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감당할수 있겠는가? 이 거대한 비극을.

쭈니-1 2009. 12. 8. 18:11

 




감독 : 조지 루카스
주연 : 헤이든 크리스텐든, 나탈리 포트만, 이완 맥그리거
개봉 : 2005년 5월 26일
관람 : 2005년 5월 23일

3년전 저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을 보고 '매니아만을 위한 영화'라고 투덜거렸었습니다. SF 영화의 전설과도 같은 영화였지만 제겐 이 영화에 대한 열광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별로 재미없는 영화에 불과했던겁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는 [클론의 습격]을 불법 다운로드 동영상으로 관람을 했었습니다. 그래놓고 '이 영화는 재미없다'라고 투덜거렸던거죠. 저는 '불법 다운로드 동영상으로 봐서 재미없는 영화라면 극장에서 본다고 재미있겠는가?'라며, '만약 극장에서 봐야만 재미있는 영화라면 그것은 특수효과만 난무하고 스토리 라인은 텅빈 속빈 강정같은 영화가 아닌가?'라며 억지를 부렸었습니다. 솔로였던 탓에 같이 영화봐줄 연인이 없어서 컴퓨터에 앉아 홀로 쓸쓸히 영화를 봐야했던 저는 그런 억지로 제 자신을 위로했으며, [클론의 습격]은 억울하게도 제 억지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겁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3년전의 제가 틀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스타워즈]는 결코 매니아만을 위한 영화도 아니고, 특수효과만 난무하고 스토리 라인은 텅빈 속빈 강정같은 영화는 더더욱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TV의 브라운관이나, 컴퓨터의 작은 화면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스펙타클한 감동을 지니고 있으며, [시스의 복수]는 그러한 스펙타클한 감동의 결정체입니다. 그런 스펙타클한 감동을 겨우 17인치 모니터로 보고 투덜거렸으니 제 자신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1977년 [새로운 희망]을 시작으로 무려 30년동안이 이어진 이 거대한 SF 영화의 신화는 이제 [시스의 복수]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서야 겨우 [스타워즈]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어버린 거죠. 얼마전 TV에서해준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을 졸음을 참아가며 봤으며([제다이의 귀환]은 결국 보지 못했습니다.) [시스의 복수]를 보기전에 비디오샵에서 [보이지 않는 위험]과 [클론의 습격]을 빌려 다시한번 복습했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제가 [스타워즈]에 이렇게 빠지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메가박스에서 [시스의 복수]를 본후에는 모든 것이 바꿔버렸습니다. 이전 시리즈 모두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저는 이제 막 [스타워즈]의 매력에 빠져들은 얼치기 매니아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6편의 시리즈중에서 5편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채 달랑 1편의 영화를 가지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말입니다. 부디 제 부족한 글이 [스타워즈]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기를...


 




