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데자뷰] - 사랑을 위해 액션을 변화시키다.

쭈니-1 2009. 12. 8. 19:17

 



감독 : 토니 스콧
주연 : 덴젤 워싱턴, 폴라 패튼, 제임스 카비젤
개봉 : 2007년 1월 11일
관람 : 2007년 1월 11일
등급 : 12세 이상

지금 내겐 마음의 여유가 없다.

2007년을 활기차게 시작을 했건만 2006년부터 달고 온 구피의 감기와 결코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2007년에도 절 우울하게 만들고 있답니다.
한동안 새로 개봉하는 영화중 아픈 구피를 떼어놓고 혼자 극장에 갈만큼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극장에조차 가지 못했던 저는 기대작들이 한꺼번에 개봉하는 이번 주에 어느 정도 감기에서 벗어난 구피와 함께 극장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제 계획은 시작부터 어긋났습니다. 일주일 내내 야근을 했지만 이날만큼은 6시 땡하면 퇴근하여 얼른 영화표를 끊을 생각이었는데 언제나처럼 퇴근하기 전 예상하지 못했던 일거리들이 잔뜩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둥바둥 일을 모두 처리한 시간은 6시 50분.
구피와 약속한 CGV목동으로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갔지만 보고 싶었던 [데자뷰]는 표가 겨우 1장남은 상태. 구피는 미리 영화를 예매하지 않았다고 제게 버럭 짜증을 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짜증을 받을만한 마음의 여유가 단 한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하여, 영화표가 1장만 남아있다는 소리에 이미 폭발 직전 상태까지 몰린 저는 구피의 짜증을 맞받아쳐 버렸습니다. 결국 2007년의 첫 극장 나들이는 화가 난 구피를 홀로 남겨두고 저 혼자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으로 마감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가족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지만 전 생각이 다릅니다. 제가 행복해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언제쯤 내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구피의 작은 짜증조차도 받아줄 수 없으니 저도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 영화는 한 남자가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뉴올리언스의 화기 담당 수사관인 더그(덴젤 워싱턴)는 마디그라 축제일에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폭파 테러 사건을 수사 중에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테러 사건의 희생자로 보이는 한 여자의 주검 앞에 서게 됩니다. 처음 보는 여자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그녀. 놀랍게도 그녀는 폭파 사건 이전에 이미 죽은 상태였으며, 더그는 그녀가 이 사건의 해결에 결정적인 키를 들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여기까진 아주 평범한 할리우드식 액션 영화입니다. 하지만 시공의 물리적 개념을 거슬러 올라가 4일전의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초현실적인 일종의 타임머신 기계가 나오며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의 범주에서 벗어나 SF적인 요소를 띄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테러 사건을 막기 위한 한 남자의 고군분투도 아니고, 4일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타임머신도 아닙니다. 바로 사건의 희생자인 클레어(폴라 패튼)에게 점점 사랑을 느껴기 시작하는 더그의 감정 변화입니다.
더그는 혼자입니다. 가족도 없고, 유일한 친구인 파트너는 폭파 테러 사건으로 잃고 맙니다. 그런 그가 타임머신 기계를 통해 4일전 클레어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점점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범인인 오스타트(제임스 카비젤)는 잡히고, 사건은 마무리되지만 더그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아직 클레어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4일전의 과거로 들어갑니다. 과거로 가기 전에 죽을 수도 있고, 과거를 바꾸는 것이 현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오직 클레어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종의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한 모험을 합니다. 사랑이라는 것. 수백 명을 죽인 폭발 테러 사건과 비교한다면 소소해 보이지만 사람의 행복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모험이 가능한 것이겠죠.  


 

 


토니 스콧 감독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다.

