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크래쉬] - 편견이라는 나라에 내리는 눈

쭈니-1 2009. 12. 8. 18:53

 



감독 : 폴 해기스
주연 : 돈 치들, 맷 딜런, 라이언 필립, 산드라 블럭, 테렌스 하워드
개봉 : 2006년 4월 6일
관람 : 2006년 4월 4일
등급 : 15세 이상

아카데미의 선택은 옳았는가?

78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선 아주 작은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모두들 [브로크백 마운틴]의 무난한 작품상 수상을 예상했지만 아카데미 회원들은 동양인 감독의 동성애에 대한 영화에 결코 작품상을 주고 싶지 않았는지 작년 아카데미의 승자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가였던 폴 해기스가 메가폰을 잡은 [크래쉬]에게 작품상을 안겨주었습니다.
[크래쉬]가 작품상을 수상한 후 LA타임즈는 '[크래쉬]가 지금까지 최우수작품상을 탄 영화 중에서 최악의 영화는 아니지만 올해 후보에 오른 5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뒤처지는 영화였다'며 비난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아직 작품상 후보작이었던 [브로크백 마운틴], [크래쉬], [굿 나잇 앤 굿 럭], [카포티], [뮌헨] 중 [굿 나잇 앤 굿 럭]과 [카포티]를 보지는 못한 상태이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너무 잔잔해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던 [브로크백 마운틴]보다는 스피드한 영상과 스토리 전개로 LA라는 도시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개시킨 [크래쉬]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아카데미 회원이었다면 [브로크백 마운틴], [크래쉬]보다는 스필버그 감독의 [뭔헨]에게 한표를 던졌겠지만...
암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크래쉬]를 봤습니다. 과연 LA타임즈의 기사처럼 이번 아카데미의 선택은 철저한 실패작인지, 아니면 숨겨진 걸작을 찾아낸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으로 나서는 제 발걸음은 이러한 궁금증으로 급하게 내딛고 있었습니다.


 

 


[시리아나]보다는 복잡하지 않더라.

[크래쉬]는 얼마전 봤던 [시리아나]처럼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시리아나]가 중동과 미국간의 석유이권을 둘러싼 암투가 그 수많은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는 주제였다면, [크래쉬]는 LA라는 도시의 인종차별과 편견이라는 주제로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4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었던 [시리아나]에 비해 [크래쉬]는 무려 15명에 달하는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니 영화속 캐릭터만 놓고본다면 [크래쉬]는 [시리아나]보다 복잡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계 각국을 무대로 이리저리 관객들을 끌고다녔던 [시리아나]에 비해 [크래쉬]는 LA라는 한정된 도시안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니 오히려 [시리아나]보다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그리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크래쉬]의 장점은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만 결코 복잡하지는 않다는 것. 전 사실 이렇게 여러 캐릭터들이 여러 이야기들을 펼쳐놓는 영화를 싫어하는 편입니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매그놀리아],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까지... 모두 한결같이 걸작 판정을 받은 영화들이지만 제 기억속엔 혼란스러운 영화들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시리아나]의 경우는 아예 작정을 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보다보니 마지막엔 충격을 느낄 수 있었지만 역시 너무 복잡해서 영화를 전부 이해하는데엔 꽤 어려움을 겪어야 했답니다.
그런데 [크래쉬]는 아닙니다. 그냥 편안하게 영화를 보고있으면 폴 해기스 감독의 LA에서 인종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비롯된 수많은 충돌들이 하나둘씩 펼쳐집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기억할 필요도, 스토리를 짜맞추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폴 해기스 감독이 펼쳐놓은 충돌들을 감상하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현실에서도 기적은 일어나는가?

그렇게 폴 해기스 감독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LA라는 도시내에 깊숙히 박힌 인종에 대한 편견과 오해들이 보는 이로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합니다. 백인 경찰은 성공한 흑인부부를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흑인 젊은이들은 사회 곳곳에 깔려있는 인종 차별을 성토하며 차량 절도에 나섭니다. 이란인은 이라크인으로 오해받아 무시당하고, 멕시칸 열쇠수리공과 이란인 이민자는 언어소통이 되지 않아 서로에게 욕을 해대며 결국 총까지 겨누게 됩니다. 서로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은 계속 충돌을 일으키고 결국 그들은 그러한 충돌속에 때로는 화해하고, 때로는 더 깊이 미워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크래쉬]가 개봉되었을때 미국의 평론가들은 크게 두가지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하나는 이 영화가 너무 리얼하게 현재 LA의 상황을 잘 포착해냈다는 호평과 또다른 하나는 LA의 인종차별과 편견이 너무 과장되게 표현되었다는 혹평이었죠. LA라는 도시를 가보지 못한 저로써는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잘 모르지만 14년전 일어난 LA폭동 사건을 상기한다면 [크래쉬]의 이야기가 그리 과장된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답답한 상황속에서 의외로 폴 해기스 감독은 낙천적인 화해의 손을 내밉니다. 가장 뿌리깊은 불신과 편견을 가졌던 지방검사 릭(브랜든 프레이져)의 부인 진(산드라 블럭)이 너무 쉽게 자신의 편견을 깨닫고 화해하는 장면에 이르르면 폴 해기스 감독의 낙천적인 결말에 나도모르게 미소가 번집니다.  
현실도 이 영화처럼 편견의 벽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편견이라는 벽은 그리 만만한 놈이 아니랍니다. 꼭 LA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뿌리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각종 편견들은 이 영화처럼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죠. LA라는 편견의 도시에 내리는 눈처럼 폴 해기스 감독은 현실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런 낙천적인 바램이 아카데미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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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셀라증후군
최고의 몸값 산드라블록이 이 영화를 찍을때는 작품이 너무 좋아서 최저출연료를 받고 출연했다고 하는데 산드라 블록 너무 좋아요 시월애리메이크에도 출연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언제 개봉할까요  2006/04/09   
쭈니 [시월애]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영화인 [레이크 하우스]는 미국에서 6월 16일에 개봉한다는 군요. 글쎄요. 우리나라에도 6월이나 7월쯤 개봉하지 않을까요? ^^  2006/04/09   
주헌아빠
미션2에서 묘한 매력을 풍기던 그녀의 이름이 탠디뉴튼이군요..
브랜든프레이져가..심각한 영화에 나오다니..헉...
암튼..이제..돌아다니는 팀이 아니라서..땡땡이치고 영화보기엔
글렀답니다..휴~...꼭 보고싶었는데...
 2006/04/10   
쭈니 저런... 앞으로 주헌아빠님의 주옥같은 영화글을 보기 힘들어지는 건가요? 아쉽네요. ^^;  2006/04/10   
나에게
단순히 인종차별만을 다룬 영화는 아닌것 같더군요..
한 개인이 가질수 있는 편견과 오해, 그리고 양심의 충돌
넓게는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복잡산 모순들을 보여주는듯 했습니다. 어쨋든 생각할 꺼리를 제공해 주네요..
 2006/06/22   
쭈니 네 맞습니다.
상당한 생각할꺼리를 안겨주는 영화죠.
문제는 생각만 할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오해들을 이 영화를 통해 뒤돌아보고 실천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게 어렵네요. ^^;
 2006/06/22   
엘잠
본진 오래됬는데 이제야;;;;

LA에 살지 않는 저로써도 그야말로 와닿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이야기던데요.

호화출연진땜에 보는재미도 있었고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데 거쳐야할것들을 깊게 생각해볼수 있는 영화였습죠.
 2007/10/26   
쭈니 네 저도 이 영화속의 오해와 갈등은 이해가 되지만... 하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저런 기적이 가능할런지는... ^^;  2007/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