[시스의 복수]는 시작부터가 경이롭습니다. 물론 그 경이로운 시작은 헐리우드 특수효과의 드림팀 ILM의 솜씨에 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이로움은 특수효과만 난무하는 다른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와는 다릅니다. 제게 우주의 포화속을 위험스럽게 곡예하듯이 비행하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저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극장 좌석을 꽉 쥐어야만 했습니다. 놓치면 우주의 그 까만 어둠속으로 떨어질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스의 복수]의 특수효과는 그렇습니다. 해마다 쏟아지는 엄청난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들이 각기 최고의 특수효과를 무기로 관객들을 공략하지만 제가 그 현장에 있는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 영화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생생한 특수효과에 대한 기억은 제 앞에 공룡이 되살아나 뛰어다니듯한 놀라운 경험을 안겨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 유일했습니다. 그런데 [시스의 복수]가 해낸 겁니다. 가상의 우주 공간이 마치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의 풍경인것처럼 느껴지다니... '이것이 바로 헐리우드가 자랑하는 특수효과의 진정한 힘이구나'하는 감탄사만 저절로 터져 나오더군요.
이 영화의 경이로움은 생생한 특수효과뿐만이 아닙니다. 조지 루카스와 미술팀이 창조해낸 수많은 행성들의 독특한 디자인도 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행성들이 각기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의 분위기에 맞춰 완벽하게 새로운 세상으로 창조되어 있습니다. 조지 루카스의 상상력의 힘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도 힘들텐데 이렇게 수십개의 새로운 세상을 그것도 완벽하게 창조해내다니, [시스의 복수]는 그런 상상력의 힘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찬사를 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췄습니다.
[시스의 복수]의 특수효과에 대한 찬사는 해도해도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CG로 탄생된 외계 생명체의 유려한 움직임... 마치 아름다운 춤을 감상하는 것만 같은 광선검 결투 장면...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는 스펙타클한 전투씬 등등 [시스의 복수]는 특수효과가 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한곳에 집약시킨 놀라운 결정체처럼 보입니다. TV나 모니터의 좁은 화면에서 볼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극장의 커다란 화면속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것을 보고 3년전 불법 다운로드 동영상으로 [클론의 습격]을 보고 투덜거렸던 제 자신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하지만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시스의 복수]의 진정한 재미는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든)가 겪는 거대한 비극의 소용돌이입니다. 아나킨이 점차 악의 화신인 다스 베이더로 변해갈때 나도 모르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안타까움이 밀려오더군요.
[제국의 역습]에서 다스 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는 그 유명한 대사를 읇조리기 전까지만 해도 다스 베이더는 단지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조지 루카스가 [보이지 않는 위험]을 만들며 [스타워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다스 베이더임을 천명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 [클론의 습격]은 [시스의 복수]를 위한 그야말로 전초전이었으며, 이 모든 30여년간의 거대한 신화와 같은 6편의 시리즈는 바로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비극을 보여주기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던 겁니다.
[클론의 습격]을 볼때 저는 왜 저런 풋내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을까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그만큼 헤이든 크리스텐든은 제게 매력적이지 못했습니다. 그가 내겐 너무나도 매력적인 아미달라 공주(나탈리 포트만)와 금지된 사랑을 펼칠때 헤이든 크리스텐든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었죠. 사실 [클론의 습격]이 제게 재미없었던 이유는 제가 불법 다운로드 동영상으로 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인 헤이든 크리스텐든에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가 변했습니다. 3년이 흐르는 동안 그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도 함께 성장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된 시설을 갖춘 극장에서 봤기에 그제서야 그의 매력을 알아본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거대한 비극에 걸맞는 배우로 성장했으며,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비극을 완벽하게 영화속에서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비극은 아주 치밀하게 제게 스며들었습니다. 아나킨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비극에 휘말려 들었듯이 저 역시도 경이로운 특수효과에 흠뻑 빠져있는 사이에 어느새 제 앞에 다가온 비극의 충격에 빠져야 했습니다. 아미달라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아미달라를 잃지않기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신념을 버리는 아나킨의 모습을 보며 저는 그를 감싸안고 싶은 충동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아니킨 스카이워커라는 캐릭터를 사랑하게되자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오비완 캐노비(이완 맥그리거)와의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마지막 결투은 이 세상 그 어떤 영화의 라스트보다도 더욱 완벽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완벽한 비극을 만들어낸 조지 루카스 감독이 위대해 보일뿐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시사회장에선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박수조차도 칠수가 없었습니다. [시스의 복수]를 기대하긴 했지만 그 실체가 이 정도일줄 몰랐던 저로써는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있어야만 했습니다. 아미달라의 죽음 소식을 듣고 분노에 휩싸이는 다스 베이더의 모습이 영화가 끝나고 한참동안이나 절 사로잡았습니다.
[스타워즈]는 9부작으로 기획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지 루카스 감독은 [시스의 복수]를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스타워즈]는 없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이제 막 [스타워즈]의 매력을 알아버린 저로써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그 선언이 아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스의 복수]가 [스타워즈]의 라스트를 너무나도 멋지게 장식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조지 루카스 감독의 선언이 오히려 다행스럽게도 생각되었습니다. 조지 루카스 감독도 그만큼 [시스의 복수]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겠죠. [스타워즈]라는 자신의 필생의 작업의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영화로 말입니다.
지금 저는 제가 극장에서 보지 못한 나머지 5편의 [스타워즈]도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 인생의 최고의 영화가 될수도 있는 이 거대한 시리즈를 단지 같이 극장에 갈 사람이 없어서 그 기회를 놓치다니 제 자신이 너무나도 어리석게 느껴지더군요.
[시스의 복수]에 흠뻑 빠져 정신없이 글을 다쓰고나니 너무 엉망진창의 글이 되어버렸군요. 이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포스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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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ㅋㅋ
드디어 막을 내린 스타워즈ㅠㅠ
하지만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일 겁니다.
갠적으론 제국의 역습이 가장 좋았던듯ㅋ
시스의 복수는 어떨지?
 2005/05/26   
쭈니 [제국의 역습]은 술에 취해 TV로 봐서 솔직히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  2005/05/26   
구피의꿈 날 잡아 다시한번 보자구요...스타워즈 시리즈로만...  2005/05/26   
쭈니 그거 좋지. 하지만 과연 그럴만한 시간이 될까? ^^  2005/05/26   
아랑
솔직히 1,2편 다 별로였어요. 왜 사람들이 스타워즈에 그토록 열광할까 이해안됬었는데 3편보니까 우아... 정말 가슴아프더군요.  2005/06/21   
쭈니 저도요... 1,2편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3편은 너무 좋았습니다. 블럭버스터를 보며 가슴이 아프기는 또 처음이었습니다. ^^  2005/06/21   
아랑진
그저 SF가 좋아서 스타워즈 애피소드1-2를 비디오로 봤었고 애피소드3편을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3편이 별로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주위분이 과거에 했던 스타워즈를 이어서 한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시리즈가 다스 베이더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들었을때 3편을 이해하기 시작했지요  2005/10/07   
쭈니 저도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답니다. 3편을 보기 전까지는... 하지만 3편을 보기전에 1,2편을 보며 철저히 예습하고 보니 3편의 재미가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  2005/10/10   
엘잠
프리퀄을 제작하는것의 어려움. 이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스타워즈' 시리즈 팬입니다. 비록 영화관에서 에피소드 4,5,6을 보진 못했지만 조지 루카스의 상상력과 신나는 우주판타지의 비주얼에 흠뻑 빠졌었지요.

