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브이 포 벤데타] - 내게 필요한 것은 신념이 아니라 재미였다.

쭈니-1 2009. 12. 8. 18:50

 



감독 : 제임스 맥티그
주연 : 나탈리 포트만, 휴고 위빙, 스티븐 레아
개봉 : 2006년 3월 16일
관람 : 2006년 3월 16일
등급 : 15세 이상

예기치않았던 화상으로 피부이식수술이 불가피하던 상황에서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을 간다는 것은 결코 생각할 수도 없는 호강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며칠전만해도 피부이식수술이 불가피할것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제 상처를 보시더니 많이 좋아졌다며 수술을 안해도 될것 같다는 군요. 피부이식수술이라는게 뭐 그리 큰 수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몸에 칼을 대야한다는 생각에 끔찍했는데 한달동안이나 절 괴롭히던 화상이 날 기미가 보인다니 기분이 뛸듯이 좋습니다.
[브이 포 벤데타]는 그 기념으로 본 영화입니다. 발목 화상때문에 절룩거리면서 무슨 극장이냐고 구피는 면박을 줬지만 보고싶은 영화를 보지 못한 스트레스가 상처에 악영향을 준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며 구피를 설득했답니다. ^^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 한동안 극장에 가지 못했더니 상영하는 모든 영화가 기대작이더군요. 그 동안 절 실망시켰던 리즈 위더스푼이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앙코르]도 보고 싶고, 지진희, 문소리 주연의 섹스 코미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도 보고 싶고, 조지 클루니가 감독한 [굿 나잇 앤 굿 럭]도 보고 싶었지만 결국 심사숙고끝에 고른 영화는 [브이 포 벤데타]였습니다.
물론 제가 [브이 포 벤데타]를 고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영화의 광고에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는 [매트릭스]에 대한 환영때문입니다. [매트릭스]가 디지털적이라면 [브이 포 벤데타]는 아날로그적이라는 어느 영화 사이트에서의 글이 맘에 걸렸지만 그래도 워쇼스키 형제의 이름이 달려있는 영화인만큼 영화적 재미만큼은 특출날 것이라 믿었던 거죠.


 

 


