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달콤, 살벌한 연인] - 주목할만 하다.

쭈니-1 2009. 12. 8. 18:52

 



감독 : 손재곤
주연 : 박용우, 최강희, 조은지
개봉 : 2006년 4월 6일
관람 : 2006년 3월 29일
등급 : 18세 이상

韓, 美간의 '달콤' 대결...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와서인지 요즘 이상하게도 로맨틱한 영화가 땡깁니다. 아카데미 시즌에 휩쓸려 보게된 [브로크백 마운틴], [시리아나]를 비롯하여, 가벼운 블럭버스터를 기대했다가 결코 만만치않은 주제에 화들짝 놀라버린 [브이 포 벤데타] 등 최근 본 영화들이 무거운 영화들이었던 까닭도 갑자기 가벼운 로맨틱 영화가 그리워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때 제 눈에 들어온 두 영화가 있었으니 제목부터가 비슷한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와 [달콤, 살벌한 연인]이었습니다.
먼저 제가 점찍은 영화는 미국 영화인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였습니다. [10일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에서 만만치않은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만천하에 과시한 매튜 맥커너히와 미국의 TV시리즈 [섹스 &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 주연의 이 따끈따끈한 헐리우드표 로맨틱 코미디는 개봉 첫주 미국 박스오피스 1위의 기세를 우리나라에서도 이어나갈 기세입니다. 게다가 멋진 백수와 남자 길들이기 컨설턴트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여성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는 신선해 보였습니다.
그에비해 우리 로맨틱 코미디인 [달콤, 살벌한 연인]은 정반대의 이미지였습니다. [혈의 누]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줬지만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별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박용우와 영화 배우보다는 탤런트가 더욱 잘 어울리는 최강희라는 커플 조합은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에 비해 빈약해 보였으며, 스토리도 왠지 [그래서 난 도끼부인과 결혼했다]를 연상시켜 신선도마저 떨어지는 듯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를 보기로한 날 예기치못한 일이 발생하여 못보게되고, 결국 볼 예정에도 없었던 [달콤, 살벌한 연인]을 보게 되며 [달콤, 살벌한 연인]에 대한 제 선입견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정말 달콤했다.

개인적으로 전 로맨틱 코미디는 배우 놀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연 배우의 매력이 크면 클수록 아무리 스토리가 진부해도 영화가 재미있을 수 있는 유일한 장르가 바로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때문에 [달콤, 살벌한 연인]보다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를 더 기대했었고요. 하지만 박용우와 최강희는 그런 제 생각에 강한 펀치를 날립니다. 마치 '우리가 매력이 없다고? 어디 두고 보자!'라고 벼르고 별렀던 것처럼 말입니다.
먼저 박용우의 연기는 [달콤, 살벌한 연인]의 재미중 거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입니다. 그야말로 '박용우의 재발견'이라고 할만 합니다. 물론 박용우가 배우로써 재조명을 받은 것은 [혈의 누]입니다. [혈의 누]에서의 그의 연기는 존재감이 희미했던 그를 관객들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하지만 [혈의 누]이후 박용우는 [작업의 정석]으로 절 다시 실망시켰었죠. 물론 [작업의 정석]은 철저하게 송일국과 손예진의 영화로, 박용우는 거의 우정출연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혈의 누]이후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가졌던 제게 [작업의 정석]에서의 어색한 오버 연기는 '[혈의 누]에서의 연기가 우연이었나?'라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달콤, 살벌한 연인]을 통해 이젠 그러한 의심은 확실히 풀렸습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연애한번 하지 못한 소심남 황대우의 연기를 박용우는 완벽하게 해냅니다. 그의 말투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제게 폭소를 안겨줄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오버 연기도 이젠 물이 올라있더군요. 아마도 [작업의 정석]은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의 오버 연기를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이었는지도...


 

 


그녀는 정말 살벌했다.

