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포 룸(Four Rooms) ★★★★

쭈니-1 2017. 12. 10. 21:54



감독 : 알리슨 앤더스, 알렉산더 록웰, 로버트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

주연 : 팀 로스, 발레리아 골리노, 마돈나, 제니퍼 빌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마리사 토메이, 쿠엔틴 타란티노, 브루스 윌리스



* 해설


로버트 레드포드가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캐릭터의 이름을 딴 선댄스 영화제는 1979년 6편의 영화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70여편의 참가작과 30여개의 경쟁부문을 지닌 대규모 영화제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인디 영화의 장려, 육성을 목표로 하는 선댄스 영화제는 최근 스티븐 소더버그와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신세대 감독을 발굴하여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두 감독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잎], [펄프픽션]으로 각각 1989년과 1994년 깐느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1992년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4명의 역량있는 감독들이 만났다. 그리고 1996년 이들은 힘을 합쳐 옴니버스 블랙 코미디를 제작했고 그것이 [포 룸]이다. 각자 개성이 다른 4명의 신세대 감독과 그들의 역량을 믿는 스타급 연기자들의 대거 참여, 이것이 [포 룸]의 매력이다.

알리슨 앤더스 감독. 그녀는 '90년대 여성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문제의 여인'이라는 예찬을 받은 당찬 여성이다. [가스, 음식, 숙소], [나의 미친 듯한 인생]은 비록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비평가들에게 열렬히 환영받았던 영화이다. 그녀가 연출한 첫번째 에피소드는 '환생한 스트립걸' 마돈나, 발레리아 골리노 등 스타들이 독특한 마녀역을 맡아 벨보이를 유혹한다. 마돈나는 꿈에도 그리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의 공연을 어렵게 성사시켰으나 각기 다른 방에 출연하는 바람에 만남이 무산되었다는 안타까운(?) 소문도 들려온다.

두번째 에피소드 '잘못된 남자'를 연출한 알렉산더 록웰 감독은 [인 더 수프]로 1992년 선댄스 영화제를 석권한 영화계의 에릭 클랩톤(!) 외모만 유사한 것이 아니라 고독과 절망의 분위기마저 비슷하다고...

우리에게는 [데스페라도]로 너무 잘 알려진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세번째 에피소드 '악동들'을 맡았다. 최근 그의 신작 [황혼에서 새벽까지]가 좋은 흥행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 [데스페라도]에서 로드리게즈 감독과 우정을 쌓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독특한 이미지의 갱역을 맡았다.

마지막 에피소드 '할리우드에서 온 사나이'는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으로 우리나라에도 타란티노 붐을 일으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맡았다. 벨 보이 역의 팀 로스는 타란티노의 추종자. 그의 강력한 추천으로 주연을 맡았고, [펄프픽션]으로 액션배우 이미지를 벗은 브루스 윌리스가 이번에도 보답하듯 그의 에피소드에 출연했다. 배우로서도 상당한 자질을 가진 타란티노 자신이 주연을 맡았다.



* 줄거리


늙은 샘이 한때는 화려했던 몽시뇰 호텔의 벨보이 자리를 넘겨주며 테드(팀 로스)에게 충고한다. '야간접수계원, 아이들, 창녀, 부부싸움은 멀리해라. 절대 고객과 섹스하지 마라, 팁은 꼭 받아라' 그믐날 테드는 혼자서 네개의 방에 있는 고객들을 접대하게 된다.

허니문 스위트 - 40년전 결혼식날밤 바로 그 방에서 돌로 변한 여신 다이아나를 해방시키려 마녀들(발레리아 골리노, 마돈나 등등)이 모인다. 그들은 어머니의 젖과 처녀의 피, 남자 허벅지의 땀, 일년치의 눈물으 내놓는다. 그러나 어리벙벙한 마녀 에바는 가져오기로한 정액을 그만 입으로 하다 삼켜 가져오지 못한다. 궁여지책으로 벨보이 테드를 유혹하는 에바. 결국 테드는 50달러를 받고 정액을 제공하고 만다. 모든 성분을 다 갖춘 마녀들은 다이아나를 불러낸다.

