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베오울프] - 영웅의 비극적인 이야기 속으로...

쭈니-1 2009. 12. 8. 20:32

 

 



감독 : 로버트 저멕키스
더빙 : 레이 윈스턴, 안소니 홉킨스,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개봉 : 2007년 11월 14일
관람 : 2007년 11월 19일
등급 : 15세 이상

첫 눈 오는 날 밤에는...

[베오울프]가 보고 싶어서 혼자 CGV 용산에 가겠다고 구피에게 선언했습니다. 제가 굳이 CGV 용산을 선택한 이유는 [베오울프]를 IMAX DMR 3D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년에 IMAX DMR 3D로 볼 수 있는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될까요? 제게 [베오울프]는 올해 IMAX DMR 3D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인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구피가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미 [색, 계]를 혼자 봤다고 삐쳐있던 구피는 [베오울프]도 혼자 보겠다고 하자 살짝 삐친 목소리로 '용산은 너무 멀지 않아?'라고 반문합니다. 결국 저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아쉽지만 IMAX DMR 3D를 포기하는 대신 CGV 목동에서 디지털 3D로 구피와 함께 보기로 한 것입니다.
구피와 함께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구피와 웅크리며 걷는데 하늘에서 함박눈에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왠지 기분이 묘했습니다. 오랜만에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구피와 함께 영화를 보러가는 길이라니...
구피는 '이런 날은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 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저는 첫 눈 오는 날 영웅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보는 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북유럽의 신화적인 영웅 [베오울프]와 만났습니다.


 

 


 


영웅, 그 비극적인 인생에 대해서...

제가 영웅담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웅의 인생에 담겨진 비극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무시무시한 괴물을 초인적인 힘으로 무찌르고 기상천외한 모험을 펼치는 영웅들은 저와 같은 보통의 인간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신의 질투와 저주 속에서 한 결 같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이 그러합니다. 제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던 [트로이]는 불세출의 영웅인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비극적인 최후로 제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대표적인 영웅인 헤라클레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헤라클레스]에서는 해피엔딩으로 각색되었지만 실제로는 아내의 질투로 인하여 온 몸에 독이 퍼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닙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두 눈을 칼로 도려낸 오이디푸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아내와 아내의 정부에게 살해된 아가멤논 등 그리스, 로마 신화의 비극적인 영웅들은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러한 비극의 한 가운데에는 바로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습니다. 여러 영웅의 무덤이 되었던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스파르타의 여왕인 헬레네가 그 중심에 있었으며, 질투로 인하여 자신도 모르게 남편인 헤라클레스를 죽인 데이아네이라,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라는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이오카스테, 그리고 사랑을 위해 영웅인 아가멤논을 죽인 클뤼타임네스트라 등등
[베오울프]는 비록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니지만 장대한 영웅담과 비극적인 최후, 그리고 영웅을 몰락시키는 팜므파탈의 존재까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비극적인 영웅 대서사시인 [베오울프]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괴물 그렌델을 맨손으로 죽일 정도로 엄청난 초인적인 힘을 지녔지만 그렌델의 어머니이자 물의 마녀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넘어가고 그로인하여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영상 쾌감, 과연 이것이 영화의 미래인가?

이렇듯 비극적인 영웅 대서사시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선사하는 획기적인 애니메이션 기술력의 진일보인 퍼포먼스 캡처 기술은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미 [파이널 판타지]를 통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경험했던 저는 [베오울프]의 퍼포먼스 캡처 기술에 대해서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전작인 [폴라 익스프레스]의 경우는 그리 놀랍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오울프]는 정말 놀랍더군요. 과연 이것이 실사인지, 애니메이션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 영화 속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영화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생생한 현장감은 [트랜스포머]를 보며 놀라움을 경험했던 제게 불과 3개월 만에 새로운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분명 지금 현재 할리우드의 기술력이라면 [베오울프]를 실사 영화로 충분히 만들 수 있을 텐데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네티즌의 영화평에선 '이것이 바로 영화의 미래다'라고 썼으며, 어떤 영화관계자는 [베오울프]를 본 후 '이러다 배우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오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했다고 합니다.
[베오울프]가 영화의 미래이던, 아니면 걱정스러운 변화이던, 그것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고, 그러한 진일보한 기술력이 지금 바로 우리 관객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런 변화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서 [베오울프]를 바라보는 시선은 영화의 미래가 될 수도 있으며, 걱정스러운 변화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진정 우리의 시선이 영화의 미래에 대한 열린 시선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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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쿨럭;;;;쭈니님은 매우 만족스럽게 보고 오신거 같네요;;;쩝;;저는 어째 영화를 보러갈려고 정하면 꼭 그걸 재미없게본 누군가가 말려서리...털썩......귀가얇아서 그런말을 들으면 차마 보러가지 못하겠습니다;ㅁ;....개봉하자마자 제가 처음으로 본거나 아니면 주위에서 재미없게 봤다는 사람이 없어야 보는듯 하네요;;  2007/11/23   
쭈니 전 오히려 사람들이 재미없다고하면 그래? 얼마나 재미없길래? 하며 더 보는 청개구리 습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
사람들이 이 영화를 왜그리들 싫어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3D가 아닌 일반 영화관에서 봐서가 아닐지...
이 영화는 애초에 3D로 만들어진 영화이니만큼 3D극장에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며칠전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이 영화를 아이맥스 3D와 그냥 디지털 3D, 그리고 일반 디지털로 세번 보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에 의하면 아이맥스 3D로 봤을때의 쾌감은 정말 최고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반 디지털로 보면 그냥 평범한 영화가 되어버린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 친구분은 일반 디지털로 보신 것이 아닌지... 아니면 취향의 문제일수도 있고... ^^;
 2007/11/23   
namja
간만에 영화를 보면서 '와우'를 속으로 연발했습니다.