박용우의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탁월한 오버 연기에 더욱 탄력을 준 것은 역시 이미나라는 엽기녀를 연기한 최강희였습니다.
이미나는 제가 본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중 가장 엽기스러운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최강희는 그런 엽기스러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 탈바꿈시킵니다. 대단한 내공이 아니면 도저히 관객의 동감을 받아낼 수 없었을 그런 캐릭터를 말입니다.
솔직히 최강희만큼 엽기적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미나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도 드물것입니다. 그녀의 중성적인 톡톡튀는 매력은 TV드라마 [단팥빵]을 의외의 성공으로 이끌었죠.(아침잠이 많은 저는 아쉽게도 [단팥빵]을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 꼭 [단팥빵]이 아니더라도 최강희의 매력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 알게 모르게 증명되어 왔습니다.
[여고괴담]이 제게 무섭고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가장 친근하고 정감이 갔던 최강희가 연기한 재이가 귀신이라는 너무나도 뜻밖의 반전 때문이었습니다. [와니와 준하]에서 주연인 김희선, 주진모보다 더욱 제 눈에 띄었던 배우는 조연인 최강희와 조승우였습니다. 이처럼 최강희는 비록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몇편의 영화와 여러 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왔으며 결국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별난 주인공으로써 그 진가를 발휘한 겁니다.
만약 이미나라는 캐릭터가 너무 귀엽기만 했다면 이 영화의 독특함은 사라졌을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살벌하기만 했다면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을 잃어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최강희는 [여고괴담]의 재이처럼 살벌하게, [와니와 준하]의 소양처럼 귀엽게 이미나를 연기함으로써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의 자리도 지키고, 살벌함이라는 이 영화만의 독특함도 살려내는 역할을 해냅니다.


 

 

      
그들을 주목할만 하다.

그렇다고 [달콤, 살벌한 연인]이 배우들의 매력만으로 영화적 재미를 잡아내는 영화는 아닙니다. 신인인 손재곤 감독은 감히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서는 안될 소재들을 과감하게 끌어들였습니다. 어쩌면 신인 감독이기에 가능했을 이러한 과감함은 최소한 제겐 이 영화에서 완벽하게 성공을 거두어 근래 제가 보았던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게다가 쿨한 결말이라니... 영화의 전개자체가 워낙 파격적이어서 끝을 잘 맺지 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고 영화를 보며 걱정했었는데 손재곤 감독은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의 파격적인 소재에 어울리지 않는 해피엔딩도 아닌, 그렇다고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비극도 아닌, 정말로 현명한 라스트를 준비해냄으로써 제 걱정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능력마저 보여줬습니다.
이렇듯 [달콤, 살벌한 연인]은 따스한 봄바람의 향내속에서 로맨틱 영화를 그리워했던 제 마음을 완벽하게 채워준 영화임과 동시에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새로운 재미도 안겨줬으며, 손재곤이라는 신인 감독을 발견하게 해주었고, 박용우라는 배우를 다시금 재발견하게 해주었으며, 최강희의 매력이 TV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유효함을 증명해준 영화였습니다.
이젠 관객의 입장으로써 이러한 재미를 안겨준 [달콤, 살벌한 연인]에 보답하는 길은 이 영화를 만든 그들을 주목하며 관심을 갖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다음 영화에서도, 그리고 그 다음 영화에서도, 아니 앞으로 쭈욱 이러한 제 기대감을 채워주시길 이기적이지만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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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ok
지난 토요일 살인적인 황사먼지를 뚫고 이 영화를 봤습니다...
밖에 나가는것이 심히 꺼려지던 날이었지만 뭐 후회는 안합니다.
그만큼 무섭고 웃겼어요..
제가 귀신이 나오는 공포보다는 살인이 난무하는 영화를 더 무서워 하거덩요.....제 입장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무서웠습니다.....ㅎㅎ
애교와 유머가 덧발라진 공포영화를 보고왔다......라고 그날 저녁 생각을 했어요...ㅋ
 2006/04/11   
쭈니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황사를 뚫고 봤다니...
대단하시군요. ^^;
 2006/04/11   
kim
이영화 진짜 기다린건데..박용우 팬이라서..ㅋㅋ
이글읽으니 왠지 뿌듯하네요. ㅋㅋ
 2006/04/14   
쭈니 아직 안보셨나봅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박용우 팬됐습니다. ^^
 2006/04/14   
바스티스
쭈니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차피 영화적 허용이 크게 작용한 다소 "엽기"스런 면이 있는 영화라면, 약간의 무리를 감수하고 주인공을 이어주었더라면 말한대로 관객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로맨스" 영화의 관점으로 본다면 해피 엔딩이 아닌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미나와 대우 모두 얻은 것이 있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결실을 맺지 못했으므로 배드 엔딩이라는 것입니다. 로맨스라는 장르 특성상, "커플" 관객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으로 보자면 이는 조금 오산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올드보이" 마냥 애초에 파격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전개하려고 했다거나 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죠. "관객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관객의 허를 찌르려고 하는 반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여기서 기대라는 것은 반전과는 약간 다른 맥락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대우가 "왠만해선 자수시키고 사식도 넣어주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아, 이 영화는 해피 엔딩이긴 글렀구나, 이미 포기했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더군요. 감독은 이 영화의 세가지 면, 코미디, 로맨스, 스릴러의 배분에 있어 결과적으로 코미디를 크게 잡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 제작 초기에는 스릴러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더라는 말도 했구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달콤"함은 최강희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살리지 못했을 거라고도 하는데, 그 점은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서 영화적 허용을 저버리고 씁쓸하고 썰렁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가 되어버린 점이 아쉽습니다.
 2006/04/15   
쭈니 바스티스님께서 직접 들러주셨네요. ^^
아마도 이 영화를 누구의 관점에서 보는 가에 따른 문제가 아닐까요?
바스티스님의 경우는 최강희의 관점에서 영화를 봤을 것이고, 전 박용우의 관점에서 영화를 봤답니다.
결국 이 두 캐릭터가 둘다 영화의 주인공이기에 비슷한 측면도 있지만 서로의 캐릭터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기때문에 감상의 줄기가 서로 상이할수도 잇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튼 바스티스님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2006/04/16   
조광만
저두 봤어요... 윗분들 처럼 거창한 말은 못하겠지만..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에요~!^-^*
 2006/04/19   
쭈니 거창한 말은 필요없습니다.
재미있다... 어쩌면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이 표현될수도 있죠. ^^
 2006/04/19   
허클베리
올해는 유독 보고 싶은 영화들을 못 보고 넘긴 영화들이 수두룩한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랍니다.
제목부터 주는 임팩트가 어찌나 앙증맞고 매력적인지...
강희씨는 이 역할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데, 위의 바스티스님의 덧글을 보니 맞는가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은지의 신선한 연기가 가장 보고 싶었다죠.
박용우씨는 은근히 괜찮은 배우라고 가슴 한 켠에 안타까움-뜨지 않아서-을 가지고 있었더랬습니다.

