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인사이드 맨] - 선과 악의 매력적인 전복

쭈니-1 2009. 12. 8. 18:56

 



감독 : 스파이크 리
주연 :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
개봉 : 2006년 4월 21일
관람 : 2006년 4월 26일
등급 : 15세 이상

뜬금없이 월요일에 갑자기 절 극장으로 데려갔던 구피. 그리고 이틀 후 퇴근하는 제게 '오늘 [인사이드 맨]보라가자'는 구피의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영화 한편 보는 것도 버거워하던 구피가 갑자기 이번주만 벌써 두번이나 스스로 극장에 가자며 제게 제안을 하다니 조금 의심스럽기도 했답니다. (혹시 내게 무언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하지만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죠.
지난 월요일엔 무작정 극장으로 향한 탓에 [인사이드 맨]을 보지 못하고 [빨간 모자의 진실]을 대신 봐야 했던 우리는 이번엔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해서 시간에 맞춰 [인사이드 맨]을 보기위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인사이드 맨]을 보기위해 기다리는 동안 구피에게 살짝 물어봤습니다. '갑자기 왜 영화 보자고 했어?' 그러자 구피는 '[인사이드 맨]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오늘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더군요. 순간 구피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였답니다. (물론 언제나 사랑스러웠지만 그날은 더욱더... ^^;)
이런게 부부인가 봅니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춘곤증과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로 점점 지쳐가고 있었는데 구피의 그런 작은 배려가 절 다시 힘쏟게 만들더군요. 회사 생활이 아무리 짜증나고 힘들어도 이런 구피가 곁에 있기에 전 오늘도 이렇게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솔로 여러분... ^^;)


 

 


[인사이드 맨]은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라는 초호화 캐스팅에 빛나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상업 영화에 치중되어 있는 제 영화적 편식탓에 이 영화의 감독인 스파이크 리의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흑과 백, 남과 여를 대표하는 지성파 배우의 대명사인 덴젤 워싱턴과 조디 포스터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설레임과 거기에 최근 [클로져], [씬 시티]등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성 클라이브 오웬까지 볼 수 있는 영화이니 캐스팅만으로도 제겐 기대감 100%를 먹고 들어갈 영화입니다.
영화는 제가 생각했던대로 였습니다. 스릴러라는 가장 헐리우드적인 장르를 선택하고는 있지만 헐리우드 상업 영화와는 거리가 먼 스파이크 리 감독이 만든 탓인지 전혀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답지 않게 [인사이드 맨]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스릴러 영화이면서도 관객을 긴장시킬 사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작 은행 강도와 뉴욕 경찰간의 인질을 사이에둔 대치전이 전부이죠. 하지만 은행 강도들이 워낙 신사적인 탓에 인질의 안부를 걱정해야할 필요도 없으며, 그러한 이유로 인질들을 구해야하는 뉴욕 경찰들도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영웅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소시민적인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돈에는 관심이 없는 이 은행 강도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경찰들이 겹겹으로 둘러싼 은행을 빠져나갈 것인지, 영화는 꽤 흥미로운 수수께끼들을 관객에게 제시하지만 그것은 스릴러 영화의 특성인 관객과의 게임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방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지루한 편이며 급기야 구피는 잠깐 졸기까지 했다는 군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지루한 스릴러 영화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매력적인 면모를 곧곧에 숨겨둔 조금은 이상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먼저 제가 이 영화에 가장 기대를 걸었던 배우들부터 이야기를 하고 가야 할것 같네요.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는 결코 제 기대를 져버리는 일없이 완벽하게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영화속에 적절하게 발휘하고 있습니다.
먼저 뉴욕 경찰인 키스 프레이져를 연기한 덴젤 워싱턴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완벽'이라는 단어가 어울렸습니다. 인질들을 구하겠다며 물불가리지 않는 액션 영화속 영웅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언변으로 인질들의 안위를 지켜내는 지적인 협상가도 아닙니다. 단지 적당히 출세욕을 가지고 있으며, 또 적당히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그런 평범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약간은 뚱뚱해진 그의 모습이 처음엔 당혹스럽긴 했지만 이전 영화처럼 날렵한 몸매를 보여줬더라면 프레이져라는 캐릭터가 그토록 현실적이지는 못했을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의 맞춤연기는 역시 이 영화에서도 대단한 힘을 발휘한 셈입니다.
여기에 프레이져와 팽팽한 심리전을 펼치는 은행강도의 리더인 달튼을 연기한 클라이브 오웬 역시 결코 덴젤 워싱턴에 밀리지않는 카리스마로 영화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그 중심을 잡아줍니다. 냉철한 은행 강도이지만 인질들을 결코 헤치지 않는 자상한(?) 면을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엔 기발한 방법으로 은행을 빠져나감으로써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기도 합니다. 클라이브 오웬... 그는 충분히 앞으로 쭈욱 지켜볼만한 배우임에 분명합니다. 또 한명의 기대되는 배우를 만나다니 너무 반갑더군요.
하지만 역시 이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는 냉철한 변호사 매들린을 연기한 조디 포스터입니다. 솔직히 그녀의 출연 분량은 덴젤 워싱턴과 클라이브 오웬에 비하면 상당히 적습니다. 하지만 그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카리스마는 오히려 덴젤 워싱턴과 클라이브 오웬을 능가하더군요. 매들린이 키스와, 또는 달튼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에서 그녀만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플라이트 플랜]에선 약간 실망했는데 역시 조디 포스터는 최고더군요.


