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묵공] - 확실히 지금까지의 무협 영화와는 달랐다.

쭈니-1 2009. 12. 8. 19:18

 



감독 : 장지량
주연 : 유덕화, 안성기, 최시원, 판빙빙
개봉 : 2007년 1월 11일
관람 : 2007년 1월 11일
등급 : 12세 이상

난 무협 영화를 좋아한다.

한때는 우리 영화보다 더 많은 수의 중국영화(정확히 말한다면 홍콩 영화)가 국내 극장을 장악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영웅본색] 류의 느와르 영화에서부터, [천녀유혼] 류의 귀신 영화, 그리고 [지존무상] 류의 도박 영화까지. 때때로 장르를 바꾸며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일제히 국내 극장가를 화려하게 수놓았었죠.
하지만 요즘은 거의 중국 영화는 극장에서 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오히려 수입 개방 된지 몇 년이 채 되지도 않는 일본 영화보다 개봉 편수가 더 적은 형편입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개봉하는 중국의 판타지적인 무협 영화를 보면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할리우드 영화와 우리 영화가 아닌 색다른 영화에 대한 목마름일 수도 있고, 어렸을 적 보았던 중국 영화에 대한 아련한 추억 때문일 수도 있으며,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습니다.
암튼 기대작들이 한꺼번에 개봉했던 1월 11일, [데자뷰]와 더불어 [묵공]을 봤습니다. 할리우드로 떠나버린 주윤발을 대신하여 제겐 중국 영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유덕화와 언제나 잊을 수 없는 명연기를 펼치는 안성기의 만남이 가슴 설렜으며, [야연]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무협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넘쳐흘렀습니다. 그렇게 [묵공]과 저와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영화는 아니다.

솔직히 [묵공]을 보고나서의 첫 느낌은 '이런 걸 기대했던 것은 아닌데...'였습니다. 제가 무협 영화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제가 좋아했던 무협 영화는 [영웅], [연인], [야연]같은 원색의 화려한 비주얼과 특수효과로 치장된 과장된 액션. 그리고 비장미였습니다. 하지만 [묵공]엔 그 무엇하나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화려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전쟁의 참상과 그로인해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낼 뿐입니다.
분명 [묵공]은 제가 좋아하는 판타지적인 무협 영화와는 180도로 틀린 영화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실망을 느꼈으며, 2시간이 넘는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이 약간은 지루함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묵공]을 제가 기대했던 무협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묵공]은 분명 그 나름대로의 묵직한 재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묵공]은 조나라의 10만 대군에 맞서 인구 4천명의 작은 양성을 돕기 위해 묵가의 지원군 혁리(유덕화)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오해를 했던 것은 바로 10만 대군에 맞서는 단 한명의 영웅이라는 숫자의 함정이었습니다.
전 혁리가 하늘을 훨훨 날며 홀홀단신으로 십만 대군을 모두 무찌를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묵공]엔 그런 허황된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혁리는 뛰어난 무공이 아니라 지략으로 조나라의 10만 대군을 무찌릅니다. 물론 조나라의 10만 대군이 모두 죽는 것은 아니고 단지 버티기 전략으로 조나라의 병사들을 물러나게 만드는 거죠. 그렇기에 이 영화엔 거대한 전투씬은 별로 없습니다. 단지 거대하게 대열을 갖춰 서있는 조나라 병사들의 위용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화려하지도,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지도 않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한번쯤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가?

