니다. 지연은 딸의 목숨을 걸고 정철진의 무죄를 입증해야합니다. 그것도 단 7일 이내에...
[세븐 데이즈]는 영화의 제목처럼 7일이라는 시간적인 한계를 설정해 놓습니다. 대개의 스릴러의 경우 이런 시간적인 한계가 설정되어 있으면 더욱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정해진 시간의 압박이 관객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세븐 데이즈]도 그렇습니다. 원신연 감독은 이 영화의 시간적인 한계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이용합니다. 7일이라는 어찌되면 좀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을 영화의 초반 스피드하게 진행하며 오히려 관객을 압박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빠른 전개와 편집은 [세븐 데이즈]의 스릴을 관객에게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목요일에 벌어진 유괴, 수요일까지 정철진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지연. 그런데 영화는 순식간에 일요일이 됩니다. 7일이라는 조금 넉넉한 시간이 눈 깜박할 사이에 3일로 줄어든 셈이죠.
눈 깜박할 사이에 4일이 흘러버린 후 나머지 3일에 대한 영화의 편집은 초반보다는 좀 여유를 부립니다. 강약조절을 한 셈이죠. 초반을 스피드하게 흘러 보내 관객에게 긴박감을 안겨주고, 나머지 3일을 천천히 흘러 보내며 영화가 제시한 게임을 충분히 즐길 시간을 벌어주는 것입니다. 이런 완벽한 강약조절만으로도 [세븐 데이즈]는 충분히 잘 만든 스릴러 영화라는 칭호를 얻을 만합니다.  


 

 


