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홀리데이] - 잘못된게 있으면 잘못됐다고 말해야지!

쭈니-1 2009. 12. 8. 18:44


 


감독 : 양윤호
주연 : 이성재, 최민수
개봉 : 2006년 1월 19일
관람 : 2006년 1월 11일
등급 : 18세 이상

이번엔 모자른 2%를 채우지 않았을까?

요즘 저는 보는 영화마다 전부 만족스럽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재미없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작년 11월 29일에 봤던 [저스트 라이크 헤븐]이 마지막이었으니 2개월 가까이 6편의 영화가 전부 만족스러웠던 셈입니다. 굉장한 축복이죠. 그렇기에 2006년의 첫 시사회로 [홀리데이]를 선택했을때도 이러한 축복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솔직히 양윤호 감독은 제가 그리 좋아하는 감독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영화들은 언제나 제 호기심을 자극했었죠. 데뷔작 [유리]의 파격에서부터 시작하여 남성적 매력이 물씬 풍겼던 그의 최근작 [바람의 파이터]까지... 저는 그가 영화를 만들때마다 극장으로 달려가고픈 욕망을 느끼곤 했답니다. 하지만 그러한 욕망과는 달리 영화를 보고나면 항상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미스터 콘돔]도 그랬고, [리베라메]도 그랬고, [바람의 파이터]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그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최근작이 되면 될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윤호 감독의 영화중 [바람의 파이터]가 가장 재미있었던 저는 이제 양윤호 감독도 비로서 모자란 2%를 채워나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제 호기심을 잔뜩 건드리는 [홀리데이]의 개봉소식을 들었을때 드디어 모자란 2%가 채워진 양윤호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홀리데이]는 안타깝게도 [바람의 파이터] 이전의 영화로 뒷걸음질한 영화였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

[홀리데이]를 보기전 왠만하면 만족하겠다는 개인적인 소망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화를 보고나서 또다시 2% 부족한 그 무엇을 느끼며 아쉽게 극장을 나서야했던 이유는 이 영화의 과도한 감성 탓이었습니다.
일단 [홀리데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축제인 올림픽을 서울에서 치루게되어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던 1988년, 서울의 미관을 헤친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산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곧바로 돈없고 힘없는 자의 상징인 지강혁(이성재)과 절대적인 국가 공신력의 상징인 김안석(최민수)의 악연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오프닝씬은 이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확실하게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이제 영화는 오프닝이 제시한 영화의 방향대로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지강혁은 교도소 동료들과 탈옥하여 이 불합리한 세상에 대항하고자하고, 김안석은 끝까지 지강혁 일당을 뒤쫓으며 지강혁과의 악연을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나갑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홀리데이]는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완벽한 영화적 상상력입니다. '그들은 이러했을 것이다'라는 이 영화의 추측들은 제멋대로 영화적 재미를 위해 점점 감성적으로 치우치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그러한 면에서 [홀리데이]는 [실미도]와 비슷한 류의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홀리데이]의 각본이 [실미도]를 썼던 김희재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겁니다. 하지만 [실미도]는 자칫 잘못하면 과도하게 흘러갈수도 있는 영화의 감성을 잘 제어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지만, [홀리데이]는 아예 대놓고 관객을 울리겠다고 직설적으로 덤벼드는 바람에 오히려 제 눈물샘을 메마르게 만들었습니다.
차라리 좀 더 객관적인 자세로 '지강헌 사건'을 쫓아갔더라면 그렇게 직설적인 화법으로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지 않아도 그 시대의 그 아픔을 자연스럽게 느낄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속 지강혁이 그 대머리 아저씨의 동네로 방향을 잘못잡은것처럼 양윤호 감독 역시 제 2의 [실미도]가 되기위해 방향을 잘못잡았습니다.


 



정말 울릴 수 있어?

시사회 시작전 이 영화의 제작자가 관객 앞에서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눈물 한방울 안흘렸다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눈물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눈물과 그냥 눈끝에서 주루룩 흐르는 의미없는 눈물. 고백하건데 저 역시 눈물을 흘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눈물이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영화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면 지강혁 일당의 탈주한 후 서울에 잠입하여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들은 처음엔 꽤 미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지강혁 일당이 예정된 파국으로 치닫는 후반부가 되면 영화는 마치 80년대 수준의 신파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파는 영화의 후반부가 되면 될수록 점점 더 심해집니다.
마지막 북가좌동에서의 지강혁 일당의 인질극은 영화 초반에 보였던 미화하지 않겠다는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이었습니다. 인질들과 오손도손 재미있는 한때를 보내는 인질범들이라니... 게다가 자신들을 위협한 인질범들을 위해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인질들이라니... 양윤호 감독은 '지강헌 사건'이라는 그 시절 그 시대의 아픔보다는 오히려 80년대 감성의 신파를 통해 관객들을 울리는 것에 더욱 혈안이 되어있는 듯이 보입니다.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울었습니다. 제 뺨위로 눈물 한방울이 주루룩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그가 원한 눈물인지 묻고 싶네요. 눈물을 흘린 저 역시도 그 눈물이 진실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데 그런 눈물을 지켜본 그는 과연 '그래 내가 원하던대로 되었어'라고 외칠 수 있을까요?


