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뮌헨] - 복수는 누구의 것인가?

쭈니-1 2009. 12. 8. 18:47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에릭 바나, 다니엘 크레이그, 키애런 하인즈, 마띠유 카소비츠, 한스 지쉴러
개봉 : 2006년 2월 9일
관람 : 2006년 2월 10일
등급 : 15세 이상

아카데미 트로피는 누구의 것인가?

어느덧 기나긴 겨울도 지나가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2월이네요. 그리고 2월의 시작과 동시에 헐리우드 영화 축제인 아카데미 영화제의 후보작들이 발표되었습니다. 물론 국제 영화제도 아니고 남의 나라 영화제에 불과하지만 헐리우드 영화가 우리 극장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만큼 매년 2,3월은 제 영화적 관심이 온통 아카데미 영화제에 쏠려 있답니다.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에는 [브로크백 마운틴], [카포테], [크래쉬], [굿 나잇, 앤드 굿 럭], [뮌헨]이 올랐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변이 없는한 [브로크백 마운틴]이 이번 아카데미의 유력한 승자가 될 전망이라는 군요. 이미 미국내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으며,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할수 있는 골든글로브마저 석권했으니 [브로크백 마운틴]의 독주는 떼논 당상이라네요.
[브로크백 마운틴]이 몇개의 트로피를 가져갈것인지 외에도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엔 흥미로운 것들이 많답니다. 스타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을 시도한 조지 클루니는 [굿 나잇, 앤드 굿 럭]으로 [보통 사람들]의 로버트 레드포드, [레즈]의 워렌 비티, [늑대와 춤을]의 케빈 코스트너, [브레이브하트]의 멜 깁슨 등에 이어 배우출신으로 감독으로 아카데미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논쟁작으로 꼽히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이 골든글로브의 냉대에서 벗어나 아카데미에서 그 위력을 되찾을 수 있을런지도 지켜볼만합니다.
암튼 이러한 아카데미 영화제에 대한 관심속에서 작품상 후보작중 가장 먼저 우리 나라를 찾은 [뮌헨]을 봤습니다.


 

 


[뮌헨]은 누구의 것인가?

[뮌헨]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에 의해 이스라엘 선수들이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실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는 있지만 실화를 통해 영감을 얻었다는 자막을 처음부터 내보냄으로써 결코 실화에만 매달리지 않고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었음을 스스로 밝혀둡니다.
[뮌헨]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스필버그의 고백과도 같은 이 자막은 30년전동안 스필버그의 가슴속에 깊이 간직했던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모두 해버리겠다는 과감한 선언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길래 기억하기도 싫었을 그날의 끔찍한 테러를 다시금 관객앞에 꺼내놓은 걸까요?
영화를 보기전 저는 분명 이 영화가 이스라엘을 위한 영화가 될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뮌헨 올림픽 테러 사건에서 이스라엘은 피해자이고 팔레스타인은 냉혹한 가해자였으니까요. 평화의 축제라는 올림픽에서 그런 끔찍한 테러를 자행한 검은 9월단의 테러는 그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결코 용서될수 없는 행위였으니까요. 그런 까닭에 스필버그가 [뮌헨]을 영화화한다는 사실 자체가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행위로 비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뮌헨]은 결코 이스라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악한 검은 9월단과 그들에 의해 희생당하는 불쌍하게 희생당하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모습을 예상했던 저는 예상과는 달리 검은 9월단도, 이스라엘 선수단도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을 느껴야 했습니다.
[뮌헨]은 결코 이스라엘의 것도, 유대인의 것도 아닌, 테러에 의한 희생자들과 그 희생을 테러를 통해 되갚아주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진 이들의 것이었습니다. 스필버그가 30년전 케케묵은 사건을 꺼내들고 하고자했던 이야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복수는 문제를 크게 만들뿐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복수는 누구의 것인가?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이 땅의 전쟁광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뮌헨]은 외형적으로는 뮌헨 올림픽 테러을 자행한 검은 9월단을 향한 이스라엘 특수요원들의 복수극을 담고 있습니다.
애국주의로 똘똘 뭉친 에브너(에릭 바나)를 필두로한 5명의 특수요원들은 검은 9월단이 그랬던것처럼 그들의 방식대로 복수를 함으로써 전세계에 이스라엘의 힘을 과시하려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검은 9월단이 했던 방식대로 뮌헨 올림픽 테러의 주동자인 11명의 검은 9월단을 하나둘씩 처단해 나갑니다.
만약 이대로만 영화가 진행된다면 어쩌면 스필버그 감독의 흥행사적인 기질이 십분발휘된 스릴넘치는 흥행 대작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뮌헨]은 서서히 그 본모습을 드러내며 영화의 주제의식을 관객에게 내비칩니다.
검은 9월단만을 향해 자행되던 테러는 실수로 인하여 민간인들을 다치게 하고, 아무리 검은 9월단을 죽여도 그 자리에 새로운 인물이 대체됨으로써 복수는 결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에브너 일행도 검은 9월단에 의해 테러의 대상이 됨으로써 죽음을 당하자 에브너는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조금은 길다싶은 3시간에 달하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이런 복수의 본질을 표현하는데 결코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진행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 복수의 악순환을 느껴보게끔 배려합니다. 그리고는 검은 9월단의 테러와 에브너 일행의 테러가 뭐가 다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복수라는 미명아래 행하여진 이들의 테러는 그 무엇도 선일 수 없는 절대악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들의 복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복수를 위한 복수일 뿐이며, 그 복수를 위한 복수는 또 다시 복수를 위한 복수를 부르고, 그렇게 계속 반복만 될뿐입니다.


