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왕의 남자] - 도저히 거부할수 없었다.

쭈니-1 2009. 12. 8. 18:43

 



감독 : 이준익
주연 : 감우성, 정진영, 이준기, 강성연
개봉 : 2005년 12월 29일
관람 : 2006년 1월 7일
등급 : 15세 이상

네이버에서 네티즌들에게 9.6이라는 놀라운 평점을 받고 있는 [왕의 남자]. 그 평점이 무려 12,320여명의 참가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 만족했는지 나타내는 간접적인 증거입니다. [왕의 남자]에 대한 호평은 네이버에서 뿐만이 아닙니다. 제 홈페이지에는 [왕의 남자]에 대한 추천글이 줄을 이었고, 덕분에 2005년의 마지막 영화로 [왕의 남자]대신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선택했던 저는 결국 2006년의 첫 영화로 [왕의 남자]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렇듯 사상 유래없을 정도의 호평을 얻고 있는 [왕의 남자]이지만 이 영화를 기대하기까지는 제겐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준익 감독 때문입니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은 [황산벌]입니다. 삼국시대 말기 신라의 김유신 장군과 백제의 계백 장군의 비극적인 황산벌 전투를 코미디로 풀어나간 [황산벌]은 우리 영화에 시대극과 코미디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출하기는 했지만 높은 평점을 주기엔 꽤 불만족스러운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는 [황산벌]의 역사 비꼬기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쟁쟁한 영웅호걸들이 나라의 흥망성쇠를 걸고 운명의 한판을 벌였던 그 시대를 욕설과 사투리가 난무하는 우스갯거리로 전락시켰던 이준익 감독이 이번엔 우리 역사상 최고의 폭군이었던 연산을 영화화한다는 소릴들었을때 연산을 또 얼마나 비꼬며 '웃어라'고 억지를 부릴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카리스마 넘치는 예고편을 봤을때부터 맘이 바뀌었습니다. '그래 이번엔 코미디가 아니구나! 최소한 [황산벌]처럼 말도 안되는 사투리와 욕설로 관객을 웃기려 들지는 않겠구나'하는...


 



암튼 2006년의 첫 영화로 저는 [싸움의 기술]과 [왕의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심각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결국 [왕의 남자]를 선택했습니다. 너무 많은 분들의 추천으로인해 커져버린 기대감과 그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해서 내게 이 영화가 재미없으면 어떻게 할까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영화에 대한 악평을 썼다가 돌팔매 맞을지도 모른다는 심적 부담... ^^;)을 가슴에 안은채...
그러나 그 결과는 만족중에서도 대만족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저는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었습니다. 도저히 [황산벌]과 [왕의 남자]가 같은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준익 감독은 묵직하고 진지하게 영화속 캐릭터들의 아픔과 상처를 영화속에 표현해 냈으며, 그러한 영화속 표현들은 감동으로 변환되어 너무나도 생생하게 내 가슴속을 파고들었습니다. [황산벌]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면 그런 의미없는 웃음보다는 그 시절의 아픔을 좀더 생생하게 느꼈을텐데... 이준익 감독에게 '[황산벌]을 다시 만들어 주세요'라고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비장한 분위기가 풍기는 영화를 선호하는 탓인지도 모릅니다. [황산벌]은 영화의 소재부터가 비장함을 갖추고 있었지만 관객들이 좋아하는 코미디로 만들려다보니 그 비장함이 비꼼으로 퇴색되어 버려 아쉬웠고, [왕의 남자]는 연산군과 장녹수, 광대라는 조금은 해학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해학적인 소재를 오히려 비장함으로 포장해낸 그 솜씨로 인해 예상치못한 감동을 받았으니... 하지만 [왕의 남자]의 높은 평점으로 미루어보건데 그러한 바램이 저 혼자만은 아닌가 봅니다. ^^


 



