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빨간모자의 진실] - 진실은 더빙에 있었다.

쭈니-1 2009. 12. 8. 18:55

 



감독 : 코리 에드워즈, 토니 리치, 토드 에드워즈
더빙 : 강혜정, 김수미, 임하룡, 시영준, 노홍철
개봉 : 2006년 4월 6일
관람 : 2006년 4월 24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프로야구 개막과 동시에 요즘 저는 네이버 판타지 게임에 빠져있습니다. 판타지 게임은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로 자신만의 팀을 구성하고 그 선수들이 당일 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가에 따라서 점수가 매겨지는 게임입니다.
저는 작년에 처음 판타지 게임을 해본 후 완전 푹 빠져들어서 한동안 판타지 폐인으로 살았었죠. 작년 최종 스코어도 꽤 좋은 편이었고,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네이버의 판타지 게임 카페에서도 꽤 알아주는 고수축에 든답니다.(사실 꾸준함에 비해 실력은 별로랍니다. ^^;)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벌써 3개의 팀을 구성해놓고 매일매일 판타지 게임에 빠져 선수 구성에 몰두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두가지 일을 동시에 못한다는 겁니다. 판타지 게임에 빠져 있는 동안 영화 보기에 소홀해 지고 있고, 글을 올리는 것도 뜸해지고 있네요. 게다가 당일 판타지 점수를 확인하기위해 밤 12시가 넘어서야 항상 잠에 드니 언제나 잠이 부족해 하루종일 힘이 없답니다.
그런 제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어느날 구피가 자진해서 절 극장으로 끌고가더군요. 판타지 점수 확인하느라 잠이 부족해 피곤해있는 제게 영화보고 피곤을 풀으라며... 영화도 보고, 영화 이야기도 쓰고, 판타지 게임에 맘껏 몰두도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제게 올까요? 그럴려면 하루가 24시간으로는 모자란데... 암튼 취미 활동도 치열하게 하고 있는 유별난 쭈니입니다... ^^;


 

 