 

 


평화는 누구의 것인가?

[뮌헨]은 에릭 바나를 통해 완벽하게 복수의 허망함을 표현합니다. 처음엔 냉혹하게 검은 9월단에 대한 테러를 자행하던 에브너가 두려움에 휩싸여 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길게 복수의 허망함을 역설하는 것보다도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자신이 해왔던 방식대로 자신도 당할까봐 침대의 매트릭스를 찢고, TV와 전화기를 분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옷장에 쭈그리고 잠을 청하는 그의 모습은 [뮌헨]의 주제를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에브너의 강박관념에서 영화를 마무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완벽한 액션 영웅처럼 보였던 에브너가 복수에 대한 피해 의식으로 그렇게 철저하게 망가는 모습으로 영화를 마무리했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복수의 허망함이 표현되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그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는 에브너에게 평화를 얻는 방법을 안겨줌으로써 자신의 영화의 오랜 테마인 가족주의를 또다시 꺼내듭니다.
에브너에게 이스라엘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하는 상사앞에서 조국으로의 귀환을 거절하는 에브너는 끝내 미국에서 가족의 품안에 안주하는 것을 택합니다. 계속된 복수의 악순환 속에서 테러를 통한 복수가 결코 평화의 방법일 수 없음을 깨달은 에브너가 가족의 품속에서 숨는 것으로 개인주의적인 평화를 선택한겁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일했던 조국도 버린채... 스필버그의 가족주의가 결국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순간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문제제기는 완벽했지만 가족주의로 귀결되는 그 마무리는 역시 작은 아쉬움을 남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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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천사
스필버그 옹은 아직도 열혈남아인 듯 싶군요. <에비에이터>가 작년 아카데미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게 참패(이렇게 표현해도 좋다면)를 당한 일이 문득 떠오르네요. 혹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  2006/02/15   
쭈니 역시 꿈천사님이 일등이시군요.
사실 이 글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어제 비몽사몽으로 쓴 글이라서...
오늘 점심시간에 보정을 할 생각이었는데... ^^
그리고 작년 마틴 소콜세지 감독의 [에비에이터]와 같은 운명은 아무래도 [뮌헨]도 피하지는 못할듯이 보입니다. ^^
 2006/02/15   
영화광ㅋㅋ
이번주는 극장에 한번도 못갔군요,,
영화계도 스크린쿼터문제때문에 시끄럽고..
어느쪽의 손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어느쪽으로 해결이 나든 한국영화를 보호하면서 헐리우드를 즐길수있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2006/02/16   
날개a 전혀 그럴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덜컥 표를 예매해버렸습니다 _
아아 , 이래서 새벽은 무섭다니까요 (웃음)
하나 걱정되는건 ,
쭈니님의 감상 만큼만 영화를 보게되는건 아닐까 하는..
아아 , 아무튼 기대되네요 ^^
 2006/02/16   