신명나는 광대놀이의 뒷편에 치명적인 유혹과 이룰수 없는 욕망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지는 [왕의 남자]의 오프닝은 처음부터 강력하게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새겨넣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익숙한 솜씨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두 캐릭터의 관계를 설명해낸겁니다. 지루한 설명이나 생뚱맞은 생략이 아닌 너무나도 적절하면서도 간결하게 말입니다.
이런 뛰어난 오프닝씬 이후 영화는 일사천리로 뛰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젠 굳이 장생과 공길의 관계를 관객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없어진 이 영화는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이 장생 일당이 그 시대 최고의 권력가인 연산(정진영)을 가지고 놀게되기까지의 과정을 쉬지 않고 진행시켜나간 겁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지루함을 느낄 여유를 관객에게 허용하지 않게 된거죠.
그러나 장생 일당이 연산과 만나는 영화의 중반부부터 한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연산과 녹수(강성연)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죠. 단순히 폭군과 요부라는 설정만으로 영화의 또다른 한쪽을 지탱하고 있는 연산과 녹수를 설명한다면 영화의 추가 너무 장생과 공길에게 치우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준익 감독은 또 다른 명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정진영이라는 배우의 존재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감우성의 연기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않는 정진영의 연기력은 지루한 설명없이도 연산이라는 시대의 폭군을 완벽하게 표현해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미 여러 영화와 TV 역사극을 통해 연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그 밑바탕에 깔려있기는 하지만 연산과는 달리 녹수가 그리 부각되지 못한것을보면 역시 정진영의 연기가 연산을 표현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설명이 됩니다. 그와 반대로 너무 정형화된 모양새로 녹수를 표현한 강성연의 연기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조금 부족해보인 것도 사실이고요.


 



이렇듯 장생, 공길, 연산의 캐릭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 영화는 아픔과 상처를 안고 불길속을 뛰어든 불나방같은 남자들의 비극을 통해 묵직하고도 비장한 마무리를 준비해냅니다.
장생과 공길의 마지막 줄타기를 보며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후회없이 인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들을 쳐다보며 부러운듯한 미소를 짓던 연산과 녹수의 그 표정 역시 영화가 끝나고 한참까지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권력가로 이 세상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것처럼 보였던 연산과 녹수이지만 그들은 결코 장생과 공길같은 진정한 사랑은 얻을 수 없었을테니 그 마지막 미소가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연산에 대한 소설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한 나라의 군주로 선택되어진 그가 어쩌다가 저런 희대의 폭군이 되었는지... 단지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한때문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미처 표현할 수 없었던 그 어떤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시대극의 힘입니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하시던 고등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의 말씀이 새삼 생각납니다. 그땐 그냥 흘려들으며 역사 시간마다 뒤에서 영어, 수학 공부를 했었는데... 이런 잘만든 영화 한편이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역사에 대한 이런 작은 호기심이 [황산벌]같은 의미없는 웃음보다 휠씬 값지다고 믿기에... 이준익 감독의 이 의미있는 변신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당신의 이 의미있는 변신은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유혹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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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ㅋㅋ
새벽에 리뷰를 보네요ㅋㅋ
이 영화... 차라리 드라마로 만들었음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수백억을 쏟아붓고도 시청률 문제로 조기종영하는 사극보다는
돈을 더 많이 들이더라도 드라마로 만들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공길의 물구나무를 장녹수가 따라하는 것을보고
포복절도 했답니다ㅎㅎ)
 2006/01/08   
쭈니 이 영화를 보고나서 집에오자마자 그 느낌 그대로 글을 쓰기위해 새벽까지 이러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영화광님은 새벽까지 저희집에 계시는 군요. ^^;
 2006/01/08   
꿈천사
월탄 박종화 선생의 <금삼의 피>를 추천합니다...^^  2006/01/08   
쭈니 연산에 관한 소설인가보죠?
흠~ 꼭 읽어보겠습니다. ^^
좋은 추천 감사합니다.
 2006/01/08   
지은
처음리플달아보네요,

어제 작업의정석이랑 왕의남자 두편을 연달아봤어요.
새해 처음보는영화라 재미없으면어쩌나했는데..

쭈니님처럼 두편다 재밌었기때메 새해부터 기분이좋네요 ^ㅡ^
맨날 눈팅만하그 가다가, 글써봅니다.

