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PM 11:14] - 퍼니 스릴러의 실체가 궁금했다.

쭈니-1 2009. 12. 8. 18:12

 




감독 : 그레그 마크스
주연 : 힐러리 스웽크, 패트릭 스웨이지, 레이첼 리 쿡
개봉 : 2005년 6월 2일
관람 : 2005년 5월 26일

[PM 11:14]라는 이상한 제목의 스릴러 영화에 제가 주목을 한것은 결코 힐러리 스웽크, 패트릭 스웨이지라는 주연 배우의 이름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분명 [소년은 울지 않는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회나 수상한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여배우 힐러리 스웽크와 [더티댄싱], [사랑과 영혼]으로 왕년의 헐리우드 최고의 로맨틱 가이로 이름을 날렸던 패트릭 스웨이지의 출연은 [PM 11:14]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기는 하지만 출연배우만으로 스릴러의 재미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영화들을 통해 처절히 체험했던 저로써는 그들의 이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FUNNY 스릴러라는 이 영화가 내세운 새로운 장르입니다.
FUNNY... 즐겁다, 우습다, 익살맞다 뭐 대강 이런 뜻입니다. 예전에 [퍼니게임]이라는 영화로 제게 익숙하게된 단어인데 [퍼니게임]은 제목과는 달리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상당히 괴롭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죠. 암튼 스릴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단어가 [PM 11:14]라는 스릴러 영화의 광고문구에 사용하게된 이유가 저는 너무나도 궁금했던 겁니다. '어떻게 스릴러가 익살맞을 수 있단 말인가?', '[퍼니게임]처럼 반어법적인 제목일까?' FUNNY 스릴러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제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PM 11:14]의 시사회에 시간관계상 결코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저를 극장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FUNNY 스릴러의 실체는 실망스럽게도 제겐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스릴러로의 체험이었습니다. 관객에게 두뇌싸움을 걸어온것도 아니고, 마지막 반전따위도 없으며, 그냥 여러 사건들을 어지럽게 펼쳐만 놓은채 서둘러 끝을 내버리는 이 영화를 보며 약간은 허탈해지더군요. 하지만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새로움으로 이 영화의 아쉬움을 달래야할듯...


 



일단 제가 이 영화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PM 11:14]는 FUNNY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우긴 했지만 분명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전혀 스릴러답지 못합니다. 그것은 기존 장르의 법칙을 깼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새로움이 과연 신선한 즐거움인지, 아니면 생뚱맞은 시도인지가 중요하겠죠. 그런 면에서 [PM 11:14]는 제게 생뚱맞은 시도를한 스릴러였습니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오후 11시 14분에 일어난 5가지 사건이 영화의 소재입니다. 영화는 별개의 사건처럼 보였던 5가지 사건들을 차례로 보여주며 이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처음 사건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관객들은 다른 사건들을 보여 '아하 그렇구나'라고 무릎을 치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영화속 캐릭터가 아닌 오후 11시 14분이라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PM 11:14]는 시간을 소재로한 또다른 스릴러 영화인 [메멘토]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메멘토]가 시간의 순서를 역으로 배치함으로써 관객과의 두뇌 싸움을 극에 달하게 했다면, [PM 11:14]는 관객에게 전혀 두뇌를 쓸 이유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단지 편안하게 앉아 서로의 사건들이 하나로 엮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라고 재촉할 뿐입니다.
이 영화가 시작하며 기존의 스릴러에 익숙했던 저는 나름대로 추리를 해가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추리는 영화의 중간부터는 전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그레그 마크스 감독이 의도했던대로 그냥 편안하게 지켜보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편안함은 이 영화의 광고처럼 즐거울수도 있습니다.(그러한 편안함을 내세워 이 영화에 FUNNY 스릴러라고 광고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원했던 스릴러는 결코 아닙니다. 그레그 마크스 감독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관객들에게 들이밀며 '어때 기발하지?'라고 자신있는 표정으로 말하는 듯이 보이지만 머리가 텅빈채로 지켜만 봐야했던 저로써는 상당히 허탈하더군요. 스릴러 영화를 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감독과의 두뇌 싸움을 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모든 관객들이 저처럼 스릴러를 감독과 관객간의 두뇌 싸움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실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 실망한 것은 제 개인적인 취향탓일수도 있습니다. 두뇌 싸움이 없는 스릴러는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써는 그저 단순히 사건을 나열만하는 이 영화가 결코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지만 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관객이라면 새롭고 치밀한 이 영화에 만족하실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 영화입니다. 하나의 사건이 진행되면 하나의 의문은 풀리지만 또다른 하나의 의문점이 남는 이 영화의 구성은 새로움에 목말라있는 관객들에겐 분명 신선한 충격과도 같습니다. 첫번째 사건에서 '도대체 왜 시체가 다리위에서 고속도로로 떨어졌는가?'라는 의문이 생겼다가, 두번째 사건에서는 그 의문의 베일이 벗져지는 대신 '셰리는 어떻게 되었는가?'라는 새로운 의문이 생깁니다. 이 영화는 이런 식입니다. 두번째 사건은 첫번째 사건의 의문점을 채워주고, 세번째 사건은 두번째 사건의 의문점을 채워줍니다. 이렇게 다섯번째 사건까지 진행되고나면 이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퍼즐을 완성해내는 겁니다.
물론 그 거대한 퍼즐에 두뇌싸움이라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진 것은 아쉬웠지만 흔한 소재에 억지스러운 반전이 판을 치는 요즘 이러한 새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PM 11:14]는 중간 이상은 하는 스릴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중간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네요. 그냥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관객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추리할 여백을 남겨주었다면 어쩌면 [메멘토]와 버금가는 스릴러가 될수도 있었을텐데... 생각할수록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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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ja
시간을 다룬 스릴러라고 하기 닉오브타임이 번쩍 생각나네요^^
메멘토는 스릴러라기 보단 이해력이 중요한 영화로 보여지더군요
워낙에 이상하게 이해못하는분이 많아서 ㅋㅋ

이 영화 몬가 함정이 있을꺼야..쭈니님이 눈치 못챈걸거야..
라고 굳게 믿고 싶은...머리싸움 스릴러 매니아 동료로써..
아쉽습니다 흑;;
 2005/05/30   
쭈니 저 역시도 영화의 마지막까지 뭔가 엄청난 반전이 있을거라는 기대를 버릴수가 없었죠. 하지만... 없더군요. 반전도 없고, 두뇌싸움도 없고, 암튼 제겐 심심한 스릴러였답니다.  2005/05/31