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아일랜드] - 마이클 베이, 예전으로 돌아와서 반갑다.

쭈니-1 2009. 12. 8. 18:20

 

 



감독 : 마이클 베이
주연 : 이완 맥그리거, 스칼렛 요한슨
개봉 : 2005년 7월 21일
관람 : 2005년 7월 18일

올 여름에 개봉한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중에서 [아일랜드]만큼 기대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헷갈리는 영화도 드물것입니다. 이유는 감독이 바로 마이클 베이이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는 마이클 베이가 감독을 했기 때문이 기대되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봐야할지 망설여지는 영화이기도 했던 겁니다.
마이클 베이... 한때는 헐리우드의 감독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감독으로 다섯 손가락안에 꼽혔던 인물입니다. 그의 연출 데뷔작인 [나쁜 녀석들]은 그야말로 유쾌한 액션영화였습니다. 액션버디무비에서 언제나 떠벌이 역할만 하던 흑인들을 서로 묶어 새로운 감각의 액션버디무비를 창조해낸 [나쁜 녀석들]은 약간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액션버디무비중에서 [리쎌웨폰]다음으로 뛰어난 영화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를 좋아하게된 계기가 된 영화는 그의 두번째 연출작인 [더 록]입니다. 저는 [더 록]을 통해 니콜라스 케이지가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어울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되었으며, 영원한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가 액션 배우로 아직 건재함을 알게되었고, 그저그런 배우로 알고 있었던 에드 해리스를 발견하였습니다. [더 록]은 이렇듯 배우의 발견뿐만 아니라 시원시원한 마이클 베이식 액션 쾌감과 액션 영화로는 드물게 여운이 남는 캐릭터, 그리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완전히 절 사로잡았죠.
하지만 제가 마이클 베이에게 실망을 느끼는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잔뜩 안고 개봉당일 극장에서 봤던 [아마겟돈]의 그 허황된 영웅주의는 뭐 그런대로 참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주만]의 삐뚤어진 애국주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더군요. 국가를 위해서 개인은 희생되어야 하는 그 말도 안되는 상황을 웅장한 음악과 함께 비장하게 표현한 장면에 이르러서는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나쁜 녀석들 2]도 [진주만]에 비해 전혀 나을 것이 없는 졸작이었죠. 도대체 내가 좋아했던 마이클 베이가 어쩌다가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아일랜드]를 극장으로 달려가 봐야할지, 아니면 비디오로 출시되기를 기다려야할지 정말 난감했습니다. 다행히 네이버 시사회가 있었길래 망정이지, 아마 시사회조차 없었다면 아직도 저는 극장앞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을 겁니다.


 