[데자뷰]는 분명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영화입니다. 토니 스콧 감독은 그의 특기답게 이 영화를 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영화로 완성했습니다. 조금의 감정이라고는 없는 무자비한 테러범 오스타트와 더그의 숨 막히는 추격전. 영화는 처음부터 유람선에 승선하는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며 오스타트의 범죄에 관객들도 분노하게끔 유도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어느 순간부터 형사와 테러범의 추격전이라는 고전적인 방식을 포기합니다. 오스타트는 너무 싱겁게 경찰에게 붙잡힙니다. 이 사건엔 모종의 음모도, 배후의 인물도 없으니 오스타트가 붙잡히는 것만으로 사건은 해결인 셈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서부터 시작입니다. 더그는 4일전으로 되돌아가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 사건도 막아야하고, 클레어도 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전적인 액션 영화 방식이 포기되는 시점에서 이 영화는 갑자기 로맨틱한 시선으로 변화됩니다. 사랑에 목숨을 건 주인공의 무모해 보이는 모험은 토니 스콧 감독식의 화끈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겐 어쩌면 당혹스럽게 비춰질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화끈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가 갑자기 따끈따끈한 로맨스 영화로 변화하는 모습에 잠시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제게 이 영화는 단지 2시간동안의 재미만을 책임지는 다른 액션 영화와는 달리 영화를 보고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액션 영화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다른 액션 영화의 영웅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여인을 지키기 위한 더그의 그 개인적인 모험담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겁니다. 아마 그는 폭타 사건을 저지했더라도 클레어를 지키지 못했다면 결국 행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언제나 액션 영화에 그 능력을 발휘하는 토니 스콧 감독에게 이런 사랑이라는 감정을 잡아내는 세심한 면이 있을 줄 정말 몰랐네요.


 

 


행복이라는 것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이라는 것. 그것만큼 객관적으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도 없을 겁니다. 어떤 이들에겐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돈이 행복의 조건이 될 것이며, 어떤 이들에겐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일상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람에 따라, 시간에 따라 주관적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더그에게 행복의 조건은 클레어라는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는 것이었겠죠.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도 못하겠지만 그녀를 구하는 것. 그것이 지금 당장 더그가 생각할 수 있는 행복의 조건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테러 사건을 막는 것도 그에게 큰 의미였겠지만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테러 사건을 막는 것에 주력하기 보다는 먼저 클레어를 구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더그의 모습에서 그의 1차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과연 제게 지금 당장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장기적으로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내 자신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것이며, 나로 인해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행복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구피의 화가 풀리는 것입니다. 구피를 홀로 남겨두고 혼자라도 영화를 보겠다며 극장으로 들어가 버린 제 행동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그로인한 구피의 화가 쉽게 풀리지는 않겠지만 구피가 다시 제게 웃음을 보여준다면 지금 당장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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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그렇군요... 액션영화가 아닌 다른 주제도 가지고 있다니 볼만 하겠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고 와야징~~  2007/01/14   
쭈니 네, 전 꽤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운도 남았고요. ^^
 2007/01/14   
바카
잘 해결되면 좋겠군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이렇게 영화 리뷰를 쓰시다니 뭔가 프로같은 책임감이 느껴지네요.