404호 - 얼음을 찾는 고객의 주문에 404호로 잘못 들어간 테드. 그곳의 지그프리드는 아내 안젤라(제니퍼 빌즈)에게 재갈을 물리고 그녀와 바람을 피운 녀석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꼼짝없이 오해를 받게된 테드. 지그프리드는 테드에게 총을 겨누고 결국 테드는 화를 내고 만다. 그러자 지그프리드는 키스를 하고 심장쇼크를 일으키고 당황한 테드는 화장실 창문을 통해 도망가려다 윗층 투숙객의 토사물을 뒤집어 쓴다. 지그프리드는 일어나서 안젤라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보려고 연극을 한거라 말하고 화가 난 안젤라는 테드의 그것이 정말 크더라며 지그프리드를 다시 흥분시킨다. 다시 난리가 나고 테드는 안젤라의 진짜 정부를 지나쳐 도망친다.

309호 - 갱으로 보이는 한 남자(안토니오 반데라스)와 그의 아내가 테드에게 500달러를 주며 아이들을 봐 달라고 부탁한다.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 제의를 받아들인 테드. 그러나 아이들은 성인채널을 보고 담배를 피우고 샴페인을 마시고 낙서를 하며 온갖 불평으로 테드를 괴롭힌다. 게다가 침대 밑에는 시체가 발견되고 담배불로 인해 방엔 불이 붙는다. 이 죽음의 현장에 돌아온 남자의 한마디 '우리 애들이 그렇게 말썽을 피우던가?' 테드는 안절부절하며 방에서 겨우 빠져나온다. 프론트에 돌아온 테드는 사장 베티에게 전화를 걸지만 마약을 하던 베티의 친구 마가렛(마리사 토메이)은 상황을 잘못 이해한다. 테드는 베티에게 그만 두겠다고 선언하고 베티는 펜트하우스의 마지막 전화만 처리해달라고 부탁한다.

펜트하우스 - 할리우드의 거물배우 체스터(쿠엔틴 타란티노)와 노먼 그리고 레오(부르스 윌리스)는 테드에게 나무토막, 도끼 등을 가져오라고 시킨다. 그들은 노먼이 열번 연속 라이터 켜기 내기를 했다며 노먼이 이길 경우 64년형 샤보레를 갖지만 질 경우 새끼 손가락을 자르기로 했다며 테드에게 천달러를 주며 질 경우를 대비, 손가락을 자를 준비를 하라고 한다. 혼비백산하는 테드. 그러나 역시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결국 노먼은 내기에서 지고 테드는 노먼의 손가락을 자르고 천달러를 차지하며 유유히 사라진다.



* 감상평


개성있는 감독들의 개성있는 연출. 알리슨 앤더스 감독은 황당한 마녀 이야기를 통해 독특한 재미로 영화의 시작을 열었다. 테드 역의 팀 로스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와 독특한 유머는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날카로운 사회비판적 블랙 코미디를 기대했고 그렇기에 그들의 실망은 컸다. 내가 보기엔 [포 룸]은 그저 개성있는 코미디일뿐, 사회비판도 블랙 유머도 없다. 그저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고 편안한 기분으로 엉망진창 소동을 감상한다면 재미있는 100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996년 8월 18일

VIDEO






2017년 오늘의 이야기


지난 2월에 [나우 앤 덴]의 영화노트를 쓰며 2017년에는 1996년 영화노트를 완료하겠다고 다짐했더랬습니다. 하지만 2017년이 며칠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그러한 약속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17년 한 해동안 고작 [나우 앤 덴]에서 [포 룸]까지 일곱편의 영화노트를 썼을 뿐이며, 아직 남아 있는 것은 무려 61편의 영화노트가 남아 있으니까요. 에궁!!! 죄송합니다.

암튼 [포 룸]은 당시엔 낯선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지금은 할리우드 거장이된 감독들의 독특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특별한 기대감 없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제1996년의 제 감상평처럼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