일단 결과부터 이야기한다면 [아일랜드]는 마이클 베이의 [아마겟돈]이전의 영화로의 귀환과도 같은 소중한 영화입니다. 물론 [더 록]과의 비교는 아직 무리지만 [아마겟돈], [진주만], [나쁜 녀석들 2]와 비교한다면 마이클 베이의 솜씨가 아직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해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일랜드]는 인간복제라는 사회 이슈적인 문제를 액션에 접목시킨 영화입니다. 이러한 이 영화의 주제는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배양이라는 연구성과에 대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죠. [아일랜드]는 바로 그러한 부시의 입장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영화속에 표현해놓고 전세계 관객들에게 부시의 반대입장을 설득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오락 영화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제 취향이 아닐뿐더러 [진주만]의 노골적인 정치성향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기에 이 글에선 그러한 점을 철저히 배제하겠습니다.
이렇게 정치적인 면을 배제하고 본다면 [아일랜드]는 충분히 즐길만한 잘만들어진 액션 영화입니다. 부자들의 장기 이식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지하의 비밀 실험실에서 생활하는 복제 인간들. 그들은 자신이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채 단지 오염된 지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행운의 존재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지구의 오염으로 인하여 건물안에 갇혀살듯이 생활하는 그들에게도 한가지 희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추천을 통해 유일한 지상 낙원인 아일랜드로 떠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제 인간들 속에서도 '과연 이 모든 것이 사실일까?'라는 의문을 품은 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입니다.
이제 영화는 링컨의 이러한 의문이 현실로 드러나며 링컨의 어마어마한 모험담을 시작합니다. 물론 여기에 아름다운 여인이 빠지면 안되겠죠. 복제 인간들에겐 사랑이라는 불필요한 감정을 배제했다고 복제 인간을 창조한 메릭 박사(숀 빈)는 말하지만 링컨은 액션 영화속 주인공답게 굳이 조던2-델타(스칼렛 요한슨)라는 매력적인 여성의 손을 잡고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영화는 숨 쉴틈을 주지않는 액션의 향연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마이클 베이의 솜씨가 펼쳐집니다. 링컨과 조던은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고, 외인부대까지 동원한 메릭 박사의 추격은 집요하게 펼쳐집니다. 입이 딱 벌어질 차량 추격씬은 보통이고, 건물 한층을 박살내고, 도심의 거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액션 영화의 재미를 맘껏 펼쳐보여줍니다.
바로 이러한 순수 액션 영화의 재미... 어쩌면 그것이 제가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원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마겟돈]은 너무 과도하게 영웅주의에 집착했습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한사람의 영웅을 희생시키는 그 낯뜨거운 마지막 장면은 [더 록]의 깔끔한 마무리와는 달리 영화 전반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최악의 라스트씬이었습니다. 전쟁 영화이면서 액션 영화적인 재미만을 추구했던 [진주만]의 무책임함은 아직까지 제게 최악의 헐리우드 영화로 기억에 남습니다. 마약 사범을 잡기위해 다른 나라의 도시를 완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히히덕거리는 [나쁜 녀석들 2]도 물론 말할것도 없죠. 이들 영화는 단순 액션 영화이지만 왠지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것이 제 개인적인 취향 탓인지, 아니면 미국내 흥행을 위한 마이클 베이의 의도적인 전략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제가 마이클 베이에게 실망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죠.
하지만 [아일랜드]는 다릅니다. 물론 소재 자체가 정치적일 수도 있는 민감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상황이 이 영화의 소재를 정치적으로 만들었을뿐 사실 따지고보면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는 오래전부터 SF영화에 널리 사용되고 있었으며, 그것을 표현하는 이 영화의 방식은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재미를 위한 설정일뿐 마이클 베이의 이전 영화들처럼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윌 스미스, 니콜라스 케이지를 액션 히어로로 조련시켰던 마이클 베이는 [아일랜드]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하여 액션 블럭버스터에 별로 어울릴것 같지 않던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을 멋지게 액션 히어로로 만들어 냈습니다.
결국 이러한 요소들이 [아일랜드]를 멋진 배우들의 매력과 시원시원한 액션을 통해 충분히 무더위를 잊고 충분히 영화속에 빠져들만한 액션 영화로 만든 셈입니다. [아마겟돈], [진주만], [나쁜 녀석들 2]를 보며 무더위를 잊기는 커녕 오히려 짜증만 났던 제게 이러한 마이클 베이의 과거로의 귀환이 얼마나 반가운지...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서 반갑다. 마이클 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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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ja
전혀 이런 내용인줄 몰랐습니다 흐흐
약간 일본만화의줄거리와 비슷하군요^^