만화이건 영화이건 실제 배우건 아니건,
진일보되었다고 봐야 할것이며,
영화속에서 가장 눈여겨 본것은 전 '앵글'이였습니다.

자주자주 독특한 구도가 나오며,
기존 영화와는 다른 앵글을 보여주는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전 이해를 하고 만족했다고 할까요^^
 2007/11/29   
쭈니 전 앵글쪽은 약해서... ^^
하지만 확실한건 진일보된 기술력이라는 것...
이렇게 할리우드 기술력이 멀찌감치 달아나면 우리나라가 영영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2007/11/29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마녀의 역사는 계속 되어진다..??

그리고, 베오울프는 3D 영화의 맹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던 영화였습니다.
실제 영화에서 보여줄수 없는 구도가 관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베오울프를 3D로 만든 실제영화라는 컨셉으로 가지고 간 것이라면
이러한 앵글에 관한 딜레마를 완전 깨트리는게 먼저였습니다..
실제 영화처럼..?? 혹은 3D의 장점으로만..??
이러한 점에서 베오울프는 어정쩡한 절충을 한거라고 봅니다..

( 비교하면 안돼지만 )
스토리도.. 화면앵글도.. 영웅도.. 300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2008/02/01   
쭈니 [베어울프]의 경우는 유럽의 신화를 원작으로 했다고합니다. 예를 들어 단군신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는데 서양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하는... 그래서 전 신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줄거리나, 주제보다는 단순한 영웅담과 비극에 촛점을 맞춰 영화를 봤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내용이 하등 이상하지 않았는지도...
3D의 경우는 [300]과의 비교는 무리라고 봅니다. 애추부터 하나는 애니메이션이고, 하나는 실사영화이니. 굳이 비교를 하자면 [폴라 익스프레스]정도인데... 전 [폴라 익스프레스]와 단순 비교하자면 오히려 기술력은 상당부분 향상되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술력에 대한 목마름 때문인지 쭌님이 느끼신 3D 앵글에 대한 부담도 느끼지 못했고요.
쓰다보니 쭌님의 덧글에 딴지를 거는 것처럼 되어 버렸는데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겟네요. 위의 의견은 단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따름이니까요. ^^;
 2008/02/01   
쭈니님이 딴지를 거신다면 더없는 영광이지요 ^^;;;

자.. 일단 제입장만 밝혀봅니다..
첫째, 영화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유럽신화를 이해하고 볼수는 없습니다..
둘째,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처럼"이라는 입장을 가졌던 베오울프가 실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단어를 쓰는건 어패입니다
셋째, 기술력에서 디테일면이라면 분명 나아짐을 있었지만 동작부분에서 아직 3D가 가진 인체의 미세한 움직임 시간차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넷째, 일반적으로 3D영화는 아직 편견이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완벽한 실사 영화 같던지.. 아니면 3D이기에 가능한 영화인지.. 이러한 점에서 정체성의 문제를 가진건 아닐까합니다..
다섯째, "아이엠 베오울프" 설마.. 후광에 뭍어가려 한것은 아니겠지요..??

저는 옳지 않지만 베오울프가 3D영화라는 것을 뺀다면 무엇으로 승부하려 했는지가 궁금했기에 호평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제 반론도 개인적 사견입니다만 아무튼 쭈니님.. 태클 영광으로 받아드립니다.. ㅎ
 2008/02/02   
쭈니 쭌님이 제 딴지를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저로써는 다행스러운 일이죠. ^^
3D애니메이션은 아직 개발중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파이널 판타지]가 스토리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제겐 굉장한 영화로 보였던 이유도 바로 그러한 새로움 때문이죠.
전 새로운 시도에 많이 관대한 리뷰를 싣는 편입니다. ^^
제가 [베오울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분명 3D애니메이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암튼 쭌님과의 뜻밖의 토론... 재미있습니다. ^^
 200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