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하우스 오브 왁스] - 이번엔 그들이 제대로 한건했다.

쭈니-1 2009. 12. 8. 18:10

 




감독 : 자우메 세라
주연 : 엘리샤 커스버트, 채드 마이클 머레이, 브라이언 반 홀트
개봉 : 2005년 5월 20일
관람 : 2005년 5월 13일

공포 영화 전문 제작사인 다크캐슬의 5번째 영화인 [하우스 오브 왁스]가 여름이 되기도 전에 공포 영화팬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일본 공포 영화인 [주온]이나 [착산아리]같은 영화는 보지 못하지만 헐리우드 슬래셔 무비인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스크림]같은 영화는 열광하는 저로써는 올 여름에 개봉하는 [그루지], [링 2]와 같은 일본 공포 영화 리메이크작들보다는 전통 헐리우드식 청춘 슬래셔 무비인 [하우스 오브 왁스]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우스 오브 왁스]는 여러모로 제겐 관심이 가는 영화입니다. 일단 제 첫번째 관심은 다크캐슬이라는 영화사에 있습니다. [헌티드 힐]을 시작으로 [13 고스트], [고스트 쉽], [고티카]를 연속으로 제작한 공포 영화 전문 제작사인 다크캐슬은 놀랍게도 조엘 실버와 로버트 저멕키스가 합심하여 세운 회사입니다.
헐리우드에서 공포 장르는 메이저보다는 마이너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전형적인 메이저 전문 제작자인 조엘 실버가 이런 마이너 장르인 공포 영화 전문 제작사를 세우다니... 더욱 놀라운 것은 로버트 저멕키스입니다. 물론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왓 라이스 비니스]같은 공포 영화도 있긴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은 [빽 투 더 퓨처], [포레스트 검프]와 같은 훈훈한 웃음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입니다. 그런데 그가 이토록 공포 영화에 관심이 많을줄이야... 공포 영화와는 너무나도 다른 듯이 보였던 조엘 실버와 로버트 저멕키스가 설립한 다크캐슬이 만드는 공포 영화는 어떤 영화들일지 저로써는 너무나도 궁금했던 겁니다.
솔직히 [헌티드 힐]은 보지 못했지만 [13 고스트], [고스트 쉽], [고티카]를 통해 나타난 다크캐슬 공포 영화의 특징은 바로 유령입니다. 대체적으로 일본 공포 영화는 저주를, 우리 공포 영화는 원한을 소재로 하면서 초자연적인 존재 즉 유령을 공포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면, 미국의 공포 영화는 살인이 주요 소재이며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크캐슬이 제작한 공포 영화는 연쇄살인마보다는 유령들을 등장시켜 헐리우드로는 색다른 공포 영화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그런데 [하우스 오브 왁스]는 이러한 다크캐슬의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하우스 오브 왁스]는 이전 다크캐슬의 영화들과는 달리 유령보다는 엽기적인 연쇄살인마를 등장시킨 전형적인 헐리우드 슬래셔 무비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영화의 장르인 슬래셔 무비가 [하우스 오브 왁스]에 대한 제 두번째 관심입니다. 겁이 많은 관계로 공포 영화는 체질적으로 보지 못하는 저는 그 유명한 슬래셔 무비의 원조격인 [할로윈], [13일의 금요일]을 단 한편도 보지 못했습니다. [나이트 메어]의 경우는 레니 할린 감독의 [나이트 메어 4]를 본 후 다시는 볼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제가 슬래셔 무비를 좋아하게 된것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의 영향이 컸습니다. [나이트 메어 4]와 비교해서 그 공포스러운 영상은 줄었지만 마치 스릴러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전개는 저처럼 겁이 많은 관객에게는 딱 알맞은 수준이었던 겁니다. 그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데스티네이션]같은 청춘 슬래셔 무비들은 언제나 제겐 즐거운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전 슬래셔 무비를 보러갈때마다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슬래셔 무비는 공포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액션 영화에 가깝다'라는 나름대로의 자기 합리화죠. 그러면서 '무섭지 않다'라고 제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겁니다. [하우스 오브 왁스]를 보러갈때도 그랬습니다. [하우스 오브 왁스]의 그 끔찍한 포스터를 볼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지만 (개인적으로 제발 [그루지], [하우스 오브 왁스], [링 2]의 그 인터넷 광고는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그루지]의 팝업창이 뜰때마다 심장이 멎을것만 같아서 미쳐 버리겠습니다.) [하우스 오브 왁스]는 공포 영화가 아닌 액션 영화라며 제게 스스로 최면을 걸고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그런 면에서 [하우스 오브 왁스]는 정말 완벽한 슬래셔 무비입니다. 십대, 섹스, 살인마, 용감한 여주인공 등등 제가 알고 있는 슬래셔 무비의 특징이 모두 등장하는 이 영화는 다크캐슬의 공포 영화 제작에 대한 노하우가 십분발휘되어 더욱 으시시하고 더욱 무섭게 꾸며졌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밀랍인형으로 만드는 이 엽기적인 살인마의 행각을 보며 [스크림]이나 그 외의 다른 슬래셔 무비를 볼때와는 달리 저는 눈을 가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극장안에서 두려움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후 느낀 것이 있다면 '슬래셔 무비도 무서울 수 있구나'입니다.


