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본 투 킬 ★★★★

쭈니-1 2017. 3. 17. 22:05



감독 : 장현수

주연 : 정우성, 심은하, 김학철, 조경환, 명계남



* 해설


데뷔작 [걸어서 하늘까지]에서부터 끊임없이 액션 느와르 장르를 추구했던 장현수 감독. 유덕화나 장국영, 주윤발 등 홍콩배우들에게 빼앗긴 액션 느와르 관객을 일단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한 것이 그의 두번째 연출작 [게임의 법칙]이다. 박중훈, 이경영, 오연수 등 톱스타들이 전혀 폼잡지 않고 오히려 토속적인 멋을 풍기며 관객을 웃기고 울렸던 [게임의 법칙]은 한국 느와르의 걸작. [게임의 법칙]의 엄청난 성공후 장현수 감독이 선택한 영화가 [본 투 킬]이다. [게임의 법칙]과는 달리 홍콩 액션느와르를 보는 듯한 화려한 영상미와 감상주의에 초점을 맞춘 [본 투 킬]은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장르영화의 한계를 넘지못한 약간 아쉬움이 남는 영화이다.

마치 [레옹]의 장 르노같은 킬러 역을 맡은 정우성. 데뷔작 [구미호]에서의 뻣뻣한 연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길이라는 캐릭터만큼 그에게 적격인 배역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사가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정우성은 강렬한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눈빛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선 그것만으로 족하다.

심은하 역시 정우성과 마찬가지. TV스타였던 그녀는 스크린 데뷔작 [아찌아빠]에서 톱스타 최민수와 공연하고도 영화를 망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영화의 수하라는 캐릭터는 [아찌아빠]에서 그녀가 맡았던 역과 거의 흡사하지만 두 영화를 비교해본다면 그녀의 연기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금방 눈치챌 것이다. 말이 없는 정우성과는 반대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얻어냈다.

[은행나무침대], [진짜 사나이]의 아역 전문인 김학철의 개성있는 연기와 감초같은 매력으로 요즘 조연배우로 한참 날리고 있는 명계남의 폼나는 연기. 그리고 아직까지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한 조경환의 무게있는 연기도 볼만하다.



* 줄거리


폭우가 쏟아지는 밤, 김회장은 눈알이 도려내지는 테러를 당한다. 청부살인업자는 염사장(김학철)으로부터 고용된 길(정우성)이다. 그의 시선은 요즘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수하(심은하)에게 끌린다. 술집 호스테스인 수하는 가수가 꿈인 당돌한 아가씨. 그녀는 길이 술에 취한 자신을 집에까지 데려다주자 능청스럽게 길의 아파트에 소주병을 들고 찾아온다. 그녀는 길의 냉장고에 돈이 쌓여 있음을 보고 일부러 길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길은 수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결국 수하는 길의 돈을 가지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길은 깊은 절망에 빠진다.

한편 의리 때문에 감옥에간 두목(조경환)이 출소하고 그의 출연으로 염사장은 위기에 몰린다. 두목은 인학(명계남)을 찾아가 염사장의 그동안의 소행을 알게된다. 염사장은 길에게 인학을 죽이라고하나 길은 인정 때문에 인학을 죽이지 못한다.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던 수하는 길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자신의 꿈을 버리고 길에게 돌아온다. 염사장은 길의 집에 침입하여 두목과 인학을 죽이라고 협박하고 길과 수하는 도망을 치려하나 수하는 염사장에게 잡히고 만다. 길은 결국 자신을 키워준 두목을 죽이겠다고 승락하고 수하에게 돈을 주어 떠나보낸다.

인학의 나이트클럽에 찾아온 길은 그러나 두목을 죽이지 못한다. 그때 염사장과 그의 부하들이 급습하고 길은 두목과 인학을 도와 반항하지만 인학, 두목 그리고 길은 차례로 염사장에게 죽음을 당한다. 길의 뇌리엔 수하와 행복했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고 수하는 하염없이 기차역에서 길을 기다린다.



* 감상평


한국식 액션느와르의 전통을 잇는 장현수 감독의 세번째 연출작. 화려한 영상미와 정우성, 심은하의 강렬한 매력, 그리고 가슴 아픈 결말로 액션느와르 장르를 잠시 잊고 있었던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장현수 감독은 길의 과거를 삭제했다. 물론 의도적이었는지는 몰라도 차라리 회상과 두목의 대사로 잠시 등장하는 길의 과거를 완전히 삭제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괜히 관객에게 길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만 남긴채 길의 과거는 덮어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어찌하여 염사장은 죽지 않는지. 특히 감성많은 여성관객들은 주인공만 죽고 악인이 죽지 않은 것에 대한 울분을 터트린다. 길의 과거와 라스트의 의문. 어쩌면 이런 것들이 이 영화에 대한 짙은 여운을 남겨 끝나고나서도 한동안 안타까움을 잊지 못하는 역할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1996년 8월 17일

VIDEO







2017년 오늘의 이야기


우와! 정우성과 심은하라니... 요즘은 절대 볼 수 없는 초호화 캐스팅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1996년 당시에는 그렇게 놀랄만한 캐스팅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연기력이 부족한 두 젊은 배우의 만남이 불안하기만 했으니까요. 

정우성은 1994년 [구미호]로 데뷔했습니다. 요즘 정우성의 연기력은 물이 올랐지마 [구미호] 당시 정우성의 연기는 정말 눈뜨고 못봐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본 투 킬]을 거쳐 1997년 [비트]와 1999년 [태양은 없다]를 통해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고, 점차 연기력도 인정받았습니다. 

심은하는 1995년 [아찌아빠]로 영화계에 데뷔, 역시 [본 투 킬]은 정우성과 마찬가지로 두번째 영화입니다. 이후 그녀는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미모와 연기력을 두루 갖춘 배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하며 많은 영화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장현수 감독은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본 투 킬]에 이어 1998년 김승우, 명세빈 주연의 [남자의 향기]를 연출했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2001년 [라이방], 2004년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연속 흥행 실패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이병헌, 최지우, 추상미, 김효진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 영화였지만 흥행 성적은 처참했고, 결국 장현수 감독은 거의 10년동안 메가폰을 잡지 못했습니다. 2013년 개봉한 [애비]가 그의 복귀작. 하지만 역시나 흥행은 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