 

 

  
이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영화는 일반 스릴러 영화의 공식을 착실하게 따르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렇기에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러 영화를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상당히 지루하게 느낄만한 영화입니다. (실제로 제 옆에 앉은 여자분은 핸드폰만 계속 만지작거리며 너무 영화가 길다며 옆에앉은 남자 친구에게 투덜거리더군요.)
하지만 스릴러라는 장르의 기대감에서 살짝만 벗어난다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상황이 눈에 보이실 겁니다.
[인사이드 맨]은 선과 악이 전복된 영화입니다. 영화속 악이어야할 은행강도들은 어느순간 관객들이 응원을 받아내는 선으로 바뀌고, 악을 제압하는 선의 역할을 충실히 따라야할 경찰들은 어느새 은행강도들이 펼쳐놓은 일은 마무리하는 동조자의 입장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명백한 피해자인 은행의 이사장 아서(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어느 순간 악이 됩니다.
이러한 선과 악의 전복은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아주 조용히, 그리고 살그머니 관객에게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 초반과는 달리 어느새 은행강도들을 응원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애초부터 매력적인 악당들이 주인공인 [오션스 일레븐] 같은 경쾌한 범죄 스릴러에서의 느낌과는 또다른 색다른 경험입니다.
어쩌면 스파이크 리 감독은 관객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돈이면 선이 악이 될수있고, 악이 선이 될수 있는 이 모순적인 사회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악이 정말 악이 맞는 것인지, 혹시 우리가 알고 있는 선은 선이 아니고 자본의 힘을 빌려쓴 악이 아닐런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거대한 자본주의속의 제국을 건설하여 사회 환원함으로써 선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아서의 그 선한 외모에서 돈이면 선이 악이 될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선의 탈을 쓴 악의 모습처럼, 스릴러의 탈을 쓴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또한편의 사회 드라마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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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이
매일 눈팅만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저도 오늘 인사이드맨을 봤거든요...
전 나름데로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봤는데 사람들은 약간 지루해 하더군요
범인도 다 알고 마지막 도망칠 방법도
걸어서 나갈거라는 대사와 함께 중간중간 심문하는 장면을 삽입하여 대강 어떠한 스토리인지가 감이 왔습니다.
그래도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워낙 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
스파이크 리 감독은 선과 악 이외에 인권문제에 관한것도 언급한것 같습니다. 아랍인이라던가 유색인들에 대한 탄압이라든지..모 기타 등등
암턴 저에겐 재미난 영화였답니다
 2006/05/02   
쭈니 인권문제... 하긴 제가 이 영화에서 흘려버린 문제이군요. ^^
매일 눈팅만 하시지 마시고 이렇게 가끔 글 남겨주세요.
은근이님의 덧글 하나가 제겐 큰 힘이 된답니다.
 2006/05/03   
은근이
넹~~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2006/05/03   
쭈니 넵!!! ^^  2006/05/03   
바스티스
앗, 마지막 그림에 그린 고블린이...! ^^;  2006/05/04   
쭈니 그린 고블린... 바스티스님도 스파이더맨의 팬이시군요. ^^  2006/05/04   
바스티스
3편에는 베놈이 살짜쿵 등장한댑니다. 살짜쿵이라함은 메인 안티히어로는 아니고, 4편에서 메인으로 등장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배경 깔아두기 정도...라는 듯? ^^;; "카더라" 통신이라서 확실하지는....  2006/05/04   
쭈니 오호~ 그렇군요. 스파이더맨은 악당이 더 매력적이죠. 비쥬얼과 캐릭터성격등... 아~ 빨리 3편이 보고 싶네요. ^^  2006/05/04   
나에게
드뎌 쭈니님의 영화이야기를 다 보고 댓글 올립니다.
멀티영화관이 옆건물에 있으면서도 일때문에 가보지 못하고
요즘 인터넷으로 영화보기를 시작했는데...
쭈니님의 영화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되네요...
앞으로 자주 들르겠습니다...^^
 2006/05/07   
쭈니 감사합니다.
영화관을 옆에두고 인터넷으로 영화를 봐야한다니... 비극이군요. ^^
그래도 자주 들러주시면 많은 영화 이야기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
 2006/05/07   
허클베리
선과 악이 전복된 것은 구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혹, 악이어야 할 집단의 상대가 '경찰' 혹은 '부유한 자'였기 때문이 아닌지,하는 잠깐 스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고 읽으면서 덧글 남기고 있었는데,,
바로 스파이크 리 감독의 취지 설명이 나와있네요.
 2006/06/09   
쭈니 읽으면서 덧글을 남기시다니... 대단한 내공이시군요.
전 단순해서 읽거나 글을 남기거나 둘 중 하나밖에 못한다는...
다른 일도 그렇답니다.
두가지일 한꺼번에 못해서 회사에서 맨날 혼납니다. ^^;
 2006/06/09   
이상하게 집중못했던 영화...........................  2008/06/09   
쭈니 아마도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 영화라서 그럴지도...  2008/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