시간나실때 작업의정석도한번보세요 ㅎ
 2006/01/09   
주헌아빠
드뎌 보셨군요..^^
한번 더 보는 것도 괘안터라구요..

그나저나..황산벌도 저한테는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이런 사극도 있다니..

마지막에 이문식씨가..엄니..하며 달려가던..남도의 푸른평야를
보며..눈물찔끔 나던..영화였는데...
 2006/01/09   
이브
쭈니님 드디어 왕의남자군요. ^^ 기다렸습니다.
흐흐..진짜 왕의남자 팬들에게 몰매 맞을까봐 저런글 쓰신건 아니지..농담입니다.
왕의남자 처음 봤을때 사실 여느 여자들처럼 공길의 모습만 뒤쫓았답니다 -_-;;; 어쩜 저렇게 이쁜거야! 어떻게 저렇게 ...라는 등등의.. 그렇게봤더니 너무 안타까운거예요. 해서 이번에는 영화에 대해 조사좀 하고 다시 갔더랬죠.. ^^
역시 처음과는 다른 것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두번째에서 저는 연산군의 정진영씨 연기에 매혹 당했어요.
반면 장녹수 연기의 강성연씨는 저도 확실히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랑 따로 노는듯한 느낌.
정말 이 영화는 볼때마다 다른 느낌을 줄것만 같아요 ^^
 2006/01/09   
쭈니 연달라 세분의 덧글을 보게 될줄이야... ^^
역시 [왕의 남자]가 인기가 좋긴 좋군요.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의 한마디... 예상했던 분위기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입니다.
저 역시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절대로 돌팔매맞기 싫어 쓴글아닙니다. ^^;)
확실히 기대치않았던 정진영의 연기가 눈에 띄더군요.
감우성은 역시나 카리스마가 철철 넘쳐흘렀고, 이준기도 기대이상이었고...
녹수의 캐릭터만 조금 더 살아났다면 더욱 좋았을것같은... ^^
 2006/01/09   
꼬마천사
개봉첫날부터 너무나 보고 싶었던 영화를
우여곡절끝에 어제 봤네요
사실 보고싶다는 기대만하고..
예고편이나 줄거리를 알아보지 않고 갔던게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 있었던 것 같애요.
무거운 사극보다는 좀 색다른 느낌이.. 좋았던것 같네요.
 2006/01/10   
주헌아빠
제 부모님이 최근 귀향하셨는데...
바로 부안이랍니다..왕의 남자를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찍었다는데..이번 설에 가볼작정입니다..
한번 아들 주헌이랑..춤이라도..ㅋㅋ
 2006/01/10   
쭈니 꼬마천사님... 오랜만... ^^ 확실히 저도 색다른 느낌의 사극이어서 더욱 좋았던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길...
주헌아빠님... 이 영화 부안에서 찍었군요. 저는 사극은 모두 민속촌에서 찍는줄 알았는데... ^^;
 2006/01/10   
꼬마천사
다시한번 '왕의남자'를 보러갑니다..지금..
다른영화 볼게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놓친부분이 있는것 같애서..
그리고 시간도 남아서...ㅋㅋ
 2006/01/13   
쭈니 대단하군요.
저는 보고싶은 영화들이 너무 많아 봣던 영화 또 보는 것은 염두도 못내는데... ^^
 2006/01/13   
영원..
내일 학교 보충이 없는 날이라 조조로 보게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긴장되서 '쭈니'님 말씀을 듣고자 왔습니다. 아하하; 역시 쭈니님도 칭찬하시는 걸 보니. 기대됩니다. (^-^)/  2006/01/13   
그리움..
첫 댓글이네요 왕의남자... 꽤 재미 있을꺼 같은데요..
흠 낼 혼자라두 함 보러 갈까 고민중.. 청연두 보구 싶지만..
이게 더 끌리네요 왠지 혼자봐두 안 어색할꺼 같기두 하구 ㅎㅎ
 2006/01/13   
영원..
전좌석 매진이라.. 11시 30분에 겨우 봤습니다. 정말 울 뻔했습니다. 눈물 터지기 직전에 끝나서 다행입니다. 옆에 어머니가 계셨거든요. 주위에 계신 분들 거의 모두가 훌쩍 거릴 정도로 감동이었습니다. [혹시 쭈니님도]  2006/01/15   
쭈니 영원님도 결국 보셨군요. 역시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저는 울지는 않았답니다. 그냥 분위기에 압도당해 멍하니 앉아있었죠. ^^
그리움님도 [왕의 남자] 꼭 보시기를... ^^
 2006/01/15   
꼬마천사
처음 볼때하고 두번째볼때는 또다른 감동이더라구요
두번째가 더 감동적이었어요
비디오로는 감정이 덜 그려질것 같아서
다시봤는데 후회는 없네요
특히 조조할인으로 2000원에 봤는데
돈도 아끼고 감동도 있고 ㅋㅋㅋ....일석이죠 아닌가요?
다음영화로를 [투사부일체]를 기대하고 있는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2006/01/16   
쭈니 역시 그렇군요. 저도 한번 더 보고 싶긴하지만 신작도 못보고 있는 형편이라서... ^^ 그나저나 [투사부일체]팀은 요즘 방송가를 장악하고 있던데 그러한 홍보 팀웍만큼이나 영화가 재미있기를 바랄뿐입니다.  2006/01/16   
밍밍이
대단하심... 우째 이런 평론을.. ㅋㅋ  2006/01/21   
쭈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보다 멋진 평들이 수두룩 한걸요. ^^  2006/01/21   
dori
저도 뒤늦게 나마 왕의남자를 보았습니다. 쭈니님의 평을 보고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쭈니님의 설명대로더군요.. 하핫~ *^^*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나, 영화의 진행이나..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준기가 슬픔을 한껏 머금고 활을 쏘며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제가 뛰어가서 안아주고 싶더군요.. ^^;;;;
웃음과 감동, 재미를 고루 잘 갖춘 값진 영화였습니다.
보고 나니 쭈니님의 평이 한번 더 보고 싶어 이렇게 또 달려왔답니다.
언제나 좋은 평 감사드립니다~!!
 2006/01/24   