사실 구피가 제게 보여주려 했던 영화는 제가 그토록 보고 싶다고 칭얼거렸던 [인사이드 맨]이었습니다. 하지만 예매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극장에 간 탓에 [인사이드 맨]을 보기엔 영화 시간이 도저히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는 시간대가 가장 잘맞는 영화를 고르다보니 [빨간 모자의 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제가 [빨간 모자의 진실]을 보기 싫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깝게 개봉주에 이 영화를 놓친 후 비디오로 출시되면 봐야겠다고 이미 체념해버린 상태였고, 개봉한지 벌써 3주나 지나버린 영화였기에 막상 [빨간 모자의 진실]을 볼 기회가 생기자 조금은 망설여지더군요. 하지만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빨간 모자의 진실]을 보던가, 아니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던가.
암튼 이렇게해서 보게된 [빨간 모자의 진실]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라고 하기엔 2%가 부족했고, 기대이하라고 하기엔 꽤 재미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결국 기대 이상도 아닌, 기대 이하도 아닌, 한마디로 제가 예상했던 바로 그 범주에서 머물었던, 제 기대치에 의한 상대적 평가에 의하면 딱 중간이었던 셈입니다.
동화 뒤집기, 애니메이션과 추리의 조합, 한가지 사건을 가지고 서로 다른 시각의 4가지 증언 등. [빨간 모자의 진실]은 뭔가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자 노력한 흔적은 역력했지만 그 노력만 가상했을뿐 새로운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먼저 동화 뒤집기부터 보죠. 이 영화는 아주 노골적으로 처음부터 어린 시절 읽었던 '빨간 모자'라는 동화를 뒤집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는 사실 이렇다'라는 식의 오프닝 멘트는 [빨간 모자의 진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어 나갈지 보여주는 지표가 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동화 뒤집기는 결코 새로운 시도는 아닙니다. 애석하게도 이미 드림웍스의 [슈렉]이 먼저 시도하여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수입을 올렸죠. 헐리우드의 비교적 작은 영화사인 웨인스타인은 [빨간 모자의 진실]로 애니메이션에 진출하면서 디즈니식 애니메이션보다는, 디즈니와의 차별화 전략을 쌓으며 착실하게 흥행 수입을 늘려가고 있는 드림웍스의 전략을 선택한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전략은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네요.
일단 웨인스타인이 디즈니와 차별화를 둔 것은 잘한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 이미 아무도 뛰어넘을 수없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으며 그 장벽은 디즈니 스스로도 뛰어넘을 수 없는 아이러니를 낳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드림웍스는 디즈니를 뛰어넘지 않고 피해가는 전략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강자로 떠오른 거죠.
하지만 드림웍스 역시 이젠 디즈니와 맞먹는 거대한 장벽을 스스로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웨인스타인은 바로 디즈니라는 장벽을 피하려다가 드림웍스라는 장벽을 만난 셈입니다. 동화 뒤집기라는 컨셉을 선택한 이상 웨인스타인은 [슈렉]을 생각했어야 했으며 [슈렉]을 뛰어넘을 그 어떤 방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추리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이지만 [슈렉]은 그렇게 만만한 장벽이 아닙니다.
전 [빨간 모자의 진실]을 보며 '이 영화의 제작사는 분명 드림웍스일거야'라고 생각했답니다. 그건 분명 [빨간 모자의 비밀]이 [슈렉]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속에 갇혔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추리 애니메이션이라는 이 영화만의 야심만만한 시도는?
결론부터 말한다면 실패입니다. 웨인스타인은 드림웍스와 [슈렉]을 너무 만만하게 봤듯이 추리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도 만만하게 봤습니다. 대충 사건을 늘어놓고 범인같은 수상한 캐릭터 몇개 준비한 후 마지막에 의외의 범인이 툭 하고 나오면 그것이 추리 애니메이션이 될줄 알았나 봅니다.
제 글을 많이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실테지만 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지만 스릴러 영화에 대해서는 평가가 꽤 짠 편입니다. 관객을 이기지 못하는 스릴러라면 아주 질색을 하는 편이죠. 그런데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차라리 추리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시도하지 말던가, 시도하려면 좀더 치밀한 사건과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던가, 이 영화는 이도저도아닌 어정쩡한 스릴러 영화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애써 추리를 하며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범인이 누구인지 휜히 보일 정도이니...
빨간 모자와 늑대, 엽기할머니, 무시무시한 도끼맨 등이 펼치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본 서로 다른 사연들은 분명 동화 뒤집기, 추리 애니메이션보다는 신선한 시도였음에 분명하지만 오히려 그로인하여 너무 비슷한 장면들의 반복으로 어린이들이 봐야하는 애니메이션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지루함이라는 새로운 약점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물론 4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둘씩 끼워 맞춰지는 사건의 조각들은 분명 기발했지만 그로인하여 마지막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범인이 너무 쉽게 노출이 된다는 아쉬움도 가지고 있으니 결국 새로움을 얻기위해 치밀함을 놓친 셈입니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기대 이상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대 이하라고 하기엔 과도하게 재미있습니다.
만약 제가 실망했다고 이야기했던 새로운 시도와 추리 애니메이션으로써의 치밀함을 포기하고, 퍼즐처럼 연결된 4가지 이야기들을 즐길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전혀 새로운 재미를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재미라는 것은 놀랍게도 바로 더빙입니다.  
전 우리말 더빙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만든 그대로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자막을 읽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오리지널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빨간 모자의 진실]에서는 그러한 고집을 잠시 버려도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재미의 거의 80% 이상이 정말 기발한 우리말 더빙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강혜정, 임하룡, 노홍철, 김수미 등으로 짜여진 초호화 우리말 더빙 배우들은 이전 외국 애니메이션의 더빙과는 달리 배우 그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애니메이션속 캐릭터들과 잘 접목시킴으로써 그 자체로도 재미를 안겨줍니다. 마치 처음부터 [빨간 모자의 진실]이 이들 배우들을 보며 만들지 않았을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특히 노홍철의 맞춤 목소리 연기와 다른 더빙 배우처럼 스타는 아니지만 늑대 목소리를 더빙한 시영준의 럭셔리 목소리가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답니다.  
영화를 보고나오는 길. 회사 동료들에게 이 영화 별로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구피는 '의외로 재미있던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던진 한마디. '만약 더빙이 아닌 자막으로 봤다면 재미없을뻔 했어' 바로 그 한마디가 [빨간 모자의 진실]이 우리나라에서 꽤 좋은 평점을 받으며 롱런하고 있는 이유가 아닐런지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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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천사
저도 동감이네요
더빙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빨간모자의 진실]같은 경우에는 더빙이 있었기에
더 웃을수 있었던 영화인것 같습니다.
 2006/04/30   
쭈니 이번에 개봉하는 [헷지]라는 애니메이션에선 황정민이 더빙이라던데... 이렇게 더빙의 맛을 잘만 살린다면 굳이 더빙이라고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2006/05/01   
영원..
배우를 고르고 나서.. 애니메이션을 만든 '한국 회사'의 작품이라 생각했던 사람은 저뿐입니까..  2006/05/01   
쭈니 뭐 영원님뿐만은 아닐겁니다. 저도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면 우리 애니메이션인가 싶었을테니까... 그만큼 더빙이 자연스럽기 때문일겁니다. ^^  2006/05/03   
바스티스
디즈니 영화들이나, 최근에는 "슈렉" 등하고만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기술 + 성우 문화는 아직 좀 갈길이 먼 것 같다는게 개인적인 생각합니다.