 



잘못된게 있으면 잘못됐다고 말해야지!

다시한번 말하지만 저는 양윤호 감독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언제나 제게 기대를 안겨줍니다. 이 상반된 감정은 결국 제가 양윤호 감독을 좋아하게될 여지가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바람의 파이터]를 보고나서 이제 조금은 양윤호 감독이 좋아질만 했었는데 또다시 그의 영화에 이렇게 실망을 느끼고나니 아쉽네요.
분명 [홀리데이]는 재미있는 부분도 꽤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이성재의 연기 변신은 놀라웠고, 얄미울 정도로 악역을 소화해낸 최민수의 새로운 연기를 보는 것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자신에게 총을 겨눈 지강혁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그 의외의 모습. 언제나 터프함을 강조했던 그였기에 그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연 배우들도 모나지 않은 연기로 영화를 지탱해줬고, '지강헌 사건'을 영화화하겠다는 제작의도도 좋았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이 시대의 아픈 외침도 영화의 초반엔 그런대로 잘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의 좋았던 부분보다 이렇게 실망스러웠던 부분을 위주로 글을 쓴 이유는 '잘못된게 있으면 잘못됐다고 말해야지'라고 외치던 이 영화의 주제 때문입니다. 물론 좋은 점을 칭찬해주는 것도 좋지만 실망스러웠던 점을 솔직히 말하는 것도 영화의 발전에 도움이 될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일반 관객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심사숙고한다면 다음 영화는 정말 모자란 부분이 꽉 채워진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양윤호 감독의 다음 영화는 모자란 2%가 꽉 채워진 영화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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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헌아빠
저도 [바람의파이터]가 양감독의 차기작 기대치를 쭉 올려놨는데..그래도..함 볼렵니다..근데..쭈니님은 정말 시사회 많이 가시나봐요..비결좀...^^  2006/01/13   
쭈니 사실 메인에도 있지만 1년전 네이버 장르매니아에 뽑혀 지금까지 네이버 시사회는 그냥 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조만간 장르매니아 활동이 끝나면 꿀맛같은 시사회도 더이상 못가겠죠. ^^;
 2006/01/13   
namja
왠지 이번에도 영화평이 달라질거 같은 느낌이 으하핫  2006/01/13   
쭈니 오호 남자님의 평이 궁금해지는 군요. 기대해봅니다. ^^  2006/01/13   
주노
오늘 이영화를 친구들과 봤습니다
일단은 영화적 완성도는 꽤 높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교도소 부소장이 탈주범까지 잡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내용적 비약이 있는것도 같고, 개인적으로 최민수씨의 버터를 바른듯한, 그래서 간간히 알아듣기 힘든 어색한 발음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죠...첫 장면에 등장한 철거민 진압 같은 경우는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너무 자극적인 영상을 잡아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게다가 카메라를 들고 찍어서 흔들림이 심한데다가 피까지 튀면서 정신없으니까 옆에 있던 친구는 속이 거북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주로 냉소적인 역할로 나오던 이성재씨의 마지막장면에서의 절규라든지,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던 여현수씨가 조연으로 나온 점 등은 흥미로운 요소였다고 생각해요^^
이성재씨의 회상씬 - 눈속에서의 형제간의 대화장면 - 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꿈을 가지고 살려고 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나타내고자 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06/01/26   
쭈니 주노님은 재미있게 보셨군요.
전 충분히 잘 만든 영화라고는 생각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미화가 눈에 거슬리더군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한만큼 좀더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했다면 오히려 영화의 주제의식도 살지 않았을까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006/01/26   
바스티스
사람들은 흔히 "작품성"이라는 기준으로 좀 잘난 영화와 저속한 영화를 구분하곤 합니다. 흔히 올드보이/투사부일체 식의 이분법으로 대표된다고나 할까요?