쭈니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와주신 dori님께 감사하며... 너무 과찬을 받아 지금 정신이 알딸딸하답니다. ^^  2006/01/24   
수애
녹수의 캐릭이 뭍히긴 했지만. 마지막에 녹수의 표정연기는
박수쳐줄만 했어요. 왕의 남자. 정말 괜찮은 영화죠?
 2006/01/25   
쭈니 네 맞습니다. 마지막 표정은 압권이었죠. 하지만 저는 마지막에도 녹수보다는 연산의 그 미묘한 표정에 정신이 팔려서... ^^  2006/01/25   
dori
ㅋㅋ.. 네이버 장르매니아가 뭔가 싶어 가봤어요.. 처음에
쭈니님 영화평을 알게 된 그거더군요.. 하핫~ *^^*
그래서 쭈니님 편 좀 들고 왔죠.. ㅋㅋ..
dori7125 = 접니다~ 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6/01/31   
쭈니 역시 그랬군요. ^^
남들이 보면 짜고치는 고스톱인줄 알겠습니다. ^^;
 2006/01/31   
김정선
황산벌이 그렇게 평가절하될 영화는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역사는 주로 영웅이 위주가 됩니다. 하지만 이준익감독은 역사에 대한 시각을 뒤집었죠. 바로 영웅속에 매몰되고, 국가적 이익때문에 희생된 민초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결국 역사를 만든건 소수의 영웅보다 잡초보다 질기게 삶의 투쟁과 역사의 질곡을 견뎌낸 민초들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황산벌이 흥행성적으로는 형편없었는지 모르지만 영화적 내용으로는 이준익감독의 잠재적인 내공이 살아나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백제의 장군 계백은 자신의 애국심을 위해 가족의 목을 자릅니다. 나는 영화 <황산벌>에서 계백의 아내로 분한 김선아가 “군바리 마누라 30년에 악밖에 안 남은 년이여! 니가 해준 게 뭐 있다고” 악다구니를 할 때 완전히 뒤로 넘어가게 웃었습니다.
영화에서 더 이상 계백의 아내는 애국심과 영웅주의의 숭고한 희생양이 아니라 가부장적 남편이자 살인자로 계백을 다시 보게 만들지요.(코미디는 그런 면에서 대단히 전복적인 생각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대단한 힘을 가진 장르인것 같습니다.)
또한 끝까지 살아남아 마지막엔 어머니와 상봉을 하게된, 전쟁이고 뭐고 농사걱정에 어머니걱정에 여념이 없는 매우 평범하고 전형적인 인물-그들이 바로 그 시대의 다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익감독의 그런 시선은 왕의 남자에게도 녹아있지요. 왕의 남자에서의 주연도 왕이 아닙니다. 바로 그 시대의 천하디천한 신분인 광대들이 역사를 이끌어가고, 왕의 희롱하며, 왕이 다른 역사를 만들게끔 휘몰아가지요. 역사에 대한 전복의식없이는 탄생할수 없었던 이준익감독만의 시각과 의식이 대단한 내공으로 다가오네요.^^
 2006/03/10   
쭈니 솔직히 [황산벌]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리도 많은줄은 몰랐습니다. [황산벌]에 대한 생각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 너무 기분나빠하지 말아주세요. ^^
제 영화 이야기중 [황산벌]을 보시면 그땐 그리 나쁘게(그렇다고 좋은 평가도 아니었지만...) 평가하지는 않았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쓸때 때마침 제가 읽고 읽던 책이 '잃어버린 왕국'이라는 백제와 일본에 대한 소설이었답니다.
그 소설에는 백제와 신라의 황산벌 전투가 눈물이 나도록 멋지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무도 직접 본 사람이 없으니 그것이 사실일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그 소설을 읽고나서 [황산벌]이 갑자기 싫어진 이유는 역사속 인물들이 너무 희화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시절의 영웅들이 우스갯거리가 되었던 것이 불쾌했답니다.
물론 김정선님의 말씀대로 영웅의 이야기에 가려진 민초들의 모습을 그려낸 점은 높이살만 하지만 이렇게 역사속 인물들을 우스갯거리로 만들며 관객을 웃겨야만 하는것인지에 대해선 그리 공감할 수 없네요.
차라리 [왕의 남자]처럼 진중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황산벌]이 더욱 재미있었을것이라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답니다.
 2006/03/10   
ssook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그 여름전에서 부터 기대를 만땅 하고 있었습니다..[왕의 남자]라는 , 그 이름부터가 냄새를 풍기고 있지 않았겠습니까..친구랑 기대를 무쟈게 많이 했었죠.....뭐 역시 재밌게 보긴 했는데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2%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2006/03/31   
쭈니 기대가 크면 언제나 부족한 느낌을 받게 마련이죠.
전 이 영화에 대해서 전혀 기대를 안했거든요.
왠지 제목부터가 거부감이 들었다는... ^^
 2006/03/31   
허클베리
영화이야기를 쭈욱 읽다가,
아- 그럼 '왕의남자'는? 하고 찾아 읽었네요.
음, 일전에 다른 분이 쭈니님의 리뷰를 퍼온 것을 읽었었나봅니다.
낯이 익은 글이에요.
이 영화는 '이준익 그리고 이준기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넘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모두 연기들도 훌륭했구요.
강성연씨의 연기에 대해서 정형화됐다고 하셨는데,
저는 기존의 녹수 이미지보다 더 파격적이지 않았나요.
단지 영화의 상영시간이 좀 더 길었다면 녹수 분량도 쪼금 더 넣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처선의 분량도 !!
혹자는 이 영화를 열 몇 번을 각각 다른 시선으로 봤다고 하는데,
저는 3번 보면서 줄곧 '공길'밖에 보이질 않더군요.