리뷰 마지막에 있는 쭈니님의 생각을 구피님이 알아주실겁니다 ^^
 2007/01/15   
ssook
저는 보는 내내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트웰브 몽키즈]가
내내 머리속에서 맴돈건 왜일까요.........
4일전의 과거를 겨우 한번만 볼수 있다며 클레어를 뒤쫒는 시선에서
왠지 [마이너리티~]가 연상이 되었고.. - 그 장면들 있죠 범인을 예견해 미리 뵈주던...- 클레어를 구하기 위해 4일전 과거로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12 몽키즈]가 연상되더라구요... 아아...[12몽키즈], 라스트가 정말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그나저나 발킬머는 중년의 아저씨 표본이 되어가더군요......
왠 살이 그리 쪘는지......
 2007/01/15   
쭈니 바카님... 감사합니다. 구피도 약간 풀어지긴 했답니다. 하지만 같이 영화보러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듯... ^^;
ssook님... [마이너티 리포트]와 [12몽키스]... 과연 거렇군요. 저도 특히 [12몽키스]의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발 킬머는 완전 안습이더군요. ^^
 2007/01/15   
정식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항상 이렇게 업데이트 하는 . 분 누군지는 모르지만. ㅋㅋ 군인인 제가.. ㅋㅋ 뽀뽀하나 드리겠씁니다~ ㅋㄷ ㅋ  2007/01/18   
쭈니 군인이시군요.
그렇담 여군이 아닌 이상 남성분이라는...
뽀뽀 사절입니다. ^^
 2007/01/18   
투야
아~~ 역시나.. 이영화 리뷰가 있었군요~~
전 이걸 벌써 2번이나 봤답니다.. 3번볼뻔한거 줄었죠..ㅋ
우선,, 음..구피님이 얼른 화를 푸셔서.. 쭈니님이랑 다시 다정히
극장에 가길 바랄게요.참고로 같은 여자로서..속상하셨을 구피님 맘이
어느정도 예상되네요. 더불어.. 쭈니님도 이해가 가요.
저두 제가 행복해야.,, 다른 무엇도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여튼,, 전 절대 제가 스스로 액션영화를 고르지 않습니다.네버,,
버뜨,, 같이 본사람에게 한턱 쏴야해서.. 그냥 따라간건데
너무너무 재밌었습니다~~ 역시나.. 액션영화답게..(솔직히 액션을 잘 안봐서 몰겠지만,, 제겐 더없이 분명한 액션영화였습니다. 보는내내 심장이 콩딱거려서 싸운드가 어찌나 크던지..자동차 씬도..)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수 없었고,,또 한씬 지나고 다시 한씬 지나야
앞에 상황이 이해가 가는 음..제겐 나비효과 보다 더 재밌는 스릴러였어여. 솔직히 너무 빠른 진행에 순간순간..아하..정도만 하고 그 웜홀이나
머 자기장 이런걸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 시간개념이..좀 독특했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왜 이 영화가 데자뷰일까.. 라고 고민했는데..
마지막에 되서야 이해가 가더군여.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해피엔딩 ㅋ
예상못했어여.. ㅎ
두번째 보면서는 앞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이해하려고 안돌아가는
머리 써가며 열심히 고민해봤는데.. 그거죠?? 결국 더그는 클레어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본 과거여행 말고 한번이상은 더 한거져..?
아마도 구할때까지 하지 않았을까.. 음 숙명이랄까? ㅎ
글구 제리 아저씨의 제작이라 그런지 아주 돋보이던 영상기술들.흠..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은 덴젤 워싱턴의 매력!! 글구 이젠 너무 편안해보이는 발킬머.. 글구 이름은 모르지만 아주 매력적이었던 여주인공.ㅎ
글구..그 데니박사..ㅎ 캐릭터도 다 맘에 들었어요.ㅎ
머 어느분들은 재미없다 말도 안된다 하시던데 제겐 더없이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2007/01/25   
쭈니 이 영화에 푹 빠지셨군요. ^^
어제 구피와 야심한 밤에 맥주한잔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구피도 구피 나름대로 요즘 힘들고, 저도 그렇고...
서로 이해하며 서로가 힘든 부분을 감싸주고 사는 것이 바로 부부인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좀 더 노력을 해야할듯...
이 영화의 스토리에 그리 머리를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더그의 사랑이니...
영화속 물리학적 복잡한 개념들은 그냥 그런게 있구나 식으로 넘어가도 별 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사실 저도 그런 복잡한 것들은 잘 이해가 안되서 그냥 포기해버렸다는... ^^;
 2007/01/25   
스턴트맨
안녕하세요쭈니님ㅎ 전그냥 지나가던사람,,이라 1페이지부터 여기까지 눈팅만 했는데 데자뷰는 그냥 지나치고싶지 않아서..제가 처음으로 5번정도 본 작품이라서ㅎㅎ 작품에대한 얘기는 오래 생각해야하니까 귀찮아서<넘어가요 ㅋㅋ 정말 쭈니님은 제가 본 영화중에 안보신게 없으신듯..무언가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무척이나 배우고싶네요,, 구피님과 끝까지 사랑하세요^^ㅋㅋ  2007/11/03   
쭈니 허허허 감사합니다.
1페이지부터 여기까지 보셨다니 정말 수고 많으셨겠네요.
제 글이 워낙 길어서리... ^^;
저도 이 영화 재미있었고, 전 2번 봤답니다.
한번은 혼자, 한번은 구피와 함께...
 200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