상반된 캐릭터의 효과적인 배치

이렇게 강약조절에 성공한 [세븐 데이즈]는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 면에서도 안정적이면서도 치밀함을 보여줍니다.
먼저 딸이 유괴된 후 정신없이 시간 해결에 매달리는 지연과 그런 지연을 도와주는 능글맞은 비리 형사 상열(박희순)을 한 팀으로 이루어 놓은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진 지연과 상열을 배치시킴으로써 관객에게 너무 과도한 긴장감이 아닌 긴장과 웃음, 즉 캐릭터에서도 강과 약을 잘 조절한 셈입니다.
이런 상열의 캐릭터는 웃음뿐만 아니라 영화의 스토리의 치밀함에도 한 몫을 해냅니다. 만약 상열이 없었다면 지연 혼자 이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며, 그로인하여 영화 자체가 스토리에 무리를 둘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열이 지연의 든든한 조력자로 버팀으로써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이 치밀하게 수행되었습니다.
지연과 상열의 배치 외에도 지연과 숙희(김미숙)의 상반된 캐릭터의 배치도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딸을 유괴당한 지연과 딸을 살해당한 숙희는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가정적으로는 부족했던, 그래서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하지만 이 둘은 딸이 당한 범죄 앞에서 각자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차가울 정도로 냉철한 숙희의 모습과 넋이 나간 듯이 보이는 지연의 상반된 모습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킵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결국 [세븐 데이즈]는 많은 면에서 합격점수를 받아낼 만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스릴러 영화만은 입맛이 까다로운 제게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안겨줬으니 최소한 제겐 충분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딱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릴러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쾌감입니다.
며칠 전 저희 외삼촌이 술을 한잔 드시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외삼촌은 아주 오래전 딸이 과자 사먹게 이백 원만 달라고 했지만 돈이 없어서 못줬던 것이 지금도 가슴 아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와 동갑인 사촌은 분명 어렸을 적 그 일을 잊어버렸겠지만 외삼촌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그 사소한 일까지 잊지 못하시고 딸에게 미안해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며 부모의 마음입니다.
[세븐 데이즈]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딸이 유괴되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있던 지연은 딸에게 혼자 밥 먹게 했던 것, 같이 롤러코스터를 타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그러한 장면들은 충분히 제 가슴을 아프게 파고 들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김윤진의 처절한 연기는 자식을 잃을 위기에 놓인 어머니의 절박한 심정을 잘 표현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김윤진의 연기를 보며 '와 연기 잘한다'라며 감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마음도 영화 속 지연과 함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목요일의 아이]라고 합니다. 유럽의 구전동화 중 마더구스의 노래중에서 '목요일의 아이는 멀리 떠날 운명이다'라는 구절을 인용했다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가 태어난 날의 요일을 알아봤더니 바로 목요일이었습니다. 순간 바보 같게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세븐 데이즈]가 잘 만든 스릴러 영화임을 알면서도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이유입니다. 부모의 이런 절박한 마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유괴영화... 정말 다시는 보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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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영화
쿨럭...저는 스릴러쪽의 영화는 보면서 어째선지 스릴을 못느껴서 이런쪽의 이야기는 별로 관심이 안갑니다....그놈목소리나 이번 세븐데이즈나 그런이유로 모두 패스했습니다...세븐데이즈가 이번에 박스오피스1위를 했다느니 흥행중이라느니 재밌다느니 말은 많이 들었지만 볼생각이 저~~언혀 안드네요 =ㅅ=.....저번에 조디악이랑 극락도살인사건은 왠지모르게 땡겨서봤지만 역시 보고후회했으니..쩝.....이쪽장르랑은 안맞나 봅니다.  2007/11/27   
쭈니 자신과 맞는 장르의 영화가 있죠.
길가던영화님은 스릴러와 안맞는 듯... ^^
그런데 혹시 길가던행자님 아니세요?
닉넴이 바뀌신 것인지... 아니면 비슷한 닉넴의 다른 분이신지... ^^;
 2007/11/27   
길가던행자
........OTL............과제하다가 새벽에 짬내서 쓴거라 그런지 비몽사몽간에 썼더니...........쿨럭...저 맞습니다.....  2007/11/29   
쭈니 ㅋㅋㅋ
비몽사몽간에 저희 집에 들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제 글을 읽고 더욱 비몽사몽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네요. ^^
 2007/11/29   
주노
군대에서 휴가 나와서 간만에 영화관 가서 본 <세븐 데이즈>...
포스터가 징그럽다고 생각해서 그다지 볼 생각은 없었는데 꽤 괜찮은 스릴러라는 얘기에 솔깃하여 오늘 보고 왔네요.
결과적으로 굿 초이스였습니다.
영화 자체를 잘 이끌어가는 인물들과 사건들, 그리고 우연성이 배제되어 사형수가 진범이 맞는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네요. 역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란 생각이 다시 한 번...
p.s 영화 중간에 남자 형사의 투덜거림이 심각한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112에 전화하는 장면;;ㅋ
 2007/12/01   
쭈니 저와 비슷한 느낌으로 영화를 보셨군요. ^^
군대 휴가 나와서 본 영화라니... 더욱 소중한 추억이 되실것 같습니다.
 2007/12/01   
라울
요즘 극장에서 본 영화중에서 가장 재밌었어요..
(요즘 본 영화도 별로 없지만..;;)
아직 저는 결혼 전이라..
그런 아픔까지는 느끼질 못했는데..
저도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그런 생각을 같게 될까요??
암튼 저는 참 재밌게 본 몇안되는
한국영화중 하나라 뿌듯했어요^^
 2007/12/23   
쭈니 네, 사실 저도 요근래 본 영화중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구피와 나눈 대화는...
저 아이 유괴당한 기억으로 평생 불행하게 살텐데... 불쌍하다입니다.
유괴라는 범죄는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근절되어야할 범죄입니다.
 2007/12/23   
데스센텐스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느낌이
전 그냥.. 재미있었습니다.. 아.. 형사양반이 멋지더군요 ^^*
 2008/03/16   
쭈니 [데스센텐스]는 아직 못봤는데 비슷한 내용인가보군요. ^^  2008/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