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브로크백 마운틴] - 내겐 아직 열린 마음이 부족하다.

쭈니-1 2009. 12. 8. 18:48

 



감독 : 이안
주연 : 제이크 길렌할, 헤쓰 레저
개봉 : 2006년 3월 1일
관람 : 2006년 2월 23일
등급 : 15세 이상

아직 78회 아카데미 영화제의 수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올해 아카데미의 유력한 승자로 [브로크백 마운틴]을 거론하는데엔 이견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는 골든글로브를 휩쓸었을뿐만 아니라 미국내 각종 영화제와 런던 비평가 협회와 세계 3대 영화제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마저 휩쓸었으니 [브로크백 마운틴]은 만약 아카데미의 지목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미국 영화중 2005년 최고의 영화로 손색이 없는 위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78회 아카데미의 작품상 후보중 [뮌헨]에 이어 두번째로 개봉되는 [브로크백 마운틴]은 그런 의미에서 제겐 꽤 기대되는 영화였습니다. 비록 제이크 길렌할과 헤쓰 레저라는 조금은 낯설은 젊은 배우들로 캐스팅 라인을 채운데다가, 아직 제겐 부담스러운 동성애라는 소재를 지니고 있지만 이 영화의 그 무엇이 이토록 전세계 평론가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불의의 사고로 입은 화상때문에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만큼은 기필코 보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앞세워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본 [브로크백 마운틴]은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답니다. 이런 말을 한다면 '무식하다'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제겐 두 남자의 사랑을 '전 세계를 벅차게한 위대한 러브 스토리'로 받아들일 열린 마음이 부족했나 봅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제게 그리 재미없었던 이유는 이안 감독이 최대한 무덤덤하게 잭(제이크 길렌할)과 에니스(헤쓰 레져)의 사랑을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브로크백 마운틴]이 1997년 아카데미를 휩쓸은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잉글리쉬 페이션트]같은 영화일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연의 웅장함이 안겨준 광활한 스펙타클과 가슴을 울리는 슬픈 사랑의 결말로 영화를 보는내내 뜨거운 눈물을 흘릴 그런 영화일 것이라 생각한겁니다.
분명 [브로크백 마운틴]은 [잉글리쉬 페이션트]와 비슷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광활한 사하라 사막은 만년설로 뒤덮인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바뀌었으며, 동료의 부인인 캐서린(크리스틴 스코트 토마스)을 사랑한 알마시(랄프 파인즈)의 금지된 사랑은 1960년대 당시 용납될수 없었던 잭과 에니스의 동성애에 확대되었습니다. 전쟁으로인하여 이룰수 없었던 캐서린과 알마시의 가슴아픈 사랑의 결말 역시 [브로크백 마운틴]의 사회의 편견으로 이룰수 없었던 잭과 에니스의 비극적 결말과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크백 마운틴]은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감수성 대신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조금만 더 감정의 폭을 넓게 가졌더라면 충분히 관객의 눈시울을 적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안 감독은 철저하게 그러한 감수성을 제한합니다.
물론 그러한 이유때문에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좋은 영화이고, [브로크백 마운틴]은 나쁜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관객의 감수성을 이용하여 영화의 감동을 증폭시켰다고해서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이유때문에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제게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조금은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이처럼 제겐 비록 그리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동안 잭과 에니스의 사랑에 마음이 조금은 움직였습니다.
물론 아직은 동성애 특히 남성간의 사랑이 낯설은 제게 잭과 에니스의 사랑이 처음엔 그리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탓에 가장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던 잭과 에니스가 점차 순수했던 서로간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사회의 편견을 두려워하면서도 힘든 일상 생활로의 도피처로 금지된 사랑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저들은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연인들처럼 투정하고, 질투하는 잭과 에니스의 사랑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점점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며 비록 제겐 이 영화의 사랑에 완벽하게 동의하는 열린 마음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진솔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진솔함이 전세계 비평가들을 흥분시킨 원동력이 되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제겐 너무 무미건조한 이 영화의 진솔함보다는 제이크 길렌할과 헤쓰 레져라는 두 배우의 힘이 더 커보입니다. [투모로우]에서 데니스 퀘이드의 아들로 얼굴을 내비췄던 꽃미남 제이크 길렌할과 [그림형제]에서 철없는 이상주의자의 전형적인 순진함을 보여줬던 헤쓰 레저가 어느새 남성간의 사랑이라는 결코 표현하기 쉽지않은 연기를 펼쳐 보임으로써 연기파 배우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겁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제겐 그리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 두 젊은 배우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저는 제 소중한 시간을 투자한 보람을 찾았습니다. 앞으로 그들의 영화를 주목해 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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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천사
차라리 아무 정보도 없이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가끔 하는 요즘이지만, 그런데도 쭈니님의 영화 이야기를 그냥 넘기기는 힘들군요^^; 이런 영화에 편견을 갖지 않고 대하기란 어찌나 어려운지-_-....(화상이라니, 구피님이 속상하시겠어요)  2006/02/27   
쭈니 저런... 제 글때문에 꿈천사님의 편견없는 영화 감상이 방해되는 것은 아닌지...
그나저나 요즘 구피가 많이 속상해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구피의 맘도 모르고 영화보러가자고 조르고 있죠. ^^;
 2006/02/27   
바부
공감을.. 못하신거군요. 사랑을 주제로한 영화.. 제가 본 영화중 단연 최고 였어요.. ㅠ.ㅠ  2006/07/23   
쭈니 네 공감을 못한겁니다. 인정!!! ^^  2006/07/23   
몇년만에 만나 키스를 퍼붓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2007/04/12   
쭈니 저 역시도... 남자들끼리의 키스... 제 편견이겠지만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는... ^^;  2007/04/23   
바이올렛
전 맘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좀 불편하긴 했다는 점,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나 두 배우 모두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라서
귀엽게 봐줬죠, 뭐.