쭈니 영화광님... 스크린쿼터는 글쎄요. 저는 언젠가는 풀어줘야할 문제라면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물론 제가 잘 몰라서 그럴수도 있고... 암튼 저 역시 누구의 편이 되기 난감하네요. 단지 관객입장에서 제가 원하는 것은 요즘처럼 잘나가는 영화에만 스크린을 대거 내주지 말고 멀티플렉스에서 골고루 많은 영화들을 우리영화, 미국영화 가리지않고 상영해줬으면 합니다.  2006/02/16   
쭈니 날개a님... 저도 간혹 충동 예매를 한답니다. 하지만 뭐 그리 후회는 없답니다. 어차피 볼 영화들이니... 그리고 제 감상만큼 영화를 보게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 감상은 어차피 한 개인의 감상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시간이 되신다면 '영화게시판'에 날개님의 감상평을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강요는 아닙니다. ^^;)  2006/02/16   
주헌아빠
오늘 [뮌헨]봤슴다..[파이어월]볼려다..덜컥...뮌헨으로..(스필버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영화 상당히 잘 만들었더군요..군더더기없이..차분하게.폭력의 비극적 순환에 대해..비판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잘 드러난 영화네요.
마지막에..뉴욕이 바라보는 곳에서 에릭바나가 함께 식사하자고 했지만 거절하고 가버리는 모사드요원의 모습을 보며...이스라엘-아랍..넓게는 미국과 아랍세계의 벽같이 느껴져서 왠지 맘이 아프더군요.
스필버그가..아랍계였다면 어떻게 영화를 찍었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ㅋㅋㅋ
 2006/02/17   
쭈니 스필버그가 아랍계였다면... 글쎄요...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요? 알수 없죠. ^^  2006/02/17   
영원..
스필버그 감독님이 다시 저에게 희망을 주기를 기대하며, 두근두근 중.  2006/02/19   
쭈니 제 개인적인 평가로는 많이 공정해졌다는 겁니다. 이 영화가 영원님에게 스필버그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시켜주기를... ^^;  2006/02/19   
수애
오랫만이죠.
이 영화를 3친구랑 함께 봤는데. 세명다 죽으려고 하더라구요.
나만 느끼는 영화인가 했는데.
역시 쭈니님과는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
 2006/03/19   
쭈니 영화 같이 볼 친구분들도 있으시고 정말 좋겠습니다. ^^
저는 영화를 보고 같이 느낄 수 없어도 좋으니 같이 볼 친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답니다.
 2006/03/19   
ssook
아.....토요일 아침 조조로 혼자가서 본 영화........
왠지 친구녀석들이 이 영화를 보기 싫어라 해서........종종 그런 영화들은 혼자 가서 봅니다.....
저는 그 무엇보다도 그 장면이 기억에 남더라구요.....
주인공 에브너가 복수를 위해 동료를 모아 함께 식사하던 장면이요..
왠지 좀 무섭더라구요. 복수를 위해서 사람을 죽이기 위한 모임인데..그 상반된 밝음이라니......테러 장면에 이르러서는 좀 슬퍼서 눈물이 맺히던데요..
 2006/03/31   
쭈니 전 에브너가 벽장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있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웅스럽게 출발했던 에브너가 점점 두려움에 떨던 그 모습...
스필버그의 오락 영화를 기대하고 봤다면 상당히 당혹스러울 영화였죠.
그런 의미에서 ssook님께서 혼자 보신 것은 어쩌면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도...
 2006/03/31   
민지
전제친구랑봤는데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2007/01/19   
쭈니 좀 어려운 영화이긴 했습니다.
주인공의 고뇌가 가슴에 와닿지않는다면... ^^;
 2007/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