하지만 [브이 포 벤데타]는 제 예상과는 달리 영화적인 재미를 위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볼꺼리는 별로 없고, 생각할꺼리는 꽤 많은 영화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적인 재미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제겐 꽤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 의해 벌어진 세계 제 3차 대전이후의 영국이 무대입니다. 미국의 몰락으로 영국은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지만 서틀러(존 허트)의 독재정치아래 모든 자유가 통제되고 억압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때 옛날,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사형당한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서틀러의 독재에 맞서는 한 사니아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브이(휴고 위빙)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놓고 본다면 [브이 포 벤데타]는 매력적인 액션 활극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매트릭스]에서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철학적인 사유도 함께 선보였던 워쇼스키 형제는 이 영화를 단순한 [마스크 오브 조로]식의 액션 활극으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매트릭스]에서도 제기되었던 자유에 대한 신념과 [매트릭스]의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연상시키는 이비(나탈리 포트만)의 정신적인 성장 등. 워쇼스키 형제는 자신의 조감독 출신인 제임스 맥티그에게 연출을 맡김으로써 [브이 포 벤데타]를 또다른 버전의 [매트릭스]로 완성시키려는 야망을 감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브이 포 벤데타]가 완벽한 [매트릭스]의 아날로그 버전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앞에서도 계속 언급했던 영화적 재미의 부재입니다. [매트릭스]가 꽤 어려운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액션 쾌감 역시 만만치않던 엄연한 오락 영화였음을 상기한다면 [브이 포 벤데타]는 오락 영화로써는 낙제점을 받을만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는 브이가 추구하는 신념에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브이의 행위는 또다른 테러에 불과하니까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서틀러는 히틀러를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부시 정부를 은근히 풍자하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항거하는 브이입니다. 그는 서틀러 정부에 대해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타고 있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죠. 하지만 영화는 그런 개인적인 복수심을 자유에 대한 신념으로 포장합니다.
뭐 좋습니다. 브이의 행위가 자유에 대한 신념이라고 한다하더라도 그는 그러한 신념을 테러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실천하려 합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건물을 폭파시키는 브이의 행위와 미국에 항거하기 위해 폭탄테러를 자행하는 이슬람 테러단은 과연 뭐가 틀릴까요? 특히 마지막 장면인 영국의 국회의사당 폭파씬은 미국에서의 911 테러와 매우 흡사해 보입니다. 그 끔찍한 테러를 자행한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신념에 의한 행위였을 겁니다.
브이는 이러한 테러를 혁명이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영화도 최대한 브이의 혁명을 미화시키며 마지막 일반인들이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혁명에 동참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가려진 폭력과 그 폭력으로 희생되어진 사람들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목적을 위해서 자행되는 폭력. 그것이 비록 정의라고 할지라도 과연 우린 그러한 폭력에 동의해야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차라리 브이의 폭력에 자유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닌 개인적인 복수심에 의한 것이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찝찝한 감정보다는 오락 영화로써의 통쾌한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제게있어서 이 영화의 문제는 쿨하지 못한채 뭔가 있는듯한 철학적인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브이 포 벤데타]에서도 한가지 건진 것은 있습니다. 그것은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매력적인 배우의 발견입니다.
사실 [브이 포 벤데타]를 통해 나탈리 포트만을 발견했다고 하는 것은 약간의 무리가 따릅니다. 나탈리 포트만은 이미 [레옹]에서부터 시작하여 [클로저]를 거쳐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를 통해 제게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으니까요.
하지만 [브이 포 벤데타]에서의 그녀는 이전 영화와는 다릅니다.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브이 포 벤데타]를 나탈리 포트만의 단독 주연작이라 할만하며(물론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브이를 연기한 휴고 위빙이지만 우린 그의 얼굴을 보지조차 못하지 않았던가요.) 그런 비중에서도 결코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맘껏 영화속에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나약한 이비에서부터 브이와의 만남을 통해 점차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머리를 밀어버린 이비의 모습까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여전사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얼굴은 결국 볼 수 없지만 날렵한 액션 연기를 펼친 휴고 위빙(대역은 아니겠죠?)과 너무나도 반가운 얼굴이었던 스티븐 레아까지... [브이 포 벤데타]는 결국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영화의 메세지보다는 멋진 배우들의 멋진 연기로 제게 기억되어질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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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헌아빠
제 안에는 테러리스트끼가 흐르나봅니다..대학시절..체게바라평전을 읽고...뭔가 욱~했던 기억이...사실 가능하다면..제가 있는 여의도...국회도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ㅋㅋㅋㅋ  2006/03/22   
쭈니 저런... 국회날려버리면 그거 다시 지으려면 돈꽤나 들텐데...
전 소심해서...
이 영화보면서도 국회의사당 폭파씬에서 저거 다시지으려면 돈드는데 왜 폭파할까하는 생각밖에 없었답니다. ^^;
 2006/03/22   
한곳만봅니다
흠... 저도 이 영화를 보고 싶내요 ㅎㅎ
주헌아빠 님의 말슴에 저도 공감하내요... ㅎㅎ 제 안에도 테러리스트 끼가 흐르는듯 해요.... 이미 몇몇 수제 폭탄도 재조할줄..? 아는 위험한...... 학교다닐때 ... 학교를 폭파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답니다...
 2006/03/22   
쭈니 허걱~ 갑자기 무서워졌다는... ^^;  2006/03/22   
바스티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초반의 감상이 인상적입니다. 재미를 기대했는데, 그보단 생각할꺼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라서 실망했다는 것 말이죠. 영화평이란게 주관적이니만큼, 영화에 대한 그런 첫인상이 결과적으로 느낌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린다는게 말이죠.