영화에 대한 가벼운 희망사항 하나 말씀 드리자면,
미나의 비주얼이 약간 맘에 안들었다는 것이지요.
일부러 평범하게 보이게 한 것일까요.
 2006/06/09   
쭈니 네 최강희... 정말 잘 어울립니다.
조은지도 비중있는 조연의 역할을 착실하게 소화해내더군요.
그리고 제겐 박용우의 연기가 역시 백미였답니다. ^^
미나의 비주얼에 대해선 글쎄... 전 무지 맘에 들던데... ^^;
 2006/06/09   
지나가다가
'혈의누'그이전에 박용우에 대한 연기가 별로였다는 말에는 동감못함... => 무인시대에서 '경대승'역을 맡아 열연한 박용우의 연기를 못보신듯합니다.. 그 눈빛연기하며, 대사처리하며.. 어려운 사극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 가장 주목했던 배우중에 하나고.. 이 영화를 계기로 다시한번 그의 매력을 느꼈죠.. 당연.. 최강희도 마찬가지고.. ㅎㅎ
그녀 아니였으면.. 이 영화는 어려웠을 지도..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화 후반부에 호텔에서 둘이 만났을 때.. 혹시 쭈니님도 속지 않으셨나요? .. ㅋㅋㅋ '러브레터'를 정말 감명깊게 본 저로서는 감독의 그 재기발랄함에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욘사마라니.... ^^
 2006/09/08   
쭈니 죄송하지만 [무인시대]를 못봐서... ^^;
마지막 장면의 욘사마는 저도 정말 압권.
 2006/09/24   
바이올렛
서스펜스..만 제대로 집어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짜 아쉬음이 크게 남는 영화.
진짜 제대로된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 T.T

영화 내내 정말 행복했고 만족감이 컸던 영화라
그만큼 엄처난 아쉬움이 남는 영화...

최강희에 관한 서스펜스만 좀 더 세심하게 보완했더라면
정말 쵝오가 되었을 수도 있었는데...
 2007/07/10   
쭈니 로맨틱 영화와 스릴러 영화가 만난 것에 대한 한계입니다.
최강희에 관한 서스펜스를 잡아낸다면 로맨틱 코미디가 될수없으니 어느정도의 선을 지킬 수 밖에 없었겠죠.
그래도 전 그 정도의 파격만으로도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닫힌 장르를 그 정도 파괴한것도 큰 수확이죠. ^^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