저도 한국 영화를 보면서 비슷한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일단 "작품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1차적인 요인은 바로 "영상미"입니다. 살인의 추억이 그랬고, 올드보이가 그랬고, 홀리데이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일단 기준을 높게 잡았었죠.

이 영화에는 별점 세개 반을 주고 싶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더욱 길어질터이니 제 블로그에...^^;
http://bastis.egloos.com/1440393
 2006/04/15   
쭈니 아~ 역시 바스티스님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번 글에선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지적이 많았네요.
저도 뭐 그리 재미없거나 그런 영화는 아니었지만 딱 2%가 부족한 그런 영화였답니다. ^^
 2006/04/16   
엄호선
퍼갈꼐요 ㅎㅎ제 마음과 똑같애서  2006/06/25   
쭈니 네, 대신 출처는 꼭 남겨주세요. ^^  2006/06/25   
쪼야
오늘 새벽에 쭈니님 평을 보고 다시한번 홀리데이를 보았네요 ^^
지강혁 역활의 이성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생각이 되는데요..재미면에 있어선 글세요 재미라기 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해서인지 더 몰입을 하게 만드는것 같아요..대충적인 평에 대해선 쭈니님이 잘 설명을 해놓으셨는데 ㅎㅎ
제 생각은 지강혁 역활이 이 영화에서 너무 돌출을 시키는것 같아요. 영화가 그 내용이라서 그런지라 없는 사람들이 선인이고 일정 인물만을 악인으로 몰고가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부분이 조금 눈을 찌풀이게 만드네요..
이성제와 최민수의 연기대결 구도방식 같은데 너무 그쪽에만 치우쳐져서 실질적인 이 영화의 취지가 조금 빗나간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주연과 조연의 연기에서 조연의 입지가 너무 흐리다는점과 영화속 내용이 조금 치우치는 면에서 흥행을 목적으로 둔다는 것 같단 느낌도 드네요 ㅎㅎ 제 개인적인 생각인가?ㅎㅎ

여기 홈피 어제 첨으로 왔는데 자주 들를께요.ㅎㅎ
영문과를 전공으로 연극까지 해서인지 영화는 거의 나오는것은 다보는 성격인지라 ㅎㅎ 평을 하는것은 대학떄 레포터 위주라서 좀 서투네요 ㅎㅎ 생각은 많은데 ...
쭈니님 평 계속 기대할꼐요 ^^*
 2006/07/21   
쭈니 감사합니다.
답글을 읽으니 영화게시판에 이 영화에 대한 쪼아님의 생각을 적으셔도 좋을듯 한데요... ^^
 2006/07/21   
정보국
제가 생각하는 한국영화중 2번째로 재밋는영화!!ㅎ
1위는 범죄의 재구성...ㅎㅎ
홀리데이...본지 좀지난터라...뭘 찝어서 말하기는 그렇지만...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총알 한발남을걸로 두분이 자살을 하시는 장면...정말 가슴 찡한 장면이엇습니다...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던 모습도...연기자들이 비록 탈옥자의 신분이엇지만...피해?를당하는 가족들이 그들을 감싸는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최민수씨가 맡은 역할은 단지 눈에보이는것을 우선시하고 권력만을 행사하는...탐관오리?같은느낌의 인간과 대등하게 싸우지 못하는 안타까움 역시 ...말로표현하기 어렵군요....그리고 최민수를 죽일수 있는상황에서 어깨를 맞추고 죽이지 못하는 장면에서 역시...권력앞에 무너지는 억울한 서민들의 모습도 보엿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단 일초라도 당당한 모습에 저는 감동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분이 잇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은영화..
뭐 개인의 차이로 재미가 없을수도 있지만...ㅎ
한국역사의 한부분...그리고 별로 다를바없는 지금의 권위주의의 사회아래 억압받는 억울한 하류층 시민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영화라고 소개하고싶네요.ㅎㅎ
 2007/08/17   
쭈니 소재가 좋았던 영화죠.
정보국님에게 한국영화중 2번째로 재미있는 영화라니...
제 입장에서 이 영화의 단점을 얄밉게 콕콕 찝은 제 글에 기분이 나쁘셨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2007/08/20   
엘잠
그러고 보니 이영화에대한 쭈니님의 글을 네이버에서 첨보고 왔었던것 같군요^^

'실미도'식 쥐어짜내기라 진짜 제가 말하고 싶은 그대로 입니다 ㅎㅎㅎ
 2007/10/29   
쭈니 드디어 엘잠님의 덧글 발견...
지금 제가 썼던 글들을 모두 한번씩 열어보고 있는 중이랍니다.(아날로그의 대사 쭈니!!! ^^;0
 200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