돌이켜보니 왕의 남자'가 가져다 준 [관객 스로의 움직임]이 돋보였던 그런 2006년의 시작이었죠.
 2006/06/09   
쭈니 3번씩이나 보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전 기껏해봐야 한번보고 캐릭터가 어쩌구 저쩌구 열심히 글을 써놨네요.
괜히 미안해지는... ^^;
 2006/06/09   
코고로
정말 한국적인, 한국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영화를 보게되서 정말 기뻤습니다. 사실 처음에 예고편을 보고 전혀 다른 장르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웃음)
 2006/06/27   
쭈니 저도 사실은 처음부터 이 영화를 기대한건 아닙니다.
하지만 막상 보고나니 정말 기뻤다는... ^^
 2006/06/27   
라울
저두 "황산벌"에 대한 아픈기억이 있었지요
그때 영화관에서 이탈리안 잡과 황산벌
두개의 영화가 있었는데 저는 이탈리안 잡을 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친구놈들이 다들 황산벌을 보자고 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황산벌을 봤는데..
보고나서 애들이 다들 미안하다구 저한테 빌더군요 ㅡㅡ;;
암튼 그때 급실망 이후로 이번 영화도 안보려고했는데..
하두 주위의 평판들이 좋아서 보게 됐지요
그런데 황산벌의 영향인지 아님
주위의 말들에 저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던 것인지
물론 볼만 하긴 했습니다만
"매우 재미있었다" "기억에 남을만 하다"
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이상하게도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들이
저에게는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더군요
"괴물"도 저는 약간 실망했었다는..
 2007/07/03   
쭈니 제 경우도 기대치가 크면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개봉 당일날 보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분들이 재미있다는 강추를 듣게되면 아무래도 기대치가 크게 상승해 버리거든요. ^^
 2007/07/05   
바이올렛
전 별 기대 안했음에도 지루했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이준기의 존재감이 너무 약했던 영화였는데
다들 이준기에 미치더군요.ㅡ,.ㅡ;;
 2007/07/10   
쭈니 ㅋㅋㅋ
이준기에 미쳐있었던 것은 오랜만에 등장하는 새로운 배우의 출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우리 영화계를 보면 항상 나오는 배우만 나오는 느낌이더군요. ^^
 2007/07/10   
길가던행자
.......바이올렛님말씀에 동감....개인적으론 즐기지 못했던 영화...  2007/08/11   
쭈니 하긴 이 영화가 이렇게 크게 성공할줄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죠.
분명 이상 과열 현상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이 영화 재미없게 보신 분들... 입다물고 있어야만 했었죠.
저야 다행히 재미있게 봤었지만... ^^
 2007/08/20   
엘잠
제가 이영화를 그닥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뭐하나 말하고자 하는게 또렷하지 않았던것입니다.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광대의 한, 연산군의 복수, 정치적인 음모, 왕의 포악함, 그리고 동성애...