99년 부터 시작된 프리퀄시리즈는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프리퀄1편과 4,5,6편의 연결고리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스토리적으로 비난받을건 없었지만 이게 스타워즈가 맞냐 싶을정도로 지루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2편에선 성장한 아나킨과 팔파틴 상원의원의 야심 그리고 파드메와의 러브스토리 등등 뒷편과의 연결고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숨겨진 스토리가 하나둘씩 드러나는 과정에서 2편에선 유래없는 신나는 제다이들의 대량 전투를 보여줍니다. 비록 주인공이랍시고 아나킨을 연기한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연기력은 끔찍 그자체였지만, 2편에선 몇십년동안의 SF기술력의 진보력과 스케일이 향상된 최고의 전투였으며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 특유의 재미가 그나마 살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1,2편보다 더 뒷편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3편은? 시작부터 암울한 분위기가 영화 끝날때까지 이어집니다. 한편의 대 서사시 같지요. 조지 루카스가 70년대에 만든 스타워즈는 이런것이 아니었습니다. 스토리에 집착하지 않았고 오락성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어 영화상영시간동안 놀이기구를 타는듯한 느낌을 주는것이 특징이었는데 3편은 그 자체가 비극입니다.

물론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의 목적자체가 '스타워즈'내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다스 베이더가 왜 그렇게 타락의 길을 걷게 됬는지에 대한 과거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것이었겠지요.

조지 루카스는 자신이 연출가이지 시나리오능력에 있어선 최악이라는 모습을 3편에서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장면 하나하나는 매우 인상깊으나 각 장면의 연결고리가 빠져있는듯한 느낌으로 설득력 자체가 없습니다. (팔파틴 황제가 다크포스를 이야기 하며 아나킨을 꼬드기는건 마치 길가다가 도를 아십니까?를 외치며 유혹하는 수준입니다.) 평생동안을 모셔왔던 스승과 제다이들을 배신하고 악의 세계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저렇게 절박한 상황이 악의 세계에 빠트렸구나 라고 공감되어지는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지요.

영화의 구성 역시 후반부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다루는덕분에 정신이 없습니다. 게다가 콰이곤진이 등장해 제다이의 영체화 수련을 가르치는 장면이나 요다가 팔파틴에게 패한후 바로 '은둔에 들어가겠다'라는 대사를 던지는것은 끼워맞추기의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실로 실소가 터져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타워즈 프리퀄'은 스타워즈가 아니라 스타워즈 설정집 같은 느낌입니다. 그 본연의 재미를 전혀 살리지 못했고, 시나리오의 구성 역시 빈틈투성이일뿐이지요. 이것이 팬들에게 실망을 받았던 프리퀄의 최대 단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스필버그가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감동해서 눈물 흘렸다는게 아닌 친구 루카스가 이런 한심한 후속작을 낸데 한심해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린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요.
 2007/11/02   
쭈니 역시 [스타워즈]의 열렬팬은 보는 눈이 다르군요.
저야 애초부터 [스타워즈]라는 영화에 감흥이 없었고, 또 워낙에 비극을 좋아하는지라... 시리즈중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
암튼 엘잠님의 긴 덧글 잘 읽었습니다. ^^
 200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