예를 들어, 항상 보고 싶었는데 연이 닿지 않아 자꾸만 볼 기회가 안생기는 영화가 있죠. (이동국이 그토록 그리는 월드컵에 못 나가듯...) 그런 영화는 보고나서도 왠지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기대보다 더 좋기도 하지만, 보통은 기대에 못미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게 참 재밌는 것 같아요...
 2006/04/16   
쭈니 영화에 대한 재미는 무엇을 기대했는가가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아무 기대없이 영화를 보는 것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수있는 것일지도...^^
 2006/04/18   
흠.. 저는 기대를 굉장히 많이 하고봤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ㅠ 더군다나 제주변사람들도모두그렇구요. 오히려 매트릭스보다 철학적인면을 말할때에 친절한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쉬웠다고나할까요?주관적인생각이기때문에 사람마다 느낀게 틀린거겠죠? 개인적으로는 최고의영화였다생각합니다^^;;  2006/06/02   
쭈니 최고의 영화였다니 제 글이 기분나빴을수도 있군요.
그냥 제 글은 주관적인 제 생각에 의한 글이라 생각해주세요.
전 사실 이 영화의 철학적인 면보다는 오락적인 면을 보고 싶었는지도...
 2006/06/02   
조르바
일반인들이 가면을 쓰고 거리행열에 참여한 것은 테러를 미화하기 위하여서라기보다 브이의 계획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군요.. 테러와 혁명을 구분짖는 잣대를 제시하는 것이지요.. 우연히 들려서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저는 어제서야 영화를 봤는데 기대이상이네요.. 작용과 반작용.. 권력이 횡포를 심하게 부릴수록 그에 대한 반향도 큰 법.. 저는 평화주의자이지만 때로는 테러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역시 런던 국회의사당이 날라가버린다면.. 아쉽긴 합니다만.. ^^  2006/07/15   
조르바
나탈리 포드만의 성장에 대해서는 극히 공감합니다...  2006/07/15   
브이
개인적으로 너무 감동적이게 본 영화였습니다.
매트릭스를 기대하고 봤다면 분명 실망했을겁니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브이포벤데타라는 영화를 보자 하면서 본 저는 감동 그자체였습니다. 간간히 나오는 명대사들이 제 마음을 울리는군요.
 2006/07/23   
쭈니 [브이 포 벤데타]의 지지자분들이 많아 솔직히 놀랬습니다만... 제가 워낙 정당한 폭력에 대해서 싫어하는 편이라서...
하긴 그런 폭력이 아니라면 독재에 대해서 어떻게 대항할것인지 묻는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기분 상해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2006/07/23   
최고
2006년 최고의 영화였음.ㅎㅎㅎㅎㅎㅎㅎㅎ  2006/07/31   
쭈니 최고의 영화에 '재미없다'는 식의 리뷰를 쓰서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2006/07/31   
길가던행자
개인적으로 왠지모르게 감동받은 영화..마지막 장면에 폭발하는 폭죽이 v의 마크를 그릴때 자신은 죽어도 그 뜻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이 참 멋지다는.......그광장에 모였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뜻을 이어갈테니깐요 ㅎㄷㄷ;  2007/08/11   
쭈니 뭐... 이 영화 지지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전 너무 재미에만 치중하여 영화를 봤나봅니다.
 2007/08/11   
정보국
음 저같은 경우도 굉장히 재밋게봣다라기보다는 상당히 골치를 썩히면서 본 영화중 하나죠.ㅎ언뜻보고는 굉장한 액션영화를 기대햇는데 말이죠ㅎ어쨋든 제 미스테리 영화중 하나에요.ㅎ이영화가 말하고자 하는바를 아직도 이해를 못햇으니깐요.ㅎ하지만 브이의 신념에 대한 확고함은 정말 참으로 멋졌습니다.ㅎ아직 영화를 이해를 못해서 별 말은 못하겟지만...시민들이 브이의 가면을 쓰고 몰려드는 장면에선 소름이 끼친다고 해야되나?ㅎ그많은 사람들이 브이의 신념을 받아들인듯해보엿습니다. 권위주위앞에 무릎꿇지 않는 불굴의 의지!!아무튼 골치는 썩엇지만.감동있는 재밋는 영화엿는데.ㅎㅎ쭈니님은 아니셧나보네..ㅎㅎ다시한번 다른관점에서 영화를 한번더 보심이..??  2007/08/17   
쭈니 사람이 한번 가진 관점을 바꾸기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건 이래야만 되...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잘 바뀌지 않는거죠.
한번 더 볼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 관점을 바꿔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2007/08/17   
멋진 분위기.. 멋진 영상..  2009/01/02   
쭈니 전 근데 왜 이 영화가 그닥 싫을까요? ^^  2009/01/02   
dorothy
전쭈니님이 자기관점으로영화리뷰를 쓰셧으면하는데 다른사람들이 그렇다해서자기자신도바꿀필요는업다고봐요 이영화에 빠지신분이라면 쭈니님께서 이렇게글을쓰시면 불쾌할수도있지만 불쾌한것 그이상은될수가업는 그런것이잔아요 전~이영화 참좋아해요  2009/03/02   
쭈니 네... 제 글은 상당히 주관적이죠.
그런데 그 주관이라는 것이 가끔 바뀌기도 해요.
기분이 좋을때 본 영화가 나쁠 때 본 영화보다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와 생각이 달라서 제 글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하지만 그 분들을 위해 절 바꿀 생각은 물론 없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제 주관이 바뀌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
 200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