[묵공]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이 여러 나라로 분할되어 서로 전쟁을 벌이던 춘추전곡시대입니다. 이런 환란의 시대에 가장 많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은 바로 힘없는 백성들입니다. 남자들은 병사가 되어 끔찍한 전쟁에 동원되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배고픔과 적의 약탈에 희생당해야 합니다. 영웅들은 천하통일의 대업이라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지만 그 속에서 희생당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묵공]은 바로 이러한 면에서 초점을 맞춥니다. 이전의 무협 영화들이 영웅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묵공]은 바로 희생당하는 백성들에게 초점을 맞춘 거죠. 물론 혁리라는 영웅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는 자신의 대업을 이루기보다는 힘없는 백성의 편에 서는 고난한 길을 선택합니다.
비록 조나라의 침략 때문에 양성을 돕지만 양성이 항복을 선언한 조나라의 병사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전쟁 영화의 기본원칙은 '적은 사람이 아니다'입니다. 적을 사람으로 인정하는 순간 죽이는 것을 주저하게 되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자기 자신이 당하게 되니 당하기 전에 적을 사람으로 보지 말고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것이 전쟁 영화의 기본원칙입니다.
그래서 전 전쟁 영화를 싫어합니다. 하지만 무협 영화의 경우는 판타지적 경향 때문에 적군에 대한 동정이 필요 없었죠. 그러나 [묵공]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으며 그들 모두 같은 사람이라며 당연한 진리를 일깨워 줍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본의가 아닌 사고일수도 있으며, 적의를 띈 살인일수도 있습니다. 전쟁을 통한 대량 살인일수도 있고, 법의 집행이라는 명분의 공무적인 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요? 수천년 전을 배경으로 한 혁리의 묵가 사상이 영화를 보고나선 제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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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언제나 쭈니님에 리뷰에 들립니다.. 쭈니님도 보셨군요,, 저도 저희 아버지와 어제 보러갔는데 사람이 없더군요.... (저희 둘밖에)
쭈니님과는 달리 저와 예상한 것들이 담겨있었던것 같아요... 예고에 '숨막히는 지략대결'이라고 써있어서.. 생각했죠..
"아. 혁리가 양성에서 지략을 내세워 조나라를 물리친다"라는 식으로여...
그리고 혁리의 행동 2가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묵가는 보답을 받지 않는다'하고 신발을 안받었죠?(나중엔 신었지만...^^)
쭈니님이 말씀하신 대로 '사람이 사람을 왜죽이는지?'입니다.
저는 무협을 거의 안봅니다. 기껏해야 칠검??(그것조차 실망했지만) 저는 '묵공' 2시간 동안 긴장감을 늦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쉬웠떤 것은 양적(최시원 분)이 너무 허무하게 죽었다는 것 정도일까요? 아 또 그리고 안성기 씨 이야기에 중심이 되지만 너무 비중이 적으신것 같아요...하지만 묵공 대박나길...
하지만 첫주 8위에.... 전국 18만 정도라니.... 휴~~ 하지만 묵공 제겐 최고의 무협이었답니다^^
 2007/01/15   
액션영화광
쭈니님 질문하나만 할게요... (살짝 스포일러)
중간에 조나라 시켜서 아이를 인질로 잡은 외국인 같은 청년 있잖아요? 혁리가 때리는걸 막았던 .... 마지막에 그 분에 굴을 팠는데 물이 나오는데 조나라가 날라가다가 갑자기 어떤 해골이 튕겨 나오잖아요? 보셨죠? 그 해골이 조나라 병사일까요? 아니면 그 청년일까요..

그리고 아실 수도 있겠지만 그 조나라 왕자 있잖아요.(혁리가 왔을 때 활을 만들어 쐈는데 맞을 뻔한 왕자.... 그 첫번째 전쟁에서 혁리를 칠려다가 오히려 화살맞고 죽은 사람) 그사람이 홍금보 친아들이랍니다. 이제 알았음.... 답좀..... 그리고 좋은 하루^^
 2007/01/15   
쭈니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저는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돈 내고 누군 재미없었다고 투덜대고, 누군 재미있었다고 좋아하면 분명 이익은 재미있었던 사람의 몫이니... ^^
마지막 굴 장면은 아마도 양성의 지하의 수로를 이용한 지략인듯 한데...
원작에선 자세히 나왔지만 영화에선 상당히 짧게 설명되었다는 군요.
지하의 물살이 쎈 수로가 양성의 얇은 터를 뚫고 치솟은 거겠죠.
물론 땅을 판 것은 그 외국인 노예고요.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해골은 아마 전쟁중에 죽은 병사를 묻은 것이 물이 치솟으며 같이 튀어나온 것은 아닐까요?
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답니다. ^^
그리고 그가 홍금보 아들이군요.
어찌 홍금보를 하나도 안닮은듯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2007/01/15   
길가던행자
비디오로 빌려보는데 같이보던 누이는 재미없다고 들어가서 자고 나는 끝까지는 보긴 했는데 좀 별로였던 영화;;;;;;쩝;  2007/08/16   
쭈니 네, 지루하긴 했습니다. ^^
하지만 메세지가 상당히 강했던 영화이기도 하죠. ^^
 2007/08/20   
켄신
초반은 재미있었는데 끝이 좀 아쉬었네요. 마지막에 성을 재 탈환 하는
부분도 이해가 안가고요.
 2008/08/16   
쭈니 ㅋㅋㅋ
켄신님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됩니다.
전 그냥 이전의 무협영화와는 다른 길을 걷는 영화를 봤다는 것에 만족...
그런데 요즘 무협영화들이 [묵공]과 비슷한 길을 걷더군요.
새로운 트렌드의 시작일런지도...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