쭈니님도 혹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달의 아이라는 만화 한번 보세요 흐흐
 2005/07/22   
쭈니 네, 저도 그 만화 봤습니다. 한때 장기간 백수였을때 봤던 만화였는데 그러고보니 이 영화와 비슷한 면이 많군요. ^^  2005/07/23   
규허니
쭈니님글을읽고 영화를 골라보는 사람입니다..ㅎㅎ
스릴러를 좋아하시는동시에 비판이 참 날카로우신데요..
쭈희님과의 대결에서 10%의 승리를 거둔 스릴러물은 어떤건가요? 골라서좀보게요..영화볼시간이 그렇게 많지않아서요
 2005/07/29   
쭈니 일단 감사합니다. 그런 과찬을 해주시다니... ^^
요즘들어서 스릴러 영화에 대한 추천글이 부쩍 많아졌군요.
솔직히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맘에 드는 스릴러 영화를 별로 없는 실정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릴러 영화는 널리 알려진 영화들로 다른 분들도 충분히 봤을만한 영화이고...
감춰진 스릴러 걸작중에선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환생]추천합니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영화라서 쉽게 구할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2005/07/29   
규허니
환생.... 꼭봐야겠는걸요..쭈니님이 추천한거니 틀림없겠죠? ^^
음..글고요.. 저는 액션을 좋아하긴 하는데 머리쓰면서 보는걸딥따좋아하거든요.. 스릴러물아니더라도 감독과 머리싸움하면서 보는 영화로는 또 어떤작품이 있을까요? 갠적으로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추리소설영화하한작품은 책으로 읽는것보다는 재미가 좀떨어진다는...ㅎㅎ 오히려 영화보다는 tv시리즈물이 더잼나더라고요..
 2005/07/30   
쭈니 저도 어렸을적부터 추리소설 전집을 독파했었죠. 하지만 영화는 왠지 추리소설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참 이상하죠? 최근엔 [아이덴티티]라는 영화에서 아가사 크리스트의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재미를 느꼈었죠. 그 영화 보셨죠? ^^  2005/07/30   
ssook
보면서 [월광천녀]라는 일본만화와 비슷해서 놀랐고.....장기제공자들일뿐이었다는 사실에 무서움을 느끼고....마지막엔 웃겼어요.....영화 자체를 떠나 한 장면때문에.....왜 라스트씬을 보면 탈출한 사람들이 사막을 가로질러 뛰어나오잖아요....예전에 모 속옷 광고의 장면과 어찌 그리 유사한지.....ㅋㅋ세 친구랑 보고 있었는데.....그 장면에서 동시에 웃음이 나서 보니 다 그 광고를 연상했더라구요.....ㅋㅋ  2006/04/03   
쭈니 저도 그 광고 기억납니다.
혹시 그 광고가 이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것은 아닐지...
그나저나 [월광천녀]라는 만화는 읽은것 같기도 한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다시한번 읽고 싶어지더군요.
 2006/04/03   
바스티스
보고 나서, 액션 블록버스터 중에 이만큼 탄탄한 작품이 얼마만인가 싶더군요.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이 최근 액션 영화 중에 가장 적은 참 잘 쓰여진 시나리오 였습니다.

단, 마무리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그 사장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사람이 아무리 많이 죽어도 마무리는 결국 1대1 맞짱이다"라는 액션 영화의 불문율을 답습한 것 같아 조금 아귀가 맞지 않는게 아쉬웠지만...
 2006/04/17   
쭈니 장르 영화이니 만큼 장르의 법칙에 충실한 결과겠죠. ^^  2006/04/25   
코고로
행복한 액션의 홍수속에서 즐겁게 허우적대다가 나왔습니다. ㅎㅎ 터미네이터 3도 중반부에 아일랜드처럼 긴 액션씬이 나오는데 무척이나 지루했더랬었죠... 두 영화의 차이가 뭐기에 그럴까요? ㅎㅎ;;  2006/07/24   
쭈니 감독의 차이가 아닐까요?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이런 영화 전문이거든요.
그에비해 [터미네이터 3]를 만들었던 조나단 모스토우는 아직 오락 영화에 서툰 느낌이었습니다.
 2006/07/26   
바이올렛
재미있게 봤던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로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하던데
사람들이 별로 안봤나봐요?!
 2007/07/10   
쭈니 우리나라에서만 흥행에 성공했나봅니다.
특히 미국에선 흥행 실패를 했다고 하더군요.
결국 드림웍스사 파라마운트에 팔려간 원인이 되고 말았죠. ^^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