제목은 '왕의 남자'이고 누가봐도 동성애쪽에 가까울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치만 영화에서 동성애코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습니다.

장면 하나하나는 인상깊은게 많은데 그것의 연결고리들이 완벽해보이지가 않습니다. 예를들어 광대의 한이 담긴 마지막 줄타기에서 광대들하곤 크게 연관도 없는 중종반정이 일어나는 장면은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죠. 조선왕조얘기인건지, 광대얘기인건지....

뭔가를 깊이 생각해보려고 해도 맞아 떨어지는게 없었습니다. 그냥 보고 그렇구나 싶으면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연기력 역시 감우성을 빼면 전부다 고만고만했다고 생각합니다. 감우성의 광대연기를 보고있다보면 감탄이 나오는건 사실이더군요.

조선시대의 미술적인 색채를 다룬거라면 오히려 전 '음란서생'쪽이 더 훌륭했다고봅니다. 그만큼 뭐하나 특별히 저한텐 어필한 게 없던 영화인듯 싶습니다.
 2007/10/29   
쭈니 그렇군요.
저는 절대권력자인 왕의 이야기와 그 시대에 최하층민인 광대를 제법 잘 엮은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마다 영화에 대해 느끼는 것은 각자 다른 건가 봅니다.
하긴 그래야 세상도 재미있죠. ^^
 200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