전 쭈니님과 반대로 '잉글리쉬 페이션트' 보다 더 좋던데요.
전.. 그렇게 흘러넘치는 감성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비장미'를 강조하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
그래서 'the rock'을 감독했던 마이클 베이.. 감독을 한동안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그러나 그런 오버된 비장미를 사람들이 좋아하는거 같아요.
흥행 요소 중의 하나인지 뭔지...
그래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고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면 좋겠어요.
이야기가 딴 쪽으로 샜군요..^^;;
 2007/07/08   
쭈니 전 비장미를 좋아합니다.
물론 그것이 과도하거나, 공감하기 힘들땐 오히려 최악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
아마 이 영화에 대해선 동성애라는 소재가 제겐 거부감을 불어 일으켰을지도... ^^
 2007/07/09   
미메
억지로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담담한 시선으로 주인공들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은근히 전해오는 아픔을 느끼는 것이 더 와닿았는데요, 전.. 오히려 이 사람들이 울고 짜고 하면 이런 감동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들이 있어요. 감정을 절제하면서 감성으로 느끼게 하는.  2007/07/29   
쭈니 그러게요.
전 절제된 영화는 취향에 맞지 않았나봅니다. ^^
 2007/07/29   
길가던행자
이쪽 장르를 다룬건 도저히....아무리 예술성이 있다고 해도 도저히 도전을 못하겠다는 ㅜㅅ ㅜ  2007/08/11   
쭈니 그래도 직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으니 심하게 거북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  2007/08/11   
너구리
저도 처음엔 거부감에 안봤던 영화인데요.. 고 히스레져가 너무 보고싶어서..ㅜ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잔잔하게, 그렇지만 깊숙히 감동을 주는 영화랄까요.
저도 평소에 보수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영화의 사랑 자체만 놓고 본다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내가 하는 연애, 혹은 앞으로의 사랑이 저렇게 평생에 걸쳐 절실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좀 씁쓸하기도 하더군요...역시 영화는 영화일뿐일까요?.........ㅜ,ㅜ
 200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