 



[하우스 오브 왁스]에 대한 제 세번째 관심은 바로 엘리샤 커스버트, 패리스 힐튼 등 이 영화의 출연 배우들입니다.
엘리샤 커스버트는 이미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라는 너무나도 3류틱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제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입니다. 솔직히 저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를 보면서도 제가 결코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저는 엘리샤 커스버트의 묘한 매력에 빠져 버리고 말았죠. 그녀는 미국에서는 [24]라는 TV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신예 배우라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입니다. 그렇기에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를 본 후 엘리샤 커스버트의 영화를 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죠. 그런 와중에 [하우스 오브 왁스]에서 그녀가 슬래셔 무비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제겐 꽤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서 제목처럼 아찔한 매력을 보여줬던 그녀가 슬래셔 무비에선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했던 겁니다.
패리스 힐튼에 대한 관심은 조금 엉뚱한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녀가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의 상속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건방진 태도와 전 남자친구와의 섹스 비디오 유출등 미국에선 뉴스 메이커로 활발히 활동(?)중인 그녀를 슬래셔 무비에서 만난다는 것은 제겐 색다른 흥미거리였습니다. 그녀가 주인공이 아닌 이상 처참한 죽음을 당할 것이 분명한데 돈은 아무리 써도 넘칠 정도로 많은 그녀가 왜 이 영화에 출연했는지, 그리고 그 건방지다는 억만장자 상속녀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영화 외적인 호기심을 절 사로잡았습니다.
그러한 제 관심을 아는지 [하우스 오브 왁스]는 엘리샤 커스버트의 매력을 완벽하게 잡아냈으며, 패리스 힐튼을 멋지게 죽였습니다. 특히 관객들에게 엘리샤 커스버트의 섹스한 매력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그녀는 영화의 중반부터는 남자의 헐렁한 나시티를 입고 맹활약하며 그 아찔한 매력을 슬래셔 무비라는 끔찍한 장르의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패리스 힐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슬래셔 무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십대의 문란한 섹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섹스를 한 캐릭터는 언제나 처참한 죽음을 당하죠. 그것은 슬래셔 무비의 케케묵은 법칙입니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패리스 힐튼이 해냅니다. 솔직히 외모적으로는 엘리샤 커스버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영화의 후반의 노출씬과 그 직후 벌어지는 끔찍한 죽음씬으로 슬래셔 무비다운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일단 [하우스 오브 왁스]는 제 관심에 대해서 100% 만족시켜준 영화였습니다. 지금까지 헐리우드답지 않은 공포 영화를 만듬으로써 2% 부족한 공포스러움을 선사했던 다크캐슬은 이번엔 가장 미국적인 공포 영상으로 제겐 부족했던 2%를 완벽하게 채워주었습니다. [스크림]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처럼 재미난 슬래셔 무비임과 동시에 공포의 강도가 높아짐으로써 슬래셔 무비에 대한 재미도 선사하고, 공포 영화에 대한 무서움도 안겨주었으니 제겐 일석이조의 재미였던 셈입니다.
게다가 블럭버스터 전문 제작자인 조엘 실버답게 영화의 후반에 펼쳐지는 스펙타클한 영상은 마이너 공포 영화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도 안겨주었습니다. 왁스로 만들어진 으시시한 집이 화재로 인하여 녹아버리는 장면은 공포로 인하여 꽉 조여졌던 가슴이 확 뚫릴 정도로 제겐 압권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난후 몇몇 분들은 생각보다는 무섭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분명 공포 영화의 매니아에겐 이 영화의 공포 정도는 너무 약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액션 영화같은 슬래셔 무비를 기대하고 본 저는 영화내내 긴장을 하는 바람에 영화가 끝난후에는 기진맥진 상태였답니다. 역시 제겐 아직은 공포 영화는 무리인듯 합니다. [하우스 오브 왁스]를 보고 나오며 '올 여름 공포 영화는 이걸로 끝이다'라고 다짐을 하긴 했지만 과연 그 다짐이 지켜질런지는 모르겠네요. 암튼 썸머시즌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와 동시에 공포 영화의 계절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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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천사
극장가서 볼려구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엔 공포물좀 여러편 볼려구요...
남자친구 품에 안길 기회 아닙니까...ㅋㅋㅋ
 2005/05/21   
쭈니 그런 부러운 말씀을... 저는 와이프와 공포영화를 봐도 두 손만 꼭 잡은채 부들부들 떨며 본답니다. 거의 제가 안기는 분위기죠. ^^;  200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