디즈니의 고전들 - 특히 알라딘을 좋아합니다만 - 의 경우 디즈니 스스로도 넘기 힘든 벽이 되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인 것 같습니다만...여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의 성우 연기는 다분히 좀 오버스럽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내에서의 캐릭터들 움직임 자체도 좀 과장되어있죠. 그 오버와 과장이 서로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애니 더빙에서의 가장 중요한 문제 - 위화감 - 을 거의 환상에 가깝게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발전되어 있는 문화는 슈렉이나 몬스터 주식회사 등 3D로 넘어온 세대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지요.

크게 다른 느낌의 문화 분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그런 "조화"를 잘 이루어내고 있는 편이라고 느껴집니다. (위 디즈니 관련은 제가 영어에 나름 능숙한 ^^;; 유학 5년차라서 할 수 있었던 얘기고, 이쪽은 순전히 느낌에 의존한 것일뿐...)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우들은 글쎄요, 아직은 좀...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영화 성우들이나 애니 성우들이나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영화 쪽은 애니 쪽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주말의 명화들은 너무도 감쪽같아서, 어린 맘에 저 서양 양반들은 왜 다 한국말을 할까 생각했었던 기억이 들어서 말입니다요. ^^;)
 2006/05/04   
쭈니 갑자기 [원더플 데이즈]가 생각나는 군요. 더빙때문에 상당히 짜증났던 기억이...
더빙하니까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용 성인 애니메이션 [블루시걸]의 최민수, 김혜수, 엄정화, 조형기 등도 생각납니다. 정말 어이없는 더빙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이 영화의 더빙은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점차 나아지겠죠. ^^
 2006/05/04   
ssook
어린이날 조카들과 [아이스에이지2]를 보려다 더빙이 아닌 자막이었던 관계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조카들도 집중하지 못했고 - 뭐, 아직 어리니깐...- 왠만한 애니는 참고 보는 저도 참으로 집중이 안되고 지루하더라구요....그저 단하나 노홍철의 목소리만 들리던데....이건 뭘 하려던 참이었을까요??참으로 졸립던 영화였습니다.....
 2006/05/08   
쭈니 그러셨군요.
사실 저도 웅이와의 첫 영화로 이 영화를 골랐었는데 지루하다는 평을 듣고 바로 포기했었답니다.
아마 우리 웅이... 늑대가 무서워하며 울먹였을지도... ^^;
 2006/05/08   
팅이
가끔 들러서 님의 글 잘 읽어보고 있습니다. 항상 눈으로 보기만 하다 이렇게 댓글이나마 쓰게 된 이유는 님께서 "시영준" 성우님을 유명하지 않은 일반 배우처럼 느끼게끔 언급해놓으신 부분 때문입니다.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고를 떠나서 "시영준"님은 투니버스 4기 전문성우이십니다.
이 애니를 더빙판으로 보진 못했지만 전 배우들이 더빙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물론 캐릭터에 잘 맞고 성우분들이 더빙하셨을 때와 비슷한 완성도를 보인다면야 꼭 반대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이 더빙했을 땐 대체적으로 매우 완성도가 떨어짐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위에 어떤 분은 우리나라 성우분들이 일본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라고 하셨는데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매우 열악한 환경입니다. 그러한 환경에서 지금과 같은 정도라면 전 우리나라 성우분들이 매우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짧지만은 않은 댓글임에도 제가 의도한 바가 전달이 잘 될런지 모르겠네요..
아..한마디 더..영화소개프로에서만 본 것이긴 하나 다람쥐 캐릭터에 노홍철씨는 정말 딱인 것 같더군요...^^
 2006/05/21   
쭈니 아~ 역시 시영준은 전문 성우였군요. 어쩐지... ^^
팅이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성우분들도 참 고생많으시죠.
제가 아는 사람도 성우로 나섰다가 배가고파 관뒀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하지만 TV를 보면 항상 듣던 성우의 목소리만...
암튼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2006/05/21   
예지
전 오리지날로 봤었는데..
전혀 재미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어찌나 배를 잡고 웃었는지...ㅋㅋㅋㅋㅋㅋ
 2006/06/04   
쭈니 오리지날을 보신 분도 계시는 군요. ^^
갑자기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오리지날은 어떤지...
 2006/06/04   
허클베리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포스터가 붙여질 무렵,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인 줄로 생각했을 정도로
캐릭터와 배우들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빙의 새로움을 맛보기 위해서 DVD로라도 꼭 봐야겠습니다.
 2006/06/09   
쭈니 저는 요즘 갑자기 이 영화의 자막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집니다.
DVD로 더빙과 자막을 동시에 즐길수 있는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2006/06/09   
모두스
우리나라에 노홍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더빙.  2006/06/27   
쭈니 동감!!!
그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합니다. ^^
 2006/06/27   
진주
너무 재밌게 봤던....
내 나이 20대 중반인데..
배꼽 빠져라 봤던^^ㅋㅋ
 2007/09/15   
쭈니 배꼽은 안녕하신가요? ^^;  2007/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